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29)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28화.(229/390)
228화.
마사가 헤헤 웃으며 속삭였다.
“네에, 그럴게요.”
[내일도 쉰다고 하셨죠? 점심 식사라도 하는 게 어떠세요?]“또, 또요?”
[혹시 실례했나요?]“아뇨, 아뇨! 저야 너무 좋은데…….”
[그럼 내일 이시론에 사람을 보낼게요.]“그, 그러면 내일 뵐게요. 좋은 저녁 되세요.”
[마사 양도요.]처음엔 블라썸 양을 싫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었다.
마사는 블라썸 로슈펭이 준 통신석을 두 손에 조심스럽게 품은 채로 방에 돌아왔다.
두근거려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 * *
하루하루가 꿈만 같았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환상적인 케이크.
코가 녹아내릴 것처럼 달콤한 향기가 나는 차.
구름처럼 푹신한 소파.
예쁜 여자아이들은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고귀한 발음의 단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근신하는 일주일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근신의 마지막 날.
마사는 블라썸의 무리와 함께 승마장을 찾았다.
‘멋지다…….’
블라썸이 털이 반질반질한 망아지의 목을 쓰다듬었다.
“아버지가 제 생일 선물로 사주신 말이에요. 아르키라고 한답니다.”
“예, 예뻐요!”
“그렇죠? 다음 달에 있는 동부 예비 원화전에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갈 거예요.”
원화전!
‘그럼 블라썸 양이 영애님처럼 원화가 되는 걸까.’
원화와 친구라니.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다른 영애들이 후후 웃었다.
“물론이지요. 블라썸 양은 원화전을 위해서 밤낮없이 애쓰고 계신걸요.”
블라썸이 오만한 표정으로 영애들을 둘러봤다.
“승마도 훈련의 일종이죠. 마사 양은 말이 없으니 누가 말을 빌려주셔야겠어요. 아, 칼라 양.”
영애들의 맨 뒤에 있던 소녀가 흠칫했다.
“저, 저요?”
“네, 마사 양에게 말을 빌려주세요.”
“제 말은 어머님께서 물려주신 소중한……!”
“그래서요? 싫다는 건가요?”
칼라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나 영애들이 수군거리자, 고개를 푹 수그린 채로 웅얼웅얼 대답했다.
“아뇨…….”
블라썸이 후후 웃고 마사를 쳐다봤다.
“그렇다고 하는군요. 자, 그럼 가죠.”
마사는 울먹이며 멈춰 서 있는 칼라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걸었다.
“저어, 이래도 될까요?”
“뭐가요? 아아, 칼라 양이요?”
블라썸이 입매를 비틀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 무리에 넣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입장인걸요.”
“감사해야 하는 입장이요?”
“칼라 양의 아버지는 단승작위예요.”
“단승작위……?”
“아, 물려주지 못하는 작위예요. 예를 들면 마사 양만 작위를 가지고, 자식에겐 물려줄 수 없는─”
말하던 블라썸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쉽게 말해서 그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칼라 양은 평민이란 거예요.”
“아…….”
“물론!”
블라썸은 생글생글 웃으며 마사의 손을 잡았다.
“마사 양과는 차이가 있죠.”
“왜요?”
“마사 양에겐 엄청난 친구가 있잖아요.”
“네?”
“모든 귀족이 연을 맺고 싶어 하는 아스트라 공작의 손녀. 그녀가 마사 양의 친구이니 얼마나 멋져요?”
마사가 “아…….” 하며 수줍게 웃었다.
다른 영애들도 살가운 표정으로 마사에게 다가갔다.
“어서 가요.”
“해가 지면 말을 못 탈 수도 있거든요.”
마사는 영애들과 함께 승마로로 향했다.
말을 타는 건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 * *
이튿날.
마사는 허겁지겁 기숙사를 뛰쳐나왔다.
‘어떻게 해! 벌써 일곱 시가 지났어!’
이미 고용인 조례가 시작되었을 시간이었다.
마사가 헐레벌떡 조례실로 뛰어 들어갔다.
“죄, 죄송합니다!”
“…….”
“…….”
분위기가 잔뜩 얼어붙어 있었다.
하녀장이 마사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대체 어떻게 하면 조례에 40분을 늦을 수 있는─”
“그만.”
총집사가 수첩을 닫으며 말했다.
그러곤 마사에게 인자한 표정으로 물었다.
“몸이 좋지 않은 것이냐?”
“네? 아, 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승마가 그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다.
승마할 때는 몰랐는데, 다음날이 되니 허리와 엉덩이가 부서질 것 같았다.
총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는 당분간 외저의 일을 할 수 없겠구나. 몸을 덜 쓰는 일로 옮겨주어라.”
하녀장이 흠칫했다.
“하지만 블로니 사건으로 이미 많은 고용인이 해고되었습니다. 마사까지 빠지게 되면 다른 이들의 업무량이……!”
말하던 하녀장이 집사의 차가운 눈을 보고, 곧 입을 다물었다.
조례는 그렇게 끝이 났다.
