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31)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30화.(231/390)
230화.
마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영애들을 쳐다봤다.
“네?”
영애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저들끼리 짜증 섞인 말을 나누었다.
“이게 뭐예요. 시간만 낭비했잖아요!”
“저는 얘기도 못 해봤다고요.”
“그, 그런데 서군 원화의 표정이 나쁘지 않았나요……?”
한 영애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말했다.
날카롭게 투덜거리던 영애들이 그녀를 쳐다봤다.
“네?”
“제 눈엔 표정이 아주 안 좋아 보였던 것 같아서요…… 혹시 서군 원화께서 언짢으셨던 게 아닌지…….”
다른 영애들이 흠칫했다.
그녀들은 당황한 얼굴로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뭐…… 이런 거로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쁘겠어요?”
“그래요! 어디까지나 ‘우연히’ 마사 양을 만나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건데……!”
처음 에릴로트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 같노라 말했던 영애가 눈썹을 늘어뜨렸다.
“사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큰 무례가 맞긴 하죠…….”
“벼, 별로 그렇게까지는……!”
“선약 없이 자리에 합류했고, 첫 만남에 대뜸 부탁을 했잖아요…….”
“서, 서군 원화는 호탕한 성격이라고 들었어요! 이런 일로 꽁하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자 다른 영애들이 얼른 동의했다.
“네! 그래요!”
“하지만요…… 혹시 황도 영애들에게 이 얘기가 들어간다면…….”
“……!”
“……!!”
블라썸 무리의 영애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마사의 앞에선 아주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고고하게 굴었으나, 기실 이들은 따지고 보면 ‘지방 귀족’이었다.
에릴로트가 어울리는 1구역의 영애들처럼 대귀족이 아니다.
아예 황도에 저택조차 없었고, 대부분이 분가의 아이들이었다.
‘만약에 이 일로 중앙 사교계에서 우리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중앙 사교계.
즉 대귀족이 속한 황도의 사교계는 예의를 중시한다.
“이번 일은 명백히 예의가 없는 짓이긴 했잖아요…….”
“왜 그런 얘기를 지금 하시는 거예요!”
“네?”
“처음부터 말씀하셨다면 다른 쪽으로 일을 진행했을 수도……!”
“아니, 저는 마사 양이 서군 원화와 그렇게 친하다고 해서……! 다들 그렇잖아요?”
“그건…… 그렇긴 해도…….”
“모두 무리란 걸 알고 있었지만, 마사 양과의 관계를 믿고 밀어붙인 것이었으면서……!”
일이 틀어지니 다들 몰랐다며 변명하기 바쁘다.
영애들은 난처한 듯 입술을 깨물거나,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 그럼 어떻게 하죠?”
“서군 원화가 파앙테 후작 영애와 막역한 사이라지 않았어요?”
“네, 큰일이에요…… 조모와 모친 두 분이 모두 중앙 사교계의 큰 어른이신데…….”
다들 울상을 짓던 때였다.
피네사 쿠롱이 울컥 소리쳤다.
“이게 다 마사 양 때문이라고요!”
우두커니 서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사는 크게 당황했다.
“네? 제, 제가 왜……!”
“말끝마다 서군 원화 얘기를 하면서 친분을 자랑했잖아요!”
“아, 아니, 저는 여러분이 물어보셔서…….”
피네사 쿠롱이 하! 헛웃음을 터뜨렸다.
“만나자마자 운명의 조각처럼 잘 맞았다, 늘 당신을 생각하시면서 무얼 해줘야 하나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말했잖아요!”
“그, 그렇게 말하긴 했어도……!”
“우리는 모두 당신을 믿고 이 일을 벌였다고요! 그런데 이게 뭐예요?”
“아, 아니, 저는 그렇게 하자고 말한 적이……!”
“평민 따위의 말을 믿는 게 아니었어!”
“그, 그런……!!”
마사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뭐야, 정말.’
왜 모든 게 내 탓인 것처럼 구는 거지?
나는 저들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인데.
