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23)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22화.(223/390)
222화.
세상이 글자로 가득하다.
나는 굳어진 고개를 억지로 돌려 오라버니들을 쳐다봤다.
리시먼드가 나를 보며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괜찮은 거야, 에릴로트?”
[신성 친화율 38% -> (일시 변화) 60%]발자크도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어디 이상해? 응?”
[‘넋이 나간 것 같은데. 의사에게 보여야 하나? 신성 파동에 의한 일이라면 치유사를…… 잠깐, 치유사를 어떻게 데려오지? 축복의 땅의 뿌리를 여는 건 해당 지역 영주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여긴 황도니까 황제의 허가가 필요한가? 그럼 불법인 거잖아. 공인 치유사에게 보일 순 없는 건가? 어린이 성격에 불법인 걸 알면 죽어도 책잡힐 일 있는 치유사에게 가지 않을 텐데 그럼 기절을 시켜야 하나? 염병! !#@[email protected]해서 !#[email protected]$할……! 그러니까 남의 일에 깊게 관여하는 게 아니었는데. 어린이가 잘못되면 카인로드인지 개로드인지 내 손에 죽었어……!’]슥, 시선을 돌렸다.
아쉴리에가 인상을 찌푸리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봐요, 영애. 괜찮아요?”
[영상 녹화용 마도구 소지 중.]“영상 녹화……?”
중얼거리자 아쉴리에가 흠칫했다.
“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어떻게 알았지? 귀신이야, 뭐야!’]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글자는 사람에게만 떠올라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무에도,
[떡갈나무, 41년]벌레에도,
[반딧불이]심지어는 돌에까지,
[돌멩이]이렇듯 글자가 보였다.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에릴로트 아스트라(유혜민)신성 친화율 3% -> (일시 변화) 77%]
나는 핫, 숨을 들이켰다.
‘그렇구나!’
저 신성 친화율이란 것은 가호의 수준을 수치화 한 것이다!
지금 나는 가호가 엄청나게 강화되어, 그로 인해 저 글자들이 보이는 거다.
나의 가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열람>.
사람을 비롯해 무생물까지 상태와 속마음을 전부 읽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럼 저 [회복 완료]란 건……!’
비틀비틀 일어난 난 얼른 후작 부인에게 다가갔다.
카인로드가 희게 질린 얼굴로 목놓아 제 모친을 부르고 있었다.
“어머니……!!”
카인로드의 손등엔 마력의 인이 새겨져 있었다.
후작 부인을 어떻게든 치료하려 하는 모양이었다.
그가 다급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어찌 된 것이냐. 어머니께서 숨을 쉬지 않으신다!”
‘잘못되셨을 리 없어. 분명히 회복 완료라고 떠 있어.’
나는 계속해서 마력을 주입하는 카인로드의 손을 홱, 떼어냈다.
“무슨 짓을……!”
“언니! 셀레네 언니!”
내가 부르자 셀레네가 서둘러 다가왔다.
“마딜로 후작 부인을 살펴주세요.”
그러자 뿌리의 여파로 어깨를 부르르 떨고 있던 아쉴리에가 우리를 쳐다봤다.
“마딜로 후작 부인? 그 괴물이 후작 부인이라고요?”
마병의 여파로 온몸에 비늘이 돋아 있었으니, 모르는 사람은 그렇게 보일 만도 했다.
오라버니들과 한지혁, 알렉시스도 이쪽으로 달려왔다.
셀레네 언니가 소매를 걷곤 후작 부인의 명치께에 손을 올렸다.
“난 치유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치료는 못 해.”
“치유할 필요 없어요.”
“그럼?”
“후작 부인에게 흘러드는 이 파동을 강화시켜주면 돼요.”
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신성력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
“뭐, 뭐야!”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게, 온몸을 감싼 오물 같던 비늘이 한순간에 후드득 떨어졌으니까!
셀레네 언니까지 깜짝 놀라서 자신의 손바닥을 쳐다봤다.
카인로드가 멍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된 것이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셀레네 언니의 가호로 완치 시간을 앞당긴 거죠.”
“뭐?”
