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98)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98화.(198/390)
198화.
리카는 실린의 밑에서 온갖 비열한 짓을 하던 아이다.
이번에도 비열하게 잘 처리하겠지.
‘원래 나쁜 놈은 나쁜 놈이 잡아야 속이 시원한 법이거든.’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리카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 * *
복귀 당일에도 할 일은 천지였다.
회의를 하고 돌아오자마자 내 책상엔 서류가 한 무더기 올라와 있었다.
덕분에 오전 내내 고개 한 번 못 펴고 일했다.
‘상장군…… 상장군을 뽑아야 한다.’
상장군이 없으니까 나 혼자 일하잖아!
현재 상장군 대리는 군 행정을 모른다.
그야, 이전 상장군이 비리의 온상이라 바로 쫓아내서 인수인계도 못 했으니까.
‘상장군을 해본 사람 중에 뽑는 게 좋겠어.’
그럼 조윅과 카진 중에서…….
‘청소년 집단이라서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기야 원화들은 전부 어릴 때부터 집안 행정을 배우는 대귀족들이었다.
혼이 나간 얼굴로 생각하던 중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원화, 손님이십니다.”
내 사무실을 지키는 경비병의 목소리였다.
‘손님?’
누구냐고 물으려던 찰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캐서린이에요!”
“제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요. 트랑 영애.”
“그럼 파앙테 영애가 서둘러 말했으면 됐겠군요!”
투덕거리는 소리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시렴.”
대답하기 무섭게 문이 열리고, 영애들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에릴로트 양.”
“여기선 서군 원화라고 불러야죠.”
“어머나, 원화의 사무실은 이렇군요. 와, 황군 문양의 태피스트리! 멋져라.”
트랑 공작 영애와 파앙테 영애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귀족 소녀들도 함께 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물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캐서린 트랑이 대답했다.
“어머니를 따라 황태후 폐하의 차모임에 왔다가, 서군 원화가 계시다기에 왔지요.”
파앙테 영애가 얼른 덧붙였다.
“물론 황태후 폐하께 허락을 받고요.”
“아아,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 수발을 드는 궁인에게 말했다.
“여기 차를 준비해줘요.”
“다과는 괜찮아요! 황태후 폐하께 간식거리를 받아왔거든요. 황태후 궁의 케이크는 세계 제일이랍니다.”
트랑 영애가 생글생글 웃으며 황태후 궁에서 따라온 궁인이 들고 있는 바구니를 가리켰다.
“기대되네요. 자, 앉으세요.”
자리에 앉고, 디저트를 먹고 있으니 금세 차가 준비되었다.
사무실엔 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그래서요, 큰 오라버니와 작은 오라버니께서 얼마나 경쟁을 하시는지 보는 제가 머리 아플 정도랍니다.”
“후계 싸움은 아무래도 그렇지요.”
“친형제도 그만큼 싸우는데 이복형제와 경쟁해야 할 땐 얼마나 살벌할까.”
한 영애가 뺨을 감싸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루멜리사 파앙테가 찻잔에 레몬 조각을 넣으며 말했다.
“이복형제가 없는 건 행운이죠. 가호가 재산이니 가주들이 흔히 사생아를 보잖아요.”
그런 쓰레기들이 많다는 게 이 세계의 비극이다.
다른 영애들이 “맞아요!”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트랑 영애와 파앙테 영애가 부러워요. 이복형제가 없을 뿐 아니라, 외동이시니.”
그러자 캐서린 트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도 저는 형제가 가지고 싶던데. 특히 여동생이요. 언니도 좋겠지만, 오빠나 남동생은 싫어요.”
“동성 형제가 많은 건 좋은 게 아니에요. 특히 후계 싸움엔…… 으으.”
캐서린 트랑이 “으음.” 하고 신음하며 말했다.
“하긴. 이시론 공작가도 그렇고…….”
‘이시론?’
알렉시스가 인명록에 이름을 올린 그 이시론 가문?
내가 묻기도 전에 다른 영애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
“이시론 공작가가 왜요?”
“아버님 말씀이…….”
