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49)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48화.(249/390)
248화.
블라썸은 에릴로트가 얼마나 그 평민을 특별하게 대했는지 떠들었다.
“평민은 상상도 못 할 집을 얻어주고, 일자리를 구해줬어요. 그리고 잘 부탁한다고 말까지 해줬더라고요.”
“확실히 이상하구나.”
“마사 그 계집애도 자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할 정도라니까요.”
“그래, 가능성이 높아.”
“제가 마사를 만나볼까요?”
“회유할 수 있겠니?”
“멍청한 애라서 금방 넘어올 거예요.”
블라썸이 키득키득 웃자, 벨라 또한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차라리 잘됐어.’
블라썸이 벨트리의 딸임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는 기회다.
‘가문에 입적까지 시켜준다고 했으니 이제 로슈펭은 겁나지 않아.’
데본은 한 입으로 두말 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로체 후작 영애, 아니, 잘만 되면 아스트라 공작 영애가 되겠구나.”
“꿈만 같아요!”
블라썸이 양손을 맞잡고 까르르 미소 지었다.
* * *
이시론 공작가.
세탁물을 끌어안은 마사가 쭈뼛쭈뼛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 있던 하인들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마사는 어색하게 웃으며 하녀들에게 다가갔다.
“저기…… 세탁물이 많아서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입구의 비질을 좀…….”
“벌써 점심때네! 오늘 메뉴는 뭐야?”
“스튜.”
“어서 가자. 인기 있는 메뉴는 금세 사라진다고.”
하녀들이 깔깔 웃으며 사라졌다.
마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뭐야, 진짜…….’
이시론 공작가의 하인들은 이제 마사를 상대해주지 않았다.
내저 하인들은 끈 떨어진 연이라고 무시.
외저 하인들은 마사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혐오.
상급 고용인들은 하녀장에게 하극상을 하였다며 곱지 않게 본다.
그 때문에 이 상황을 중재해줄 사람이 없었다.
“정말 너무해…….”
자신이 이렇게 힘든데 언니인 마리는 연락 한 통이 없었다.
몇 번이고 아스트라 제 2백작저에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편지했는데.
“이제는 편지까지 돌려보내고…….”
마사는 세탁물을 끌어안은 채로 울먹였다.
“마사, 대체 언제까지 뭉그적거릴 거니! 도련님의 마차가 들어왔는데 입구가 아직 지저분하잖아!”
“가요…….”
“서둘러!”
특히 외저 하인들의 괴롭힘이 엄청났다.
마사는 훌쩍이며 빗자루를 들었다.
‘에릴로트 영애님도 너무해.’
갑자기 자신에게 차갑게 대하다니.
황도에 불러온 건 본인이면서.
고향에 있었다면 이런 꼴을 당할 일도 없었다.
‘날 황도에 불러왔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냐.’
서러워서 자꾸만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마사는 손바닥으로 눈을 비비며 빗자루를 고쳐 쥐었다.
그 순간.
쿵!
누군가와 부딪쳤다.
“세상에, 도련님!”
외저 하인들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달려왔다.
마사도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린 듯 근사한 외모의 소년이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도, 도련님…….”
“아이고, 송구합니다! 마사, 어서 사과드리지 못해!”
키가 훌쩍 큰 동년배의 하인이 마사의 머리를 거칠게 눌렀다.
“으윽……!”
난데없이 목이 꺾인 마사가 가늘게 신음했다.
“되었으니 그만둬라.”
“예?”
“그 손 놓으라고.”
“아…… 예…….”
하인이 머쓱한 듯 손을 내렸다.
알렉시스는 마사를 힐끗 쳐다봤다.
“너, 에릴로트가 추천한 아이였던가.”
“네?”
마사가 눈만 동그랗게 뜨고 대답하지 못하자, 하인이 다그쳤다.
“물으시잖아! 썩 대답하지 못하겠느냐!”
“아…… 네에, 그렇습니다…….”
알렉시스의 시선이 눈물에 젖은 마사의 얼굴에 머물렀다.
“너.”
“저 말씀이십니까요, 도련님?”
하인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래, 집사장에게 내가 이 아이의 담당구역을 바꿔주라고 했노라 전해라.”
