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21)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20화.(221/390)
220화.
나는 마닌 가의 고용인이 내온 차를 빤히 쳐다봤다.
맛을 보니, 황궁에서 맛보는 것만큼 좋은 차였다.
‘좋은 차가 있었으면서 손님에게 떨이 차를 줬구나…….’
아쉴리에 마닌이 깍지 낀 손등에 턱을 괴며 말했다.
“그 돈벼락 맞는 사업…… 아니, 영애의 사업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물론 설명해 드릴 거예요. 아, 그리고—”
“아버님과 클로로그에게는 비밀로.”
“마닌 가에는 비밀로.”
나와 아쉴리에가 동시에 말했다.
우리 둘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아쉴리에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생각이 같은 사람이라 좋네요.”
“네.”
“동행들은 믿어도 되겠지요?”
“물론이에요.”
“자, 그럼 입 막을 사람은 하나뿐이란 건데…….”
나와 아쉴리에는 또다시 동시에 누군가를 쳐다봤다.
멀뚱멀뚱하던 고르고가 흠칫했다.
“저, 저요?”
“입이 싼 편이잖니. 돈이라도 쥐여주면 더 싸지고.”
“그건……!”
“이 입을 어떻게 막을까.”
아쉴리에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때, 내가 말했다.
“저 입은 제게 맡겨주세요.”
고르고가 펄쩍 뛰었다.
“워, 원화!”
그러자 아쉴리에는 후후 웃었다.
“고르고가 저보다 무서워하는 사람은 처음이네요. 믿고 맡길 수 있겠어요.”
그러더니 깍지 낀 채로 팔을 쭉, 뻗었다.
“그럼 저 땅을 넘길 서류를 준비해오지요.”
“누, 누님!”
아쉴리에가 사뿐히 일어났다.
나는 고르고에게 말했다.
“기억하지, 고르고?”
“예, 예?”
“내가 적에게 얼마나 가차 없는지. 그리고 내 약혼자의 가호 중 하나가 원거리형이란 것도.”
나는 알렉시스를 힐끔 쳐다봤다.
알렉시스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마닌 저택 밖에서도 저 자의 방을 정확히 노릴 수 있다.”
“그렇대.”
“누, 누님!”
고르고가 다급한 얼굴로 다시 아쉴리에를 불렀다.
살려달라는 표정이었다.
아쉴리에는 어깨를 으쓱하고 방을 나섰다.
난 희게 질린 고르고에게 생긋 웃어줬다.
“축복의 땅의 ‘축’자만 나와도 나는 내 약혼자를 네 저택 앞에서 산책하게 할 거야.”
“그, 그런……”
“어쩌면 네 저택 상공에 용이 산책을 나올지도 모르지.”
“예, 예?!”
“기억해. 황도에 축복의 땅의 ‘축’자만 나와도.”
“누님~!!”
고르고가 제 누이를 울부짖었다.
물론 아쉴리에와 나는 털끝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 * *
해 질 녘이 되어 나는 저택에 돌아왔다.
중정에 들어가며 알렉시스가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지?”
“계약서 작성은 끝났으니까 이제 재판소에서 허가만 떨어지면…… 가만있자, 허가가 얼마나 걸리려나.”
한지혁이 수첩을 넘기며 말했다.
“아쉴리에 마닌이 긴급으로 신청한다고 했으니 한, 두 달쯤.”
“길어.”
마딜로 후작 부인이 사망하는 건 여름이 오기 전.
정확한 날짜를 모른다.
허가가 떨어지기 전에 사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절차상 그쯤은 어쩔 수 없는…….”
“그런 절차 무시하려고 지금까지 뇌물을 돌려둔 것 아냐.”
말하자, 한지혁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뇌물을 주었던 자가 이번에 재판소로 이동했다고 들었습니다.”
“서둘러 처리해.”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슥, 고개를 돌리자 오라버니들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발자크가 눈을 깜빡였다.
“아기, 너…… 뇌물 같은 것도 주고 다니고 그래?”
얼마나 놀랐는지 최근엔 부르지 않던 ‘아기’까지 나왔다.
