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06)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06화.(206/390)
206화.
내 첫 번째 삶에서 황야의 마법사를 부르는 말은 많았다.
영주가 없는 황야의 지배자.
마탑의 이단아.
미치광이 실험자.
그리고…….
‘달리아를 돈방석에 앉혀준 남자!’
그는 미래에 달리아의 사람이 되어, 달리아의 명에 따라 무수히 많은 것들을 개발했다.
대부분의 귀족이 그를 얻고 싶어 했다.
하지만 달리아와의 인연이 너무 견고해서 절대로 등을 돌리지 않았었는데…….
‘아빠의 아카데미 동기라면 내가 먼저 찾아서 인연을 맺을 수도 있잖아?’
나는 눈을 번쩍번쩍 빛내며 테드 마딜로를 쳐다봤다.
그러며 세바스티아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는 먼저 돌아가세요. 저는 아직 볼 일이 남았어요.”
“어? 으응, 그래…….”
언니는 노골적으로 음흉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고 눈을 끔뻑였다.
* * *
테드는 힐끗 주변을 둘러봤다.
그가 어울리는 소년들 곁으로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그것도 모두 엄청난 가문의 레이디들로.
“랑그로 공자님, 클럽의 사냥은 언제 가시나요? 꼭 응원할 기회를 주세요.”
“제, 제르모 공자님. 오, 오, 오랜만이에요.”
“꺄, 록시님~!”
소년들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사냥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어. 으, 귀찮으니까 저리 가라.”
“그쪽은 누구더라.”
“하하, 정말 오랜만이네. 이렇게 보니 더 반가워, 종달새들.”
하나같이 키도 크고, 얼굴도 번드르르하다.
거기다 소녀들이 동경하는 공격계의 가호까지.
함께 어울리는 데도 온통 저 기만자들에게만 소녀들이 몰려 있었다.
다른 소년들은 음울한 얼굴로 저희들끼리 수군거렸다.
“여자들은 저런 놈들이 뭐가 좋다고.”
“남자는 덩치가 있어야지. 덩치가.”
투덜거리지만, 말투에 부러움이 묻어나 있었다.
평범한 외모의 소년들이 테드에게 말했다.
“마딜로 공자도 저들과 돈독한 사이잖아?”
“예, 뭐…….”
“한데 공자의 곁에도 파리만 날리는군.”
“…….”
“공자도 썩 나쁜 얼굴은 아닌데 말이야.”
“…….”
처음 사교계에 나왔을 땐 인기가 좋았다.
테드의 그럴듯한 외모를 치켜세우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그런데…….
“안녕하세요, 마딜로 공자님!”
“아, 아, 아, 안녕, 하, 하십, 딸꾹!”
어릴 때부터 남자들과만 어울렸고, 집안에 여성이라곤 어머니가 하나.
소녀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어딜 가든 말만 더듬고 다녔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말 더듬는 마딜로’.
소녀들이 익숙해진 후론…….
“공자님, 오랜만에 뵈어요.”
“예! 석 달하고도 나흘만이군요.”
“네? 아…… 네에……. 아! 오늘 입은 옷이 아주 근사해요.”
“베잘록 원단으로 만든 옷입니다. 이 천은 누에 몬스터의 실로 만든 건데, 착용자의 몸에 맞도록 수축하는 성질이 있어서…… 누에는 뽕잎을 먹는다고 하지만 사실…… 또, 몬스터학이라는 건…….”
“…….”
기억력이 좋고, 지성이 있을 뿐인데 소녀들은 수군거렸다.
“마딜로 공자님 말이에요. 외모는 잘생겼는데…… 뭐랄까, 밥맛 없어요.”
—라고…….
그렇게 자신의 별명은 ‘얼굴만 쓸만한 땡감’이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통신석은 열심히 울리고 있었다.
테드는 인상을 찌푸리고서 복도로 나왔다.
통신을 연결하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설마 또 파티에서 도망친 건 아니겠지, 테데리올스 미카엘 마딜로!]“파티장입니다, 어머니…….”
[오늘에야말로 꼭 좋은 짝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어머니는 열심히 투덜거리셨다.
