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46)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45화.(246/390)
245화.
이쪽으로 걸어오던 아빠가 미간을 좁혔다.
그제야 벨라는 제 실수를 깨닫고 크게 당황했다.
“아, 오라버니, 이건……!”
아빠는 굳은 얼굴로 걸어와서 나를 살폈다.
“무슨 일이냐.”
“아니에요.”
“아닌데 옷에 흙이 묻을 리 없지.”
아빠가 잔느를 쳐다봤다.
잔느는 아빠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로슈펭 양이 아가씨를 밀쳤습니다.”
아빠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자신의 집에서, 제 딸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빠는 블라썸과 벨라를 쳐다봤다.
시선이 무시무시했다.
블라썸은 엄청나게 당황했다.
“아, 아니, 저, 저는 에릴로트 양이 갑자기 머리를 잡고 찍어눌러서……! 그렇죠, 엄마? 네?”
“그게…….”
아빠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벨라를 쳐다봤다.
“해서 너는 네 딸의 머리를 잡은 것을 보고 내 저택에서 그리 흥분한 것이냐.”
“그게…… 그게, 그러니까…….”
벨라가 차마 대답하지 못하니 블라썸이 제 엄마를 재촉했다.
하지만 벨라는 여전히 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그래, 말 못하겠지.’
왜 화를 냈는지 말하려면 내가 한 말들까지 다 해야 한다.
1. 아빠를 노리고, 딸을 벨트리 님으로 분장시켰다는 것.
2. 벨트리 님을 학대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
‘하지만 변명하지 않을 수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1번과 2번 중 나은 쪽을 아빠에게 말해야 한다.
내 생각엔…….
“따님께서 저를 오해하시고, 너무나 당황스러운 말씀을 하시기에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어요. 죄송해요, 오라버니.”
“내 딸이 무슨 말을 했기에.”
“제가 백작저를 찾아오는 것이…… 오라버니를 노려서라고…….”
벨라가 입술을 깨물며 잔뜩 속이 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얘기할 줄 알았다, 이 나쁜 아줌마야.’
벨라는 눈물을 뚝, 뚝, 흘리며 서글픈 듯 말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왔으니 혹시라도 빼앗길까 봐 염려가 큰 것이겠지요…… 저는 이해해요…….”
아빠가 나를 쳐다봤다.
‘옳거니. 아줌마, 말 잘했다.’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네, 맞아요! 저는 아주 불안해요.”
그러자 벨라가 얼른 나섰다.
“영애! 그건 정말 오해예요. 제가 어떻게 오라버니의 옆자리를 노리겠어요? 그런 자리…… 제게 너무 과분한걸요.”
“그래요? 그러면 황제 폐하의 존함 앞에 맹세할 수 있어요?”
“……네?”
“그쪽은 결코 아빠를 노리지 않을 것이며, 혹여 아빠가 그쪽에게 청혼하더라도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요.”
“……!”
“황제 폐하의 존함 앞에 맹세하세요.”
벨라는 매우 당황하여 헐떡였다.
“이, 이런 일에 어떻게 폐하의 존함을……!”
“싫으세요? 역시 아빠를 노린 게 맞나요? 로슈펭 가문에서도 이 일을 알고 있어요?”
“영애—!”
“아마도 로슈펭 가문에서 작은 부인이 이 저택에 오는 걸 지켜만 보고 있는 건, 우리 아빠가 무서워서 일거예요.”
“그건……!”
“해서 로슈펭 백작에게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부인은 아빠를 노리고 있고 그런 이유로 저는 부인께서 찾아오는 게 아주 불쾌하다고요.”
“여, 여, 영애, 대체, 대체 제게 왜……!”
벨라가 도움을 요청하듯 글썽이며 아빠를 쳐다봤다.
하지만 아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그 어떤 적에게도 이만큼 철저하게 모멸감을 느끼게 하진 않던 애니까.
블라썸이 입술을 꾹 물더니, 이윽고 내게 소리쳤다.
“그만 좀 해요!”
“뭐가요?”