상급 고용인들이 떠나고, 조례실에 남은 하인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가뜩이나 일이 많은데 마사의 일까지 하란 말이야?”
“네가 근신하는 동안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이번엔 며칠이나 빠질 거냐, 응?”
외저의 하인들이 소리치자, 내저 하인들이 나섰다.
“뭘 그렇게 소리를 쳐?”
“하, 하지만 아솔 님……!”
“빗자루로 낙엽이나 치우는 일이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마사는 말이야, 영애님들과 승마를 하고 와서 피곤한 거야.”
“…….”
“마사가 인맥을 쌓아두는 것도 다 이시론을 위한 일이라고.”
“…….”
“다들 이기적이어선. 반성하렴.”
외저 하인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입을 꾹 다물곤 방을 나섰다.
그들이 나가고 내저의 하인들이 마사를 불렀다.
“마사~”
“네!”
“네가 어제 가져온 펜이 너무나 훌륭하더구나. 보니까 펜대의 문양이 은이던데. 이걸 정말 내가 가져도 되는 것이냐?”
“저도 영애들에게 한사코 거절했는데요! 주변 분들과 나눠 쓰라고 하셔서 받아온 거예요.”
“그래?! 아이고, 고맙게 쓰마.”
“마사, 타르트가 정말 맛있더라. 너무 잘 먹었어.”
“다음에 영애님들을 만나러 갈 때는 나도 데려가 줄래?”
영애들이 사준 선물을 나눠주니, 다들 엄청나게 상냥했다.
블라썸의 말이 떠올랐다.
“마사 양은 순수하셔서 모르시겠지만, 돈과 인맥은 인생의 윤활유랍니다.”
‘그 말이 정말인가 봐.’
블라썸을 생각하니 가슴이 콩닥거렸다.
“귀족과 평민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그저 블라썸과 마사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 그래도 되나요?”
“저는 외동딸이라 동생이 가지고 싶었답니다. 마사 양이 제 동생 같고 그래요.”
언니, 동생 사이…….
그 말을 떠올린 마사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블라썸 양과 내 사이가 정말로 자매 같아.’
진짜 조언을 해주고,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마리보다 블라썸이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내저 하인들이 배려해줘서 일은 쉬운 것을 받았다.
심지어 내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마사는 당분간 저택 내의 화초에 물을 주는 일을 맡게 되었다.
내저 안은 따뜻하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일도 힘들지 않았다.
일이 끝나면 블라썸 양의 무리와 함께 놀러 나갔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거워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 * *
며칠 후.
마사는 통신석을 들고 걸으며 까르륵 웃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그 모임에 닭털 같은 것을 단 모자를 쓰고 올 수 있어요?]“그러게요. 사람이 좀 이상하긴 했어요.”
[아무튼 그래서 헤린 양은 아웃이에요.]“네, 거리에서 만나도 인사하지 않을게요. 생각해보니까 헤린 양이…… 아,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그래요.]마사는 얼른 통신을 종료했다. 맞은 편에서 하녀장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녀장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코너 쪽을 보며 미소 지었다.
“마리.”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습니다. 송구합니다.”
“닥터의 말로는 상태가 여전히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하던데 더 쉬지 않고.”
“이시론 가에 충분히 배려받았어요.”
“하여간에 성실하긴.”
하녀장이 후후, 웃으며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야…… 나한테는 엄청나게 못되게 하시면서 언니한테만…….’
마사가 통신석을 들고 입술을 삐죽였다.
하녀장이 마리에게 인사하고 지나간 뒤, 마사는 그쪽을 향해 걸었다.
“언니.”
“……그건 뭐야?”
마리는 인사하기도 전에 마사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별것 아냐……. 그보다 몸은 좀 괜찮─”
“별것 아니긴! 보석이잖…… 잠깐만, 그거 혹시 통신석이야? 어떻게 된 거야? 저택에서 받았어?”
“왜 인사하기도 전에 그런 것부터 물어…….”
“통신석 관리 명단엔 네가 없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
“……누가 줬어.”
“누가 그런 걸 줘! 그게 얼마인지 알기나 해? 우리 같은 사람은 평생을 일해도 못 살─”
“그만, 그만!”
마사가 빽, 고함을 내질렀다.
일하던 사람들이 흠칫, 마사를 쳐다봤다.
마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
“우리는 남들이랑 다르대. 그냥 평민이 아니라고 했어…….”
“……뭐?”
“스스로 특별한 걸 알아야 평범한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그게 좋은 거라고 했다고.”
“……우리가 왜 남들과 달라?”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
“너 대체 무슨 소리를 듣고 다니는 거야?”
마사가 흥, 고개를 돌렸다.
“됐어. 언니랑은 말이 안 통해.”
생각해보면 다른 하인들도 그랬다.
그들도 교양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어쩌다 남은 주인들의 음식이나 먹으려고 하고…….
‘그런 건 거지들이나 하는 일이랬는데.’
마사가 홱, 고개를 돌렸다.
