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20)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19화.(220/390)
219화.
한지혁이 헛웃음을 흘렸다.
“저 녀석을 저렇게 써먹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곁에 두고 볼 일이라니까.’
써먹을 일이 생기거든.
능숙하게 아델리크를 인도하는 고르고를 보고, 한지혁은 “오…….” 탄성을 흘렸다.
“서군 내에선 늘 뺀질거리고, 때때로 어리바리하기까지 한 녀석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마닌 금융의 정복을 입혀두고 보니 그럴듯해 보이네.”
“응…… 그럴듯한…….”
“……사채업자.”
“…….”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
원화군엔 워낙 기골이 장대한 사내들이 많다.
병사인 만큼 일반인에 비하면 압박감도 상당했다.
그런 남자들 사이에 있어서 몰랐던 거지, 황궁 밖에서 보니 고르고도 보통 기세가 아니었다.
‘저 지랄견 같은 아델리크도 일단 따라오긴 하는 걸 보면 확실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고르고 일행이 자리에 앉았다.
아델리크는 앉자마자 소리쳤다.
“누가 안 갚는다고 했냔 말이야. 잠시 시간을 달라고 했을 뿐, 변제는 확실하게 할 거라고! 내가 누구야! 이시론의……!”
“예, 공자님. 어찌 모르겠습니까.”
고르고가 생글생글 웃자, 아델리크가 헛기침했다.
“일주일 정도만 기다려주면……!”
“공자님께서 저희 측에서 빌려 가신 원금이 500만 골드. 이시론 가의 공자님이신 것을 감안하여 이자율은 45프로. 변제기일을 어길 시 추가로 50프로의 이자가 발생하지요.”
“모르는 것이 아니라지 않았어! 갚는다고! 갚는다니까! 기한을 일주일, 아니, 한 달만 더 연장해주면……!”
“해서 총 이자 834만 골드에 이번 변제기일이 지난 분까지 추가하면 1,251만 골드에 원금을 합해 총금액이 1,751만 골드입니다.”
나와 한지혁은 입을 떡 벌렸다.
“미친…….”
한지혁이 중얼거려서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 자 같으니.’
평민이라면 평생 벌어도 갚지 못할 금액이다.
황도의 저택 쯤은 살 수 있는 거액.
‘원금도 눈이 튀어나올 지경인데 이자가 무슨……!’
마사, 마리 자매가 들었으면 기절했을 금액이다.
아델리크도 크게 당황했다.
“마, 말도 안 돼. 무슨 이자가 그렇게……!”
“그런 계약이었지요. 자, 여기에 추심비용으로 13프로가 추가되니 1,914만 골드. 기한을 언제로 연장해달라고 하셨죠? 한 달이라고 하였나요. 그럼 2,680만 골드에 다시 추심비용 추가가 되면…….”
0의 향연에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한지혁과 나는 멍하니 숫자를 곱씹고 있었다.
‘정말 악질이네.’
역시 고리대금은 쓸 게 아니다.
‘아무리 급해도 고리대금만은 쓰지 말자.’
그렇게 다시 아로새기고 있는데, 아델리크가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마, 마, 말도 안 돼! 500만 골드가 어떻게 그런 돈이……!!”
“해서 저희가 추심 가능한 공자님의 재산을 확인했는데, 금액을 맞추려거든 폴블롬의 성 부지 정도로─”
“무슨 헛소리야!!”
아델리크가 테이블을 탕!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얼굴은 새빨개져 있고, 콧김까지 뿜어댔다.
“폴블롬의 성이 얼마짜리인 줄 알고……!”
어마어마한 가격이지.
제국 제일의 상권이라는 아스트라 령과 인접한 곳이라 부르는 게 값인 건물이었다.
‘거기다 나중에 마철도가 세워지면 미친 듯이 가격이 치솟는데.’
고르고가 하하 웃으며 두 손을 들었다.
“그렇게 흥분하지 마시고 얘기를 들어보시지요.”
“얘기는 무슨 얘기! 내 고리대금 하는 놈들이 쓰레기인 것은 알았지만, 날 뭐로 보고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그 외에도 방법은 있습니다.”
