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22)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21화.(222/390)
221화.
마딜로 가문의 자금 사정상 1티어 용병단을 고용할 순 없었을 거다.
잘해봐야 2티어를 겨우 고용했을 터.
‘아니, 용병단 문양이 낯선 걸 보면 3티어다.’
반면에 발자크는 심심하면 아빠의 군이나 1티어 용병단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되는 이그리츠 군과 떼로 대련했다.
즉, 저들은 발자크에게 상대도 안 된다는 뜻이다.
용병들도 발자크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란 걸 느낀 모양이었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용병대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검을 고쳐잡았다.
“우리가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네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이 숫자를 감당할 순 없을 것이다.”
“격차를 확인하고 싶으면 와라, 잔챙이.”
“이……!”
발자크의 오만한 말에 용병대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테드가 흠칫, 제 조부를 쳐다봤다.
“하, 할아버님, 이러다 용병들이 다 죽을 겁니다.”
“가주의 허락 없이 문을 열어준 놈이 어딜 감히 목소리를 높이느냐!”
“하지만 이러다 할머님께서 돌아가십니다……!”
“네 조모의 꼴을 남들이 알게 되면 멸문이야!”
후작 부인은 금술을 썼을 때 오는 대미지로 생기는 마병을 앓고 있다.
금술은 법으로 엄히 금한 것.
‘하지만 그렇다고 황궁의 사람들까지 막아선다고?’
이건 황가에 항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스트라의 위세를 알 텐데, 아스트라 공작의 손주인 우리에게 용병들을 동원했다.
나는 흠칫, 중얼거렸다.
“황궁 결계…….”
“……!”
결계 얘기가 나오자마자 마딜로 일가 모두가 당황했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미친놈들이었잖아…….”
“뭐?”
발자크가 무슨 말이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금술을 사용한 게 황궁 결계였던 거야.”
“뭐?”
“후작 부인을 조사하면 황궁 결계에 금술을 사용한 것이 들킬 테니, 저 난리인 거라고.”
“황궁 결계에 금술을 사용할 일이 있다고?”
“뻔하지. 황제 폐하 모르게 황궁에 들인 사람이 있는 거야!”
“대체 누굴 들였다는 건데?”
마딜로 일가가 딱딱하게 굳어졌을 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뻔하지. 황궁의 정보를 노리는 역당이나, 타국의 세작이다.”
나는 움찔, 뒤를 쳐다봤다.
어둠 속에서 카인로드가 걸어오고 있었다.
“숙부, 어떻게……!”
“어머니께서 위중하다는 소식을 네 오라비에게 전해 들었다.”
“왜 기다리시지 않고요.”
“저 늙은이의 성정상 어머니를 결코 내주지 않을 테니, 내가 직접 데리러 왔다.”
카인로드의 말에 후작이 고함을 내질렀다.
“네가 감히 내 뜻에 반하는 것이냐!”
“황제의 뜻에도 반하는 늙은이가 있는데, 고작 후작의 뜻에 반하는 것이 무슨 문제겠습니까.”
“썩 나가지 못할까! 너는 더 이상 내 자식이 아니야!”
“저 또한 아비로 여기지 않습니다.”
“이, 이놈이……!”
카인로드가 제 형과 형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대로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둘 겁니까.”
“카인…….”
테드의 부친이 흐린 낯빛으로 주저했다.
방에서 또 한 번 비명이 들렸다.
“아아아아아악─!”
카인로드가 흠칫 방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정말 이대로 죽게 둘 거야?!”
“…….”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머니의 피땀으로 살아온 형이, 저 마딜로 후작이 어떻게 어머니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냔 말이야!”
“…….”
“형─!!”
카인로드가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악을 내질렀다.
나는 무너질 것 같은 그를 한쪽 팔로 가로막고 발자크에게 말했다.
“발자크 아스트라, 길을 뚫어.”
발자크와 카인로드, 그리고 마딜로 일가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봤다.
나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후작을 바라봤다.
“앞을 가로막는 자는 모두 베버려. 그 누구라 할지라도.”
마딜로 후작조차도 말이다.
후작이 당황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감히 내게 검을 대겠다고? 난 마딜로 후작이야!”
“나는 카인로드의 조카야!”
어이없는 말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마딜로 후작이 입을 뻐끔거렸다.
“너, 너……!”
“여기 죽어가는 모친을 눈앞에 둔 자식이 있어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주제에 달려온 자식이 여기 있다고!”
“무슨…….”
“아비도, 형제도 피눈물을 알아보지 못하니 어째? 피 섞이지 않은 조카라도 나서야지. 발자크!”
소리치자, 쉬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자크가 검을 휘두른 것이다.
오러와 가호를 두른 검기가 벽을 가르자 쿠궁! 저택이 크게 요동쳤다.