가뜩이나 기울어가는 가문이 샤토브리앙 공작이라는 엄청난 후원자까지 잃었다.
이대로라면 1구역에서 쫓겨나게 될지도 모른다.
남들은 알아서 연애도 하고, 번드르르한 며느릿감도 얻어온다는데 너는 어찌 된 애가!
엄마 친구 아들은 벌써 황궁에서 한자리한다는데……!
테드는 퀭한 얼굴로 통신석을 바라봤다.
‘저라고 안 하고 싶어서 안 할까요, 어머니…….’
지나가며 통신하는 소리를 들은 소년들이 킬킬거렸다.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곱슬머리 소년은 테드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공자도 우리 과구만.”
우울해진다.
테드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있을 때였다.
“저어, 공자님.”
어딘가에서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테드에게 바글바글 몰려 있던 소년들이 흠칫, 옆을 돌아봤다.
“와…….”
“굉장한데…….”
그들은 하나같이 몽롱한 표정이 되었다.
가녀린 어깨선을 따라 일렁이는 블론드.
희고 투명한 피부.
사람이 어떻게 저런 곡선을 자아낼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되는 얼굴형.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망울.
작고 오뚝한 코와 단정한 선으로 떨어지는 도톰한 입술.
말 그대로 ‘그린 듯한 미모’의 소녀였다.
테드는 소년들을 둘러보며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처음 보았을 땐 진짜 천사인 줄 알았다고.’
행사에서의 모습을 영상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흡사 박력까지 느껴지는 외모였던 것이다.
저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얼굴은…….
테드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있던 주근깨의 소년이 허둥지둥 말했다.
“저, 저요?”
“아…….”
에릴로트가 말꼬리를 늘이자, 다른 소년들이 허둥지둥 말했다.
“나, 나인 것 같은데……!”
“저를 부르셨습니까……?”
“아니, 서군 원화가 공자를 왜 부릅니까? 가문으로 보나 영향력으로 보나 저를……!”
소년들이 투닥거리고 있을 때, 복도로 또 한 무리의 소년들이 나섰다.
“어? 에릴로트!”
“조심해. 함부로 이름을 불러선 안 되지, 위엘.”
“너나 조심해라, 록스테. 눈이나 느끼하게 뜨지 말고. 그러다 발자크에게 죽는 수가 있어.”
소녀들을 이끌고 나타난, 황도 소년들의 기만자들.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녀석들이었다.
그중 단연 최고의 인기는 위엘 랑그로와 카시안 제르모였다.
그들이 에릴로트에게 다가갔다.
“여기 있었네. 찾았는데.”
“아버님의 전언이다. 한 번 저택에 초청하고 싶—”
에릴로트는 아무렇지 않게 테드에게 다가왔다.
“마딜로 공자님을 찾고 있었어요.”
“저, 저를요?”
“네.”
에릴로트가 생긋 웃었다.
테드 주변의 소년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를 쳐다봤다.
“서군 원화가 마딜로 공자를 왜?!”
위엘도 아니고, 카시안도 아니고, 이 얼굴만 그럴듯한 땡감을?!
에릴로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시간을 내줄 수 있으신지요?”
“시간…… 아, 예! 물론!”
에릴로트가 “와!” 하며 손뼉을 짝, 쳤다.
소년들은 심장을 손뼉으로 맞은 듯 가슴께를 쥐었다.
“그럼 가실까요, 공자님?”
“예? 아…… 예!”
테드가 어정쩡한 자세로 에릴로트를 쫓아갔다.
등 뒤에서 소년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테드 마딜로야! 제르모 공자나, 랑그로 공자면 이해라도 한다고!”
“빌어먹을—!”
카시안과 위엘도 눈을 크게 뜨고 테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테드는 눈을 끔뻑이며 생각했다.
‘기분…… 좋은데?’
어쩐지 어깨가 으쓱거린다.
* * *
나는 파앙테 영애에게 빈방을 빌려서, 테드를 데려갔다.
파앙테 영애는 섬세한 사람이라, 사환을 시켜서 차까지 내주었다.
테드와 나는 차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았다.
