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33)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32화.(233/390)
232화.
요슈아가 굳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황제가 이 일을 그냥 넘어갈 리 없어.”
“나도 이 일을 그냥은 못 넘어가!”
‘이대로 마리를 죽일 수 없어.’
물론 난 착한 사람이 아니다.
정의나, 신념 같은 것도 없다.
그런 게 있는 좋은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뇌물을 뿌리고 다니지 않았겠지.
나 좋을 때만 선함을 찾고 싶지도 않다.
다만, 다른 건 알고 있다.
죄 없는 어린애를 그냥 죽어가게 두는 건 쓰레기나 하는 짓이란 걸.
그리고 난 그리미에가 애를 죽여서 목적을 이루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다.
순간, 땅이 가늘게 진동했다.
내 곁에 있던 모든 강자가 일시에 창밖을 쳐다봤다.
몰려오고 있는 힘의 원천을 느낀 것이다.
“라곤이다…….”
“응.”
“…….”
발자크가 말하고, 요슈아가 대답했으며, 리시먼드가 지그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사를 미리 내보내서 다행이네.’
마사가 있었다간 혼절했을지도 모르겠다.
마리를 둘러싼 진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윽!”
긴 시간 동안 마력을 온통 쏟아붓고 있던 터라, 카인로드는 겨우 스파크를 막아냈다.
“그래, 용을 부르는 건 좋다 쳐. 불러서 어쩌려고?!”
마력으로 카인로드를 지원해주고 있던 아빠도 나를 쳐다봤다.
카인로드가 소리쳤다.
“사구는 이미 열렸어! 우리는 그 안에서 나오는 혼탁한 것들을 막는 게 전부라고! 마리의 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비유하자면 그런 거예요.”
나는 히죽, 웃고서 말했다.
“쉽게 말해서 저 반대편에서 강풍이 불어서 이쪽에서 문을 못 닫는 거잖아요?”
“사구 안에서 불어오는 건 강풍처럼 쉬운 게 아니라—”
MBTI가 T인가…….
나는 바르게 정정해주는 카인로드에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아무튼, 그렇다면 저쪽에서 닫게 하면 그만이잖아요.”
“저쪽? 설마 사구 안?”
카인로드가 허……, 실수를 흘리다가 왈칵 인상을 찌푸렸다.
“막는 것도 고작인데, 저길 어떻게 들어가! 아무리 용의 힘을 빌려도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이어진 차원에 있는 존재뿐이야!”
즉, 지구인만 지구로 갈 수 있다는 소리였다.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뭐?”
“어?”
“무슨……?”
“잠깐.”
“너 설마?”
아빠와 오라버니들, 그리고 알렉시스가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한지혁은 얼굴이 굳어졌다.
“혹시…….”
“그래, 지구인이었던 사람이 있잖—”
그가 양팔을 가위표로 교차하고 흠칫, 물러났다.
“나, 난 아직 살고 싶다고!”
“…….”
“너, 너, 그러는 거 아니다. 내가 아무리 도구처럼 부려지는 사람이라도 진짜 도구는 아닌—”
“……너 말고.”
한지혁이 “응?” 하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검지로 나를 가리켰다.
“……!”
“……!!”
아빠와 오라버니들, 알렉시스, 카인로드, 그리고 한지혁까지 모두 기함했다.
“미쳤어?!”
발자크가 꽥 고함을 내질렀다.
요슈아도 드물게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러다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그래서 라곤과 함께 가는 거야.”
“뭐라고?”
“사구는 난 몰라도 라곤은 튕겨낼 테니까.”
지구에서 용 같은 게 나타나는 걸 난 본 적이 없거든.
거기다 저건 요르문간드가 연 문.
다른 용은 필시 튕겨낼 거다.
나는 머리를 묶으며 말했다.
“난 저 문고리만 잡고 튕겨지면 돼.”
저택의 상공에서 라곤이 느껴진다.
아직 어린 용인 라곤은 다른 용처럼 크지 않아서, 저택에 내려앉을 수 있었다.
난 창밖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1층이라 다행이네.’
라곤이 그르르륵, 울며 목을 낮췄다.
난 라곤의 표피를 토닥이며 말했다.
“저 안으로 날 밀어 보내줘. 할 수 있겠니?”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라곤이 크게 울부짖었다.
천지가 요란하게 진동했다.
난 창안으로 소리쳤다.
“숙부! 준비해요!”
카인로드가 아빠를 쳐다봤다.
“……네 딸은 미쳤어.”
“똑똑한 거야. 난 내 딸을 믿고.”
“젠장…….”
카인로드가 나를 향해 외쳤다.
“시작한다!”
“응!”
“5, 4, 3……!”
나는 다시 창 안으로 우다다닥! 내달렸다.
창을 뛰어넘어 진으로 돌진했다.
“……1!”
카인로드와 가족들, 그리고 알렉시스가 아주 잠시 마력을 끊었다.
그 순간, 휙! 몸이 부유했다.
깜짝 놀라서 돌아보자, 라곤의 몸에서 흘러나온 빛이 작은 용이 되어 나를 태우고 있었다.