“방법?”
고르고가 은근한 눈으로 아델리크를 쳐다봤다.
“다른 고객이라면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겠지만, 공자님께서 누구십니까.”
“…….”
“대 이시론 가문의 장남. 장차 공작위에 오르실 귀한 분이 아니십니까.”
“…….”
“해서 저희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지요.”
아델리크가 큼, 헛기침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일통의 땅으로 거래를 마무리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 아일통……?”
“예, 작고하신 선 후작 부인께서 남기신 아일통의 땅 말입니다.”
“……주변이 순 황야라 값나가는 땅이 아닐 텐데?”
“압니다. 그러니 저희가 이만큼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것은 앞으로 마닌 금융을 잘 봐주십사 부탁드리는 것이지요.”
“뭐…….”
아델리크가 오만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었다.
“영 머리가 없는 놈은 아니군. ……네 놈의 이름이 뭐라고?”
“마닌 가의 고르고입니다.”
“그래, 기억해두마.”
고르고는 웃으며 아델리크를 바라보았다.
“하면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하지요.”
“뭐…….”
“귀하신 분을 다시 모실 수 없으니 미리 서류를 준비해왔습니다. 자, 이쪽에 서명을…….”
아델리크는 냉큼 서명했다.
제 친모가 남긴, 별 볼 일 없다는 땅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모르고.
‘진짜 축복의 땅이란 게 밝혀지면 고작 3,000만 골드쯤에 땅을 넘긴 지금을 죽도록 후회할 것이다.’
나는 킥킥 웃었다.
* * *
아델리크가 서류에 서명하고 떠나는 것을 확인한 후, 우리도 자리를 옮겼다.
목적지는 황도 페레도 타운의 붉은 지붕 저택.
저택으로 들어가자, 등이 잔뜩 굽고 귀가 뾰족한 남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아, 안으로 드시지요. 주, 주, 인님께서 기,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는 사내의 안내를 받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한지혁이 내게 속삭였다.
“여기가 마닌 가의 제 2저택이 맞아?”
“응. 고르고에게 그렇게 들었어.”
“마닌은 돈깨나 있는 집안이잖아. 그런데 여긴 너무…….”
한지혁이 말꼬리를 흐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도 놀랍긴 했다.
‘엄청나게 허름하니까.’
내가 마사, 마리 자매에게 내어 준 집이 훨씬 살기 좋아 보일 정도로.
벽지는 이끼가 타고 올라왔고, 소품 하나도 엄청나게 오래되어 보인다.
‘마닌 가가 엄청난 구두쇠라고 하더니…….’
방문 앞에 이르러 사내가 문을 두드렸다.
“소, 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들여라.”
명이 떨어지자마자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소파에 앉아 있던 고르고가 얼른 몸을 일으켰다.
“원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고르고가 헐레벌떡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한지혁은 벽가에 두고 나와 알렉시스는 자리에 앉았다.
맞은 편엔 고르고와 마닌 가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고르고가 하하핫!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
“누님, 이분이 바로 서군을 통솔하시는 다섯 원화 중 한 분이신……!”
“돈은 좀 있으십니까.”
적포도주색의 머리칼과 갈색 눈을 가진 여성이 팔짱을 낀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없는 편은 아니랍니다.”
“누, 누님…….”
고르고가 당황한 얼굴로 제 누이를 쳐다보았다.
‘아쉴리에 마닌, 듣던 대로네.’
재산으로 사람의 순위를 나누는 돈 귀신.
그게 미래에 그녀를 부르는 수많은 별칭 중 하나였다.
아쉴리에 마닌이 삐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문의 재산 말고 사재 말이에요. 본인이 운용 가능한 재산.”
“산셈에 성당 건물이었던 땅을 가지고 있어요.”
“……축복의 땅이라는?”
“예.”
아쉴리에는 꼬고 있던 다리를 풀며 미소 지었다.
“마닌 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스트라 백작 영애.”
오, 정말로 딱 돈만 보는구나.
마닌의 고용인이 말했다.
“차, 차를 내올까요.”
“그래.”
