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05)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05화.(205/390)
205화.
지난번, 우리 저택에 왔었던 오라버니들의 모임 멤버들이다.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나는 음, 신음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아, 맞다.’
아쳐 클럽의 회장인 ‘위엘 랑그로’.
제르모 공작의 아들, ‘카시안 제르모’.
황궁 마도 연구회의 최연소 입성자인 ‘테드 마딜로’.
그들이었다.
그때, 아쳐 클럽의 회장인 위엘 랑그로가 “아!” 하며 내게 다가왔다.
“오, 여기서 보네.”
그러자 테드 마딜로가 안경테를 올리며 말했다.
“서군 원화이자, 아스트라 공작님의 손녀시니까요. 물론, 데이몬드 아스트라 백작님의 따님이란 점도 굉장하시지만.”
제르모 공자는 고개를 까딱했다.
위엘 랑그로가 씩, 웃으며 말했다.
“반갑다는 뜻이야.”
“반갑습니다, 공자님.”
말하자,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정말이야?”
“그럼요.”
“흐음, 거짓말인 것 같은데?”
“네?”
“그렇잖아. 나를 반가워할 사람이 그렇게 피하려고 애썼을까.”
“피해요……?”
내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묻자,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서군 입단 요청도 물렸잖아?”
“네?”
“뭐야, 몰랐어? 종년 축제 전에 원화군의 지원병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위엘이 눈을 끔뻑이고, 테드 마딜로와 카시안 제르모를 쳐다봤다.
“테드, 너도 그렇잖아?”
“예. 신성 기사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하였습니다.”
뭐라고?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서군 군사들이 내게 정보를 차단해왔나?’
그렇다면 이외의 다른 정보도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서둘러 알아봐야…….
“이상하네. 발자크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했는데!”
발자크라는 말을 듣고 나는 멈칫했다.
테드 마딜로를 쳐다봤다.
“혹시 마딜로 공자님께서도 오라버니께……?”
“요슈아 님께 말씀을 전했지요.”
“…….”
내게 정보를 차단했던 건 서군 군사가 아니라, 오라버니들이었군.
내가 침묵하자, 두 사람이 “영애?” 하고 물었다.
“네, 생각해보니 들었던 것도 같네요. 작년 종년 축제에선 지원병을 받지 않기로 원화들끼리 합의하여서 두 분 말씀을 잊고 있었나 봐요.”
“그렇군요.”
“아아. 그럼…….”
위엘이 나를 보고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피한 건 아니라는 거지?”
“네. 오라버니의 지기분들이라면 제게도 소중한 인연이랍니다.”
“그렇다면 말이야. 괜찮으면 나랑─”
그때였다.
“꺅─!”
옆에서 짜증 섞인 비명이 들려왔다.
중앙 원화 출신인 헤라가 내 목을 끌어안고 몸을 피했다.
“사내놈들은 내 시야 안에 들어오지 말라고!”
“윽, 그쪽도 있었어?”
위엘이 미간을 좁히며 말하자, 헤라가 나를 완전히 등 뒤로 감추며 대답했다.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있는 곳엔 늘 내가 있지. 비켜, 비켜!”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오늘 난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이 모인 아름다운 광경을 눈에 담고 갈 예정이었다고!”
“싫으면 그쪽이 가든가!”
“그건 그렇네. 그럼 갈까, 아기 고양이?”
“아스트라 백작 영애는 두고 가! 할 말이 있다고!”
헤라가 손을 파닥파닥해서 양 귀를 막았다가 떼었다가 하며 입꼬리를 늘어뜨렸다.
‘와…….’
황도 사교계에서 이런 행동이라니.
유혜민이었을 때로 따지면 학교에 융 드레스를 입고 등교한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익숙한 듯 인자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헤라 님이시군요.”
“오늘은 점잖으시기도 하지. 역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의젓해지는 모양이에요.”
“응, 레비쟈 영애시니까.”
위엘 랑그로가 소리쳤다.
“저 미친 자……!”
헤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깔깔 웃으며 날 데려갔다.
그러자 세바스티아 언니가 따라왔다.
“에릴로트를 데리고 어디 가세요, 언니?”
“그야 휴게실이지. 설마 화장실을 같이 가진 않을 것 아니니.”
헤라는 소년들 앞에서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었다.
세바스티아 언니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뿌리 중이에요. 이런 축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 없다고요.”
“글쎄. 오늘 축복은 받아봐야 의미가 없을 듯한데.”
헤라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도리어 역겹기나 하지.”
“네?”
“응? 별 뜻 아냐.”
헤라가 후후 웃고 세바스티아 언니의 뺨을 다정하게 매만졌다.
“우리 고양이도 휴게실에 가지 않을래? 휴게실엔 맛있는 다쿠아즈가 있단다.”
“전 여기에 있을래요.”
“네 뜻이 그렇다면. 아기 고양이, 너도 정 여기에 있고 싶니?”
헤라와 세바스티아 언니가 날 쳐다봤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헤라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휴게실에 가겠어요.”
