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27)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26화.(227/390)
226화.
마리의 표정은 점점 더 딱딱해졌다.
“너……!”
“그만해.”
호통을 치려던 마리를 막아 준 건 에릴로트였다.
에릴로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상태로는 둘 다 곤란하겠구나. 너희 둘은 나를 따라오렴.”
그러며 이시론의 하인들에게 말했다.
“공작 부인께는 내가 말씀 전할 테니, 집사에겐 너희가 연락해 줘.”
“예, 옛!”
고용인들이 허둥지둥 허리를 굽혔다.
마리는 화를 참듯 눈을 한 번 꽉 감았다. 그러곤 에릴로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희는 마님께서 지시하신 일이 있어 저택으로 가야 합니다.”
마사는 흠칫했다.
‘나, 나는 왜. 너무해, 혼자 가면 되잖아……!’
에릴로트는 마사의 표정을 살핀 뒤, 마리에게 말했다.
“넌 그렇게 해. 마사는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
마리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마사는 뛸 듯이 기뻐했다.
“네……!”
마사가 종종걸음으로 에릴로트의 뒤를 쫓았다.
이시론의 고용인들이 놀란 눈으로 마사를 쳐다봤다.
“괴, 굉장해.”
“마사가 정말로 아스트라 백작 영애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다…….”
모두가 언니를 더 인정하지만, 에릴로트만은 아니었다.
‘나를 더 좋아하시는 거야…….’
마사가 꿈에 부푼 얼굴로 에릴로트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 * *
난 마사와 함께 횃불의 궁으로 들어왔다.
집무실로 향하자, 한지혁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내 뒤를 바짝 쫓아오는 마사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마사와 만나셨습니까?”
“응, 공작 부인이 데려오셨더라고.”
나는 뒤를 돌아보고서 말했다.
“잠깐 쉬고 있어.”
“아…… 저어, 그럼 영애님께선……?”
“난 일이 끝난 후 갈 거야. 할 얘기가 있다면서?”
“네!”
마사가 에헤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횃불의 궁 소속 궁인을 불렀다.
“쉴 만한 곳으로 안내해 주어라.”
“예, 원화.”
마사가 궁인을 쫓아갔다.
나는 그 애가 사라진 후, 한지혁에게 말했다.
“알렉시스에게 마리가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 주라고 전해.”
“왜?”
“상태가 아주 안 좋아 보였어.”
멀쩡한 척하지만, 걷는 모양이 이상했다.
마사와 다툴 때는 무릎까지 후들거렸고.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억지로 참고 있는 거야.’
한지혁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마리는 확실히 챙겨야지. 그 애가 죽으면 달리아가 올 테니.”
“달리아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어?”
“난 마리가 좋아.”
한지혁이 눈을 크게 떴다.
“오…….”
“뭐야, 내가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게 이상해?”
“그렇게 말하는 건 처음 봐서.”
한지혁이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나는 “이씨…….” 하며 머리를 다시 다듬었다.
한지혁은 픽 웃었다.
“좋네.”
“뭐가.”
“너한테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 게.”
“난 친구 많거든? 황도 영애들과 잘 지낸다고.”
“이용 가치가 있어서 곁에 두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한테면 손해를 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친구 말이야.”
“……어른스럽게 말하면 되게 안 어울리는 거 알지?”
“알아, 인마.”
한지혁이 낄낄 웃고 내게서 떨어졌다.
“그럼 난 시키신 일 하러 갑니다.”
나는 한지혁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집무실로 들어갔다.
* * *
횃불의 궁 후원.
마사는 당황한 얼굴로 앞에 선 사람을 바라봤다.
진분홍색의 드레스를 입은 양 갈래 소녀의 무리가 자신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의자를 가져오라니까!”
“저기, 저어…… 저, 저는 궁인이…….”
“궁인이면 뭐! 나는 중앙 원화로 영전하신 세바스티아 님의 뒤를 잇기 위해 예비 원화전에 참전한 몸이라고!”
“그, 그렇지만…….”
“뭐야? 설마 내가 원화가 아니라 명을 들을 수 없다는 거야?!”
양 갈래 소녀가 벼락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소란을 들은 궁인이 재빨리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양 갈래 소녀는 황궁의 정복을 입은 궁인을 보고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저 애에게 의자를 내오라 하니 말만 더듬고 있구나.”
“레이디, 이 아이는 명받을 입장이 아닙니다.”
“뭐야?!”
양 갈래 소녀가 울컥,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로슈펭 백작가의 35대손, 위대한 록티스 로슈펭의 손녀야!”
“…….”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개였다.
“아스트라의 23대손, 위대한 크로노스 아스트라의 손녀, 에릴로트입니다.”
에릴로트는 현재 관심의 중심이었다.
작년엔 에릴로트가 입은 케이프 퍼가 대유행이었고, 올 초엔 그 아이가 즐겨 신는 굽 낮은 로퍼가 유행이었다.
이제는 온갖 아가씨들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온갖 수단을 이용해 머리를 곱슬인 것처럼 말고 다닌다.
‘하다 하다 소개말까지 유행어가 되었군…….’