“마병 자체에선 회복되셨는데, 오염된 마력이 몸 밖으로 흘러나오며 굳어진 저 비늘이 떼어지는 데엔 시간이 걸렸던 모양이에요.”
후작 부인이 숨 쉬지 못했던 건, 예상대로 저 비늘 탓인 모양이었다.
비늘이 후드득 떨어지자마자 숨이 돌아왔으니까.
눈 감은 후작 부인의 입에서 미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인.”
“…….”
“…… 네 아버지는 어찌 뿌리치고…… 날 데려왔어…….”
겨우 눈을 뜬 후작 부인이 카인로드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 입에…… 가시를 물고…… 소리쳤을 텐데…….”
“…….”
“네 가슴을……다 할퀴어놨을……텐데…….”
“그게 중요합니까…….”
카인로드의 표정이 아프게 일그러졌다.
“보는 내가…… 괴로워서 그런다…… 망할 놈.”
“…….”
“어미가 연락하지 않으면…… 어찌 연락이 한 통 없고…….”
“…….”
“어찌 이리…… 말랐어…….”
카인로드는 말없이 고개만 수그렸다.
나였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마병은 마법사에게 그 어떤 병보다 괴로울 텐데.
그렇게 괴로운 비명을 질렀으면서.
그런데도 죽다 살아나니 자식의 안위를 가장 먼저 묻는다.
카인로드가 이를 악물었다.
나는 그의 옆에 함께 쪼그려 앉아, 후작 부인을 쳐다봤다.
“부인, 뵈면 이르고 싶은 게 천지였어요.”
“너는……?”
“아스트라 공작가의 에릴로트예요. 크로노스 아스트라가 제 할아버지 되시고요, 데이몬드 아스트라가 제 아버지세요.”
“아아, 그래. 네가 데이몬드의…….”
“네, 부인. 아빠와 카인로드 님의 인연이 깊어서 저는 그냥 숙부로 삼았어요.”
부인이 실낱 같은 웃음을 흘렸다.
“좋구나…… 너 같은 조카라면…….”
“숙부의 집이 얼마나 더러운지 아세요? 저는 들어갔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나는 계속해서 종알거렸다.
“처음 만났을 땐, 제가 삼색초를 전부 사가서 본인이 못산다고 ‘부모가 그리 가르쳤냐’고 하지 뭐예요!”
“저런……. 제 아비 말투가 꼭 그렇다. 네가 속이 많이 상했겠구나…….”
“숙부는 엄─청나게 괴팍하고요. 집도 더럽고…… 아! 부인의 연락은 고의로 막 안 받고……!”
카인로드가 당황해서 나를 쳐다봤다.
“너……!”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마딜로 후작 부인을 바라봤다.
“모셔오면서 ‘부인께 이런 말을 꼭 해줘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아프지 않은 몸으로, 차를 앞에 두고서 말이에요.”
주변이 고요해졌다.
나는 후작 부인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
“회복하신 게 너무나 기뻐요.”
후작 부인은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상냥한 아이구나.”
“제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나 못돼먹었다고 하던걸요?”
“아니, 카인이 하지 못하는 얘기를 대신해주는 다정한 아이야.”
나는 부인의 마른 손등을 살살 쓰다듬으며 읊조렸다.
“저는 할아버지밖에 없어서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몰라요.”
“그래.”
“하지만 꼭 부인처럼 따뜻한 분이셨을 것 같아요.”
“……그래.”
“카인로드 숙부도 제멋대로 숙부로 삼았으니까, 부인도 제멋대로 할머니로 삼아도 될까요?”
마딜로 후작 부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카인로드는 나를 정신 없이 바라보았다.
후작 부인이 제 아들에게 물었다.
“그렇다는데, 어찌할까.”
“…….”
“여전히 쑥스러움을 저리 잘 타서야. 한심한 숙부로구나, 에릴로트.”
나는 “그러니까요.” 하며 부인과 마주 보고 웃었다.
그때, 카인로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윤곽을 타고 새하얀 달빛이 부서진다.
그는 말했다.
“필요할 땐 나를 불러라.”
“네?”