“부탁인데, 쉽게 끝내자.”
“……!”
“……!!”
용병들이 새파래진 얼굴로 낮게 읊조리는 발자크를 쳐다봤다.
“우리 어린이가 화가 나면 정말로 무섭거든.”
몇몇 용병들이 무기를 놓쳤다.
후작이 샛노란 얼굴로 소리쳤다.
“뭣들 해! 어서 저 무뢰배들을 내 저택에서 쫓아내지 못할─”
“그만!”
테드의 부친이 소리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그에게 향했다.
“어머님께 안내하마. 따라와라.”
“카사드!”
“우리가 모두 달려들어도 저 소년을 이기지 못할 겁니다.”
“네 놈도 가문에서 쫓겨나야겠느냐!”
“오늘은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라 카인로드의 형제가 되겠습니다.”
“이놈, 카사드─!”
“아버님을 방으로 모셔라.”
테드의 부친이 명하자, 용병들이 마딜로 후작을 제압했다.
아주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었다.
하기야 저들 입장에선 발자크를 상대하는 것보다 노인 하나 제압하는 게 쉬울 테니까.
후작이 제압되고, 우리는 테드의 부친을 따라서 황급히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 위에 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
“…….”
나와 발자크 모두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흉한 모습이었다.
임무에서 온갖 심한 꼴을 봤던 발자크도 얼굴을 굳힐 정도였다.
“왜 이렇게 심한 냄새가 나나 싶었더니 피부가 다…….”
우리를 따라 들어온 테드가 힘없이 말했다.
“사흘 전부터 갑자기 상태가 심각해지셨습니다.”
“……일단 옮겨야겠어요.”
“가는 바람에도 크게 괴로워하십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림자를 바라봤다.
“옴브레.”
부르자, 옴브레가 내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후작 부인을 삼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내 발목에 휘휘 감겨서 애교를 부리던 옴브레가 입을 쩍 벌렸다.
옴브레가 침대째로 후작 부인을 삼키자, 테드가 입을 떡 벌렸다.
“그, 그림자 몬스터…….”
“옴브레의 안에선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정신에 타격을 주지 않겠습니까?”
“의식을 잃었으니 영향을 덜 받을 거라고 믿어야지요.”
그리고 나는 혼이 나간 듯 침대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는 카인로드에게 다가갔다.
“숙부.”
“…….”
“가요, 숙부.”
“……그래.”
그런 카인로드를 힐끗 쳐다본 발자크가 내게 속삭였다.
“혼이 나간 것 같은데.”
“생각하던 것보다 모친의 상태가 더 심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겠지.”
아마도 모친의 죽음을 막을 수 없을 거란 예감까지도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위중한 상태였으니까.
나는 카인로드를 바라보며 발자크에게 말했다.
“가자.”
“그래.”
이동의 가호석을 조작하고 있을 때, 테드가 소리쳤다.
“할머님을……!”
“공자?”
“할머님과 숙부님을 부탁드립니다.”
몹시 간절한 표정이었다.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동의 가호석에서 퍼져나온 빛이 우리를 감쌌다.
* * *
눈을 뜨자, 낯선 곳이었다.
청록색의 지붕을 가진 예스러운 저택 앞.
주위를 둘러보고 있으니,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에릴로트.”
“리시먼드 오라버니. 준비는?”
“네가 말한 사람들은 모두 모아놨다.”
알렉시스와 한지혁, 셀레네 언니와 아쉴리에 마닌까지 모여 있었다.
아쉴리에는 셀레네 언니처럼 잠옷에 카디건만 덜렁 걸치고 있었다.
그녀가 목덜미를 긁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밤늦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 내 한 시간에 얼마나 큰 돈이 오고 가는지 알기나 하냐고요.”
“진짜 축복의 땅을 확인시켜 주려고요.”
“왜 이제 불렀어요. 오후부터 불렀으면 제가 준비를 싹 해놨을 텐데.”
아쉴리에가 호호 웃으며 입가를 가렸다.
난 셀레네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여기서 신성력이 가장 강한 곳을 알 수 있겠어요?”
“추적할 필요도 없어.”
“네?”
“도착했을 때부터 두려울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어디예요?”
셀레네 언니가 정원의 한 곳을 가리켰다.
‘신상?’
자애의 여신상이 세워진 곳이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내가 그곳을 유심히 살피는 동안, 셀레네 언니가 신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상하지…….”
“이상하다고요?”
“다른 때에는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두려울 정도로 큰 힘이 느껴지거든.”
“무슨…….”
“도착했을 때가 최고로 강하게 느껴졌어.”
다른 때에는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느껴지는 힘…… 이라고?
셀레네 언니가 흠칫, 물러났다.
“그래, 지금.”
“지금?”