“난 이제 퇴근할 시간이야. 갈래.”
“네 방에서 기다려. 하던 일을 마치고 갈 테니까.”
“나 이제 기숙사에서 안 살아.”
“뭐라고?”
마사는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친구’가 지낼 곳을 마련해줬거든. 이시론 저택 근처라 오가기도 편해. 언니가 부탁하면…… 함께 지내게 해달라고 말은 해볼게.”
“……1구역 근처에 지낼 곳을 마련했다고? 설마 탄슈드 숙관을 말하는 거야? 하룻밤에 얼마인지 알고 그래?”
“돈, 돈, 돈! 그놈의 돈 얘기 좀 그만해!”
“마사.”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어. 우정이나, 자매애 같은 거. 내 진짜 언니는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게 싫대. 그래서 마련해줬어.”
“진짜 언니……?”
마사는 흥, 하고 몸을 돌렸다.
“마사, 얘기 좀 해.”
“난 내일부터 사흘간 휴가를 받았어. 나중에 봐.”
“마사!”
마사는 아무렇지 않게 마리를 무시하고 복도를 걸었다.
복도에 걸린 거울에 자신과 언니의 모습이 비쳤다.
블라썸이 준 목걸이와 팔찌를 차고, 다른 영애가 준 천을 덧댄 메이드복.
화려한 자신과 달리 언니는 초라한 복색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묘한 승리감이 들었다.
마리가 새파란 얼굴로 달려왔으나, 마사는 곧장 저택을 나섰다.
그리고 탄슈드 숙관으로 향해서 며칠간 묵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언제나처럼 깔끔하고 아름다웠다.
“와, 오늘도 음식이 준비되어 있네. 아, 이 석류즙 너무 좋더라.”
호화로운 드레스로 갈아입고,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잔을 들었다.
‘아, 행복해…….’
홀짝홀짝 음료를 마시던 중에 통신석이 반짝였다.
“네, 블라썸 양.”
[어디에요?]“숙관이에요!”
[마음에 드나 봐요.]“물론이에요! 너무너무 좋아요.”
[마음에 들어 하시니 기쁘네요.]후훗, 웃은 블라썸이 말했다.
[그런데 ‘그 건’은 어떻게 되었어요?]“아, 에릴로트 영애와 블라썸 양을 ‘우연히’ 마주치게 해달라고 했던 그것 말이지요?”
[제 아버님이 정말로 기대하고 계셔요.]“그렇지 않아도 지금 에릴로트 영애에게 서신을 쓰려고 했어요.”
[기뻐라~ 고마워요!]“뭘요.”
마사는 에헤헷 웃었다.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요.]통신을 종료한 뒤, 내친김에 지금 서신을 쓰기로 했다.
방에 비치된 양피지를 꺼내고, 짐가방에서 지난번 블라썸이 사준 만년필까지 준비했다.
‘으음, 그러니까…… 안녕…… 하세요…… 에릴로트 양…….’
편지를 쓰며 석류즙을 홀짝였다.
* * *
아스트라 제 2백작저.
나는 황궁에서 2시경에 귀가했다.
“으그그…….”
내가 소파에 앉아서 발을 주무르고 있으니, 한지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매일 황제궁과 황태후 궁을 그렇게 오가니 발이 안 아플 재간이 있나.”
“잔소리하지 마. 안 그래도 피곤한데.”
“그럼 편지는 나중에 확인할래?”
“영애들의 초대장?”
“그것도 있고, 안부 편지도 있고. 뭐, 여러 가지?”
“줘.”
한지혁이 가져온 편지는 한 무더기였다.
‘언제 저 답장을 다 쓰지…….’
아빠가 중앙탑에 들어가고, 내가 최강의 원화라는 별명까지 얻고 나선 편지 하나도 허투루 관리할 수 없었다.
“황도 애들에겐 너한테 답장을 받는 게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라더라.”
“……선별해야겠다. 일단 파앙테 양과 트랑 양에겐 답장을 쓰고, 으음…… 이건 뭐야?”
“아, 그건 마사에게서 온 편지.”
마사?
웬일로 편지를 다 썼지.
나는 마사가 보냈다는 붉은 봉투의 편지를 들었다.
“……이걸 정말 마사가 보냈다고?”
“그렇다니까.”
“하지만 이거…….”
나는 편지를 들며 한지혁을 쳐다봤다.
“……탄슈드 숙관에서 온 건데?”
봉투 위로 분명히 보인다.
[탄슈드 숙관의 양피지]─라는 문구가.
한지혁이 미간을 좁혔다.
“탄슈드?”
놀랄만한 일이었다.
탄슈드 숙관은 1구역과 가장 가까운 여관이라, 1박에 평민의 3년 생활비가 든다.
나는 미간을 좁히고 편지의 끄트머리를 매만졌다.
“마사에게 붙인 사람 있지?”
“물론이지. 그리미에와 그 끄나풀들과는 절대 마주치지 못하도록 했으니까.”
“바로 저택에 들어오라고 해.”
나는 싸늘한 얼굴로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