“좋은 생각이야~.”
세바스티아 언니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물러났다.
헤라와 나는 회장을 벗어나서, 복도를 걸었다.
얼마쯤 걸어서 휴게실로 들어갔는데, 헤라는 내가 들어가자마자 문을 내던지듯 닫았다.
그리고 기분 나쁘다는 듯 온몸을 떨었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저 기운이 느껴지잖아. 으, 역겨워.”
“저…….”
“응? 그래, 우리 아기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운을 뗄까?”
나는 헤라에게 물었다.
“축복은 가호를 강화시켜주는 굉장한 힘이 아닌가요? 왜 그렇게 역겨워하세요?”
“나도 진짜 축복은 좋아해. 그건 진짜 기분이 좋거든.”
헤라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는 듯 양뺨을 감쌌다.
“돌아가신 할머님께서 다정하게 쓰다듬어주실 때의 느낌이랄까. 고양이의 보드라운 배냇털에 감싸인 것도 같고.”
“진짜 축복이요? 그럼 저건 가짜 축복이란 말이에요?”
“그건 말해줄 수 없는데…….”
헤라가 검지로 턱을 받치며 으음, 신음했다.
그러다 어깨를 으쓱하고서 날 쳐다봤다.
“하지만 아기 고양이는 아주 귀여우니까 힌트 정도는 줄게. 아주 특별히 말이야.”
“……?”
“진짜 축복은 저런 것과 비교할 수 없어. ‘진짜’의 흐름이 강력하면 그 어떤 병이라도 고칠 수 있을 정도란다.”
“…….”
“사실 가짜 축복은 받지 않아야…… 아냐, 거기까진 아무리 귀여운 아기 고양이라도 말할 수 없어.”
에둘러 말하지만, 논점은 하나다.
‘저 축복이 가짜라는 것.’
어떻게 가짜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지?
‘난 축복을 받는 게 오늘이 처음이라 알 수가 없네.’
헤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내 등 뒤를 가리켰다.
“다쿠아즈 어때? 아주 맛있단다.”
소파 테이블에 있는 접시에 알록달록한 다쿠아즈가 담겨있었다.
“……좋아해요.”
“좋아~! 우리가 다 먹어 치워 보자고!”
헤라가 내 어깨를 잡고 도도도도, 소파 쪽으로 다가갔다.
* * *
헤라는 사환에게 시켜 가져온 차를 따르며 옆을 힐끔 쳐다봤다.
에릴로트가 다쿠아즈를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양 뺨이 다람쥐처럼 불룩해져서 통실통실 흔들린다.
‘귀─여─워─!’
헤라가 앓는 듯한 한숨을 흘렸다.
“……?”
에릴로트가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자, 헤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더 먹으렴. 부족하면 더 가져오라고 할 테니까.”
우후후 웃고, 에릴로트의 입가를 털어주었다.
모든 소녀는 하나같이 귀엽지만, 이 애는 특별하다.
탐스럽게 물결치는 아름다운 금발.
순도 높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손가락 마디 하나, 속눈썹 한 올까지 모두 장인이 공들여 만든 듯 아름다웠다.
‘십 년쯤 보고만 있어도 안 질리겠어.’
헤라가 몽롱한 얼굴로 에릴로트를 바라보던 찰나.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사환이 말을 전하러 온 모양이었다.
“비페리 영애께서 서군 원화를 찾으십니다.”
에릴로트가 얼른 몸을 일으켰다.
“이제 귀가할 시간인 모양이에요.”
“그래? 아쉽구나.”
“다음에 또 뵈어요.”
“정말? 정말이지?”
“그럼요.”
고개 숙여 인사한 에릴로트가 얼른 휴게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고, 혼자가 된 헤라는 양팔을 끌어안으며 신음했다.
“귀여워. 너무 귀─여─워!”
그때였다.
[수후르마시.]공기가 미묘하게 움직이더니, 어딘가에서 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알아.”
[임무를…… 속행하라.]“알겠다고. 그러니까 제발 말 걸지 말아주겠어? 사내놈의 목소리는 기분이 나쁘단 말이야.”
그러자 또 다른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사내놈인 주제에.]헤라의 눈이 싸늘해졌다.
“내 앞에서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마시타브바의 첫 번째.”
곧 헤라의 발밑에서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전신이 감싸이고 얼마쯤 뒤. 연기가 바람을 타고 사라졌다.
그 안에 나타난 것은, 가죽 바지를 입은 장발의 사내였다.
[언제봐도 네 ‘숙녀의 모습’은 역겨워.]“시간이 많네. 묻지도 않은 남의 모습을 평가할 시간까지 있는 걸 보면. 아, 이전 임무에 실패해서 다른 임무에선 제외되어서 그런가.”
목소리마저 완벽한 사내의 목소리였다.
[너……!] [그만!!]처음 들렸던 탁한 목소리가 소리쳤다.
[의미 없는 싸움은 그만하고, 눈앞에 둔 진짜 전투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네, 네. 안답니다.”
