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15)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14화.(215/390)
214화.
남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제가 산 물건을 나눠드리는 것이니, 예를 갖춰서 부탁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생긋 웃자, 그가 이를 악물었다.
“정당한 가격을 지불할 것이다!”
“하면 하나당 400골드로 받지요.”
한지혁이 움찔했다.
이 많은 삼색초를 싹쓸이하고 1골드를 냈는데도, 거스름돈이 양손 가득 있었기 때문이다.
한지혁은 자신이 사기꾼이었던 주제에, 날 사기꾼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가게 주인도 깜짝 놀랐고, 남자는 입을 쩍 벌렸다.
“너……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럼 안 사시면 되지 않을까요?”
내가 순진한 얼굴로 어깨를 모으자, 남자가 복장 터지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한지혁은 박수라도 치고 싶다는 얼굴로 속삭였다.
“넌 사람 열받게 하는 데엔 천재야.”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남자를 보았다.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너, 어른이 말하면 ‘네’ 대답할 것이지 어디서 말대꾸를 하는 것이냐!”
“네.”
“이게 진짜……!”
“‘네’하라고 하셔서 ‘네’한 건데, ‘네’도 마음에 안 드시면 ‘네’가 옹졸한 탓이 아닐까요.”
“내가 말한 ‘네’는……! 그런데 너 방금 나더러 ‘네가’라고 하지 않았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남자는 반말을 들은 사람이 없냐는 듯이 주변을 둘러봤다.
한지혁과 약방 주인은 게슈탈트 붕괴로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남자는 분한 얼굴로 날 노려봤다.
“좌우지간에 그런 식으로 물건을 전부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반성하고 도로 돌려놓도록 하여라.”
나는 약방 주인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돌려놓고요.”
그러자 약방 주인이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무슨 헛소리야! 한 달이 넘도록 한 뿌리도 팔리지 않아서 폐기할 뻔한 것을 겨우 팔았는데!”
“그렇다고 해도 다른 손님들이……!”
“아, 내가 장사하는 사람이지 자선 사업하는 사람이야?!”
“상도덕이란 게……!”
“시끄러워—!!”
나는 여유롭게 싸움을 관전했다.
원래 싸움은 남에게 미루는 것이 제일이다.
또, 보통 목소리 큰 놈이 싸움에서 이기지.
“왜 남의 장사에 초를 쳐어어어억—!!”
약방 주인의 목청은 엄청났다.
남자가 당황해서 말했다.
“무슨……!”
“억울하면 신고해! 신고하라고—!! 내가 산다는 사람에게 다 파는 게 불법이야?! 어?!”
불법이 아니지.
제국은 매점매석을 제지할 수 있는 법이 없다.
법을 만드는 중앙탑 놈들이 매점매석으로 배 불리는 사람들인데, 저들에게 불리한 법을 만들겠는가?
‘물론 상도덕이란 건 있지만.’
남자는 가게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주인의 기세에 밀렸다.
거의 쫓겨날 판이었던 그에게 나는 말했다.
“일곱 뿌리면 된다고요?”
“……뭐?”
“한.”
내가 눈짓하자, 한지혁이 남자에게 삼색초 일곱 뿌리를 건넸다.
“……왜 주는 거지?”
“상도덕이 있다는 말엔 공감하니까요.”
“…….”
“삼색초는 위중한 병에 필요한 약초가 아니라 찾는 사람이 없을 줄로 알았어요. 필요하시다고 하셨다면 얼마든지 내드렸을 테고요.”
“…….”
“그러니까 사과하세요. 제 부모님을 운운하신 것.”
남자는 삼색초를 받아들고 헛기침했다.
“뭐, 내가 불쾌하게 한 것 같긴 하군. 하지만 동정은 필요 없다.”
남자가 한지혁에게 다시 삼색초를 떠밀었다.
‘하여간에 자존심은.’
나는 한지혁이 받아든 삼색초를 남자의 손에 쥐여줬다.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동정은 필요 없다니까!”
“동정이 아니고 참견이거든요?”