“아플 때, 힘겨울 때, 그 어느 때라도 힘이 되어주겠다.”
“…….”
“내 어머니가 주신 이름 앞에 맹세한다. 너를 피붙이라 여기고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카인로드가 드물게 미소 지었다.
“네 아버지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는 폴짝 일어나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괜찮아요. 조카가 귀여우니까!”
드디어 얻었다.
황야의 마법사라는 이름을 가진 삼촌을……!!
* * *
아쉴리에는 주먹을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사실이었군.”
나는 차를 호로록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축복의 땅이라니까요.”
“……뿌리는 신성력을 가져야 열리는 겁니까? 저 셀레네 아스트라처럼 엄청난 신성력?”
내 곁에서 스트로우로 아이스티를 휘휘 젓던 셀레네 언니가 말했다.
“난 아냐. 내 힘에 공명하진 않았어.”
“역시 그럼 아스트라 백작 영애의 힘인가……. 칫, 땅을 주지 않아봐야 뿌리를 열 수 없으면 소용이 없잖아.”
“그래.”
“뭐, 그 전에 아스트라 백작가에서 서류 처리를 다 한 모양이지만…… 그런데 너 왜 반말?”
아쉴리에가 인상을 찌푸리자, 셀레네 언니가 무감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먼저 예의를 갖추지 않은 건 너.”
“계속 말이 짧다?”
“계속 예의를 갖추지 않아서.”
“나이는 내가 더 많을 텐데?”
“가문의 격은 아스트라가 훨씬 높을 텐데.”
“가문의 격이 높으면 싸가지도 상실되나 봐?”
“그런 모양이지.”
아쉴리에와 셀레네 언니의 시선이 허공에서 격렬하게 부딪쳤다.
아쉴리에가 울컥 인상을 쓰고 말했다.
“뭡니까, 저 여잔!”
셀레네 언니도 내게 말했다.
“저런 거랑 어울리면 격이 떨어지겠어, 에릴로트.”
“우린 사업 파트너가 되었어.”
“이쪽은 핏줄로 이어져 있지.”
“혈육도 가차 없이 죽이는 아스트라 사람이 핏줄을 강조하니 우습네.”
“반론을 펼치고 싶지만, 마닌 가에는 아는 바가 없어서. 어떤 가문이지? 미안, 격이 비슷한 대귀족 가문만 기억하는 터라.”
“이……!”
나는 손뼉을 짝! 쳤다.
“그만, 그만!”
아쉴리에가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셀레네 언니는 차가운 눈빛으로 스트로우를 더 힘차게 저었다.
‘완전히 물과 기름이네.’
맞은 편에서 삐딱하게 앉아있던 발자크가 말했다.
“개판이네.”
“그쪽 공자가 할 말은 아닌데.”
“네가 할 말은 아니야, 발자크.”
아쉴리에와 셀레네 언니가 동시에 말했다.
‘오, 이럴 땐 죽이 잘 맞네.’
같은 말을 했다고 둘 다 기분 나쁜 표정이긴 하지만.
발자크가 헹, 코웃음을 쳤다.
“내 보기엔 둘 다 똑같─”
“오라버니도 그만해.”
발자크가 칫, 혀를 찼다.
“해가 떴는데 이제 돌아가자, 어린이.”
“아깝게 어딜 가. 아직 뿌리가 진행 중인데.”
그렇다.
우리는 현재 아델리크에게 뺏은, 아니, 정당하게 사들인 저택에 있었다.
하룻밤이 지났는데도 엄청나게 강력한 힘이 저택을 감싸고 있었다.
“게다가 마딜로 가문에서 곧 나설 테니, 여기서 준비를 해야지.”
마침 통신석이 울었다.
[요슈아]나는 통신석에 뜬 글자를 황홀하게 쳐다봤다.
‘가호의 수준이 높아지니까 다 보이네, 다 보여!’
세상이 아름답다.
이걸 이용하면 얼마나 많은 걸 얻을 수 있겠는가.
나는 히죽 웃으며 통신을 연결했다.
“응, 오라버니.”
[마딜로 후작이 제 부인을 내놓으라며 아침부터 난리야.]그 말처럼 통신석에서 마딜로 후작의 고함이 들려왔다.