그때, 루멜리사 파앙테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만 하세요, 영애. 사냥 클럽 술자리의 이야기는 소문이 나선 안 된다는 걸 알잖아요.”
사냥 클럽이란, 대귀족 사내들로 구성된 모임 같은 것이다.
트랑 공작과 파앙테 후작도 그 모임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이시론 공작가의 차남도 그 모임에 있다고 들었다.
“아아, 그렇지 참.”
캐서린 트랑이 쿠키를 집어 먹으며 입을 다물었다.
‘역시 모임 내에서만 도는 소문이 많네.’
청소년의 모임은 어른들 모임의 눈치를 봐서, 소문을 수집하기 힘들다.
“음, 이 생강 쿠키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서군 원화.”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캐서린이 주는 쿠키를 받았다.
‘그래도 이시론 공작가의 일이라면 알고 싶은데.’
알렉시스가 며칠 연락이 안 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세 시 무렵이 되어선 황태후 궁에서 사람이 와서 어른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아쉬워라. 다음엔 느긋하게 뵈어요.”
파앙테 영애가 내게 인사하고, 영애들을 데리고 떠났다.
캐서린은 미적거리다가 슬쩍 내게 물었다.
“저어, 아기 고양이…… 아니, 리시먼드 님께선 잘 지내시나요?”
여전히 큰 오라버니에게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네, 잘 계셔요.”
“파티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가 봐요…… 초대장을 몇 번 보냈는데 늘 거절하셔서…….”
“낯을 가리는 편이시라.”
“낯을 가리세요?! 꺄, 귀여워라!”
캐서린이 양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슬쩍 복도의 눈치를 보고 물었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셨던 이시론 공작가의 이야기 말이에요.”
“네.”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음? 아아, 이시론의 새로운 공자님이 서군이었던가요. 며칠 소식이 없으셨을 테니 염려하실 만도 하네요.”
소식이 없던 것까지 알고 있었어?
‘차남이 말했다던 가문 내의 이야기가 알렉시스의 일이었구나.’
이렇게 되면 꼭 들어야겠다.
나는 캐서린의 손을 잡고 눈썹을 늘어뜨렸다.
“그분과 저는 오랜 친구 사이랍니다. 너무 염려가 되어서…….”
“어머나……. 그래요, 영애께서 친구를 아끼는 분이시니.”
캐서린이 고민하듯 신음했으나, 곧 주변을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이시론의 장남이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술에 취하면 망나니가 따로 없답니다.”
“망나니요?”
“네. 이번에도 부친이 없는 사이에 새로운 이시론 공자를 흠씬 두들겨 팬 모양이라…….”
“……!!”
“그 장남은 <괴력>의 가호를 가진 분이시잖아요? 차남과 공작부인이 소식을 듣고 말리러 갔을 땐, 엉망이었대요.”
“…….”
“역시 후계 싸움은 무서운 건가 봐요. 그렇다면 전 형제가 없는 쪽이 좋─”
“그냥 맞고 있었대요?”
“네?”
“새로운 공자가 그걸 그냥 맞아주고 있었냐고요.”
“……넹?”
캐서린이 눈을 끔뻑였다.
나는 이를 악물고 웃었다.
“아니에요. 트랑 공작부인께서 기다리실 테니 가보셔야지요.”
“네에…….”
“조심히 돌아가세요.”
“영애도 좋은 하루 되세요.”
캐서린이 고개를 갸웃하고, 궁인을 따라갔다.
홀로 남은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 멍청이가.’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으면서 그걸 왜 맞아줘!
나는 밖을 향해 소리쳤다.
“한지혁!”
대기 중이던 한지혁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왜 뭔…… 눈빛 보니까 무슨 일이 있었구만.”
“…….”
“아마도 하나는 죽겠네.”
“……마차 준비해.”
“어디 가게?”
“이시론 공작가.”
정말로 하나는 죽여야겠으니까.
한지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이시론 공작가.
나는 이시론 공작부인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급히 찾아오게 된 점, 송구합니다.”
이시론 공작부인이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꼭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쁘군요.”
