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4)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4화.(24/390)
24화.
부셰즈 후작이 미소 지으며 공작을 힐끔 쳐다봤다.
“오늘 술자리엔 공께서도 오실는지요. 술에 취한 제가 이번에도 고대의 돌을 풀게 될지 어찌 압니까.”
아스트라 공작은 건방진 태도에 실소를 흘렸다.
“글쎄, 난 밤엔 쉬이 움직이지 않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찌 알겠나.”
“예?”
“공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혹시 아나, 시건방진 태도를 두고 보는 자가 있을지.”
“……!”
부셰즈 후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건 협박이었다.
그를 자극하면 황천길을 건너게 될 것이라는, 소름 끼치는 협박.
아스트라 공작의 성정을 아는 원로들이 얼어붙었다.
공작은 입꼬리를 올린 채로 회의장을 떠났다.
원로들도 눈치를 보다가 하나, 둘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한산한 회의장에 남은 부셰즈 후작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그래 봐야 날 어찌할 것이냐.’
그는 황실의 장자를 낳은 오셀리아 황비의 오라비였다.
황비의 아들이 황제가 되면, 그는 황숙이 될 터.
‘앞으로 누가 뜨는 해, 지는 해인지 두고 보자.’
내가 황숙이 되면 제아무리 아스트라 공작일지라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셰즈 후작의 입매가 우그러졌다.
* * *
한지혁은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놀라서 물었다.
“가, 가, 강화석? 진짜로 강화석? 거짓말이지?”
“지짜야. 소꼬만 사라써? (진짜야. 속고만 살았어?)”
“속이고만 살았지.”
자랑이다.
한지혁은 후하,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누가 보면 로또 1등 당첨된 사람인 줄 알겠다.
하긴, 로또긴 하지.
하나에 제도의 집 한 채 값은 될 거다.
한지혁이 강화석을 향해 떨리는 손을 뻗었다.
나는 얼른 한지혁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훔치 생가 하지 마. (훔칠 생각하지 마.)”
“뭘 그렇게……. 내 돈으로 산 거잖아!”
“너는 이런 거 가꼬 이쓰면 위허마기만 해. 어또케 팔 껀데? (너는 이런 거 갖고 있으면 위험하기만 해. 어떻게 팔 건데?)”
“뭐, 방법이야 많지 않나. 경매에 부치거나, 브로커를 통해 팔 거나…….”
“네가 팡다는 소문이 나자마자, 네 방에 살수들이 들이다칠 걸.”
거금 주고 사들이느니 한지혁을 소리소문없이 처리하고 빼앗아 오는 게 더 수월하다.
한지혁은 평민인데다가, 하나 있는 부친과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고, 뒷배도 없었다.
이만큼 처리하기 간편한 상대가 어디 있겠어.
한지혁도 말뜻을 눈치채곤, 얼굴이 굳어졌다.
“확실히 위험하긴 하겠네. 그럼 넌 어떻게 할 건데?”
“음…….”
“아스트라 공녀님이니 널 건드리지 못한다고 해도, 넌 고작 세 살이야.”
“…….”
“네가 브로커와 접촉을 할 수 있어, 경매장에 이름을 대고 판매를 할 수 있어?”
“다른 방법이 이찌.”
“다른 방법?”
“하부지하테 파 꺼야. (할아버지한테 팔 거야.)”
나는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최고가를 쳐 줄 수 있는 부자이며, 날 죽이지 않을 사람.
아스트라 공작 말이다.
한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이 가는 모양이었다.
“그럼 강화석을 어떻게 발견했다고 하게? 길가에서 주웠다고 할 순 없잖아.”
한지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강화석인 걸 알고 경매에서 사들였다는 걸 알면, 네가 평범한 세 살이 아니라고 생각할걸.”
“그곤 다 생가해 둔 게 이써. (그건 다 생각해 둔 게 있어.)”