“레이디, 가문의 역량은 관계가 없습니다.”
“하면!”
“이 아이는 궁인이 아닙니다. 하여 명받을 입장이 아니라 말씀드린 것입니다.”
“설마…… 너, 귀족이냐?”
양 갈래 소녀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마사를 뜯어보았다.
“아니지. 이런 추레한 계집애가 귀족일 린 없어.”
“손님입니다.”
“손―님?!”
양 갈래 소녀가 하!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같은 무리의 아이들도 입매를 비틀었다.
“말도 안 돼.”
“저깟 게 누구의 손님이란 거야?”
“우릴 속이는 게 아니냐?”
양 갈래의 소녀가 팔짱을 끼며 마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기가 막히는 소리는 그만하고―”
그때였다.
“누가 감히 원화의 후원에서 소란을 벌이느냐.”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문가로 집중되었다.
남군 원화인 리카 델프르였다. 그 곁엔 중앙 원화인 세바스티아 비페리가 함께였다.
양 갈래 소녀와 그 무리가 재빨리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원화~ 오랜만이어요~”
양 갈래 소녀가 헤헤, 웃으며 어깨를 움츠렸다.
남군 원화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쪽은?”
묻자, 세바스티아가 대신 대답했다.
“아아, 블라썸 로슈펭 양이로군. 동부의 귀족이지?”
“중앙 원화가 저를 기억해 주신다니……! 너무나 기뻐요.”
“1차 예비 원화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들었으니까. 한데, 무슨 일이지?”
세바스티아가 궁인을 쳐다보며 물었다.
“레이디들께서 이 아이를 궁인으로 오해하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궁인이 아니라고?”
세바스티아의 말에 마사가 “아……!” 하며 겉옷을 벗었다.
쌀쌀한 날씨에 어깨를 떨자, 한지혁이 주고 간 외투였다.
등에 새겨진 이시론의 문양을 본 세바스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이시론 공작가의 아이로구나. 그런데 누구의 손님이지?”
“아, 저기, 그게 에릴로트 영애님의……!”
그 말에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던 남군 원화가 흠칫했다.
“서군 원화의 손님이라고……? 이시론의 하인이 어떻게 그녀와 알지?”
세바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혼자가 이시론 공자이니 이시론 가의 고용인과 알 수도 있겠지요.”
그러자 양 갈래 소녀와 그 무리가 쑥덕였다.
“아아, 그래서 이시론의 하인이…….”
“뭐야, 궁인보다 못한 신분이었군요.”
“귀족이 아닐 줄 알았어요. 저 꼴을 보세요. 귀족이 저런 꼴일 리 있겠어요?”
“하기는…….”
마사는 울컥, 치맛자락을 비틀어 쥐었다.
‘뭐야, 나는 그냥 이시론의 하인으로 온 게 아닌데…….’
마사가 웅얼거렸다.
“저, 저는 하인으로 온 게 아니라 친구로 온 건데요…….”
남군 원화가 휙, 마사를 쳐다보았다.
“친구?”
“……네.”
마사가 입술을 삐죽이고, 양 갈래 소녀와 그 무리를 쳐다봤다.
“고향에서부터 알던 사이였어요. 에릴로트 영애는 좋은 분이셔서 저나 언니 같은 평민을 친구로 여겨 주셔요. 그래서 일자리도 마련해 주시고, 상담도 해 주시고…….”
그 말에 남군 원화의 태도가 대번에 변했다.
“그래?”
“네!”
“하면 넌 아주 귀한 손님인 게로구나.”
“네?”
“원화의 손님은 횃불의 궁의 귀인이지. 거기, 너, 어서 차와 다과를 내오렴.”
남군 원화가 마사의 손을 잡고, 테이블로 향했다.
양 갈래 소녀를 본체만체하던 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남군 원화는 마사를 제 맞은편에 앉히고, 세바스티아를 쳐다봤다.
“쉬는 시간이시죠? 잠깐 함께 차를 마시는 게 어떠세요?”
“그럴까요.”
세바스티아까지 자리에 앉자, 남군 원화는 턱을 괴며 마사를 쳐다봤다.
“아주 귀엽게 생긴 아이로구나.”
“과, 과찬이세요…….”
“진심이야. 서군 원화가 귀여워하는 걸 보면 정말로 그러니까.”
“그, 그런가요?”
마사가 에헤헤, 웃었다.
“그런데 언니가 있다고? 네 언니도 서군 원화와 절친한 사이니?”
“언니에게도 잘해 주시지만 그래도 역시 제가 에릴로트 영애와 여러 가지로 통하는 게 많아서……!”
“어머나, 어떤 것일까~?”
남군 원화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사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세바스티아가 픽 실소를 흘렸다.
“너무 겁먹지 말려무나. 남군 원화가 최근에 서군 원화에게 관심이 지대해서 말이야.”
“호감이 지대한 거죠.”
“글쎄요. 예전 일을 생각하면…….”
“옛날얘기는 뭐 하러 하셔요.”
남군 원화가 볼멘소리를 뱉자, 세바스티아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양 갈래의 소녀와 그 무리는 부러운 표정으로 마사가 있는 테이블을 쳐다봤다.