‘처음엔 그렇게나 잘해줬으면서……!’
이제 보니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마사는 울먹이며 블라썸을 쳐다봤다.
‘영애들을 봐요.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요?’
우린 친구인데……!
블라썸이라면 자신을 위해 나서줄 것이다.
‘내가 동생 같다고 했는걸. 나도 블라썸 양을 진짜 언니라고 생각하고 있—’
“우리를 속였나요?”
그런데 이상했다.
마사는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며 블라썸을 쳐다봤다.
“브, 블라썸 양…….”
“실망이에요.”
마사가 흠칫했다.
저건 ‘아웃’당한 영애들이 듣던 말이었다.
촌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온 영애.
부모가 고작 단승작위를 가진 주제에 자신만만하던 영애.
블라썸의 마음을 단단히 상하게 한 영애.
그런 사람들이 듣던 말이 바로—
“실망이에요.”
마사는 얼굴이 새파래져서 블라썸에게 다가갔다.
“저, 저기, 제 말을…… 저는, 아니, 그게, 브, 블라썸 양……!”
“친구는 결코 실망하게 해선 안 되잖아요?”
블라썸이 팔짱을 낀 채로 마사에게 다가갔다.
“안 그래요?”
“그, 그렇지만, 이, 이 일은 제 탓이……!”
“마사 양은 현명한 분이시죠. 다른 멍청한 평민들과 달리.”
마사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블라썸이 생긋 웃으며 마사에게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마사 양. 전 당신이 ‘친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되길 바라요.”
“네?”
“다시 서군 원화를 뵐 자리를 마련해주세요. 물론, 사전에 우리를 ‘아주 잘’ 말씀해주시리라 믿어요.”
그렇게 말한 블라썸이 차갑게 돌아섰다.
다른 영애들도 마사를 싸늘하게 쳐다보곤 등을 돌렸다.
마사는 우두커니 서서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 * *
일주일 후.
마리는 상점가로 나왔다.
지난주가 급료를 받는 날이라, 돈을 입금시키기 위해서였다.
이시론의 첫째인 아델리크의 심부름을 다녀올 겸, 마리를 태워준 마부가 웃었다.
“자, 여기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뭘. 네가 서류를 봐준 덕분에 사기당하지 않을 수 있었는걸.”
“다음번에도 보여주세요.”
“나야 좋지. 한데 매달 이곳에 오는구나.”
“은행이에요.”
“은행이란 곳은 나도 알지. 귀족 나리들이 돈을 빌리는 곳.”
평민들은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다.
한 달 벌어서 한 달 먹고살기 벅차므로, 돈을 모은다는 개념이 없었다.
“돈만 빌리는 곳이 아니고요. 돈을 모으기도 해요.”
“왜 굳이? 집이 있는데.”
“예금을 만들면 이자도 줘요. 지금은 이자도 아주 많아서—”
“아이고, 마리. 그게 다 귀족들이 돈 빼먹으려는 술수다, 술수.”
“…….”
마리는 설득을 포기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저택에서 봬요.”
마리는 마부에게 인사하고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급료를 다 맡겨두었으니까, 꽤 모였겠어.’
은행원에게 입금을 부탁하고, 확인증을 받았다.
그런데…….
“금액이 잘못된 것 같은데요.”
마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확인증을 내밀었다.
자매는 급료의 90퍼센트를 저축했다.
‘왜 20실버 밖에 안 남았다고 적혀 있지?’
“확인해주세요.”
말하자 은행원이 장부를 뒤졌다.
얼마 뒤, 그가 말했다.
“그 내역이 맞습니다.”
“말도 안 돼요.”
“며칠 전 돈을 찾아가셨군요. 찾아간 사람의 이름이…… ‘마사’입니다.”
뭐라고?
마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당장에 은행을 뛰쳐나와서 저택으로 달려갔다.
‘대체 무슨 일인 거야.’
저금된 돈은 큰돈이었다.