테드가 헛기침을 했다.
“무슨…… 일로……?”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예! 말씀하십시오!”
“제 아버님과 공자님의 숙부님께서 아카데미 동기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
조금 전만 해도 호의가 넘쳤던 테드가 흠칫했다.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
“제게도 여러 가지 끈이 있답니다. 가문의 이야기를 함부로 들은 점은 사과드릴게요.”
“아스트라의 정보력이 대단하단 것은 알고 있었지만, 숙부님의 이야기까지 아실 줄은 몰랐습니다.”
테드가 머쓱한 듯 말을 이었다.
“15세 때 가문의 인명록에서 이름이 지워져서 아카데미엔 평민 특별 전형으로 들어갔는데 말입니다.”
“인명록에서 이름이 지워져요?”
“이런저런 사고를 치셨던 모양이라…….”
“사고라면……?”
테드가 말하기를 망설였다.
평소라면 모른 척 말을 돌려주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황야의 마법사’의 정보가 필요하다.
나는 양손을 모으고 눈썹을 늘어뜨렸다.
“꼭 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공자님…….”
테드는 몽롱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귀까지 새빨개진 그가 어흠, 헛기침했다.
목을 긁적인 그가 말했다.
“그럼 조금만…….”
“감사해요, 공자님!”
테드가 새빨간 얼굴로 몇 번이나 다시 헛기침했다.
“마법에 심취해 있어서 온갖 실험을 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죠.”
“아아.”
“급기야는 황궁에서 조사를 맡긴 엄청난 성물을 조부님 몰래 실험하다가 그만…….”
테드는 음울하게 말을 이었다.
“저희 가문은 지금까지 배상금을 내고 있습니다. 제 급료도 몽땅…….”
마딜로는 대대로 황궁 수석 마법사를 배출했다.
그런데 왜 아들을 사서로 황궁에 들였나 했더니…….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했구만.’
하기야, 황궁에서 조사를 맡길 정도의 성물이라면 천문학적 단위일 것이다.
“실험의 폭발에 제 아버지와 할머님까지 말려들었습니다.”
“세상에.”
“할머님께서 생사를 오가던 와중에도 숙부님께선 실험 결과를 적고 계셨던 모양이라, 조부님께서 더는 참지 못하고…….”
아이고.
테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부님의 명으로 가문의 누구도 숙부님을 만나지 못합니다.”
“네?!”
그러면 연락할 수단이 없잖아.
내 얼굴이 확 굳어지자, 테드가 눈을 끔뻑였다.
“한데 숙부님은 어째서 물으시는지요?”
“아, 그게…….”
나는 변명을 생각하느라 눈을 도르륵 굴렸다.
“아빠, 아니, 아버님께 특별한 친구였던 모양이라 꼭 뵙고 싶어서요.”
“특별한 친구요? 그럴 리가…….”
“네?”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요.”
“저희 아버님과 공자님의 숙부님께선 같은 아카데미에, 한 클래스였고…….”
“아뇨, 숙부님께서 친구가 있을 리 없습니다.”
테드는 진지한 얼굴로 거듭 말했다.
“절대로 아닐 겁니다.”
“하지만…….”
“아뇨, 없습니다. 그런 일은 불가능해요.”
“……넹?”
내가 눈을 깜빡이니 테드가 확신하듯 말했다.
“그 미친놈— 아니, 숙부님을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
“진짜 제정신이 아닌— 아니, 평범한 사람과는 달라서……!”
“…….”
아무래도 내가 얻으려는 황야의 마법사가 성격에 큰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테드는 잔뜩 흥분해서 제 숙부가 얼마나 성격이 나쁜지를 떠들었다.
숨만 쉬어도 거슬린다고 강에 내던진다느니.
사람에게 ‘그 뇌는 쓸모가 없는 것 같으니 꺼내서 실험을 하겠다’라고 한 적도 있다느니.
책을 읽는 눈빛까지 시끄럽다고 한다느니.
‘그런데 부모님께 얘기를 들은 정도로 이렇게 질색하나?’
내가 이때껏 들어왔던 테드의 정보를 떠올렸다.