“이건 생강 쿠키예요. 공작부인께서 좋아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황태후 궁에서 조금 얻어왔어요.”
“기뻐라. 자, 안으로 들어가시죠.”
나는 공작부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공작께선 출타 중이시랍니다. 곧 돌아온다고 하셨으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네.”
“사람을 불러오겠습니다.”
공작부인이 자리를 비켜줬다.
내가 공무로 방문한다고 말을 전했으니, 날 접대하는 건 안주인이 아닌 가주나 그 후계여야 했다.
기다리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누군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도련님 같아졌네.”
“무슨 일로 왔어.”
알렉시스였다.
질 좋은 바지와 이시론 공작가의 문양이 새겨진 깔끔한 셔츠, 그리고 두꺼운 외투를 입은 곱게 자란 귀족 같았다.
“실내에서 웬 외투야?”
“추워서.”
“벗어.”
“춥다니까.”
“벗으라고.”
내가 싸늘하게 말하자, 알렉시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릴로트.”
“왜 못 벗어? 몸에 멍이 드러날까 봐?”
“그런 거 아니야.”
“아니면 벗어!”
알렉시스가 문밖을 힐끔 쳐다봤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이래.”
“난 그런 거 하나도 안 무서워. 그러니까 벗어.”
“…….”
절대 벗을 기세가 아니었다.
나는 성큼성큼 다가가 셔츠째로 재킷 소매를 확 밀었다.
“……너 바보야?”
“아니.”
“근데 왜 맞고 있어.”
“…….”
“다른 데 가서 맞지 말라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지독하게 훈련을 시켰는데 왜 맞아! 왜!”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않은 일반인이야. 가렵지도 않아.”
“가호가 괴력이라는데, 차남과 공작부인이 갔을 땐 엉망이었다면서! 왜 맞냐고, 왜!”
나는 알렉시스의 가슴을 퍽 때렸다.
이러라고 들여보낸 게 아니었다.
안전하라고.
황비와 살바토레 황자에게 더는 당하지 말라고.
이제 숨 좀 쉬고 살라고 들여보낸 곳이었다.
너는 날 위해서만 살았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널 위해서 좀 살아보라고…….
너무 속상해서 자꾸만 목청이 높아졌다.
“네가 돌덩이야, 물건이야. 맞으면 당연히 아프지. 왜 맞고 있냐고!”
“에릴로트.”
“그러지 말랬잖아. 생각은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좀 너 하고 싶은 대로 살랬잖아!”
“에릴.”
“왜 여기서도 맞아! 왜!”
내가 소리치며 알렉시스를 밀치자, 그가 나를 끌어안았다.
“괜찮으니까 그만해.”
이 애가 왜 장남에게 대항하지 않았는지 안다.
하필 나는 눈치가 빠르고, 하필 이 애는 나를 너무 배려한다.
내가 들여보낸 곳이니까.
들여보낸 무슨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최대한 분란을 만들지 않으려고 참은 것이다.
“……앞으로 어디서 맞고 다녀 봐. 가만 안 둬.”
“그래.”
“정말이야. 누구한테 맞고 오면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그래.”
“대답만 하지 말고!”
“알겠다니까.”
알렉시스는 눈가가 새빨개진 나를 내려다보고 픽 웃었다.
그러곤 손마디로 내 눈가를 쿡 찔렀다.
“넌 네가 울상을 지을 때마다 얼마나 못생겼는지 알아야 해.”
“죽을래?”
“못생긴 게 입도 험하고.”
“세상 사람들은 다 예쁘다고 하거든?”
내가 이래 봬도 <빙.흑.손>에선 세계관 최고 미모라고 서술되던 몸이라 이거다.
알렉시스가 내 볼을 쭉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래. 웃는 건 좀 예쁜 것도 같으니까 넌 그냥 웃기만 해.”
“꼬맹이 주제에 어디서 남자인 척을…….”
“내가 남자지, 그럼 여자냐?”
“시끄러워.”
“네가 더 시끄러워, 바보야.”
