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32)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31화.(232/390)
231화.
* * *
나는 쿵, 쿵, 발을 구르듯이 걸어서 아빠의 서재로 들어갔다.
“그리미에가 요르문간드의 거처로 밀고 들어갔다고요?”
서재에 있던 아빠가 무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내가 오기 이전부터 모여 있던 오라버니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발자크가 똥 씹은 얼굴로 말했다.
“미친 거 아냐? 라곤이 황궁 상공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요르문간드에게 밀고 들어가다니.”
“결국 밀고 들어가기로 했다고?”
“그래. 군사들을 다 죽이려고 작정한 거지.”
나는 실소를 흘렸다.
‘내일이 황태후의 탄신일이니 오늘밖에 기회가 없긴 해.’
하지만 하루 만에 어떻게 용의 둥지를 뚫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요슈아는 생각에 잠긴 듯 손끝으로 턱을 문지르고 있었다.
“요슈아?”
물으니, 그가 “……응.” 하며 나를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리미에의 행동이 이상해서.”
“응, 뭔가…… 합리적이지 않아.”
“아무리 중앙탑이 탐나더라도, 군사를 다 잃고 보구만 가지고 돌아오면 의미가 없어.”
발자크가 벽에 삐딱하게 기대서 고개를 끄덕였다.
“욕을 미친 듯이 처먹겠지. 멍청한 놈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면서.”
“그래, 무엇보다 할아버지에게 ‘저렇게라도 중앙탑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욕망이 넘치는 놈이었나’하는 평가를 받을 거야.”
그리미에가 가진 강점은 세간의 평가였다.
아스트라 제일의 ‘선한 인물’.
그 가면이 온갖 곳에서 호감을 사서, 지지기반이 된 것이다.
‘군사들을 다 죽이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데 강행 돌파?’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리미에가 언제부터 요르문간드의 영역에 들어갔대요?”
“15분 전에 요르문간드를 조우하고 말았다는 연락이 도착했다. 지원을 바란다더군.”
15분이라…….
발자크가 내 목을 덥석 끌어안았다.
“그렇게 그리미에도 뒤지면 좋을 텐데. 신전에라도 찾아가서 빌까? 응?”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큰 일을 왜 하는 거지?’
그런데 그때였다.
쿵! 쿵! 쿵!
문밖에서부터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급보입니다, 아가씨!”
한지혁이었다.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나는 서둘러 문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이야?”
“마리에게 변고가 생겼어.”
“병 때문에?”
“아니, 마법인 것 같다. 알렉시스가 통제 중이야.”
나는 눈을 홉떴다.
마리는 평민이다.
그런 아이가 마법에 걸릴 일은 없었다.
나는 즉시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요슈아, 발자크!”
“응?”
“이동의 가호석!”
“아, 그래.”
두 사람이 가호석을 건네주자마자 나는 하나를 한지혁에게 휙, 던졌다.
“넌 이시론 저택으로 가서 카인로드를 데려와!”
한지혁이 고개를 끄덕인 뒤, 나는 바로 이동했다.
* * *
이시론 저택의 고용인 기숙사.
한지혁의 말대로 알렉시스가 철저히 통제한 모양인지,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방이지?’
나는 굳은 얼굴로 기숙사 안에 들어갔다.
아니네. 위치를 물을 필요도 없다.
한 곳에서 엄청난 파동이 느껴졌으니까.
나는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방문이 열린 그곳에선 비명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언니……!”
“떨어져.”
알렉시스가 제 언니에게 달려가려는 마사를 저지하고 있었다.
“이거 놔요! 제발 놔주세요! 언니가…… 언니가……!”
나는 마사의 어깨를 탁, 밀어냈다.
“영애님…….”
“저 파동에 휩쓸리면 너도 어떻게 될지 몰라.”
“하, 하지만, 하지만 언니가……!”
“물러나라고 했어!”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세요! 저희는 자매예요. 죽어도 함께 죽을……!”
이게 진짜.
나는 이를 악물고 마사를 노려봤다.
“그런 생각은 하나도 도움 안 되니까 네 언니를 살리고 싶으면 입이나 다물어.”
“……!”
마사가 얼어붙은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내가 마사에게 이렇게 차갑게 대한 건 처음인 터라 당황한 듯했다.
“여, 영애…….”
나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마리에게 다가갔다.
마리는 바닥에서 엎어진 채로 누워 있었다.
그 애에게 손을 뻗으려 하자…….
츠츠츠츠츳—!
허공에서 엄청난 스파크가 튀었다.
‘침대로 옮기지 못했을 만 하네.’
“마리, 의식이 있어?”
“…….”
“마리, 의식까지 없으면 마법으로 파훼할 수 없어. 그러니까 네가—”
마리는 답이 없었다.
