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99)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99화.(199/390)
199화.
방 안에 있던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가정폭력범과 차남 세리안이 입을 떡 벌렸고, 공작부인은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이시론 공작도 얼이 빠진 얼굴로 날 쳐다봤다.
나는 흥, 고개를 치켜들고 말했다.
“그럼.”
그리고 알렉시스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그 집을 나섰다.
* * *
에릴로트와 알렉시스가 나가고도 방안은 고요했다.
공작부인과 차남 세리안은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이시론 공작의 장남, 아델리크는 마른침을 삼켰다.
‘허풍이겠지?’
어린애가 호승심에 되는대로 지껄인 얘기일 것이다.
아무렴.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누구던가?
최강, 최흉의 몬스터라는 용을 소유한 아이였다.
무력으로만 따지면 저 아이 하나로 국가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그 아스트라 공작의 애정을 독차지하는 손녀.
부친은 친황제파의 수장이 되었으며 이전엔 전신이라 불리던 데이몬드 아스트라.
본인은 이제 원화군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서군의 원화였다.
‘지금까지 아스트라 제 2백작저에 얼마나 많은 중매쟁이가 드나들었는데!’
귀부인들은 둘만 모였다 하면,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혼약자가 누가 될까’를 떠들었다.
저 애를 두고 은근히 기 싸움을 하는 가문은 셀 수 없이 많다.
데이몬드 아스트라가 눈을 부릅뜨고 잘라내지 않았더라면, 저 애는 청혼장에 파묻혀 있을 터였다.
공작가에, 후작가, 타국까지 저 애 또래의 아들을 둔 부모라면 노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심지어는 황궁에서도 살바토레 황자의 짝으로 저 애를 점찍어 두었다는 소문도 있는데……!
‘사생아 따위와 약혼한다는 게 말이나 되냔 말이야.’
아니다.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델리크의 낯빛은 새파랬다.
‘혹시라도 저 사생아가 정말로 에릴로트 아스트라와 혼약한다면…….’
후계 구도가 단숨에 뒤집힐 것이다.
가신들은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남편’을 쌍수 들고 환영하겠지.
아스트라에서 사위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자신까지 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 아버지, 합의된 이야기는 아니겠죠?”
“…….”
“아스트라에서 언질을 받은 일이 있습니까?”
“…….”
“아스트라에서 저 애를 이시론에 내준다고 합니까? 예?! 말씀 좀……!”
“입 닫지 못하겠느냐.”
“아, 아버지.”
“네 놈이 도저히 쓸만한 녀석이 아니란 것은 내 일찌감치 알아보았으나, 이만큼 멍청하고 무도할 줄은 예상치 못했구나.”
“그, 그건……!”
아델리크가 당황해서 다급히 말을 이었다.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다 설명할 테니─”
“또 그놈의 술을 처마셨던 게지.”
“……!”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니 취했단 핑계로 아이를 두들겨 팬 것이다. 아니냐?”
“피, 핑계가 아니라…… 그,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터라 실수를…….”
“실수라. 우습구나, 아델리크.”
“예?”
아델리크가 흠칫, 이시론 공작을 쳐다봤다.
공작은 살벌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취한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인지하고 있는 주제에 또 그만큼이나 술을 처먹은 것이 어찌 실수란 말이냐.”
“이,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트레스의 완화 수단을 찾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술이었고, 그래서─”
“짐승과 인간의 차이가 무엇이냐!”
“……예?”
“본능을 제어할 수 있기에 인간이 짐승보다 나은 존재인 것이다!”
“…….”
“한데 너는 스스로 짐승과 같은 수준이라 인정하는구나. 더는 인간으로 여길 필요가 없겠다.”
“무, 무슨…….”
“세리안, 저 짐승의 짐을 정리해라.”
아델리크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가 서둘러 제 부친을 붙들었다.
“아,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제 죄가 큽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뭣들 해! 당장 이 짐승을 내 저택에서 쫓아내라!”
이시론 공작의 명에 고용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델리크는 끌려나가면서도 꽥꽥 고함을 내질렀다.
“어, 어머니! 아버지를 말려주십시오, 어머니!”
차남 세리안이 부친의 눈치를 보고, 고용인들을 쫓아갔다.
문밖에서 세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큰 벌을 자초하시려는 게 아니라면 그 입 좀 다무십시오, 형님.”
“아버지, 아버지─!”