“너무하잖아요. 어떻게 제 앞에서 저희 어머니를 이렇게 기만하세요?!”
“제 앞에서 제 오라버니를 기만한 건 죄가 아닌가 봐요.”
아빠가 “오라버니?” 하며 블라썸을 쳐다봤다.
블라썸은 흠칫해서 얼른 말을 돌렸다.
“어머니는 그런 분이 아니에요! 다 영애의 오해라고요!”
“그럼 설명해봐요.”
“뭘 또 설명하라는 거예요?”
“왜 머리를 잘랐어요? 왜 벨트리 님처럼 걷고, 벨트리 님처럼 웃고, 벨트리 님이 하던 말을 따라 해요?”
벨라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것 때문에 화가 나셨던 거로군요. 이 아이가 벨트리 언니를 닮아서 소중한 아빠를 빼앗길까 봐.”
“…….”
“영애, 이 아이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답니다.”
“…….”
“혈육이기에 닮을 수밖에 없지요.”
“거짓말.”
“믿고 싶지 않으셔도…….”
“혈육 아니잖아요.”
“……!”
벨라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빙그레 웃어주었다.
“입양했잖아요. 돈을 받고. 그러면서 제대로 된 케어도 해주지 않았죠.”
“무, 무, 무슨……! 영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이웃집에서 매일 같이 어린 벨트리님이 우는 소리를 들었대요. 당신이 부모의 폭력에 일조했다는 증언은 벌써 확보했어요.”
“영애—!!”
“기억나세요, 아빠? 벨트리 님이 하신 말씀이요. 정원사가, 그녀의 아버지가 무섭다는 말 말이에요! 아빠,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에요!”
그때였다.
“뭐?”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데본 님과 레오 탈로프, 그리고 카인로드 숙부가 우리를 보고 있었다.
뭐냐고 물은 것은 데본 님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냐.”
“데, 데본 오라버니…….”
“학대? 벨트리에게?”
벨라가 허둥지둥 뛰어와 데본을 붙잡았다.
“설마 저 말을 믿으세요? 제가 데이몬드 오라버니를 빼앗을까 봐 되는 대로 하는 말이에요!”
“…….”
“오라버니는 저를 아시잖아요! 제가 언니를 얼마나 걱정했어요? 매번 아카데미에 찾아가서—”
그때였다.
레오 탈로프가 실소를 흘렸다.
“그러고 보면 이상했지. 벨트리를 보러 왔다고 하면서 늘 데이몬드와 데본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니.”
“레오 오라버니……!”
“벨트리의 장례식에서 그의 성별을 알았을 때도 이상하지 않았나.”
“무, 무슨…… 저는 그 때 혼이 나가서……!”
“혼이 나가서 ‘여자라는 것에 놀라셨죠? 언니가 그래요. 중요한 건 가르쳐주지 않는 사람이에요.’라고 지껄인 거냐?”
“오, 오라버니……!!”
“그리고 또 뭐랬더라.”
그러자 카인로드 숙부가 오만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래서 저거 이상하다고 말했잖아. 그 때 내 말은 다 개무시하더니……!”
“그래,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그래서 저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냐?”
레오가 “오냐.” 하며 픽 웃자 카인로드가 말했다.
“기억하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시체 같은 데본과 데이몬드에게 ‘언니는 원래부터 남성성을 가지고 있었어요. 남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전 다르답니다.’라고 지껄였다고.”
카인로드가 벨라의 말투까지 흉내 내며 말했다.
나는 이를 으득, 갈았다.
‘저거 미친 거 아냐?’
한 마디, 한 마디가 쓰레기 같다.
벨라는 당황해서 어버버거렸다.
“그, 그런 게 아니라, 저,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친을 보고 블라썸이 나섰다.
“그만 하세요. 이 모습은 제가 선택한 거니까요!”
블라썸은 나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제가 이모를 동경해서, 엄마에게 이모처럼 꾸며달라고 했어요! 엄마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생긋 웃었다.
“그래?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모가 되고 싶었어?”
