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37)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36화.(237/390)
236화.
블라썸의 착실한 오른팔인 피네사 쿠롱이 우후후 웃었다.
“재밌는 생각인걸요.”
그러자 다른 영애 하나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웅얼거렸다.
“그러다 아스트라 공작가에 밉보이기라도 하면…….”
블라썸은 빙그레 웃으며 머리끝을 매만졌다.
“내 먼 친척이 황제궁에 시종으로 있어요. 듣자 하니까 대단한 사고를 쳤던데요?”
피네사가 블라썸의 머리를 빗겨주며 물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긴 했어요. 어떻게 된 거래요?”
“아스트라의 장남이 원정에 실패했잖아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걸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미리 알고 있었대요. 심지어는 제 큰아버지의 잘못을 감추려고 일부러 용을 나타나게 했다나 봐요.”
다른 영애들이 기함했다.
피네사는 아예 빗을 집어던지듯 놓으며 소리쳤다.
“황제 폐하를 기만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진노하신 거겠죠.”
“맙소사, 간도 크지.”
피네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끝났네요.”
“아스트라 공작이 나서도 이건 절대로 수습 못하는 일이라고요.”
“그 사람이 지금껏 제 조부에게 귀여움받았던 이유는 다 공을 세워서 일 텐데…… 이번 일로 애정까지 잃겠어요.”
피네사가 킥킥 웃으며 눈썹을 늘어뜨렸다.
“불쌍해라…….”
블라썸이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 사람은 아스트라 공작과 원화라는 이름만 없으면 뭐겠어요.”
“그냥…… 더러운 피?”
지방 귀족 영애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처음부터 더러운 피가 황도 사교계의 중심에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니까요.”
“지난번에 보니 엄청나게 오만하기까지 하던걸요.”
“우리의 파티에 초대해요. 재밌겠어요!”
블라썸은 재잘재잘 떠드는 친구들을 보며 생긋 웃었다.
* * *
아스트라 제 2백작저.
나는 내 방에서 홀로 책을 읽는 중이었다.
사실 책을 읽는 척 귀만 쫑긋 세우고 있었지만.
그때, 방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나는 책을 내던지고 방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누군가 내 방문을 열었는데…….
“으억!”
한지혁이 방문 앞에 바짝 붙어있는 나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뭐야, 사람 놀라게!”
나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물었다.
“마리, 왔어?”
오늘은 이시론 공작저를 그만둔 마리가 우리 저택에 오는 날이었다.
“아아.”
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왔어.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으면 나와보지, 왜.”
“아가씨가 나와서 기다리기까지 하면 고용인들 사이에서 마리가 겉돌 것 아냐.”
“이시론의 고용인들과 연이 있는 하인들이 있을 텐데, 뭘. 너와 마리가 절친한 사이인 건 알고 있을걸.”
한지혁이 헹, 코웃음을 쳤다.
“추천서도 없이 들어왔지. 그것뿐이냐? 경력도 없는 애가 유모 보조가 되었지.”
“놀릴래?”
“이미 마리는 고용인들 사이에서 눈칫밥 대상이 된 거라고.”
“그건 마리가 알아서 할 일이고.”
영리한 애니까 잘 처신할 거다.
게다가…….
‘계속 마사 곁에 둘 순 없었어.’
이번 일로 알았다.
마사는 컨트롤이 전혀 되지 않는 아이였다.
‘사구가 연결되어 있던 거로 봐서 마리가 그리미에의 딸이야.’
마사와 함께 있다가 사건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그리미에가 딸의 존재를 눈치챌 것이다.
“마리를 가둬둘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렇다면 곁에 두고 보호해야지.”
“그래서 하인 중 무력 최강인 잔느에게 붙였구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장막>의 엄청난 능력자도 한 방에 해치우던 잔느다.
웬만한 살수는 상대도 안 되겠지.
‘게다가…….’
나는 창가로 달려갔다.
잔느가 다정한 미소로 마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잔느라면 마리에게 잘해줄 줄 알았지.’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무딘 신경…… 이 아니라, 강직한 사람이니까.
“어어, 간다. 마리가 가! 잔느와 떨어지잖아!”
내가 놀라서 말하니, 한지혁이 다가와서 말했다.
“고용인 기숙사에 짐을 두러 가는 모양이지.”
“방 배정은 어떻게 했어?”
“잔느와 같은 방으로 했지.”
한지혁이 씩 웃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른 방을 나섰다.
우다다닥 달려 1층으로 내려가자, 잔느가 막 중정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잔느, 잔느!”
“네, 우리 아가씨.”
나는 잔느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약속’ 잊지 않았지?”
잔느가 내 귀에 속삭였다.
“아가씨의 친구를 지켜주고 소중히 여겨주는 것이지요.”
나는 귀가 간지럽고, 잔느의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까르륵 웃었다.
“응!”
“염려하지 마세요, 내 강아지.”
그러며 잔느가 내 뺨에 얼굴을 비볐다.