“참견도 필요 없어!”
“남의 집 가정 교육에 참견하신 분이 본인 일엔 참견하지 말라는 건 웃긴 일이지요?”
이렇게 펄쩍 뛰는 걸 보면 삼색초가 엄청나게 필요한 모양인데.
‘일정 부분 내 생각이 짧았다는 것도 인정하고.’
내가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필요한 사람이 못 사게 한 건 사실이니까.
남자는 제 손에 들린 삼색초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나를 힐끗 돌아보더니 중얼거렸다.
“……뭐, 준다니 고맙게는 받지.”
남자가 주섬주섬 돈을 꺼내 한지혁에게 쥐여줬다.
“하지만 값은 치르겠다.”
“그러세요.”
남자는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부모 얘기는…….”
그때였다.
짤랑.
또 한 번의 풍경 소리와 함께 알렉시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약방 안을 둘러본 그가 내게 다가왔다.
“찾던 건?”
“아직…….”
그런데 어떻게 여기 있는 줄 알았냐는 표정으로 보자, 알렉시스가 손마디로 창문을 툭 쳤다.
‘창밖으로 보였구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그가 말했다.
“그럼 가자.”
“아.”
그런 얘기를 나누다가 남자를 쳐다봤다.
“죄송해요. 뭐라고 하셨죠?”
“……너, 귀족이냐?”
귀족으로 보이는 알렉시스가 날 찾아온 것으로 직감한 모양이었다.
“그게—”
“재수 옴 붙었군.”
남자가 사납게 후드를 뒤집어쓰더니, 쾅! 문을 젖히고 나가버렸다.
주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에 저놈의 성질머리는 도통 나아질 생각이 없다니까.”
그러자 한지혁이 물었다.
“아는 사람입니까?”
“단골이지. 별 해괴한 약초만 찾는다우. 만드라고라 같은 고가의 약초를 우리 같은 약방에서 어떻게 취급한다고……나 참.”
“아아.”
“내 보기엔 저 성질머리 때문에 번화가 약방과 대판 싸워서 물건을 주지 않으니까 우리 집에…….”
약방 주인의 말을 듣던 나는 멈칫했다.
그리고 창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남자를 쳐다봤다.
귀족을 싫어하고, 만드라고라가 필요한, 수상할 정도로 몸을 가리고 다니는 남자.
핫!
숨을 들이켠 나는 재빨리 문을 박차고 나갔다.
등 뒤로 한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에…… 아니, 릴루!”
나는 허겁지겁 달려 남자의 옷깃을 잡아챘다.
“이봐요!”
“……뭐야.”
“삼색초…… 더…… 필요하지 않아요?”
급하게 달린 통에 숨이 찬다.
무릎을 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남자의 덥수룩한 머리칼 사이로 찡그린 눈이 보인다.
“필요 없어.”
“혹시 모르잖아요. 실험에 실패할 경우를 생각하면 더 필요할 수도 있는데.”
“……뭐?”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표정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요? ……한스 벤더.”
“……!”
“아니, 황야의 마법사.”
유로생 령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겨우 찾았다.
아빠의 동창이자 황야의 마법사인…… 카인로드 마딜로를.
* * *
카인로드가 쿵, 쿵! 발을 구르며 걸었다.
나는 그 뒤를 졸졸 쫓아가면서 말했다.
“……그래서 골목을 세 바퀴나 돌았는데 도통 보이지를 않아서 포기하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지요.”
“…….”
“이런 걸 인연이라고 하는 건가 봐요.”
“…….”
“안 그래요, 삼촌!”
“……누가 네 삼촌이야.”
그동안 한마디도 안 하던 카인로드가 나를 홱, 노려보았다.
“아빠의 친구분이시니까 삼촌이지요? 아, 아저씨가 더 좋으세요?”
“돌아가라. 난 귀족이 끔찍하게 싫으니까.”
‘이래서 평민으로 분장하고 온 건데.’
계획이 다 어그러졌다.
결국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딸이란 것까지 밝히게 되었고.