“그건……!”
“이전에는 꽃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동글동글 말고 다녔잖아.”
“마, 마음이 힘드니까 이모의 모습을 하면 의연해질 것 같았어요. 이모는 의연한 분이시니까요!”
“그래서 내가 친하게 지내는 평민 아이를 구슬려서 빚지게 하고, 내게 접근하려 했니?”
“……!!”
“마사를 불러올까?!”
내가 소리치자, 블라썸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벨라가 제 딸을 두둔하려 입을 열려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
“내가 지금까지 네가 한 일을 침묵했던 건, 네가 벨트리 님의 조카라고 생각해서였어!”
“마, 맞아요. 저는 이모의……!”
“조카가 아니라 학대범의 딸인 거지.”
“에릴로트 양—!!”
나는 블라썸에게 뚜벅뚜벅 다가갔다.
블라썸이 흠칫해서 뒤로 물러났지만, 마차에 가로막혀 도망치지 못했다.
“난 네가 돌아가는 즉시, 네 친구들을 불러 모을 거야.”
“왜, 왜 그들을…….”
“네가 그렇게 동경하는 중앙 원화, 파앙테 영애, 트랑 영애 모두 불러 모은 자리라고 하면 다들 좋다고 달려올걸.”
“부, 불러서 무슨 짓을 하려고요!”
“그리고 말할 거야. 네가 한 짓, 너에게 들은 것들 중 가장 큰 일을 말해준다면 ‘아스트라의 이름을 걸고’ 중앙 사교계 입성을 돕겠다고.”
“……!!”
“누가 가장 먼저 입을 열까? 네게 앙심이 있는 샤론 양? 유약한 헬레나 양? 아니면 제 오른팔 격으로 널 제일 잘 아는 피네사 쿠롱?”
“왜, 왜 이러는 거예요. 나한테……!”
쾅!
나는 마차를 강하게 짚었다.
블라썸이 흠칫, 어깨를 오므렸다.
“네 어머니와 돌아가서 기다려. 벨트리 님과 내가 당한 것에 곱절을 더해서 돌려줄 테니까.”
“으……흑…….”
그리고 벨라를 돌아보고서 말했다.
“허튼짓은 하지 마세요. 내 용은 나의 위험을 결코 두고 보지 않으니.”
“…….”
벨라가 마른침을 삼켰다.
* * *
벨라 모녀의 마차가 저택을 나섰다.
에릴로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데본과 레오, 카인로드에게 고개를 숙였다.
“손님들께 보기 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레오가 빙그레 웃었다.
“별로. 재밌는 구경이었다.”
“부끄럽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의복을 정제하고 다시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이지.”
레오가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인로드도 뚱한 얼굴이긴 했지만 “그러든지.” 대답했다.
데본은 잔뜩 굳어져 있었다.
그런 데본을 힐끔 쳐다본 에릴로트는 고개를 숙이곤 먼저 자리를 떠났다.
레오는 히죽히죽 웃으며 데이몬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모습을 보여주려고 우리를 다 불러 모은 거냐?”
“그럴 리 없잖아.”
데이몬드가 그의 손을 쳐내며 차갑게 읊조렸다.
벨트리의 학대 사실이 딸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정작 벨트리와 가깝게 지내던 자신과 이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벨트리에게 유난히 마음을 쓰던 데본은 희게 질린 얼굴이었다.
레오가 데이몬드와 데본을 둘러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들어가자고.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셈이야?”
“……손님을 안으로 모셔라.”
데이몬드의 말에 집사가 얼른 세 남자에게 다가갔다.
데이몬드와 데본, 레오, 카인로드는 함께 응접실로 이동했다.
지독한 침묵이 네 사람 사이를 감쌌다.
레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 성격들 하곤.’
그가 말했다.
“오늘 보니까 네 딸 기백이 장난 아니던데.”
“내 딸이니까.”
“외모야 네 판박이지만, 기세는 뭐랄까…… 벨트리를 닮지 않았어?”
