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39)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38화.(239/390)
238화.
루멜리사 파앙테와 캐서린 트랑도 굳은 얼굴로 블라썸 무리를 쳐다봤다.
그러자 당황한 피네사 쿠롱이 소리쳤다.
“아, 아니에요! 스스로 물을 뒤집어썼어요!”
루멜리사가 헛웃음을 흘렸다.
“말이 돼요? 에릴로트 양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하, 하지만 정말로……!”
캐서린이 블라썸 무리를 쏘아보았다.
“이번 일,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캐서린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냥 발랄하던 아이였다. 그래서 이런 위압감을 뿜을 수 있는 줄은 몰랐다.
하기야, 북부에서 가장 사납다는 가시곰도 트랑 공작을 보면 겁을 먹는다고 했다.
그 아버지를 닮았다면야.
세바스티아 언니가 나를 감싸며 말했다.
“이 아이가 내 의자매인 것은 알고 이런 짓을 벌인 거겠지.”
“……!”
세바스티아 언니와 같은 동부 귀족인 블라썸이 흠칫했다.
“주, 중앙 원화, 이 일은 저, 정말로 오해……!”
“그 입 다물어.”
“워, 원화…….”
“난 적으로 판단한 사람과 말을 섞지 않아.”
세바스티아 언니야 위압감이라면 황도 소녀 중 1등이지.
물론 루멜리사 파앙테도 한 존재감한다.
나는 황도 사교계의 세 공주님에게 둘러싸인 채로 블라썸 무리를 쳐다봤다.
‘이게 바로 내가 지난 시간 황도에 쌓아둔 신뢰다, 이것들아.’
—그렇게 생각하며.
* * *
흑, 흐윽….
블라썸 무리의 헬레나가 흐느끼며 걸었다.
블라썸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만 울지 못해요?”
“하, 하지만…….”
파티는 엉망으로 끝났다.
황도 사교계를 주름잡는 3인이 상대해주지 않자, 다른 사람들도 블라썸 무리를 무시했다.
자선 파티의 주최자인 마담 생트로에마저 자리를 비켜달라고 할 정도로.
즉, 쫓겨난 셈이었다.
그래서 블라썸의 무리는 초라하게 파티가 끝나기도 전에 터덜터덜 마차를 향해 걷고 있었다.
‘이번 자선 파티를 얼마나 기대했는데…….’
헬레나가 훌쩍이며 말했다.
“화, 황도에서 처음 참석하는 파티가 이렇게 될 줄은 모, 몰랐어요.”
“그만 울라니까요!”
블라썸이 버럭 소리쳤다.
헬레나는 흠칫, 어깨를 오므리며 울상을 지었다.
“여, 역시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건드리는 게 아니었나 봐요…… 다들 그 사람의 편이잖아요…….”
“지금이야 그 가증스러운 말을 믿으니까 그런 거예요.”
블라썸이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가련한 척하는데, 사교계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감싸줄 수밖에.
평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블라썸의 충실한 오른팔, 피네사 쿠롱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저 말을 언제까지 믿겠어요? 다수는 우리인데.”
그러자 다른 영애들도 동조했다.
“마, 맞아요!”
“어떻게 이렇게 비열할 수 있을까요? 나중에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면 기가 막혀서 말도 못 할걸요.”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맞아요!”
“우리가 다수예요! 지금은 에릴로트 아스트라와 더 오래 봐왔으니 말을 믿어주는 거고, 시간이 가면 다를 거라고요!”
블라썸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요, 우리가 다수예요.”
이 많은 사람이 그 일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아무리 혼자서 주장해도 언젠가는…….’
그때였다.
풋.
등 뒤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블라썸의 무리가 흠칫, 고개를 돌렸다.
에릴로트가 그들을 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블라썸이 눈을 가늘게 좁히며 말했다.
“뭐가 우습다는 거죠?”
“아, 실례. 다수가 절대적인 이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웃겨서요.”
“뭐라고요?”
에릴로트는 뒷짐을 진 채로 사뿐사뿐 다가왔다.
그리고 블라썸 무리를 쭉 둘러보며 목소리를 말했다.
“다수라는 건 말이야. 여기서 한 사람만 배신해도 망한다는 것이거든.”
“……!”
에릴로트는 쿡쿡 웃었다.
“반면에 난 절대로 배신할 사람이 없지. 왜냐면 혼자니까.”
“우리는 배신 같은 건 하지 않아……!!”
블라썸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에릴로트가 흐음,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래? 다들 서로를 믿을 수 있어?”
블라썸 무리의 소녀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눈빛에 숨길 수 없는 불안함이 엿보인다.
에릴로트는 빙그레 웃었다.
‘남을 욕하고, 따돌리면서 즐거워하던 관계에 신뢰 따위가 있을 리 없지.’
에릴로트는 어깨를 으쓱하고, 블라썸 무리를 지나쳤다.
“그럼 잘해봐. ……아.”
잠깐 돌아본 아이가 읊조렸다.