[들어라, 수후르마시. ‘메시아의 창조자’께서 내리신 명이다.]헤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쿠말님의 명이라도 말이야. 난 좀 찝찝하다고. 그 자가 정말 메시아의 창조자가 맞는 거야?”
[쿠말 님께선 우리의 메시아를 대리하신다. 그 분의 말씀이 곧 메시아의 말씀. 괜한 의심은 삼가야 할 것이다.]“우리의 소중한 메시아의 일이니까 그런 것 아냐.”
헤라가 투덜거렸다.
“그 메시아가 정말 그 자의 딸이 아니라면 목숨 걸고 헛고생이나 하는 거라고.”
[…….]“아아, 대체 우리의 메시아께선 언제 이 땅에 도착하시냔 말이야.”
“이렇게 된 거 확, 저 아기 고양이를 메시아로 만들면 어떨까?”
[수후르마시!]헤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의 메시아께서 아스트라의 피를 이어 태어날 것이란 계시는 확실하지.]“뭐…….”
헤라의 표정이 달라졌다.
아스트라의 3세들을 모두 살폈으나, 메시아는 찾지 못했다.
‘결국 메시아는 그 자의 딸인 것인가.’
그 자는 말했다.
자신의 딸이 메시아이고, 메시아의 모태가 소중한 아이를 데리고 사라졌노라고.
그가 12성에게 보여준 가호의 흔적은 분명 메시아의 수호성, ‘세일론’의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난 수상하단 말이지.’
쿠말 님이 그 자와 손잡은 것이 영 이해가 안 가는 일은 아니었다.
‘메시아를 찾을 다른 단서가 없으니 그 자라도 믿는 수밖에.’
팔짱을 낀 헤라가 쯧, 혀를 찼다.
탁한 목소리는 말했다.
[상인들로 둔갑시킨 우리의 정보부를 각 지방에 파견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와야 할 것이다.]“……우리의 메시아를 찾기 위해서.”
헤라와 목소리들이 동시에 낮게 읊조렸다.
[모든 것은 메시아를 위하여.] [메시아를 위하여.]“메시아를 위하여.”
헤라의 눈이 차게 가라앉았다.
* * *
회장으로 돌아간 나는 얼른 세바스티아 언니를 잡고 말했다.
“가호, 어때요?”
“응?”
“가호요. 강해졌어요? 응?”
“축복을 받았으니 그렇지 않을까. 보자…….”
세바스티아 언니가 오른손을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응, 확실히 강해졌어.”
“그렇군요…….”
“왜? 축복이 궁금해?”
“네.”
“그럼 축복을 받지 그랬어.”
“레비쟈 영애가 진심으로 기분 나빠하는 얼굴이라서요. 뭔가 있을 것 같았어요.”
세바스티아 언니는 음, 신음했다.
“저 사람의 감이 무섭게 빠르긴 하지.”
“그래요?”
“응, 태풍이 오기 일주일 전부터 알아차리거든. 기상관들도 못하는 일인데 말이야.”
역시 뭔가 이상하다.
진짜 축복과 가짜 축복.
가짜 축복은 받아선 안되는 것.
‘뭔가 몸에 문제가 생기는 건가?’
가호는 확실히 강해졌다고 했는데.
‘진짜 축복이 그렇게나 위력적인가. 그렇다면 내가 진짜 축복의 땅을 손에 넣는다면…….’
지금도 최강인 아빠의 가호를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 가호도.
‘2단계도 그렇게나 강력했어. 3단계, 4단계까지 간다면…….’
내가 생각에 잠긴 동안, 세바스티아 언니가 말했다.
“그나저나 여기서 해야 한다던 일은?”
“네?”
“네 아버지의 아카데미 동기를 찾는다며?”
“아, 맞아요.”
아빠와 같은 클래스였던 이들은 이름난 사람이 많다.
엄청난 권력가이기도 했고.
하지만 두 명을 통 찾을 수가 없었다.
“카인로드 님을 찾는다고 했지. 그럼 끈을 맺을 수 있는 사람이 여기 있잖아?”
세바스티아 언니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있다고요?”
“응, 테드 마딜로 말야.”
“테드 마딜로……?”
“아아, 넌 모를 거야. 이건 우리 가문의 정보부가 어렵게 손에 넣은 정보니까.”
세바스티아 언니가 나를 잡고 테드 마딜로를 가리켰다.
“카인로드 님이 저 마딜로 후작가의 사생아야.”
“네……?”
“그리고 음지에서 최강의 마법사로 불리지.”
“최강의 마법사라면…….”
나는 깜짝 놀라서 세바스티아 언니를 쳐다봤다.
“황야의 마법사. 그의 진명이 바로 카인로드야.”
나는 흠칫, 테드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까 최연소 황궁 마도 연구회의 회원이었지.
그가 만약 제 삼촌의 도움을 받았다면…….
나는 그 단어를 떠올렸다.
‘노다지.’
노다지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