나는 귀여운 강화석들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넌 부자 댈 줌비나 하구 기다려. (넌 부자 될 준비나 하고 기다려.)”
한지혁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이내 입을 열었다.
“……이제껏 들은 말 중에 제일 설렜어.”
한지혁과 나는 비열하게 웃곤 가볍게 하이파이브 했다.
이튿날.
아버지 집무실.
나는 책상 밑에 깔린 양탄자에 앉아서, 장미를 화분에 심고 있었다.
준비된 화분에 꽃을 넣고, 흙만 부으면 돼서 어려운 건 없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흙을 토닥토닥 두드리고 있는데, 아버지가 날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건 뭐지.”
“미케란 조써요. 아밤미 닮은 애뿐 장미.”
그러자 옆에서 쿵! 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부관들이 놀라서 자료를 떨어뜨리는 소리였다.
엔조도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라선 이쪽을 쳐다보았다.
“장군님을 닮은…… 예쁜 장미……?”
그가 무어라 말하려고 결기 어린 얼굴로 입을 열었을 때, 아버지가 말했다.
“닥쳐.”
“예…….”
엔조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난 화분을 가져가서 까치발을 들곤 아버지 책상에 올려놓았다.
아버지가 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화분을 돌로 장식하는 건 어디서 배웠지.”
“정언사들이 준 화분에요. 돌 이써요. 애뻐요. (정원사들이 준 화분에요. 돌 있어요. 예뻐요.)”
나는 돌을 챙겨 온 주머니를 아버지 앞에 두 손으로 번쩍 들어 보였다.
이거 봐! 이 돌이 강화석이야!
‘이 강화석의 존재를 눈치채게 해줄 사람도 있지.’
나는 엔조에게 다가가서 강화석을 건넸다.
“제일 애뿐 돌 주께.”
“감사합니다, 아가씨.”
엔조가 돌을 두 손으로 받으며 웃었다.
그리고 나는 “아!” 하고 휘청거렸다.
순식간에 몸이 붕 떠올랐다.
엔조의 가호, <염력>이었다.
“괜찮으십…….”
“끄악!”
나는 비명을 내질렀다.
엔조의 가호에 떠오른 내가 천장까지 휙,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아가씨!”
“아가씨……!”
부관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엔조―!”
벌떡 일어난 아버지가 고함을 내질렀다.
엔조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가호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기 때문일 터다.
얼마 뒤에야 엔조는 가까스로 나를 내려놓는 데에 성공했다.
그 후, 아버지가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괜찮으냐.”
“녜! 재미써.”
나는 기쁜 듯이 양 뺨에 손을 올렸다.
모스코의 무등을 탔을 때부터 높은 곳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아버지는 날 살피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난 엔조를 힐끔 쳐다봤다.
엔조는 굳은 얼굴로 내가 쥐여 준 돌을 보고 있었다.
‘가호가 증폭될 때의 고양감을 느꼈지?’
그럼 이제 나 대신 아버지한테 설명해 줘.
나는 남몰래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히죽 웃었다.
* * *
오후.
부관들과 관할성의 관리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엔조가 내가 준 돌멩이로 인해 가호가 증폭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엔조는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돌멩이는 즉시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조사 결과 알아낸 것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강화석이라는 것을.’
관리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어봤다.
“이 돌은 어디서 나셨습니까?”
“칭구가 애쁜 화로 조써요. 거기 이써요.”
“화로?”
“응. 고대의 화로래요.”
그러곤 나는 아버지에게 강화석이 든 주머니를 건넸다.
주머니가 묵직한 것을 본 관리들이 크게 숨을 삼켰다.
주머니를 열어 본 아버지가 미간을 좁혔다.
“친구라면 지난번 성에 왔던 그 자인가.”
“녜!”
엔조가 아버지를 쳐다봤다.
“강화석인 걸 알고 주었을까요.”
“바보가 아닌 이상 무상으로 강화석을 내줬을 린 없지.”