잔느는 나를 ‘강아지’나 ‘종달새’, ‘아기 고양이’ 같은 사랑스러운 단어로 불렀다.
다른 하녀들이,
“어, 어쩜 아가씨를 동물에 비유하실 수 있나요?!”
—하고 말하면,
“식물보단 동물이 낫지 않나요?”
—라며 눈을 동그랗게 떠서 다른 하녀들의 복장을 터뜨리곤 했다.
나는 그런 잔느가 아주 귀엽고,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하녀들이 손수건을 물어뜯었지만.
여느 때처럼 딱 달라붙어서 하하 호호 웃고 있을 때였다.
“또 둘만의 세계…….”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잔느는 눈도 돌리지 않고,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님이 오셨어요, 아가씨.”
나도 잔느를 바라본 채로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그때였다.
“안 괜찮아.”
아빠가 나를 휙, 안아 들었다.
나는 아빠의 팔뚝에 달랑달랑 매달려서 고개를 젖혔다.
아빠의 못마땅한 얼굴이 보인다.
“다녀오셨어요, 아빠?”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 왔다.”
“좋아하는 것?”
나는 아빠의 뒤에서 종이봉투 같은 것들을 잔뜩 들고 있는 부관들을 쳐다봤다.
저 브랜드 마크는…….
“코코로니다!”
몽블랑을 기가 막히게 만드는 황도 최고의 디저트 샵이었다.
* * *
에릴로트는 데이몬드 품에서 폴짝 뛰어내려서 달려갔다.
종이봉투에 손을 뻗자, 부관들이 빙그레 웃으며 건네주었다.
“와, 초콜릿 슈다! 제일 좋아하는 건데!”
매우 기뻐하는 딸을 보고, 데이몬드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저 표정을 보기 위해서 중앙탑에서 나오자마자 상점가로 달려갔다.
그리고 제가 직접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귀찮고 끈적한 시선들을 견뎌내면서.
“저어, 아스트라 백작님…… 일전에 뵈었지요? 탕스탕 백작의 동생인—”
“일전에 본 적 없소.”
“…….”
라거나,
“아아, 넘어져 버렸네…… 신사님, 손을 빌려주시겠어요……?”
“아니.”
“…….”
또는,
“데이몬드, 내 사랑! 이게 얼마만이지? 아아, 나의 아기 늑대! 당신을 그리느라 나는 밤마다 과거의 거울을 속에서……!”
“가까이 오면 벤다.”
—같은 일을 견뎌내면서 사 온 과자들이다.
“좋으냐?”
“응! 너무요!”
오직 딸의 저 말을 듣기 위해서.
데이몬드는 오만한 표정으로 잔느를 쳐다봤다.
잔느 마시프.
딸이 유모로 삼겠다며 데려온 저 여자는 데이몬드의 경계 대상 1호였다.
사람에 호불호를 잘 드러내지 않는 딸이 푹 빠진 인물.
심지어는 제 앞에서 둘만의 세상에 빠져 하하 호호, 애정을 드러냈다.
‘에릴로트가 사랑하는 건 너만이 아니야.’
과거엔 그가 딸에게 1등이었던 적이 있단 말이다.
데이몬드는 훗, 입꼬리를 올리곤 딸에게 말했다.
“서재로 가서 함께 과자를—”
“방에 올라가서 잔느랑 먹어도 돼요?”
“…….”
“응? 돼요?”
“……그래.”
딸이 두 팔을 번쩍 들며 “신난다!” 소리쳤다.
그러곤 먼저 계단을 올라가며 잔느에게 손짓했다.
“얼른 가자!”
“그렇게 뛰다가 넘어지셔요, 아가씨.”
“그러면 잔느가 일으켜주면 되겠다.”
우후후 웃은 잔느는 과자들을 슉슉, 엄청난 속도로 챙겼다. 그러곤 얄밉게도 딸과 팔짱을 끼고 올라가 버렸다.
하녀들이 손수건을 물어뜯었다.
“저, 간악한……!”
“수를 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이러다 정말 아가씨를 독차지하겠어요!”
“이대로 아가씨의 애정을 전부 뺏길 수 없어…….”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하녀들 사이에서 데이몬드 또한 살벌하게 눈을 빛냈다.
‘이대로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고 말았다.
후궁 암투를 뛰어넘는 ‘유모와 아빠의 에릴로트 애정 쟁탈전’이.
* * *
나는 슈크림이 든 바삭한 에클레어를 베어 물며, 편지들을 확인했다.
“이건 또 뭐야. 바스티나 고모한테 초대장이 왔잖아?”
잔느가 내 입가의 부스러기를 톡톡, 떼어주며 말했다.
“바스티나 님과 부군이신 미스트로 공의 첫 만남 기념일 파티랍니다. 금슬이 좋으시지요?”
“너무 좋네.”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초대장을 벽난로에 던졌다.
그렇게 편지들을 확인하던 중에, 한지혁이 들어왔다.
“명하신 것을 조사해왔습니다.”
잔느가 있다고 존대는.
나는 픽, 웃었다.