“발자크, 뇌물을 주는 아기는 없어.”
“그렇지? 설마 네가 뇌물 같은 걸 주지는 않았을……!”
“뇌물을 주는 어린이지!”
내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당당하게 말하자, 한지혁과 알렉시스가 침묵했다.
요슈아는 빙그레 웃었다.
“뇌물을 주는 청소년도 있어, 에릴로트.”
“요슈아도 줬어? 얼마나?”
“도덕과 정의를 무시할 정도로는?”
“재판소에도 아는 사람 있어?”
“물론이지.”
“와! 요슈아는 진짜 못돼먹은 청소년이야!”
“너만 할까.”
나와 요슈아는 화기애애하게 말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등 뒤로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거 욕이지?”
“글쎄요. 칭찬처럼 들렸습니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요슈아는 계속 화기애애했다.
“혹시 모르니까 도와줄래?”
“그럼.”
발자크가 소리쳤다.
“나도 끼워줘! 이제부터 못돼먹게 살 테니까!”
한지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와 요슈아가 못돼먹게 살았던 덕에 처리가 빨라지게 되었다.
[예, 도련님. 사흘 후엔 완료 서류를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재판소 행정관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요슈아.”
“별말씀을. 그런데 이 땅이 정말로 진짜 축복의 땅이야?”
“서류가 처리되는 즉시 뿌리를 열 테니까 요슈아도 같이 가서 확인해보면—”
그렇게 말하던 때였다.
통신이 종료되었던 요슈아의 통신석이 빠르게 울리고 있었다.
요슈아가 “잠깐.” 하며 통신석을 들었다.
“무슨 일이냐.”
[보고입니다.]요슈아가 움직이고 있는 정보 집단인 모양이었다.
[황궁 결계에 일부 균열이 생겼습니다.]“황궁 결계가?”
[황궁 결계를 유지하는 한 축인 마딜로 가에 변고가 생긴 듯합니다.]마딜로?
요슈아가 미간을 좁히고 되물었다.
“어떤 변고인지 확인되었나.”
[마딜로 가에서 워낙 철저히 단속 중인 터라, 마딜로 저택으로 급히 치유사가 들어갔다는 것 외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나는 흠칫, 알렉시스와 한지혁을 쳐다봤다.
‘치유사가 들어갈 일이라면 혹시……!’
“마딜로 공자의 통신 코드!”
내가 말하자, 한지혁이 서둘러 수첩을 뒤졌다.
그가 수첩에 적어놓은 통신 코드를 내 통신석에 입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신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급한 일이 아니라면 나중에……!]테드 마딜로의 목소리였다.
테드의 주변에선 고성이 난무하고 있었다.
[민간 치유사로는 처리할 수 없습니다, 아버님! 서둘러 황궁에 치유사를 요청하여야……!] [테드! 테데리안! 뭐 하는 게야! 서둘러 마결계를 유지 시켜야……!]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마딜로 후작 부인의 마병이 심각해진 건가요?”
[그, 그걸 어떻게……!]맙소사.
나는 눈을 꽉 감았다.
“지금 저택으로 가겠어요.”
[예?! 지금은 저택에 들어오실 수 없어요!]“이대로 후작 부인을 돌아가시게 할 순 없잖아요.”
[그렇지만 정문엔 황궁의 사람들이 와있습니다. 겨우 막아놓은 터라 아무리 영애가 오신다고 해도 들여보낼 수는……!]“그럼 뒷문이든, 후작이 약과 여자를 들여오는 비밀 통로든 열어야 할 것 아냐! 이대로 후작 부인을 돌아가시게 할 거예요?!”
[그, 그렇긴 하지만…….]“지금 갈게요. 준비해두세요.”
나는 급히 통신을 종료하고 몸을 일으켰다.
“리시먼드 오라버니가 카인로드 숙부를 데려와 줄 수 있어?”
“그래.”
“카인로드 숙부와 함께 ‘이 장소’로 와줘. 숙부가 어디 계시는지는 한이 알아.”
내가 눈짓하자, 한지혁이 얼른 리시먼드에게 다가갔다.
“요슈아 오라버니는…….”