“한 사람 정도는 살 구멍을 만들어줄 수도 있어. 으음, 가장 먼저 오는 쪽으로 할까.”
에릴로트가 턱에 검지를 대며 중얼거렸다.
블라썸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럴 사람 없어!”
“그래? 유감이네. ……내가 너희의 이름을 전부 외웠는데.”
순간, 휘잉! 바람이 불었다.
에릴로트의 그림자가 일렁이며 순식간에 커졌다.
크림슨 구울 본체의 형태로.
“……!!”
“으, 으으……!”
모두 부모가 꾸며준 후원에서 안온하게 살던 소녀들이었다.
이들이 고대 몬스터급인 엄청난 괴물의 존재감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헬레나가 겁에 질려서 털썩, 주저앉았다.
다른 사람들도 뻣뻣하게 굳어졌다.
에릴로트는 그런 그들을 보며 픽, 웃고 마차에 올랐다.
블라썸의 무리는 떠나는 에릴로트의 마차를 보며 생각했다.
맞아, 저 애는 에릴로트 아스트라.
제국의 전신이라 불리는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딸이다.
그 자신은 용을 가지고 있어, 제국군 수준의 무력을 소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 우리 저런 사람에게 까불었던 거야?”
영애 중 하나가 와들와들 떨며 중얼거렸다.
블라썸이 소리쳤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요, 용을 가졌잖아요. 제국군 수준의 무력을……!”
“그래서 용을 불러오겠어요? 황제 폐하는 그걸 두고 보실 거래요?!”
“그, 그렇지만…….”
“이 멍청한……!!”
블라썸이 고성을 내질렀다. 피네사는 얼른 아이를 말렸다.
“진정하세요.”
이러다 헬레나가 우리를 배신이라도 하면 어쩌냐는 표정이었다.
블라썸이 이를 꽉 깨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철저하게 짓밟아야 해요. 다들 우리는 하나란 걸 잊지 말아요.”
블라썸은 그렇게 말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불안한 표정이었다.
* * *
다음날.
나는 외출 준비를 하며 한지혁에게 물었다.
“블라썸은 어떻게 되었어?”
“온갖 파티에서 초대를 취소하는 편지를 받고 있지.”
“루멜리사 파앙테가 나선 모양이구나.”
“……넌 정말 무서운 애야.”
“맞아, 난 선을 넘는 사람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어린이거든!”
내가 자랑스러운 척 고개를 척, 치켜들자 한지혁이 “나참.” 하며 웃었다.
“리시먼드 때문에 화가 잔뜩 난 거면서.”
“시끄러워.”
“그런 건 쑥스러워하더라.”
“생색내고 싶지 않은 거거든? 내가 화를 낸 건데, 왜 남의 탓을 해?”
그렇게 말하고 앞굽으로 바닥을 콩, 콩 두드렸다.
옴브레가 뿅 튀어나와서 입을 쩍 벌렸다.
늪요정인 핀과 피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옆에…….
“……응?”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눈을 끔뻑였다.
한지혁도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새로운 몬스터를 길들였냐?”
“그럴 리가. 내가 진짜 <마물 조련>의 능력이 있는 줄 알아? 알에서 부화하기 전부터 백경목 피리로 길들여야 한다고.”
그게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한지혁이 물었다.
“그럼 저 요정은 뭔데.”
그랬다. 핀과 피피 옆에 요정 같은 게 하나 더 있었다.
허리까지 늘어진 새카만 장발.
검붉은 피를 떠올리게 하는 적안.
흰 피부와 나른한 눈매.
겉보기에는 완벽한 미청년의…….
“……아웬?”
“그래.”
크림슨 구울, 아웬이 핀과 피피처럼 작아져 있었다.
“뭐야?”
“귀엽지 않으냐?”
“응?”
“인간들은 이런 것을 귀엽다고 하지. 작고 잘생긴 것.”
아웬이 뻔뻔한 얼굴로 웃었다.
“아니, 어떻게 그 모습이 된 거냐고.”
“이 정도로 몸을 축소하는 것쯤이야 어렵지도 않은 일이란다. 실재화하는데 좀 오래 걸리긴 했다만.”
한지혁이 어버버 소리쳤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마법책을 새벽까지 읽더라니…….”
나는 양손을 포개서 아웬에게 뻗었다.
아웬이 내 손으로 폴짝 착지했다.
난 그런 아웬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뭐, 좋아. 잘했어. 언젠가 도움이 되겠다.”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이건 정확히 말하면 정령화 마법이거든.”
“그래? 잘됐네.”
어딜 가든 옴브레만 데리고 다녔는데.
쉬지 못하는 날이 꽤 많아서 미안했다.
“옴브레, 며칠 푹 쉬어. 먹이도 잔뜩 먹고 오고.”
옴브레가 내 종아리에 몇 바퀴씩 감겨가며 즐거운 내색을 했다.
“다녀와.”
슉!
빠르게 창을 넘어가는 그 애를 보고 난 쿡쿡 웃었다.