[이건 납치야─!! 아내를 내놓지 않으면 황궁에 정식으로 고발하겠어!]고발 같은 소리 하네.
나는 입매를 비틀고 말했다.
“후작에게 전해줄래? 황궁에 후작 부인을 데려다 놓기 전에 썩 꺼지라고.”
[……라는데 어찌할까요, 후작.] [뭐, 뭐, 뭐야?! 이……!] [참고로 아버님이 곧 귀가하십니다.]발자크가 픽, 웃었다.
“뒤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인데 저 늙은이가 알까.”
“다 들려, 오라버니.”
발자크가 상냥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이, 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난 마딜로 후작이야! 황궁에서 선발된 최강의 마법사 중 하나라고!]그때였다.
“누구 덕에 선발되셨습니까.”
[……부인?]후작 부인은 진물에 다 젖어있던 퀴퀴한 드레스가 아닌 녹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할머니, 일어나셔도 괜찮아요?”
“아기 덕에 다 나았지. 아, 옷장에서 옷을 좀 빌렸다.”
“제 것도 아닌데요. 얼마든지 쓰세요!”
미친 아델리크가 제 어머니 유품을 챙길 생각도 없이 홀라당 팔아버렸거든.
저것도 돌아가신 선대 이시론 공작 부인의 드레스였다.
“그 김에 통신석도 빌릴 수 있을까?”
“물론이죠.”
“난 아들, 손자뿐이라 꼭 너 같은 손녀를 갖고 싶었단다. 이제라도 생겨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후작 부인이 후후 웃으며 내 뺨에 얼굴을 비볐다.
나는 까르륵 웃고서 후작 부인에게 통신석을 내밀었다.
“접니다, 후작.”
[회, 회복한 거요? 그럼 어서 저택으로 돌아오시오! 황제 폐하께서 기어코 황군을 보내시겠다고……!]“알아서 하십시오.”
[뭐, 뭐?]“당신 같은 쓰레기에게서 자식을 본 죄로 이제껏 바보 같이 살았습니다.”
[이게, 남편 보기를 뭐로 보고…… 카트린느 마딜로!]“내가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은 건, 너 같은 인간 말종이라도 아이들의 아비이기 때문이다, 길버트 마딜로.”
[너, 너……!]“하지만 한 번 죽다 살아나니 알겠더군요.”
후작 부인이 통신석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너 같은 아비는 없는 게 낫다.”
[야─!]“그렇게 채근하지 않아도 곧 죽이러 갈 테니 목 닦고 기다려라, 길버트.”
[……!]“젊었을 때 내 별명을 잊진 않았겠지.”
젊었을 때 별명?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후작 부인을 따라 들어왔던 카인로드 숙부가 속삭였다.
“티로랭 고개의 건달.”
“건달……? 귀족이셨잖아요?”
“온갖 사내들을 못생겼다고 패고, 냄새난다고 패고, 멍청하다고 패서 전과가 있으시다.”
“오…….”
역시 멋진 사람이다.
후작 부인이 무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더러운 몸뚱이나마 세상에 남아있길 바란다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놔라.”
[이, 이혼? 부인, 그게 무슨……!]“위자료는 전 재산. 너는 내 자식, 손자와 일평생 만나지 못한다. 물론 며느리도 포함이야, 쓰레기.”
[부인─!!]“경고는 두 번 하지 않아. 그럼.”
통신을 종료한 후작 부인이 나를 쳐다봤다.
“아침 식사가 필요하겠구나, 아가야. 할미가 오트밀을 기가 막히게 끓인단다, 어떠니?”
“너─무 좋지만, 지금은 갈 데가 있어서요!”
신성 친화율이 떨어지기 전에 볼 사람이 있다.
‘그리미에, 죽었어.’
그 음흉한 속을 싹 다 읽어주마.
나는 히죽 웃었다.
후작 부인이 내 뺨을 두드리며 생긋 미소 지었다.
“사람 하나 죽이러 갈 표정이로구나. 아주 좋아. 세상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지.”
와하하하하하─!
후작 부인이 호탕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