“환장하겠군.”
공작부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공작을 쳐다봤다.
“가주, 아델리크를 정말로 쫓아내실 겁니까.”
“장원에도 출입하지 못하게 하시오.”
“전 공작부인이 낳았을지라도 수십 년을 내 아이로 여기고 키웠습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아델리크의 잠자리 정도는 마련하게 해주십시오.”
“불가하오.”
공작부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번엔 아델리크가 살 구멍이 없겠구나.’
자식일지라도 한 번 등을 돌리면 매정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부모, 형제, 연인, 자식, 그 누구에게도 녹아본 적이 없는 기계 같은 사내.
‘그런 사람이라 정치적 파트너로 선택했지만.’
이렇게 인간미가 없을 땐 수십 년 파트너라 할지라도 오싹하다.
공작부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데 가주, 이제 겨우 찾은 황자를 아스트라에 빼앗기게 되었으니 이제 어찌합니까.”
“…….”
“저들이 나서면 우리는 끼어들 틈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
“빨리 수습을 해주십시오. 그래야 앞으로 어찌할지 저도 결정을─”
“수습?”
“그럼 안 하실 작정이셨습니까? 이대로 황가의 진짜 장남을 아스트라에 빼앗기게 되면 어찌하시려고요.”
“왜 빼앗긴다고 생각하시오.”
“네?”
“우리가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손녀 며느리로 들일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지.”
이시론 공작이 히죽 웃었다.
그 얄미운 크로노스 아스트라가 가장 총애하는 손녀가 이시론의 손녀 며느리가 되는 것이다.
쿡, 쿡쿡, 쿡.
이시론 공작이 음험하게 웃자, 공작부인이 허……, 하고 실소를 흘렸다.
이시론 공작의 파트너로서 수십 년 음지의 정쟁을 거듭해온 촉이 말하고 있었다.
‘전쟁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는구나.’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두고서.
하지만 그 공작부인은 몰랐다.
이시론과 아스트라만의 전쟁이 아니란 것은.
* * *
아스트라 저.
식사 중이던 발자크가 귀를 후볐다.
“최근에 귀를 안 파서 그런가. 헛소리가 들리네.”
나는 침착하게 말해주었다.
“알렉시스와 약혼하겠다는 말이라면, 제대로 들은 게 맞아.”
“…….”
“…….”
“…….”
세 오라버니가 슥, 내 손을 쳐다봤다.
정확히 말하면, 알렉시스의 손목을 잡고 있는 내 오른손을.
발자크는 눈을 끔뻑였다.
그러곤 끼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요슈아는 여전히 알렉시스의 손목을 잡고 있는 내 손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어디 가?”
“응, 해머 가지러.”
리시먼드는 내 손과 알렉시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곤 말했다.
“그 옆에 있는 내 검도 가져와라.”
발자크가 혼이 빠진 사람처럼 터벅터벅 걷기 시작해서, 난 조용히 말했다.
“앉아, 발자크.”
“…….”
“앉아.”
찰캉─!
그때까지 고장 난 것처럼 굳어있던 아빠의 손에서 포크가 떨어졌다.
“뭘…… 어쩌겠다고?”
“약혼이요.”
“……누구랑?”
“알렉시스랑요.”
“……왜?”
“이제 저도 약혼할 때가 되었지요.”
“……어째서?”
“나이가 들었으니까요. 귀족들은 원래 태어나기도 전에 혼맥을 맺잖아요?”
“……왜?”
“‘왜’는 두 번째예요, 아빠.”
“……어째서?”
“…….”
끼익,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아빠가 알렉시스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기 무섭게 새파래진 아빠의 부관인 엔조가 꽥 소리쳤다.
“주군을 막아! 이시론 공자가 죽는다─!!”
식당에 있던 경비병들이고, 밖에서 대기 중이던 군사들이고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엔조가 죽기 살기로 아빠를 붙들었다.
“놔!”
“주, 주군, 이시론 공작의 아들이 저택에서 죽어 나가면 전쟁입니다! 국지전이 벌어진단 말입니다!”
병사들이 아빠를 겨우 붙잡아 두고 있을 때, 발자크가 튀어나왔다.
이번엔 미켈란이 흠칫해서 고용인들에게 말했다.
“도련님을!”
“도, 도련님!”
“으으윽, 도련님!”
“놔! 죽여버리겠어!”