“바보는 너─”
투덕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방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생아가 공무 접대를 하게 하면 어떡해요?!”
장남의 목소리였다.
“그럼 어쩌니. 네 아버지는 출타하셨고, 너도 세리안도 없는데.”
“아무리 그래도 사생아를 들여보내면 어쩌자는 겁니까? 어머니는 분하지도 않으세요?!”
“제발 목소리 좀 낮추렴.”
나는 알렉시스에게 떨어졌다.
쿵쾅쿵쾅 발소리가 이어지고, 곧 벌컥 문이 열렸다.
“이거 미안하군!”
하하 웃은 남자가 소파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말했다.
“아델리크 이시론이다. 앉지.”
“…….”
“한데 황군에서 무슨 일로 우리 저택을 찾았─”
“이시론 공자는 예의를 모르는군요.”
내 말에 가정폭력범이 멈칫했다.
“뭐라고?”
“공대와 인사는?”
“뭐, 뭣?”
그러자 공작부인이 흠칫 당황했다.
공작부인과 가정폭력범을 따라왔던 고용인들도 마른침을 삼켰다.
나는 가정폭력범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
“난 공직에 임명된 원화, 그쪽은 작위조차 없는 나부랭이.”
“……!”
“더 설명해야 해? 설마 작위뿐만이 아니라 뇌도 없는 건 아닐 텐데.”
가정폭력범의 얼굴이 벌게졌다.
공작가의 장남이 나이가 서른이 될 때까지 작위가 없다는 건 창피한 일이었다.
부친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가정폭력범은 이를 으득, 갈았다.
“듣기로는 예를 아는 영민한 아이라 하였던 것 같은데, 맹랑하기가 이를 데 없군.”
“나도 이시론의 장남이 이만큼 아둔했을 줄은 몰랐어.”
“…….”
“해서 인사는?”
가정폭력범이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자존심에 인사는 끝까지 하지 않았으나, 별다른 제재를 하진 못했다.
이시론 공작가는 우리 할아버지에게 밀려났다.
그리고 난 아스트라 공작이 제일 아끼는 손녀이자, 친황제파의 거두가 된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딸이었다.
누구의 손에 더 큰 권력이 있는지는 자명했다.
공작부인이 나와 제 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대신 사과하지요, 영애.”
나는 공작부인에겐 생긋 미소 지었다.
“그러실 것 없습니다.”
“이해해주신다면 감사하군요.”
“이해하지 않을 테니 사과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뜻이었답니다.”
“……!”
공작부인이 깜짝 놀랐고, 가정폭력범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가정폭력범이 이를 갈며 말했다.
“이 일, 아스트라에 정식으로 항의해도 되겠소?”
“황군에 항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제 탓이 있음은 아는 듯해서 다행이야.”
“이봐─!”
“해!”
“뭐, 뭐라고?”
“항의하려거든 해. 나는 네 부친에게 정식으로 항의할 테니까.”
그때였다.
다시 한번 문이 열렸다.
이시론 공작과 그 차남인 세리안이 들어왔다.
공작이 방 안의 상황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냐, 아델리크.”
“그게…….”
가정폭력범이 잠시 주저해서, 나는 그 틈에 말했다.
“알렉시스를 데려가겠습니다.”
“뭐라?”
“이시론 공작님께선 저와의 약속을 어기셨습니다. 그러니 우리 거래는 없던 것이 되겠지요.”
“내가 무슨 약속을 어겼다는 게냐.”
“저는 지켜달라 부탁드렸고, 공작님은 지켜주겠다고 하셨어요.”
“…….”
“이 아이, 평생을 아팠으니까…… 남들보다 수백, 수천 배 힘들었으니까 제발 지켜달라고 했어요.”
“……내가 며칠 영지에 내려가 있던 틈에 무슨 일이 있었군.”
가정폭력범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 아버지, 그게─!”
나도 울컥 목소리를 높였다.
“약속을 어겼으니 알렉시스는 데려가겠어요!”
“진정하라지 않았어. 네가 무슨 명분으로 내 아들로 공인된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것이냐.”
“약혼할 거예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