‘사재가 없으면 차도 내주지 않을 셈이었나 봐.’
이렇게까지 돈만 보니 차라리 대단해 보인다.
아쉴리에가 말했다.
“아버지와 동생은 아스트라와 연을 맺는 것이 금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지만 저는 아닙니다.”
“그렇군요.”
“암만 뇌물을 갖다 바쳐봤자, 귀족 놈들은 결국 대외적인 이미지를 우선하더군요.”
아쉴리에는 쯧,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그럼 돈은 왜 받아.”
“그러게나 말이에요.”
“영애가 원하는 땅을 받아오기 위해 얼마를 포기했는지 아시나요? 3,000만이에요. 3,000만.”
“네.”
“3,000만 골드에 준하는 것도 내주시겠죠?”
당당한 말에 고르고가 당황했다.
“누, 누님! 아버님과 형님께서 아시면…….”
“그건 아버님과 클로로그의 생각이고, 아델리크와 거래를 튼 것은 나다.”
“하, 하지만 이분은…….”
“닥쳐.”
“…….”
아쉴리에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조부님과 아버님께서 중앙탑에 계시지요.”
“예.”
“최근에 고리대금의 이자율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미친 자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군요.”
“이자제한법. 통과시키지 마십시오.”
마침 고용인이 차를 가져왔다.
아쉴리에는 찻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다시 발의할 생각도 못 하게 해주신다면 더 좋을 테고요. 그 미친 자의 이름은 레고시 에즈─”
“그럴 수 없는데요?”
“……뭐라고요?”
아쉴리에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허?” 하며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날 보았다.
“3,000만 골드예요, 영애. 얼마나 큰 돈인지 가늠이 안 되나요?”
“저는 중앙탑의 일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3,000만 골드, 사실은 받아내기 힘든 돈이잖아요?”
“네?”
나도 찻잔을 옮겨오며 대답했다.
“아델리크는 멍청해서 모르는 것 같지만, 추심비용은 변제일을 어길 때마다 추가되는 게 아니죠.”
“…….”
“추심될 때 한 번 추가되잖아요. 게다가…….”
“…….
“추심하기 위해 공작저에 서류가 가면 이시론의 뛰어난 행정관들이 눈을 부릅뜨고 법안을 뒤질 거예요.”
“…….”
“결국, 이시론 공작님께서 가문의 재산을 모두 빼앗으시겠지요.”
“…….”
“서류를 확인해보니, 가문 간의 거래가 아니라 개인 간의 거래더라고요.”
아델리크가 아무리 멍청해도, 가주의 인장을 빼 와서 거래하진 못했을 테니까.
“…….”
“가문에 귀속된 재산은 빼앗을 수 없지요.”
“…….”
“결국, 아델리크에게 남은 건 작고하신 선 후작 부인의 재산뿐.”
“…….”
“대충 계산해도 빼낼 수 있는 금액은 400만 골드쯤이던 걸요?”
줄줄이 말하니, 고르고의 눈이 커졌다.
아쉴리에는 이를 악물었다.
가늘어진 눈으로 날 쏘아보던 그녀가 머리를 넘기며 중얼거렸다.
“난 이래서 똑똑한 것들이 싫어.”
난 생긋 웃었다.
“마닌 영애도 똑똑한 분이시잖아요.”
“입에 발린 말은 됐습니다. 영양가 없는 칭찬 따위가 뭐 중요하다고…….”
“그래서 생각을 해봤지요. 똑똑한 마닌 영애가 왜 손해 보는 거래를 했을까.”
아델리크가 빌린 원금이 500만 골드.
압수할 수 있는 재산은 400만 골드뿐이다.
이자를 건지긴커녕, 100만이나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사람이 아니다.
“본래 아델리크와의 거래는 오라버니이신 클로로그 님이 주관하시는 것이었죠?”
“그걸 어떻게…….”
“아마, 클로로그 님은 훨씬 큰 금액을 빌려주실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마닌 가의 장남인 클로로그는 인맥 만들기에 미친 자였으니까.