‘이 귀여운 것! 언제 이런 걸 할 줄 알게 된 거야!’
온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이 시리도록 강렬한 빛이었다.
그러나 얼마쯤 뒤, 앞에 검은 문이 보였다.
문 안에서 샛노란 빛의 일렁이는 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기다!’
나는 나를 태운 라곤의 목을 두드리며 말했다.
“가자, 라곤.”
크르르르륵!
날카롭게 운 라곤이 나를 태우고 문을 향해 돌진했다.
바람이 휘몰아친다.
라곤이 휘청일 만큼 강렬한 힘이었다.
‘힘의 근원! 근원을 찾아야…… 보인다!’
나는 그곳을 향해 마력을 내질렀다.
그러자…….
“어?”
“그륵…….”
파동이 일시에 멈추었다.
‘성공인가?!’
안심하던 순간이었다.
몸이 휘청했다. 묘한 불안감이 샘솟았다.
“아, 잠깐만.”
문 닫힌 것 맞지?
‘설마, 더 큰 뭔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겠…….’
그때였다.
밖으로 밀려 나오던 바람이 방향을 바꾸었다.
휘이이이이이이이잉—!!
마치 청소기라도 된 듯 엄청난 풍량으로 나를 빨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자, 잠깐, 잠깐! 라곤!”
“……그륵?”
“나 빨려 들어간다! 나 죽어! 나 잡아, 라곤!”
“그르륵!”
라곤이 등에서 붕 떠올라서 문으로 끌려가는 나를 발 갈퀴로 겨우 잡았다.
“으아아악! 라곤!”
“그륵! 그르르륵!”
라곤의, 아니, 정확히 말하면 ‘라곤의 영혼’의 눈이 나를 힐난하듯 보고 있는 것 같은 건 착각인 걸까.
으이구, 이 주인은 맨날 위험한 짓만 해!
……같은 눈인데.
“어, 어, 라곤, 나 빨려 들어가!”
“크르르르르륵!”
“악! 라곤!”
[으이구!]……뭐?
라곤의 몸 위로 글자가 보였다.
진짜 축복의 땅으로 인해 강해진 가호 때문인 모양이었다.
“라, 라곤?”
[주인, 바보, 바보 주인!]“바, 바보?”
[라곤, 위험해, 하지 마, 했다. 그런데 주인 항상, 위험해, 한다.]“……미안.”
[라곤, 인간, 먹으면, 안 돼. 주인, 위험, 안 돼.]“응, 진짜 미안…….”
[라곤, 허리 휘어, 주인 지켜.]“…….”
[파란 용, 화내. 무서워, 무서워. 하지만, 라곤, 힘내.]이 공간에서 요르문간드의 분노가 느껴져서 무서운 모양이다. 그래도 힘내고 있다는 말인 듯했다.
“미, 미안……. 그런데 라곤 좀 더 힘껏 잡아줄 수 있을까?”
[으이구!]나는 철없는 부모가 된 기분을 절절히 느끼고 있었다.
라곤의 눈이 희번덕했다.
그가 문을 향해 크게 포효했다.
나는 라곤에게 끌려 다시 본래의 쪽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잘한다, 잘한다! 사랑해, 라곤!”
[라곤, 힘낸다. 주인, 지켜.]“아이고, 예쁜 내 새끼!”
나는 폭풍 칭찬으로 라곤을 응원했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휘익!
라곤에게 끌려서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자, 바람이 잠잠해졌다.
나는 그 틈에 다시 라곤의 목에 안착할 수 있었다.
라곤의 목을 끌어안으며 생각했다.
‘성공…… 인가?’
문에선 더 이상 빛이 나오고 있지 않았다.
조금 기다리고 있자, 어딘가에서 쾅! 하는 둔탁한 마찰음이 들렸다.
“어?!”
“크아악—!”
그 순간, 라곤과 나는 힘껏 튕겨 나가고 말았다.
* * *
정신을 차리자마자 알았다.
‘기절했구만.’
몇 번이나 경험해본바, 이건 확실히 기절했다가 깨어나는 감각이었다.
몸에 닿는 부분이 따뜻하고 폭신한 걸 보면, 분명히 침대인데…….
나는 슬쩍 눈을 떴다.
“일어났구만.”
익숙한 얼굴에 나는 헤헤, 웃었다.
카인로드였다.
팔짱을 끼고 있던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렉시스에게 감사해라. 하룻밤이나 널 방에서 재워줬으니까. 네 아버지와 오라비들은 너를 데리고 돌아간다고 아우성이었다.”
“아빠와 오라버니들은요?”
“장원에.”
“왜?”
내가 묻자 눈을 가느다랗게 뜨던 그가 씩, 웃었다.
“그리미에의 군사가 전멸. 황제가 내준 배까지 모두 잃고, 요르문간드가 크게 분노해 태풍이 불어오고 있거든.”
“…….”
나와 카인로드가 서로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쿡.
킥.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성공이다!’
아직 몸 상태가 별로이지만 않았어도 침대에서 폴짝폴짝 뛰었을 것이다.