“땅 매매 서류가 더 빨리 처리되도록, 행정관을 만나고 올게.”
“응. 알렉시스는 아쉴리에 마닌을 데려와.”
“그래.”
나는 겉옷을 들며 말했다.
“발자크 오라버니는 나와 움직이자.”
“가자!”
우리는 서둘러 움직였다.
* * *
내가 처음 이동한 곳은 아스트라 공작성이었다.
성안엔 결계가 쳐져 있어서, 성문 앞에 도착했다.
성 앞을 지키던 경비병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도, 도련님과 아가씨께서 이 시간에 어쩐 일로…….”
“결계 풀어!”
“예?”
“빨리!”
성은 너무 넓어서 목적지까지 가려면 오래 걸린다.
“결계는 그렇게 해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밤엔……!”
발자크가 버럭 소리쳤다.
“책임은 내가 진다. 풀어!”
경비병이 허둥지둥 통신을 연결했다.
“성문입니다. 결계 해제를 요청합니다.”
[허가서는?]“어, 없습니다.”
[그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그게…… 에릴로트 아가씨와 발자크 도련님께서 결계 해제를 요청하십니다.”
[뭐?]나는 경비병의 통신석을 빼앗아서 말했다.
“너, 파비오지.”
결계의 가호를 가진 사촌 오라버니다.
[에, 에릴로트?]“빨리 결계 풀어.”
[네가 가짜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푸냐! 풀고 싶으면 허가부터 받—]“너 열 살 때, 조프리한테 코딱지 든 초콜릿을 먹였잖아.”
[……!]“전투 훈련에서 디오네라한테 맞고서 소변을 지렸지.”
[너, 너, 너, 그, 그걸 어, 어떻게……!]“내 하녀에게 몰래 연심의 편지도 썼잖아. 그리고 차였……!”
[다, 닥쳐!]“이걸 내가 아니면 누가 알겠어!”
[씨…… 문제 생기면 네가 책임지는 거야, 알겠어?!]“알겠다니까.”
결계가 일렁이더니, 곧 차르륵! 소리와 함께 결계가 해제되었다.
나는 통신석을 경비병에게 떠넘기고 말했다.
“5분 뒤에 결계 재가동해!”
“예!”
그리고 발자크와 함께 이동의 가호석을 발동했다.
도착한 곳은 3세들의 숙소였다.
“어? 에릴로트다!”
가장 어린 아르망이 날 발견하고 소리쳤다.
다른 사촌들도 웅성거렸다.
“뭐야, 네가 왜 왔어?”
“에릴로트!”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발자크는 서둘러 달려갔다.
그리고 붉은 문에 이르러 쾅쾅! 문을 두드렸다.
“나와봐! 야, 나와보라니까!”
발자크가 소리치자, 벌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밤 중에 소란을 벌이는 건 무슨 예의니.”
셀레네 언니가 싸늘한 눈으로 발자크를 쳐다봤다.
나는 언니의 손을 덥석 잡았다.
“언니, 저와 함께 가주세요!”
“에릴로트……?”
“가줘요, 네?”
“…….”
“언니……!”
“잠옷 차림인데…….”
언니가 잠시 머뭇거렸다.
나는 얼른 외투를 벗어서 셀레네 언니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예뻐요.”
“그래……?”
발자크는 금세 다정해진 셀레네 언니가 기가 막힌다는 듯 쳐다봤다.
“너무 태도가 다르잖아.”
셀레네 언니는 발자크를 본 척도 않고, 내게 말했다.
“그래.”
“저는 데려올 사람이 있으니, 제 이동의 가호석으로 먼저 가주세요. 이건 위치.”
요슈아에게 받았던 가호석과 종잇조각을 넘기며 말했다.
“바로 이동해주세요!”
“응.”
셀레네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답을 받은 난 발자크를 쳐다봤다.
“가자.”
“그래.”
발자크가 제 이동의 가호석을 발동했다.
나는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나를 쫓아왔던 사촌들에게 말했다.
“셀레네 언니까지 이동하면 결계 다시 발동하라고 해!”
“결계? 결계를 해제했어? 잠깐, 야! 에릴로트!”