“더 큰 금액을 손해 보느니, 차라리 아쉴리에 님이 거래를 주관하여 100만 골드만 손해 보는 것으로 끝내고 싶으셨던 것 아니에요?”
“……난 정말로 똑똑한 사람이 싫어요. 남의 속을 읽는 게 능숙하니까.”
내가 맞는 말을 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사실 받아낼 수 없는 돈이니 제가 빚을 진 건 아니지요.”
“400만 골드는 받아낼 수 있었어요!”
“원금 500만에 이자 100만으로 아델리크의 건물을 사겠습니다.”
“이 건물의 시세는 고작 60만이에요. 왜 그런 손해를 보시죠?”
나는 차를 마셨다.
‘으윽, 떫다.’
아스트라에서 고급차만 마셔서 입맛이 고급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평민들이 떨이로 사는 찻잎인 게 분명했다.
나는 으, 신음하고 찻잔을 내려놨다.
“아쉴리에 마닌에게 미리 뇌물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마닌 가와 인연을 쌓기 위해선 본가로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후계자는 오라버니이니.”
“아니요. 제가 인맥을 쌓고 싶은 분은 능력이 있는, 마닌의 진짜 지휘자예요.”
현재 마닌 가를 이끌고 있는 것은 아쉴리에 마닌이었다.
부친과 후계자인 오라버니는 인맥을 쌓겠다고 돈을 열심히 퍼 나르고 있다.
재산을 지키고, 불리는 사람은 오직 아쉴리에 마닌 하나.
‘결국 미래엔 장녀의 난이 일어나거든.’
부친이 쓰러지자마자, 명예에 미친 큰아들 클로로그가 미친 짓을 한 것이다.
가문의 재산 대부분을 황궁에 기부하고, 그 대가로 고작 황야에 불과한 영지를 받아 백작이 되려 한 것이다.
아쉴리에 마닌은 장검을 들고 직접 본가에 처들어간다.
그게 바로 ‘아쉴리에 마닌이 뒷세계 금융의 지배자가 된 첫 걸음’ 이었다.
아쉴리에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어째서 저를 원하시는 겁니까?”
“사업을 하나 구상하고 있어요. 영애께서 맡아주시길 원합니다.”
“……사업?”
“진짜 축복의 땅의 뿌리를 이용한 사업.”
“지, 진짜 축복의 땅?”
나는 턱을 괴고 생긋 웃었다.
“귀족을 상대로 하는 엄청난 사업이 될 거예요.”
“말도 안 돼……. 진짜 축복의 땅이란 게 있을 리가 없─”
중얼거리던 그녀가 핫,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고르고가 쥐고 있던 아델리크의 땅 서류를 바라보았다.
“설마 저 땅이…….”
“그래요.”
아쉴리에가 헛웃음을 흘렸다.
“영애는 바보인가요? 그런 걸 아는 이상, 내가 저 땅을 내줄 리 없잖아요?”
“땅만으론 진짜 뿌리를 열 수 없어요.”
그리고 뿌리를 열 수 없는 축복의 땅은 의미가 없다.
‘진짜와 가짜 축복의 땅이 나뉘어 있는데 이제까지 사람들이 몰랐다는 건 아마도 뿌리를 여는 방법이 특별하다는 것이겠지.’
어떻게 뿌리를 여는지는 짐작 가는 바가 있다.
아쉴리에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게 진짜 축복의 땅이란 증거는?”
“넘겨주시면 곧장 뿌리를 열 거예요. 가호가 강화되는 정도를 확인해보면 확실히 아시겠죠.”
“…….”
아쉴리에가 침묵했다.
한참 말없이 나와 서류를 번갈아 보던 그녀는 곧 소파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댔다.
“애빈스.”
그녀가 부르자, 등이 굽은 고용인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예, 예, 주, 주인님.”
“뭐하니. 차를 새로 내오지 않고.”
그녀가 내게 생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최고급 아삼티로 내오렴. 대화가 길어질 듯 하니.”
“예, 예.”
“다시 소개하지요. 아쉴리에 마닌이랍니다. ……사장님.”
이렇게 나는 황야의 마법사를 얻기 전에, 황도 최고의 돈귀신을 동료로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