‘의식이 없는 건가…….’
그렇다면 카인로드가 온다고 해도 방법이 없다.
내 말에 마사가 흠칫했다.
“병원에 데려가는 것 아니에요? 치유사! 치유사를 불러주세요!”
“가호와 관계없는 평민에게 치유사는 움직이지 않아.”
“돈이 아까운 건 아니고요?!”
“…….”
“할 수 있잖아! 아스트라 공작의 손녀니까 할 수 있으면서……!!”
마사가 치맛자락을 꽉 비틀며 고함을 내질렀다.
나는 차가운 눈으로 마사를 쳐다봤다.
치유사는 부를 수 없다.
내가 평민을 위해 치유사까지 움직였다는 건, ‘마리는 특별한 아이다’라는 것을 내 입으로 실토하는 격이었다.
그리미에에게 자매의 정체를 들키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내 어깨에 알렉시스의 손이 닿았다.
“에릴로트.”
“…….”
“치유사를 불러야 해.”
그의 푸른 눈 안에 희게 질린 내 얼굴이 비치었다.
이대로 마리가 죽으면 네가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
“…….”
우리는 서로를 지그시 응시했다.
나는 눈을 꽉 감았다.
“알렉시스, 치유사를 불—“
그때였다.
[에릴로트.]눈을 감고 축 늘어져 있는 마리의 위로 글자들이 떠올랐다.
나는 황급히 마리를 쳐다봤다.
“의식이 있어? 날 알아보겠어?”
[난 괜찮아.]확실히 의식이 있다. 대답할 힘이 없는 것이다.
마사는 엉엉 울며 비명을 내질렀다.
“의식 없잖아! 부른다고 뭐해! 치유사를 불러달라고……!!”
마사가 울부짖는 동안, 나는 마법 파훼의 준비를 했다.
‘전혀 모르는 식이야. 하지만 저 식의 언어는 분명…….’
“알렉시스, 비둘기 피, 커다란 붓, 마력 전도율이 높은 물체…… 수정류의 보석이 제일 좋아. 그리고 아레스 풀을 가져다줘.”
알렉시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움직였다.
그가 물건들을 가져온 후, 나는 엄지를 깨물어서 피를 냈다.
비둘기 피에 내 피를 섞고, 붓으로 마리 주변을 빙 두르는 진을 그렸다.
마사가 알렉시스의 허리춤을 잡고 물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네? 영애에게 치유의 능력도 있어요?”
“…….”
“제발, 도련님…… 숨도 못 쉴 것 같아요…… 아아, 언니를 살려줘—!”
소란 와중에도 나는 최대한 집중했다.
아그론의 식.
이셉트.
코엘의 문자.
내가 첫 번째 삶에서 쌓은 모든 지식을 동원해 진을 그렸다.
진 주변에 마력이 잘 통할 수 있도록 자수정을 두었다.
그리고 마리의 몸 위에 풀을 찢어서 뿌렸다.
준비가 막 끝났을 적에 한지혁이 카인로드를 데려왔다.
“무슨 일이— 윽.”
카인로드가 마리로부터 시작해 방에 가득 찬 파동을 보며 인상을 썼다.
“어찌 된 일이야.”
“마리가 금술에 당했어요.”
“금술?”
카인로드가 하!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냐!”
“……네?”
카인로드가 손에 마력을 담아 허공을 휘저었다.
그러자 보이는 문자들은…….
“고대어.”
알렉시스가 중얼거렸다.
그랬다. 마리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고대어…… 아니 한국어였다.
[사구의 문을 열어라.둥지를 노린 적의 섬멸을.
세상이 뒤집히고 남은 것은 오직 허락된 자들 뿐이라.
나, 사구의 문을 열어 최초의 성배를 품고 태어난 자를 부르리.
주인을 노린 적의 섬멸을.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
문자에 기이한 것이 느껴졌다.
증오와 분노……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들.
가슴이 울렁이고, 발끝에서부터 모르는 감정이 벅차도록 밀려들었다.
나는 이것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라곤이 용이 되었을 때……!’
나는 뻣뻣하게 굳은 얼굴로 카인로드를 쳐다봤다.
“이거 설마…….”
“그래, 용의 힘이다.”
나는 황급히 카인로드에게 물었다.
“사구의 문이 뭐죠?”
“글쎄. 고대의 기록에 따르면 이공간을 여는 문이다. 아마도 천계의 문이 아니겠느냐?”
나는 까득, 이를 악물었다.
“이거였어.”
“뭐?”
한지혁이 무슨 뜻이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리미에가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까지 요르문간드의 거처로 향한 이유!’
선황의 보물을 찾으러 간다는 건 핑계였다.
그래야 할아버지에게 군사를 모으는 핑계를 댈 수 있었을 테니까.