아수라장이었다.
한쪽에선 죽인다고 난리고, 또 한쪽에선 살해하겠다고 난리였다.
소란의 한가운데에 있던 나는 조용히 말했다.
“때리면 미워.”
“뭐?”
“뭐, 뭐라고?”
아빠와 발자크가 흠칫, 나를 쳐다봤다.
“미워.”
“……!”
“……!!”
가족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발자크가 마치 정부에게 소리 좀 쳤다고 아내에게 고성을 내지르는 남편을 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네가 어떻게……! 난 그냥 좀 불구로 만들려던 것뿐이야!”
그게 문제라고, 그게.
“손가락 하나라도 대지 마.”
“그럼 발로 차는 건 돼?”
“되겠어? 아빠랑 오라버니들이 알렉시스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나 확─!”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가족들을 쳐다봤다.
“확 알렉시스랑 손만 잡고 잔다!”
“그, 그런……!”
발자크가 충격받은 얼굴로 비틀거렸다.
아빠는 다시 한번 고장이 났다.
“왜?”
“…….”
난 슥, 고개를 돌리고 잔뜩 굳어져 있는 요슈아와 리시먼드에게 말했다.
“암살자도 안 돼. 나 모르게 괴롭히면 약혼이 아니라 결혼까지 할 거야.”
“……미성년자 결혼은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해.”
“어딘가 있을 외갓집을 찾아 다녀볼까?”
“…….”
이쯤 했으면 알렉시스를 건드리지 못하겠지.
한다면 하는 내 성격을 아니, 절대로 쉽게 움직일 수 없을 거다.
나는 알렉시스에게 말했다.
“이제 올라가자.”
“……그래.”
발자크가 “그으래?! 이제 반말까지 해!?” 하며 소리쳤지만, 내가 노려보자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나는 가족들을 정리하고 식당을 나왔다.
눈치를 보고 있던 한지혁이 후다닥 나를 따라왔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방금 들었잖아. 약혼한다니까.”
한지혁이 이마를 잡았다.
“미치겠네.”
“알렉시스의 방을 마련해줘. 내 옆방이 좋겠어.”
“……그걸 내가 하라고?”
“그럼 누가 해?”
“내가 방을 마련했다는 게 네 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난 바로 사망이라고…….”
“으이구!”
나는 살려달라고 싹싹 비는 한지혁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곧 한숨을 내쉬었다.
‘불똥이 튀면 좀 불쌍하긴 하니까.’
결국 직접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난 한지혁은 1층에 두고, 알렉시스를 내 옆방으로 데려갔다.
문을 열자 서류 더미와 마도구가 잔뜩 쌓여 있었다.
“내 창고로 쓰던 곳이긴 한데, 정리하면 쓸만해질 거야. 종이가 상하지 말라고 커튼을 쳐놔서 좀 어두운데, 채광도 나쁘지 않고…….”
설명하고 있으니 뺨에 짙은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서류를 구석에 휙, 휙, 내던지다가 그를 슬쩍 쳐다봤다.
알렉시스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정말로 약혼할 셈이야?”
“당연하지.”
그러니까 가족들에게 약혼 선언을 한 게 아닌가.
“왜.”
“너도 고장 났어?”
“네가 왜 나와 약혼을 하느냔 말이야.”
그야 이제 이시론을 믿을 수 없으니까.
저택에서 장남이 아이를 때리는데, 어떻게 그곳으로 돌려보내겠어?
이 바보는 또 장남이 손을 올려도 그냥 맞아줄 텐데.
‘이미 인명록에 이름이 올라갔으니 다시 데려올 수도 없어.’
하지만 약혼을 하면 아스트라 백작저에서 사위를 교육시킨다는 명목하에 내 곁에 둘 수 있다.
그런데 알렉시스의 표정이 미묘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너한테 나쁠 것 없는 일이야.”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으며 설명해줬다.
첫째, 아스트라를 방패막이로 쓸 수 있다.
둘째, 내가 혼약자가 되면 이시론에도 알렉시스의 파벌이 생길 것. 그렇게 되면 이시론도 장악할 수 있다.
셋째, 이시론과 아스트라를 등에 업으면 중앙탑에 진출하기 쉬워진다.
“넷째, 그러면 황비가 네 정체를 알아도 손댈 수 없다. 또…….”
“그런 게 아니라.”
“아니면?”