“화로에 든 돌이 강화석인 줄은 꿈에도 몰랐겠군요.”
관리들이 아버지 곁으로 와글와글 몰려들었다.
그러곤 좀비 떼처럼 “그어어…….”하고,
“성벽 보수 자금…….”
“기사단 무구 교체…….”
“수해 복구 자금…….”
─하고 중얼거렸다.
아버지가 인상을 쓰며, 주머니를 들어 올렸다.
“이건 에릴로트의 것이다.”
“예?! 어리신 아가씨께서 무얼 안다고 그리 귀한 것을……!”
“제대로 쓰지 못할 거로 생각해 하나를 빼앗으면, 다음엔 둘을 빼앗게 될 테지.”
아버지 멋지다!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아버지는 나와 시선을 맞추고서 말했다.
“에릴로트, 그건 매우 귀한 물건이다. 돈으로 바꾸고 싶다면 도와주고, 보관하고 싶다면 결계가 깔린 창고를 내어 주마.”
나는 “으음…….” 하고 신음했다.
그러곤 슬쩍 아버지를 쳐다봤다.
“다른 거 하고 시퍼요.”
“무엇이든 좋아. 그건 네 것이니까. 말해 봐라.”
나는 해맑게 웃으며 소리쳤다.
“하부지 주꺼야!”
뭐든 해도 좋다고 하던 아버지의 동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 * *
공작성.
드뷔시 자작이 황도에서 수집한 정보들을 건네며 말했다.
“부셰즈 후작의 행보가 과합니다.”
“날 습격이라도 한다더냐.”
“대놓고 습격하면 차라리 낫지요. 공작님도 그걸 바라고 계시지 않습니까.”
대놓고 습격한다면, 목을 잘라 주면 될 일이다.
하지만 거슬리게만 굴고, 나서지 않으면 쳐낼 명분이 없었다.
“오셀리아 황비가 귀찮은 오라비를 두었어.”
아스트라는 오셀리아 황비와 손을 잡았다.
그러니 보통이라면 황비의 친정인 부셰즈와 척질 이유가 없었다.
부셰즈가 친황비파의 아스트라 공작에게 거슬리게 구는 이유는 하나였다.
“황비측 귀족들의 우두머리가 되고 싶다는 것이겠지요.”
황비측 귀족들 중에 우두머리가 되고 싶다는 호승심.
고작 그것으로 부셰즈는 분열을 야기하는 것이었다.
‘제 조카가 황제가 되었을 때, 권력을 나누고 싶지 않다는 뜻이지.’
드뷔시 자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고대의 돌을 풀면서 귀족들의 환심을 사고 있습니다.”
“…….”
“고대의 돌이란 건 가지고만 있어도 값이 오르니, 5년만 지나더라도 가격이 10배로 뛰겠지요.”
“…….”
“그런 것들을 풀어 대니, 주변에 사람이 모일 수밖에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콘라드는 한숨을 삼켰다.
여기선 달리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오셀리아 황비와 손을 잡은 이상, 부셰즈 후작을 명분 없이 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고대의 돌을 판매하지 못하게 할 수도 없었다.
‘고대의 돌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밖에는 답이 없지.’
하지만 그 귀한 물건의 가치를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공작성의 집사가 문을 두드렸다.
“알버트입니다.”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온 집사가 허리를 굽혔다.
“데이몬드 님과 에릴로트 님께서 알현을 청하십니다.”
‘뭐라고?’
콘라드와 드뷔시 자작이 눈을 크게 떴다.
에릴로트라면 몰라도, 데이몬드라니.
데이몬드의 부친 혐오증은 엄청나서, 일이 있지 않고서야 절대로 공작성에 찾아오지 않는다.
공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성에 왔느냐.”
“중문을 통과하셨습니다.”
“알현실을 열어라.”
“예.”
집사가 알현 준비를 위해 서둘러 나갔다.
1시간쯤 뒤, 공작도 몸을 일으켰다.