학자를 수없이 배출했기로 유명한 마딜로 후작가.
[선조의 재능을 이어받은 똑똑한 아이.국립 아카데미에 조기 입학 제안을 받음.
그런데 1구역 귀족 아이들이 다니는 국립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았음.
타국에서 교육받았고, 그 후 마법 재능을 개화시킴.]
‘그래. 어쩌면……!’
나는 눈썹을 까딱, 들어 올리며 테드를 쳐다봤다.
“마딜로 공자님은 어려서부터 영리하기로 유명하셨죠?”
“국립 아카데미에 조기 입학 제안을 받기도 했죠.”
테드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런데 왜 가지 않으셨어요?”
“아버님의 명으로 타국에서…….”
“타국, 어디요?”
“알리기오사입니다.”
“그럼 알리기오사의 아비노 왕손님도 뵈었나요?”
“아…… 뭐, 행사 때 멀리서나마…….”
나는 씩, 웃었다.
“거짓말.”
“……예?”
“알리기오사의 왕세자께서는 아비노 왕손님이 유괴당했던 일로 트라우마가 있어요. 해서 외부 행사에 아비노 왕손님을 결코 내보내지 않지요.”
“……!”
테드의 얼굴이 흠칫, 굳어졌다.
나는 속으로 종을 뎅—뎅— 울렸다.
‘테드는 알리기오사에서 유학했던 게 아니야.’
유학 핑계를 대고 제 숙부 밑에서 수련했던 거다.
제 조부 모르게.
“공자님의 숙부, 지금 어디에 계세요?”
스승이니까 연락처를 알고 있겠지.
테드가 마른침을 삼켰다.
* * *
나는 달리다시피 저택으로 돌아왔다.
계단을 급하게 올라가서 내 방으로 뛰어들자, 방을 정리 중이던 하녀들이 눈을 크게 떴다.
외투를 받으러 왔던 잔느도 무슨 일이냐는 듯 날 쳐다봤다.
“짐가방! 잔느, 짐가방 어디 있어?”
“창고에 두었습니다.”
“가져다 줘. 그리고 편한 옷이랑, 수첩, 내 사재 창고에서 돈도 좀 꺼내오고, 아! 마부에게 말해서 마차도—”
나는 쏟아내듯 말하며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최대한 평민처럼 보이는 옷…… 이 없네.’
옆에서 시중을 드는 또래의 하녀를 슬쩍 쳐다봤다.
그 애는 내가 들고 있는 드레스를 부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난 또래의 하녀에게 물었다.
“있지. 옷 바꾸지 않을래?”
“네?”
그러자 다른 하녀들까지 흠칫했다.
“네!?”
“네에에?!”
“……?”
내가 들고 있는 건, 귀족가의 고용인의 몇 년치 급료를 쏟아부어도 사기 힘든 드레스였다.
그런데 하녀의 옷과 바꾸자고 하니 황당할 만도 했다.
또래의 하녀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제, 제 옷을요?”
“응, 평상복 서너벌 정도와 바꿔줄래?”
하이디와 베티가 양쪽에서 아우성이었다.
그건 아가씨를 위해서 특별하게 제작된 옷이라느니.
왜 하필 이 옷이냐느니.
이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가 얼마나 귀여운지 아시냐느니.
“제가 지금 가서 비슷한 평상복을 사오겠어요!”
“안 돼. 평소에 자주 입은 태가 나야 한다고.”
“어째서요!”
“평민으로 보여야 하니까.”
나는 히죽 웃고 잔느를 쳐다봤다.
“알렉시스에게 연락해. 그리고 나를 하녀로 꾸며서 유로생 령으로 가는 행렬에 포함시켜 달라고 전해줘.”
테드는 말했다.
“숙부님께선 유로생 령에서 지내고 계십니다만…… 못 만나실 겁니다. 사람을 혐오하시는데, 귀족은 더 혐오하시거든요.”
그렇다면 평민으로 보이면 그만이다.
유로생 령이라면 딱이지.
유로생은 이시론 가에서 분리된 가문이라, 마침 알렉시스가 갈 일이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