진짜 목적은,
‘달리아를 불러들이려는 거였어!’
“천계가 아니에요. 열리는 건 지구의 문이지.”
“지구?”
카인로드와 알렉시스는 무슨 뜻이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차원 이동자인 한지혁만은 알아듣고 얼굴을 굳혔다.
“파훼해야 해요.”
“용의 힘을 어떻게 인간이 파훼한다는 거야!”
“해야 해요! 아니면 아스트라가……!”
“뭐?”
나는 차마 더 말하지 못하고 카인로드를 쳐다봤다.
“부탁드려요. 어떻게든 해야 해요.”
“……빌어먹을.”
카인로드가 이마를 짚었다.
그러곤 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난 분명히 말했어. 실패할 수도 있다고.”
단숨에 표정이 밝아진 내가 소리쳤다.
“숙부……!”
“젠장, 커튼을 닫아! 빛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거기 꼬마, 너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건물을 단단히 봉쇄해.”
명 받은 알렉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커튼을 쳤고, 알렉시스가 밖으로 나섰다.
손바닥을 검으로 베어낸 카인로드는 내가 그린 진 위로 피를 뚝뚝, 덧그렸다.
“시작한다.”
“네.”
그렇게 또 하나의 파동이 기숙사 건물을 크게 울렸다.
* * *
요르문간드의 거처.
요르문간드는 빛의 사슬에 씌워진 채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장막의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장막의 일원인, 중앙 원화 출신의 헤라가 끊어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번은 못해…….”
동굴 벽에 겨우 기대앉은 쌍둥이는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로브를 뒤집어쓴 자가 급히 쌍둥이를 치유하고 있었다.
쿨럭!
쌍둥이의 동생 쪽이 각혈하며 중얼거렸다.
“두브…… 두…… 대답…… 해.”
엎어져 있는 사내는 미동이 없었다.
로브의 여인이 사내의 맥을 짚더니, 고개를 저었다.
헤라, 아니, 크로노트회의 수후르마시가 분개했다.
“두브를 잃었어! 기르타브도 오른 다리와 팔 한 짝을 잃었다고! 우리는 신이 남긴 유일한 성물까지 써서 용을 제압했단 말이야!”
그가 사람들의 중심에서 용을 바라보고 있는 자를 노려봤다.
“이 일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미에 아스트라!”
크로노트회의 12궁이 모두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여져서, 위대한 성물까지 써서 겨우 용을 제압했다.
그의 곁에서 흰 로브를 푹 눌러쓴 남성이 말했다.
“사구가 열리는가.”
“내 핏줄에게 태어나자마자 사구의 문을 연결해놨네.”
“……잔인한 자군.”
“아비가 딸에게 ‘최초의 축배를 가지게 될 영광’을 선물한 게지.”
그리미에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이 땅의 신은 세계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이 땅의 피조물에겐 ‘최초의 축배’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계에서 영혼을 데려오면 될 일.
“곧 세계가 우리의 손아귀에 들어온다.”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그릇된 힘인 가호를 이 세상에서 모두 없애주겠네…… 쿠말.”
“모든 것은 신을 위해.”
널브러져 있던 12궁의 수호자들이 가슴에 손을 올렸다.
“모든 것은 신을 위해.”
“모든 것은 신을 위해.”
그런데 그때였다.
콰드드드드득—!!
엄청난 소리와 함께 사슬에 균열이 생겼다.
헤라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뭐야?! 무슨 일이야!”
마시타브바의 쌍둥이들도 굳은 얼굴로 사슬을 바라봤다.
그리미에마저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무슨……! 이게 무슨 일인가, 쿠말!”
쿠말이라 불린 흰 로브의 사내가 급히 모자를 끌어내렸다.
“누군가 사구에 침입하고 있다.”
“뭐라고? 사구는 이계의 문이야. 이 땅의 피조물은 사구에 접근할 수 없어!”
그러니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체 누가 사구에 침입한단 말인가!
‘설마…….’
쿠말이 동굴 밖을 쳐다봤다.
* * *
이시론의 기숙사.
자정이 넘어갈 때까지 마법은 파훼 되지 않았다.
카인로드의 모친인 마딜로 후작 부인, 그리고 알렉시스와 오라버니들, 아빠까지 와서 힘을 보탰으나…….
‘용의 힘엔 상대도 안 되잖아!’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되면 하는 수 없지.”
진을 둘러싸고 마력을 주입하고 있던 세 오라버니가 날 쳐다봤다.
“뭐?”
“용에는 용이다.”
“무슨……!”
그리미에가 이대로 성공하게 둘까 봐?
절대로 안 되지.
나는 목에 걸고 있던 작은 피리를 꺼내서 불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익—!!
날카로운 소리가 세상을 울리고, 나는 외쳤다.
“라곤!”
다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