나는 우하하, 카인로드는 음화화홧! 웃고 있을 때였다.
“못 산다, 정말…….”
문가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마리!”
“……너 바보야?”
마리가 팔짱을 끼고서 나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쳐다봤다.
“뭘 또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보고 그래.”
내가 말하자, 마리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죽을 것 같으면 그냥 두지, 뭘 그렇게 애써.”
“못되게도 말하네. 애쓴 사람 민망하게.”
“그러니까 왜 애쓰냐고! 내가 너한테 뭔데 목숨을 걸어!”
마리는 나를 죽일 듯 노려봤다.
“널 이용만 했어, 난! 그 지원을 다 받고도, 이 계집애가 날 어디까지 이용해먹으려고 하는지 가늠하고 쟀다고!”
“알아.”
난 지금 사람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까.
황태후 탄신일 때문에 황궁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다.
마리는 줄곧 날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거 아파서잖아.”
“뭐?”
“사람의 호의가 무서워서. 기대게 될까 봐 두려워서.”
“너…….”
“나도 알아.”
“…….”
“나도 그 마음, 아프도록 잘 알아.”
“…….”
“그래서 난 그냥 너한테 잘해줄 거야. 내가 혼자였을 때, 너무너무 외로웠을 때 마냥 잘해줄 누가 간절했으니까.”
“……나한테 왜 이래.”
마리가 입술을 꽉 깨물며 날 쳐다봤다.
“왜 이렇게 잘해줘! 왜 그래, 왜!”
“…….”
“왜 자꾸 잘해줘서 사람을 비참하게 하고, 의심하게 하고…….”
“…….”
“……믿고 싶게 하냐고.”
마리의 눈이 아프게 일그러졌다.
나는 그 애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미안하지만 나도 마냥 선의로 잘해주는 것만은 아니거든?”
“네가 나한테 목적이 있다는 건 고향에서부터 알았어. 그래도, 아무리 목적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목숨을 걸고…….”
“……마리.”
나는 다정한 눈빛으로 마리를 바라보았다.
마리가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
다시 한번 그 애를 불렀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상냥하게.
첫 번째 삶의 내가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목소리로.
“마리.”
“…….”
“나는 친구가 없어.”
“…….”
“목적 없이 잘해주는 사람, 내가 손해를 봐도 괜찮은 그런 사람이 나한테는 없더라고.”
“…….”
“그러니까 네가 되어줘.”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리고 있던 마리의 턱이 가늘게 떨렸다.
이윽고 턱을 타고 눈물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난 좋은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
마리가 천천히 나를 쳐다봤다.
일그러진 두 눈에 미소 짓고 있는 내가 비치었다.
그 애가 더듬더듬 말했다.
“나, 라도, 괜찮다면…….”
“……응.”
“그러면…… 해줘, 친구.”
마리가 양손에 얼굴을 묻고서 울먹였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마리를 끌어안았다.
“그래, 하자.”
“……멍청이.”
나는 킬킬 웃었다.
카인로드가 픽, 웃으며 나와 마리를 지켜보았다.
“뭐, 친구도 꽤 나쁜 것 같진 않네.”
—하고 중얼거리면서.
나는 아, 하며 고개를 떼고 마리를 쳐다봤다.
“그런데 친구는 뭘 하는 건지 알아?”
“……내가 친구가 있어 봤어야 알지.”
“뭘 하더라…….”
“같이 놀거나, 뭘 같이 하거나 그러지 않나?”
나는 음, 하다가 눈썹을 까딱 들어 올렸다.
“그러면 네 동생을 이용해서 나한테 콩고물을 얻어먹으려 한 그것들을 함께 단죄해볼까.”
“일단 마사부터.”
“아주 동의해.”
카인로드가 살벌하게 히죽이고 있던 우리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같이 노는 게 맞는 거야?”
저쪽도 동창은 있지만, 친구는 없어서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마리에게 물었다.
“그런데 마사는?”
“아직 못 깨어났어.”
“응?”
“울다 기절한 모양이더라고.”
“언니를 사랑하기는 하는 건가.”
이용만 해 먹는 줄 알았는데.
왜냐면 황궁에서 만났을 때 봤거든.
‘언니는 불량품이라고 했는데, 왜 언니만 사랑받는 걸까.’라던 말을.
마리는 가뜩이나 몸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마사와 두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마사를 횃불의 궁으로 데려온 것이다.
마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은 아니지.”
“뭐?”
“이제 인정하려고.”
마리가 쓰게 웃었다.
나는 그런 마리를 빤히 쳐다봤다.
“왜?”
“마사에겐 그냥 언니가 아니라 ‘아픈 언니’가 필요한 모양이니까.”
“……아픈 언니를 두고 갸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알아. 그런데 어쩌려고?”
“하지만 난 계속 아픈 언니로 살고 싶지 않으니, 어쩌겠어.”
마리가 문 밖을 쳐다봤다.
그러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이제 서로를 포기하는 수밖에.”
마사는 마리가 없이 살 수 없는 아이였다.
모든 것을 ‘아픈 언니를 위하는 갸륵한 동생’ 행세를 해서 얻어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