급료뿐 아니라, 에릴로트가 주었던 후원금도 이리저리 아껴서 목돈을 만들어뒀기 때문이다.
마리가 이시론 저택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내저의 하인을 붙잡고서 물었다.
“마사, 어디에 있어요?”
하인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턱짓했다.
“저쪽에.”
가리킨 곳엔 하인들이 몰려 있었다.
마리가 사람들을 헤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체 정신을 어디다 빼고 다니는 게야!”
하녀장이 엄청나게 화가 나서 마사를 추궁하고 있었다.
“이건 마님께서 친정에서 가져오신 것이다. 어찌 이런 것을 깨 먹을 수 있어……!!”
마리가 흠칫, 바닥을 쳐다봤다.
정말로 공작부인이 아끼는 찻잔이 깨져 있었다.
마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녀장님, 제가 대신—”
그때, 마사가 웅얼거렸다.
“마님께선 용서해주셨잖아요.”
“……뭐?”
“마사!”
하녀장이 기가 막힌다는 목소리로 물었고, 마리가 소리쳤다.
마사는 치맛자락을 꽉 비틀며 말했다.
“주인이 용서해주셨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너, 너……!”
“마사, 너 뭐 하는 거야. 얼른 사과드리지 못해?”
마리가 팔을 잡자, 마사가 울컥 떨쳐냈다.
“하녀장님은 그냥 제가 싫어서 그러시는 거잖아요!”
그러곤 휙, 등을 돌리고 뛰어가 버렸다.
하녀장은 어이가 없는 얼굴로 마사를 쳐다봤다.
“저 애가 정말…….”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마리는 몇 번이나 허리를 굽힌 뒤 동생을 따라 쫓아갔다.
마사가 향한 곳은 하인 기숙사의 제 방이었다.
마리가 방에 따라 들어가서 소리쳤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어서 사과드리지 못해?”
“내가 왜? 미워서 트집 잡는 거야! 마님은 용서해줬어!”
“그렇다고 해서 하녀들의 총책임자가 네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순 없어!”
“언니야 하녀장이 귀여워하니 편을 들려고 그러는 거지!”
“너, 대체 왜 이래? 무슨 바람이 들어서 그래! 저금은? 저금은 왜 빼간 거야? 어디 있어?”
마사가 흠칫했다.
“뭐, 뭐가! 난 피곤해. 가.”
마리가 방을 둘러보았다.
고가의 상품을 파는 상점의 쇼핑백이 보였다.
마리가 쇼핑백을 집으려 하자마자 마사가 얼른 빼앗아서 꽉 안아버렸다.
“드레스야? 설마 저금을 털어서 드레스를 샀어?”
“…….”
“마사—!!”
“새 드레스여야 했단 말이야…… 선물 받은 옷만 입고 오니까 무시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촌스러운 사람은 ‘친구’가 아니야. ‘친구’가 아니라 영애들이 나한테 못되게 구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난, 다시 ‘친구’가 되려고……!”
마사는 이해하지 못 할 말을 하며 펑펑 울었다.
마리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침착하게 말해.”
“언니…… 나 어떻게 해? 여, 영애들이 선물해준 줄 알았는데, 그런데 빚이래.”
“뭐?”
마사의 말은 이랬다.
귀족 영애들과 어울리면서 선물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에릴로트를 소개해달라고 했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자 돌변했다.
그리고…….
“……선물했던 것을 돈으로 돌려달라고 했단 말이야?”
“무, 물건을 돌려준다고 했는데 중고는 취급하지 아, 않는대.”
마리는 방 한쪽에 쌓인 물건들을 살폈다.
고가의 드레스, 리본, 장신구, 심지어는 통신석까지…….
“이게 다야?”
“…….”
“말해!”
“마, 망아지도…….”
마리가 이마를 짚었다.
두 사람이 평생을 벌어도 해결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마사가 제 언니에게 달라붙어서 말했다.
“어, 언니가 영애님께 말씀드려주면 안 돼?”
“뭘? 설마 돈을 해달라고? 마사! 양심이 있지 어떻게……!”