고생한 보람이 없네.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천만다행이야.’
장막에서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황야의 마법사를 찾았다는 걸 알면, 어떤 방법으로 방해할지 모른다.
나는 양손으로 턱을 받치며 헤헤 웃었다.
“에이, 삼촌도 귀족이었으면서.”
카인로드가 울컥 인상을 찌푸렸다.
“입 다물지 못해?”
“합.”
카인로드가 버럭 소리쳤다.
“가라는 말도 좀 들어!”
“…….”
“이젠 무시하겠다는 거냐?”
“아니, 말하지 말라셔서.”
“……!”
내 말에 그는 복장이 터지는 표정이었다.
한지혁이 귓가에 속삭였다.
“속 터뜨릴 생각이면 성공이다.”
나는 최대한 무해한 얼굴로 웃었다.
“그렇게 싫으시면 돌아갈게요.”
한지혁과 알렉시스가 정말이냐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네! 내일 올게요!”
그리고 “안녕히 계세요.” 하고 허리를 숙였다.
팔랑팔랑 손까지 흔들어주고 돌아가니, 등 뒤에서 복장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내일 봬요!”
“오지 말라니까!”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한지혁과 알렉시스가 내 옆으로 얼른 따라붙었다.
한지혁이 물었다.
“진짜 가려고?”
“응. 오늘은 전혀 말이 안 통할 것 같으니까.”
“내일 온다고 말이 통할까.”
“내일이 안되면 모레, 모레가 안 되면 글피에 오면 되지.”
유혜민이었을 땐 최장 293일까지도 공을 들여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한지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넌 끈기 하나는 세계 제일이지.”
알렉시스도 픽 웃었다.
그렇게 카인로드 포섭하기 작전이 시작되었다.
‘결국 내일 떠나진 못하겠네.’
유로생 령에 한참 있어야겠다.
이튿날.
“안녕하세요, 숙부!”
“너……!”
골목에서 나오던 카인로드가 얼굴을 굳히고 날 쳐다봤다.
“여긴 또 어떻게 안 거야!”
“지나가실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아, 그리고 ‘삼촌’은 싫다 시니까 ‘숙부’는 어떨까 싶은데요.”
내가 헤헤 웃자, 카인로드가 입을 떡 벌렸다.
나는 카인로드를 졸졸 쫓아가며 말했다.
“혹시 오늘은 시간이 되시나요? 괜찮으시면 대화를 좀 나누고 싶어서요.”
“없어. 가!”
“네!”
내가 냉큼 허리를 굽히고, 돌아서자 등 뒤에서 어이없다는 듯한 헛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흘째.
“안녕하세요, 숙부!”
“어제는 여기서 기다리지 않았잖아!”
“에이, 오늘은 그쪽으로 지나가지 않으실 테니까 자리를 옮겼지요.”
“가!”
“네! 안녕히 계세요!”
허리를 굽히자, 카인로드는 입을 쩍 벌렸다.
나흘째.
“안녕하세요, 숙부!”
“……또냐.”
“식사는 하셨어요? 곧 저녁때인데. 괜찮으시면 제가 식사 대접을…….”
“가라.”
“네! 안녕히 계세요!”
인사하자, 카인로드는 실소를 흘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닷새째.
“안녕하세요, 숙—“
“가.”
“네!”
엿새…….
“안녕하—“
“가.”
“네!”
꽃샘추위에 눈이 오나, 날이 풀려 비가 오나 나는 매일 같이 그를 찾아갔다.
11일째의 아침.
유로생 성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 내 앞을 오라버니들이 가로막았다.
“또 가?”
“응. 비켜.”
“이제 그만 포기해. 대체 누구기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데.”
발자크가 뚱한 얼굴로 물었다.
“천재 마법사.”
요슈아가 웃는 얼굴로 나를 회유하려 했다.
“마법사는 백작령에도 많아. 아버지가 정벌하면서 마법사들을 얼마나 많이 끌고 오셨어?”
“그렇긴 하지.”