아웬은 어느새 내 어깨로 올라와서 중얼거렸다.
“그림자 마물의 먹이가 뭐더라.”
“생물의 어두운 감정. 불안이나, 공포 같은 거.”
“정신력을 에너지화해서 먹는 건가…….”
“그런 것일 수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자, 이제 가자!”
오늘은 데본 님과 만나기로 한 날이니까!
* * *
황궁.
나는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런, 늦었어!’
데본 님은 시간 약속을 어기는 걸 제일 싫어하시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웬에게 황궁 결계가 반응해버려서, 평소와 달리 마법부에 입궁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내 가호와 신분을 확인하고 빠른 처리를 해주었지만.
나는 복도를 우다다닥 내달렸다.
‘30분이나 늦었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자선 파티에서 통신석 코드를 알아놓을 것을!
내가 통보 없이 약속을 취소한 것으로 알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데본 님의 집무실 앞에 다다랐다.
노크를 하려고 했는데, 안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 아이가 죽은 것이 네 탓이 아니라고 해도 넌 애도해야 해! 평생 미안하고 고마워해야 한단 말이다, 데이몬드 아스트라!”
이건 데본 님의 목소리였다.
‘아빠에게 화를 내고 있어?’
난 경비병에게 속삭였다.
“안에 사람이 있나?”
“예.”
그러고 보니까 아빠가 오늘 황궁에 약속이 있다고 했지.
‘데본 님이 아빠를 불렀을 수도 있겠다. 파티에서 있던 일을 알려주려고.’
이런 건 보호자가 알아야 한다고 여기는 우직한 사람이지.
그러다 말싸움이 난 모양이었다.
‘어쩌지?’
기다릴까?
아니면 말려야 하나?
“벨트리의 죽음에 보상은 충분히 했다.”
“보상으로 끝이 날 일이라 여기나? 그 아이는 하나 뿐인 가족을 잃었어! 가족을 잃은 것이 어떻게 돈으로 보상이 되느냔 말이다!”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벨트리가—!!”
데본 님이 고함을 내질렀다.
마치 악에 받친 것처럼 비통한 목소리였다.
“그 아이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잊은 것이냐.”
“그만하지.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으니.”
“너를 변했다 여긴 내가 멍청했군.”
“그래.”
인기척과 함께 벌컥! 문이 열렸다.
아빠가 굳어져 있는 나를 보고 멈칫했다.
“에릴로트.”
그러자 책상 모서리를 쥐고 있던 데본 님도 흠칫, 나를 쳐다봤다.
“싸우…… 셨어요?”
“…….”
아빠는 대답이 없었지만, 데본 님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
“어째서 거짓말을 하세요……? 거짓말은 데본 님께서 제일 싫어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이상했다.
그 말을 하자마자, 아빠와 데본 님이 동시에 눈이 커다래졌다.
데본 님이 나를 향해 손을 뻗다가 멈칫했다.
그러곤 고개를 홱, 돌리고 말했다.
“그래,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거짓말이지.”
“……오늘 저와 대화를 하기는 어렵겠지요?”
“이해해준다면 다음에 시간을 잡도록 하자.”
“네.”
나는 순순히 물러났다.
아빠가 데본 님을 힐끗 쳐다보고서, 문을 닫았다.
나는 아빠에게 손을 뻗었다.
“가요.”
“…….”
“네? 아빠.”
“……그래.”
흐리게 웃은 아빠는 내 손을 잡았다.
우리는 황궁 복도를 걸으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에 원화군 일은 바쁘지 않은 모양이구나.”
“체계가 잡혀서요. 또, 원래 원화는 명예직이나 마찬가지라 그렇게 바쁘지 않잖아요.”
“그래.”
“…….”
“…….”
하지만 대화가 조금씩 끊겼다.
의도적으로 대화를 돌릴 때 그렇듯이.
나는 아빠의 옆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벨트리가…… 누구예요?”
“…….”
“여쭤보면 안 되나요?”
내가 기죽은 얼굴로 묻자, 아빠가 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굽혀서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네가 물어봐선 안 되는 이야기는 없어.”
“……하지만 아빠가 슬픈 얼굴을 하니까.”
“물어도 좋아.”
“…….”
“네 질문엔 뭐든 답할 테니.”
나는 아빠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름이 궁금해요.”
“그래.”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그래.”
아빠는 내 등을 두드렸다.
오래, 아주 오래…….
* * *
나와 아빠는 함께 마차를 탔다.
저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나는 아빠와 마주보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렸을 때, 발데릭 숙부가 아빠를 그렇게 괴롭혔어요?”
“그래. 내 가호는 2단계부터 쓸만해졌거든. 어릴 때는 가호를 빠르게 발달시키지 못해서 우스웠던 거지.”
‘발데릭 죽었어.’
나는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윽고, 이야기 속에서 그 이름이 등장했다.
“그 시절에 벨트리를 만났다.”
—벨트리라는 이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