“아, 아니, 영애들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말이야.”
“무슨 부탁이길래!”
“쿠롱 영애는 황군에 들어가고 싶대, 그리고 요슈아 도련님과 선보고 싶다고 하고, 아스트라 공작님을 만나고 싶다는 영애도 있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차라리 돈을 달라는 게 쉬운 얘기겠어!”
마리가 버럭 소리쳤다.
마사가 희게 질린 얼굴로 애써 웃었다.
“그, 그럼 블라썸 양의 일만 해결하면 돼. 블라썸 양이 대장이니까 다들 말을 들어줄 거야. 동군 원화가 되고 싶대. 중앙 원화에게 말을 잘해서 그렇게 만들어달라고 얘기하면……!”
“그만 좀 해—!!”
마리가 고함을 내질렀다.
이번엔 기숙사가 떠나가라 큰 고함이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의 마리가 비틀거렸다.
마사는 엉엉 울며 엎드렸다.
“내 말은 안 들어준단 말이야. 정말 너무해. 나는 영애님이 내 친구인 줄 알았어!”
에릴로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네가 벌인 일이니, 네가 해결해야 해.”
“어, 어떻게……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하, 한 번만 도와주세요. 인연을 생각하셔서, 한 번만……!”
“널 위해서 돕지 않는 거야. 책임이란 걸 배워야 하니까.”
잘난 척만 하면서 자신을 훈계했다.
‘나는 어떻게 하라고. 나는……!’
그런데 이상했다.
마리가 조용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엄청나게 화를 내야 하는데?
잔뜩 화를 내고 나면 도와줄 거다. 늘 그랬듯이.
마사가 힐끗 고개를 들었다.
“어, 언니?”
“…….”
“언니.”
“내가 이제껏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
“……어?”
아픈 자신을 챙겨왔던 건 동생이었다.
그러니까 책임을 충분히 아는 애라고 생각했다.
조금 둔해서 종종 사고를 치지만, 부족한 애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너는 책임을 아는 게 아니라, 사랑받고 싶은 거였어.”
“어……?”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이번 일은 네가 해결 해.”
“뭐, 뭐야! 너무하잖아! 난 아픈 언니 때문에 온갖 일을 다 하고……!”
“그렇게 해야 사랑받기 때문이었잖아.”
마사가 흠칫했다.
그러더니 눈을 세모꼴로 치켜뜨고 일어났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난 알고 있었어, 마사. 네가 늘 다른 사람에게 내가 아프단 걸 강조하고 연민 받으려고 한다는 걸.”
주변의 모두에게 말하고 다녔다.
‘우리 언니는 아파요.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언니를 책임졌어요.’
하지만 사실은 마사만 일했던 게 아니었다.
제가 대륙 공용어 같은 말을 아는 건 필사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이었다.
마사가 설거지를 해서 벌어오는 돈보다, 가끔 계약서를 봐주고 받는 돈이 훨씬 많았다.
그걸 말하지 않은 건, 자신이 죽고 혼자가 될 마사에겐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해! 너무해! 너무하다고! 정말로 해결해주지 않을 거야? 언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책임을 배워야 하니까.”
에릴로트와 똑같은 말이었다.
마사를 입술을 꽉 깨물고 고함을 내질렀다.
“됐어! 가! 가버려!”
그리고 마리를 밀쳐내려고 했는데…….
쿵!
손이 닿기 전에 마리가 쓰러졌다.
“어, 언니?”
“으, 윽…… 이, 이게 무슨……!”
마리의 몸 위로 기이한 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어둠이 발밑에서부터 몰려들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 세은아! 밥은 먹고 가야지!”] [“됐어! 다 싫어! 싫다고!”] [다 싫어.] [모든 게 싫어……!]“어, 언니! 언니!”
“토, 통신석…… 통신석 있…… 지.”
“으, 응!”
“에, 에릴로트에게 연락해…… 어서……!”
그 애가 자신에게 잘해준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감이 왔다.
어쩌면 이것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