“지금처럼 엄청난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
어떤 조건에서 달라지는 거지?
‘시간?’
회중시계를 들어서 시간을 확인했다.
9시 41분.
특별할 것도 없는 시간이다.
나는 한지혁에게 물었다.
“언니가 언제 도착했어?”
“죄송합니다. 시간은 기록해두지 않았습니다.”
“그래…….”
“보름달이 유난히 빛나던 때에 도착하셨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 터라…….”
보름달?
나는 홱, 고개를 들었다.
먹구름이 걷히며 보름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달…….”
“예?”
“언니, 달이에요!”
셀레네 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그랬던 것 같아. 구름이 완전히 달에서 걷힐 때…… 그때 힘이 가장 강하게 느껴졌어.”
발자크가 말했다.
“그럼 구름이 달을 가리기 전에 얼른 뿌리를 여는 게 좋지 않아?”
“아니, 완전히 구름이 걷힌 다음에. 그때, 움직이자.”
우리는 신상 앞에 모여서 모두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다.
“더…….”
“좀 더.”
“빨리!”
“더.”
조금씩 이동하던 구름이 완전히 걷혔다.
나는 소리쳤다.
“옴브레, 뱉어내!”
옴브레가 침대와 함께 후작 부인을 뱉어냈다.
“언니, 신성력을 땅에 주입해주세요. 뿌리를 열 때처럼!”
“응.”
“알렉시스가 언니를 보조해줘. 이세즈의 <군세의 수호>를 복제해놨지?”
“그래.”
셀레네 언니가 땅에 신성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땅에 실금 같은 빛의 길이 열리고, 온통 캄캄하던 사위가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카인로드가 모친을 힐끗 쳐다봤다.
“뿌리를 여는 게 맞는 거냐. 이만한 신성력을 쏟아부어도 열리지 않잖아!”
아쉴리에 또한 불안한 얼굴로 셀레네 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셀레네 언니의 낯빛이 점점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을 쏟아부어도 뿌리는 열릴 줄을 몰랐다.
‘추측 실패인가.’
진짜 축복의 땅이 아니었던 거야?
‘아냐, <열람>에서 봤어. 분명히……!’
셀레네 언니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새파랗게 변했다.
“알렉시스!”
알렉시스의 가호에 의해 허공에 빛의 사슬이 떠올랐다.
사슬이 언니의 팔을 옥죄고 연신 힘을 주입하고 있으나, 뿌리가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에릴로트…….”
발자크가 당황한 표정으로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나는 황급히 주저앉아 언니의 손등에 내 손을 올렸다.
내 힘까지도 언니에게 전해주려던 순간이었다.
쩌저저적─!!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빠르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
“뭐, 뭐야!”
“으악─!”
일행이 비틀거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파아아아아앗─!!
땅이 갈라진 틈에서 엄청난 빛이 밀려왔다.
“이, 이게…….”
“뿌리? 아냐, 뿌리라기엔……!”
아쉴리에와 발자크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뿜어져 나간 빛이 세상을 온통 감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빛 속.
“으, 으으으윽!”
“아악!”
“아아아아악─!!”
일행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힘이, 마력이 터질 것처럼 몸 안에 차오르고 있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켜고 허공을 바라봤다.
“아, 으, 아윽…… 으그극……!”
그만해.
그만.
그만─!
나의 축복의 땅을 열었을 때와 비슷한 격통이지만, 어딘가는 전혀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세일론, 수호성들과 같은 기이한 힘을 지닌 목소리가.
[……져.] [선택…… 간.] [오…… 마.]끊겨서 들리던 목소리가 머릿속에 소용돌이쳤다.
그리고 얼마쯤 뒤.
쩌저적…….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 몸에 감싸여 있는 사슬의 환영이 보였다.
금세라도 끊어질 것 같은 피비린내 나던 사슬이 어느 순간, 뚝! 소리와 함께 끊어지며 완전히 바스러졌다.
그리고.
“어머니─!!”
카인로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부유하던 몸이 아래로 추락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빛이 완전히 가시고,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카인로드가 후작 부인의 침대로 달려간 것이다.
오라버니들은 나를 붙잡고 있었다.
“에릴로트! 에릴로트, 괘, 괜찮은 거야?”
“어?”
“갑자기 네 온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네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해서……!”
“뭐라고?”
리시먼드가 나를 끌어안았다.
“다친 게 아니라면 됐다.”
“…….”
“아프지 않은 거지? 응?”
“응…… 아프지는 않은데…….”
발자크와 리시먼드가 나를 쳐다봤다.
“왜?”
저게 뭐야?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서, 세상에 뜬 수 많은 문자들을 쳐다봤다.
후작 부인의 머리 위에 기이한 글자가 떠 있었다.
[회복 완료.]……라는 기이한 문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