아카데미에서 특별 입학한 평민이나, 가난한 귀족들을 괴롭히는 무리가 있었다.
벨트리도 그 무리에 찍혔었는데, 한참 참던 그 녀석이 언젠가 한 번 식판을 뒤엎은 적이 있었다.
포크로 악당을 위협한 그 녀석이 짓씹듯 하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돌아가서 기다려. 내가 당한 것에 배로 갚아주겠다.”
“거, 거지새끼 주제에, 무슨 짓을 하겠다고……!”
“걱정하지 마라.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눈이 돌면 어떻게 되는지 경험하게 될 테니.”
레오가 픽, 실소를 흘렸다.
“정말 닮았어. 정말로…….”
“…….”
“…….”
데본과 카인로드는 말이 없었다.
레오가 씩 웃으며 말했다.
“딱딱하기로는 고목나무보다 더한 놈들이 저 애에겐 꽤 무르다 싶었는데, 나보다 먼저 닮은 점을 발견했던 것 아니냐?”
카인로드가 쳇,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데본은 조용했다.
벨트리는 설원의 늑대 같은 녀석이었다.
진중하지만, 제 무리에겐 친절했다.
하지만 에릴로트는 장난기 가득한 어린 고양이 같았다.
뻔뻔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고…….
‘하지만 어느 부분만은 정말로 닮았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런 생각을 하던 즈음, 응접실에 다다랐다.
집사가 문을 열어주었다.
네 남자는 응접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데본이 물었다.
“해서, 무슨 일로 네가 우리를 다 불러 모은 것이냐.”
“그리미에에게 가야 할 황제의 진노가 내 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레오는 쿡쿡 웃었다.
“지방 귀족 아이들이 네 딸을 무시한 일로 대단히 마음이 상했나보구만.”
데이몬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황제와 특별히 척을 질 생각은 없지만, 딸이 위협받는다면 말이 다르지.”
데본이 물었다.
“해서.”
“너도 황제가 구휼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
“레오, 네 녀석은 네 군을 황제의 최측근에게 빼앗긴 셈이고.”
“뭐…….”
“카인로드, 넌…… 그냥 도와.”
“난 왜 그냥 도와야 하는 거야!”
“딸에게 빚을 지지 않았나.”
“……알고 있었냐?”
데이몬드가 오만하게 웃었다.
“나와 에릴로트 사이에 비밀은 없거든.”
데이몬드는 다리를 꼬며 세 사람을 쭉 돌아봤다.
데본이 물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야.”
“콘비뉴.”
“……!”
데본을 비롯한 레오, 카인로드의 눈이 떨어질 듯 커졌다.
콘비뉴란, 황제의 정치에 불신을 가진 자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시위를 말한다.
“말도 안 돼. 콘비뉴가 성공한 건 수세기 전의 일이야.”
“그래. 괜히 있는 자리마저 빼앗길 수도 있다고.”
데본과 레오가 소리쳤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살짝 열리고, 에릴로트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레오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엉망인 차림을 정리하고 온 에릴로트는 그야말로 인형 같았다.
레오는 픽 실소를 흘렸다.
“과연 제국 절세미를 쏙 빼닮았구나.”
“피가 어디 갈까.”
데이몬드는 오만한 표정으로 말하며 제 옆자리를 두드렸다.
그런데 에릴로트가 향한 곳은…….
“데본 삼촌!”
“……뭐?”
에릴로트는 데본의 옆자리에 풀썩 앉더니 눈을 빛냈다.
“부탁이 있어요.”
“……무엇인데.”
“혹시 벨트리 님의 신체 일부를 가지고 계신가요?”
“뭐?!”
“아빠에게 듣자하니 처음에 두 분이 치고받고 싸우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빠진 치아를 우정의 상징으로 가지고 계신다고…….”
데본이 데이몬드를 노려봤다.
‘쓸데없는 얘기를.’
에릴로트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빌려주세요!”
“그건 왜.”
“어쩌면 제가 벨트리 님의 딸일 수도 있거든요!”
확인을 해봐야지.
확실한 게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