“네가 가지는 이점은 뭔데.”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뭐, 나도 여러 가지 있지. 미래의 황제 폐하에게 은혜를 입혀두는 건데.”
“그리고.”
“또 네가 이시론의 약점이기도 하니까, 내가 네 외할아버지를 제어할 수 있잖아?”
“……너도 나만큼 이득이 있다는 거네.”
“그렇지.”
윈윈이 이런 거지.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거.
나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다고 내가 막 계산만 해서 그런 건 아니다, 너? 다 우정이야, 우정.”
“우정?”
“그래, 우정. 네가 황제가 되기 전에 나는 물러나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
“좋은 사람 있으면 황후로 팍팍 밀어줄게. 그것도 엄청난 이득인 거다? 우리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애랑 결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
“다 너한테 좋은 일이니까, 그냥 잠깐 나랑 약혼—”
“웃기고 있네.”
알렉시스의 입매가 비틀렸다.
‘응?’
그가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얘가 이렇게 키가 컸었나.’
그러고 보니까 알렉시스가 나랑 네 살 차이지.
그럼 올해로 열다섯이다.
한창 성장할 나이지.
‘그래도 너무 컸는데, 175센티는 거뜬히 될 것 같…….’
알렉시스가 내게 바짝 다가왔다.
“에릴로트, 넌 눈치가 빠르지.”
“어? 어, 그렇…… 지.”
“맞혀봐.”
“……뭘?”
알렉시스의 손이 내 머리카락 끝에 닿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엉켜있던 머리카락을 가볍게 풀어낸 그가 짓씹듯 말했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뭐?
내 눈을 잠깐 지그시 응시했던 그가 몸을 돌렸다.
나는 알렉시스가 방을 나서기 전에 다급히 물었다.
“왜 화가 났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데! 알렉시스! 야!”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
* * *
쿵.
방문이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닫혔다.
문틈 사이로 “알렉시스! 야!” 하는 에릴로트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그는 다시 문을 열지 않았다.
‘누가 바보란 거야.’
진짜 바보가 누군데.
코너를 돌아가려는데, 누군가 그 앞을 막아섰다.
발자크 아스트라였다.
그의 옆으로 요슈아 아스트라가 벽에 기대 있었다.
요슈아 아스트라가 말했다.
“에릴로트가 공자와 약혼하려는 건, 공자가 불쌍하기 때문입니다.”
“…….”
“안 그렇게 보여도 마음이 약한 편이라. 그래서 사랑스럽지만, 그렇기에 걱정이 되죠. 뭐든 혼자서 끌어안는 애라.”
“…….”
알렉시스가 대답하지 않자, 발자크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말로 할 때, 약혼을 거절하는 게 좋을 거야.”
“…….”
“난 아스트라에서 너 같은 놈을 수도 없이 봤어.”
“어떤 놈이기에.”
“배곯은 개새끼 같은 눈. 그런 놈들은 결코 가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해.”
발자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알렉시스에게 경고했다.
“그러니까 알아서 떨어져.”
알렉시스는 실소를 흘렸다.
“돌겠네.”
“뭐?”
눈살을 찌푸린 쌍둥이를 보고 알렉시스는 목덜미를 주물렀다.
“여기 사람들은 하나같이 점쟁이나 된 것처럼 사람을 판단한단 말이야.”
“너……!”
“나도 모르는 나를 어떻게 그리 잘 아는지.”
울컥한 발자크가 확, 손을 뻗었다.
알렉시스는 손을 가볍게 피하곤, 도리어 발자크의 팔을 잡아챘다.
“배곯은 개새끼가 눈앞의 먹이를 놓치는 것을 봤어?”
“너, 이 새끼……!”
에릴로트는 눈치가 빠르다.
주변 사람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고, 그 애 자신조차 스스로를 잘 알았다.
그런 그 애가 알렉시스의 감정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인지하고 싶지 않은 거다.’
부모형제에게도 말 못 하는 것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
같은 아픔을 공유한 동지.
서로 진심을 다하는 벗.
딱 그 정도의 관계가 너무나 만족스럽기에, 자신이 규정한 관계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너는 그 모든 감정이 우정이었겠지.
그러나 나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다른 감정으로 널 보고 있었다.
“네가 황제가 되기 전에 나는 물러나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물러나게 둘 것 같아?
웃기고 있네.
스스로 내 손에 떨어져 주었으니, 결코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