드뷔시 자작과 콘라드도 뒤를 따랐다.
알현실에 도착했을 땐, 이미 데이몬드와 에릴로트가 도착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부지!”
에릴로트가 매우 밝은 얼굴로 쪼르르 달려왔다.
달려와 무릎을 껴안는 손녀를 본 공작은 큼, 헛기침했다.
콘라드와 드뷔시 자작이 쿡쿡 웃었다.
“한 달 만에 뵙는군요.”
“안녕하셨습니까, 아가씨.”
“녜.”
에릴로트가 대답했다.
소파에 앉아서 인상을 쓰고 있던 데이몬드가 딸을 불렀다.
“에릴로트, 이리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던 에릴로트는 이내 “녜…….” 대답하고, 아버지에게 향했다.
공작은 인상을 찌푸리곤 데이몬드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죽을상을 한 주제에 내 성엔 무슨 일이냐.”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닙니다.”
“하면.”
공작과 데이몬드는 서로를 마뜩잖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데이몬드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러나 별말은 하지 않고, 딸을 쳐다봤다.
“말씀드려라.”
에릴로트가 소파 구석에 잘 놓아두었던 주머니를 꺼내서 공작에게 건넸다.
“주께.”
드뷔시 자작과 콘라드가 빙그레 웃었다.
“선물인가 봅니다.”
“최근에 무슨 기념일이 있었던가요?”
두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데이몬드가 한숨을 흘렸다.
“강화석입니다.”
“하하, 그렇군요. 강화…… 예?”
“예, 강화석……. 강화석이라고요?!”
드뷔시 자작과 콘라드가 입을 떡 벌렸다.
“가, 강화석? 방금 강화석이라고 하셨습니까?”
자작의 말에 데이몬드는 고저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강화석.”
에릴로트는 주머니를 열어서 돌멩이 하나를 집어 공작에게 건넸다.
“하부지, 이거요.”
“……오베릭 드뷔시.”
할아버지가 드뷔시 자작을 부르자, 자작이 서둘러 돌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뷔시 자작의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자작의 가호는 <그림자>.
그림자를 분리해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조금씩 움직이던 그림자가, 이내 엄청난 크기로 뻗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방의 절반을 뒤덮자, 방 안의 공기가 크게 회오리쳤다.
선반이며, 테이블에 놓여 있던 것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
“……!”
“……!”
드뷔시 자작이 그림자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문틈으로 들어가 종이를 집어 오는 정도였다.
“강화석이 맞습니다—!”
콘라드와 드뷔시 자작이 기함했다. 아스트라 공작의 표정도 굳어져 있었다.
공작이 제 아버지의 곁에 얌전히 앉아 있는 손녀에게 물었다.
“왜 이것을 내게 주는 것이냐.”
“가장 조은 거 하부지 주는 거예요.”
“뭐라고?”
“아스트라를 지켜 주는 우리의 가주밈이니까!”
콘라드와 자작이 감동한 표정으로 “아가씨…….” 하고 중얼거렸다.
데이몬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렇게 가르친 새끼 찾으면 죽…….”까지 중얼거리다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크하하─!
아스트라 공작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콘라드며, 데이몬드, 근 30년간 공작을 모셔온 드뷔시 자작조차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아스트라 공작이 이토록 유쾌하게 웃는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소파 팔걸이를 잡은 채 웃던 공작이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그래. 강화석이 총 몇 개나 되는고?”
“음, 음, 300개 하구요. 또, 67개가 더 있구…….”
고개를 끄덕인 공작이 말했다.
“콘라드 마르시알.”
“예, 공작님.”
“에릴로트가 돌아가는 길에 황금이 든 수레를 붙여 줘라. ……그래, 3억 골드 정도면 적당하겠지.”
억?
3억?!
장남인 그리미에의 관할령에 간 예산이 9천만 골드였다.
“허…….”
그때까지 일어나 있던 드뷔시 자작이 의자에 스르륵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