리앙틴이 꽥 소리쳤으나, 난 손만 얼른 흔들어줬다.
그리고 눈앞이 새파랗게 빛나며 이동했다.
도착지는 마딜로 저택의 후문이었다.
후문에서 테드에게 통신하려고 했을 때였다.
“여기입니다!”
테드가 날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가 주변을 둘러보고 내게 달려왔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할머님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아십니까?”
“알아요.”
“…….”
테드가 고민하듯 입술을 깨물었다.
인상을 쓰고 있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시죠. 하지만 하나는 기억하셔야 합니다. 영애를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네.”
“할아버님께서 할머님의 마병을 숨기기 위해 공격을 지시하실 수도 있어요.”
“알겠어요.”
나와 테드는 서둘러 움직였다.
후문에 있는 고용인 통로를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고용인이 하나도 없었다.
발자크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저택에 이렇게 사람이 없어?”
테드가 큼, 헛기침했다.
“하인을 여럿 고용할 형편이 아닙니다…….”
난 그런 테드를 힐끗 보고서 말했다.
“후작 부인의 마병을 들켜선 안 되기도 하고요.”
“…….”
“고용인들을 통해서 소문이 퍼질까 봐 최소한만 남겨둔 것 아닌가요?”
“…….”
테드는 말이 없었고, 발자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복도엔 고용인 두엇과 병사들이 있었다.
‘순 용병들이잖아.’
보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저건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병사들이었다.
복도를 빠르게 걷고 있을 때였다.
어두운 복도 가운데 불빛이 흘러나오는 방이 하나 있었다.
그 방에선 어른 몇이 나오고 있었다.
“테드?”
“그쪽은…….”
테드의 부모로 보이는 어른 둘과…….
“이게 무슨 짓이냐!”
마딜로 후작가의 문양이 새겨진 재킷을 입은 노인이 있었다.
‘저 노인이 마딜로 후작이구나.’
“누구기에 감히 가주의 허락 없이 저택을 범하느냐.”
마딜로 후작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후작 부인을 모셔가야겠습니다.”
“누구냐고 묻지 않았어!”
후작이 고성을 내질렀다.
그 사이 테드의 모친이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나, 당신 혹시…….”
나는 마딜로 후작을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아스트라 공작가의 에릴로트 아스트라입니다.”
마딜로 후작이 흠칫했다.
“워, 원화? 폐하께서 황군을 보내셨다는 게냐.”
“에릴로트 아스트라로 왔습니다.”
“뭐……?”
그때였다.
“아아아아악—!!”
방 안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테드와 그 부모가 황급히 방 안을 쳐다봤다.
‘시간이 없어!’
나는 방 안에 들어가기 위해 서둘러 걸었다.
그런 내 앞을 마딜로 후작이 가로막았다.
“이 방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어!”
“카인로드 님께서 제게 모친의 치료를 맡기셨어요!”
“카인로드……? 허!”
후작이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 자는 내 자식이 아니니 썩 돌아가라!”
“공의 자식은 아닐 수 있겠지만, 후작 부인께는 자식입니다. 자식이 모친을 만나길 바라고 있어요.”
“뭣들 해! 당장 이 계집을 끌어내라!”
“돌아가지 못합니다!”
“무슨 수를 쓰든 상관없다! 이 계집을 내 저택에서 내쫓아!”
챙!
용병들이 검을 꺼냈다.
“할아버님!”
“아버님—!”
테드와 며느리의 말에도 후작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검을 든 용병들이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험한 꼴을 보게 될 거요.”
용병 대장으로 보이는 덩치 큰 남자가 금니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엄청난 파동이 일었다.
쉬이이익—!
피부가 썩어가는 냄새를 환기하기 위해 열어놨던 창으로 엄청난 바람이 밀려들었다.
“우리 어린이에게 한 발짝만 더 다가와 봐.”
발자크가 내 등 뒤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챙!
검집에서 검을 꺼낸 그가 낮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아, 맞다.’
내 앞에선 푼수 같아서 잊고 있었다.
발자크 아스트라.
미래에 그는 단신으로 적군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최강최흉의 기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