“아빠의 동창인 데본 님의 일정?”
“예.”
한지혁이 일정을 읊기 시작했다.
“오늘은 황제 폐하와 오찬 후 집무실로 이동, 저녁까지 업무에 매진하실 예정이고 내일 13일은 자선 파티에 참석하시며, 14일 오전엔 개간지 시찰, 오후는 저택에서 업무, 15일은…….”
일정이 엄청나게 빡빡하다.
‘거기다 마주칠 수 있는 일도 없네.’
내가 개간지에서 일이 생길 것도 아니니…… 어?
“자선 파티?”
“예.”
나는 편지들을 마구 헤집었다.
‘방금 분명히 봤는데…… 아, 이거다!’
“노틸 바자회? 혹시 이 자선 파티야?”
데본 님은 사교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시민 단체 같은 파티에만 참석한다.
노틸은 아동을 위한 시민 단체니, 여기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습니다.”
“잔느, 나 여기 참가한다고 편지 보내줘!”
“예, 아가씨~”
데본 님에겐 호감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그가 미래의 법무 대신이라는 것이다.
중앙탑에서 만든 법령을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
‘만약, 첫 번째 삶대로 흘러간다면 그리미에가 중앙탑을 차지한다.’
그럼 데본 님은 꼭 얻어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눈썹을 까딱 들어 올리며, 노틸 바자회의 초대장을 쳐다봤다.
* * *
다음 날.
나는 바자회가 시작되기 한참 전에 파티장에 도착했다.
데본 님이 항상 일찍 오시기 때문이었다.
‘파티 시작 전에 단둘이서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그런데 너무 일찍 왔는지, 아직 데본님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지혁에게 말했다.
“데본 님의 마차가 들어오면 연락하라고 마부에게 전해.”
“그래.”
“그런데 왜 벌써 이렇게 사람이 많지?”
“자선 파티에 세 공주님들이 온다는 소리를 들었나 보지.”
“세 공주님들?”
“루멜리사 파앙테, 캐서린 트랑, 세바스티아 비페리. 사교계의 공주님들이잖아?”
아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세 사람은 웬만한 고위 귀족이 여는 파티가 아니면 잘 참석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민 단체의 파티에 온다고 하니 다들 연을 맺으려고 안달인 것이다.
시민 단체의 파티는 세 사람과는 얽히기 힘든 지방 귀족들이 많이 오는 행사니까.
“사람이 너무 많다. 호위는 안으로 데려오지 못하니, 잔느라도 함께 올 것을 그랬어.”
“잔느는 마리의 곁에 둬야지. 그리고 호위는 이 애들이면 됐어.”
나는 슬쩍 옴브레를 보여주었다.
한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옴브레는 아직 2단계 이상의 가호를 가진 자에겐 통하지 않잖…….”
그때였다.
[내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머릿속으로 바로 들어오는 목소리에 한지혁이 흠칫했다.
“이, 이, 이거…….”
“응.”
크림슨 구울, 아웬이다.
‘그리미에가 약이 바짝 올랐을 테니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
마경을 통해 크림슨 구울의 엄청난 힘을 보았던 한지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 그래, 호위 문제는 없겠네.”
“앉아있어야겠다. 넌 마부에게 연락하라고 하고—”
그렇게 말하던 찰나.
“어머, 영애!”
언젠가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한 무리의 영애들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사에게 헛바람을 넣었던 블라썸 로슈펭의 무리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만나고 싶어서 초대장을 보내려고 했는데.”
“안녕하세요.”
“네, 이런 파티에서 뵐 줄은 몰랐어요.”
블라썸이 나를 묘한 눈으로 보며 후후 웃었다.
꼭 이런 표정이었다.
역시 황제의 진노를 사더니, 갈 데가 이런 자선 파티밖에 없었구나.
“반가워요.”
블라썸이 내게 한 손을 내밀었다.
손등을 위로 해서.
한지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명예직이란 소리를 듣지만, 어쨌거나 원화로 공직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저런 태도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손등을 내미는 건, 내게 인사해도 좋다는 허락이었으니까.
내가 손만 빤히 보고 있으니, 블라썸이 말했다.
“아, 예법이 이게 아니었나요? 제가 황도 예법엔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 보이는군요.”
블라썸 주변에 있는 소녀들이 묘한 눈빛으로 입매를 비틀었다.
블라썸이 생긋 미소 짓곤 말했다.
“저희 테이블로 가세요. 하고 싶은 말도 있고. 그렇죠?”
“네, 블라썸 양.”
“좋아요~”
다른 영애들까지 합세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괜찮—”
“거기, 너. 의자를 하나 더 준비하렴. 에릴로트 양이 앉을 수 있도록. 자, 가시죠.”
블라썸이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끌고 테이블로 향했다.
한지혁이 울컥, 나서려 했지만 난 눈짓했다.
‘데본 님이 오시기 전에 소란은 곤란해.’
내 뜻을 알아차린 한지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저 아이를 먹어도 되겠느냐?]……아웬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