마사는 그런 소녀들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손끝을 문질렀다.
‘원화들이 이렇게나 호의롭게 대해 주시다니…….’
저 귀족 영애님들이 자신을 부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사가 에헤헤, 웃으며 손을 꼼질거렸다.
* * *
급한 일을 처리한 뒤, 시계를 확인했다.
‘마사를 한 시간이나 혼자 뒀네.’
이제 슬슬 저택으로 데려다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나던 찰나였다.
똑똑, 내 집무실 앞을 지키는 경비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시론의 고용인이 뵙기를 청합니다.”
마사인 모양이었다.
나는 문밖으로 나섰다.
“마사?”
“네, 영애님! 이만 돌아가 보려고요……!”
“벌써? 상담할 말이 있다면서.”
“네에, 궁에서 듣자 하니 업무에 복귀한 첫날이라 매우 바쁘실 거라고 하더라고요. 상담은 나중에 해도 되니까요.”
“그래…….”
마사의 표정은 매우 밝아져 있었다.
“그럼 한에게 데려다주라고 말해 둘게.”
“아니에요!”
마사가 얼른 손을 내저었다.
“이시론가는 성에서 가깝잖아요. 산책 겸, 운동 겸 걸어가도 돼요.”
“두세 시간은 걸릴 텐데.”
“정말 괜찮아요! 오늘 일을 생각하면서 걸을래요! 그러고 싶어요……!”
마리와 싸운 일을 반성한 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행복해 보이는 표정인데.’
나는 곁눈질을 하며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다면야. 성문에 네가 나갈 거라고 얘기를 해 둘게.”
“네!”
마사는 나를 향해 허리를 깊게 숙였다.
그러곤 내 손을 덥석 잡고서 말했다.
“영애님 덕분에 제가 얼마나 과분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모르실 거예요……!”
“…….”
“영애님을 만난 건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에요. 영애님께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저…… 힘낼 거예요…….”
마사가 의지에 불타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 애는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이고 돌아갔다.
마침 내 집무실 쪽으로 오던 한지혁이 달려가는 마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글쎄?”
“어쨌든 서두르자, 이제 대회의 시간이니까.”
원화들까지 참석하는 대회의.
처음으로 대회의에 참석할 날이 왔다.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가자.”
* * *
그날 밤.
마사는 하녀장의 앞에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어찌 황궁에서 소란을 벌여!”
“소, 소란이 아니라…….”
“변명은 그만하지 못하겠니! 마리 같은 아이가 오죽했으면 그리 화를 냈을까.”
마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녀장은 마사를 쏘아보았다.
“네가 아스트라 백작 영애의 추천을 받지 않았더라면, 징벌방이 열렸을 것이다.”
“…….”
“반성해!”
“……네.”
“벌로 일주일 무급 근신이다. 나가.”
하녀장이 인상을 찌푸리곤 방문을 가리켰다.
마사는 잔뜩 기가 죽은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가뜩이나 저조한 기분으로 어두컴컴한 복도를 걸으니 늪에 발이 빠진 것 같은 기분이다.
‘낮엔 꿈을 꾸는 것 같았는데…….’
마사가 한숨을 내쉬며,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기숙사가 매우 소란스러웠다.
돌아온 마사를 본 이들이 호들갑을 떨며 다가왔다.
“마사!”
“무슨 일 있어요? ……언니는요?”
“아아, 몸이 안 좋은가 봐. 당분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던걸.”
“근신은 아니고요?”
“근신? 그런 얘기는 없던데. 오히려 마님이 시킨 일을 오죽 잘했으면 하녀장님이 침이 마르게 칭찬하셨지 않아?”
다른 하인들이 “응,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의 눈빛이 흐려졌다.
‘또 언니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하인들이 마사를 끌어당겼다.
“그보다 어서 와 봐. 네 앞으로 엄청난 게 왔단 말이야!”
“네?”
마사는 하인들에게 끌려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엔 포장지가 풀어 헤쳐진 상자가 있었다.
“이게 뭐예요?”
“네 앞으로 온 거라니까!”
마사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와……!”
샛노란 색의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귀족 아가씨들의 것처럼 소매가 풍성하고, 아주 예쁜 레이스가 밑단마다 붙어 있었다.
아가씨들이나 하는 화려한 보닛도 함께였다.
“이, 이게 뭐예요.”
“편지도 있어!”
편지 봉투엔 말린 꽃이 붙어 있고, 향수를 뿌린 듯 향긋한 냄새가 났다.
마사가 편지를 열어 보았다.
[오늘 일은 정말이지 미안해요. 사과의 뜻이랍니다.귀한 분의 친구인 줄도 모르고 짧은 생각으로 실례를 범했어요.
추신. 우리는 매주 일요일 다과회를 가진답니다. 마음이 풀렸다면 이 옷을 입고 와 주세요.
-블라썸 로슈펭]
블라썸 로슈펭이라면 원화들의 후원에서 본 양 갈래의 소녀였다.
‘귀, 귀족들이 날 초대한다고?’
마사와 함께 편지를 본 고용인들이 기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