발자크가 얼른 말을 덧붙였다.
“다들 훌륭한 마법사야. 잘 보면 천재는 몰라도 영재까지는 붙일 수 있을걸?”
“그래도 황야의 마법사는 아니잖아.”
“황…… 뭐?!”
나는 손을 살랑살랑 흔들고 걸었다.
오라버니들이 기함해서 나를 졸졸 쫓아왔다.
나는 불만 어린 얼굴로 말했다.
“유로생의 하인들이 보면 어쩌려고.”
“너 황야의 마법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놈인지 알고 가는 거야?”
“응.”
“아니, 넌 몰라. 온갖 금술 의뢰를 받는다고. 이름만 알아도 황도에 있는 사람까지 죽일 수 있어!”
“무섭네.”
“그러니까—”
“어! 저기!”
내가 한 곳을 가리키자, 오라버니들이 일시에 그쪽을 쳐다봤다.
그러는 동안 나는 홀랑 뛰어갔다.
“다녀올게!”
오라버니들의 못마땅한 눈빛이 등 뒤로 쏟아졌다.
그렇게 카인로드의 거처가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알렉시스의 시중을 드는 척 마차에서 내린 나는 손에 호오, 입김을 불었다.
“며칠째 계속 춥네.”
“원래 꽃샘추위가 겨울보다 매서운 법이니까.”
“그러게.”
대답하면서 골목 벽에 쪼그려 앉았다.
‘어제는 동쪽 골목에 있었으니까 이번엔 북쪽에 있어야지.’
동쪽보다 해가 들어오지 않아서 더 추운 것 같다.
알렉시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내 어깨에 모포를 덮어줬다.
“네 형제들의 말이 맞아. 이제 그만 포기해.”
“안 돼.”
“돈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마련할 테니까.”
황야의 마법사를 찾는 목적을 이뤄 줄 테니 제발 좀 포기하라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진짜 돈뿐이었으면 하녀 분장까지 하고 오지도 않았지.’
황야의 마법사가 필요하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만들게 되는 최강의 마도구가.
마도구, <무장의 비늘>.
마도구를 착용한 자를 온갖 저주에서 지켜 주는 마도구였다.
‘그게 있어야 아빠를 지킬 수 있어.’
첫 번째 삶에서 아빠는 저주로 죽었다.
이전에야 아빠에게 주인공 버프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다시 저주가 먹히는 몸이 되었다면…….
‘위험해.’
<무장의 비늘>은 달리아가 제 아버지인 그리미에에게 준 마도구였다.
그리미에는 그것을 착용하고 아스트라를 무너뜨렸다.
그 어떤 저주와 마법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게 있다면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호, 호, 불고 있는데 알렉시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얼마쯤 있었을까.
귓불과 코가 새빨개지고, 온몸이 덜덜 떨려왔을 때 알렉시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성큼성큼 걸어간 그가 코너 뒤에서 무언가를 홱, 잡아챘다.
“뭐, 뭐 하는 짓이야! 귀족 공자 주제에 취미가 나쁜……!”
“아이가 추위에 떠는 것을 지켜보는 취미도 더럽긴 마찬가지이니 입 다물지.”
알렉시스가 누군가를 질질 끌고 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깜빡였다.
“숙부?”
“…….”
“아, 제가 있어서 지나가지 못하고 지켜보고만 계셨군요. 오늘도 그냥 돌아갈까요?”
“…….”
카인로드의 시선이 새빨개진 손에 닿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붉은 코, 귓불…… 파리한 안색까지 바라보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따라와라.”
“네?”
“난 귀족이 죽도록 싫지만, 온몸이 언 아이에게 코코아 한 잔 정도는 내줘야 한다는 건 아니까.”
카인로드가 칫, 혀를 차고 앞서 걷기 시작했다.
‘대박!’
집에 들여준다고?
나는 펄쩍 뛰고서 얼른 카인로드에게 달려갔다.
“코코아만 주세요? 위에 마시멜로도 얹어주시면 안 되나요?”
“주는 것만으로 감사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