“예? 아아, 예.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알렉시스는 무심한 표정으로 내저에 들어갔다.
하인들은 알렉시스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속삭였다.
“뭐야, 남 일엔 무관심하신 분이 왜 갑자기 마사를 신경 쓰시지?”
“글쎄……. 뭐, 저도 남자인 모양이지. 마사는 이쁘장하게 생겼잖아.”
하인 하나가 히죽히죽 웃으며 하는 말에, 하인들이 낄낄거렸다.
“헛소리하고 있네.”
“영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잖아?”
“뭐, 마사를 좋게 보신 것 같긴 하다. 하인 일에 관여할 정도니.”
하인들이 하는 대화를 들은 마사가 알렉시스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나를 좋게 보셨다고?’
저렇게 멋진 분이, 나를?
마사의 표정이 몽롱해졌다.
* * *
며칠 후, 아스트라 제 2백작저.
나는 하품을 하며 두꺼운 책을 탁, 덮었다.
책 커버 위에 얼굴 묻고 있으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하기 싫으면 좀 쉬든가.”
“알렉시스? 언제 왔어?”
고개를 들자, 뺨에 눌어붙은 책 커버가 딸려 올라왔다.
알렉시스가 책 커버를 떼어주곤 맞은 편에 앉았다.
“방금.”
“이시론 공작님은 어떠셔?”
“오늘은 못 뵀어.”
우리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마리가 들어왔다.
마리는 알렉시스가 있었는지 몰랐던 터라 흠칫, 걸음을 멈췄다.
“죄송합니다.”
“아냐. 마침 차를 부탁하려고 했어. 아이스티로 두 잔 부탁해.”
“예.”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다시 문을 나섰다.
알렉시스는 마리가 간 자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왜 동생은 같이 데려오지 않았어?”
“동생? 마사?”
“그래. 일이 힘든지 울고 있더군.”
“그렇구나.”
“언제는 내게 신경 써주라더니 이젠 네가 무심한데.”
“뭐, 그럴 일이 있었어. 으, 그나저나 이 책을 언제 다 본담.”
“그 책이 뭐기에.”
“라온트라의 인명록 같은 거랄까, 황족과 귀족의 신상 명세 같은 거랄까. 아스트라의 세작이 작성한 거야.”
알렉시스가 책을 펼치며 말했다.
“벨트리 님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어?”
“응. 나한테도 외가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책을 가져왔다.
“있지, 알렉시스.”
“응.”
“라온트라 황후의 기사가 직접 우리나라로 빼내 온 걸 보면 벨트리 님은 귀족이나, 황족이겠지?”
“그렇겠지. 황후의 딸…… 황녀일 수도 있지 않나.”
“황후에겐 자식이 없대. 황녀는 궁녀가 낳은 아이 하나라더라고.”
“황후 가문에 비슷한 사람은 없고?”
“응. 벨트리 님 또래는 없어. 아무래도 황후 측근 가문 사람일 거 같은데…….”
“같은데?”
“죄다 몰락해서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어.”
“찾기는 어렵겠군.”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뚱한 얼굴로 책을 들췄다.
“역시 그 고아원 선생님으로 있다던 황후의 기사를 찾아가 봐야 할까?”
“그 방법밖에 없겠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찾아가도 말해주겠냐고. 그렇게 충성심 깊은 사람이.’
내가 벨트리 님의 딸이란 걸 알아도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 *
마사는 잔뜩 들떠 있었다.
알렉시스 덕에 그렇게 힘들지 않은 파트로 옮겨갔기 때문이었다.
식기를 관리하는 일이었는데, 앉아서 접시만 닦으면 되는 일이었다.
‘내저 일이라 외저 하인들과 엮일 일도 없고, 너무 좋아.’
마사는 흥얼거리며 닦은 접시를 옮겨두었다.
“저어, 이쪽은 다 끝났는데요……!”
“그래? 그럼 퇴근해.”
“네!”
마사가 얼른 접시를 찬장에 넣고 일터를 나섰다.
기분이 좋았다.
일도 쉽고 싫은 얼굴들도 안 봐도 되니까.
‘이게 다 도련님 덕이야.’
에헤헤 웃던 마사가 멈추어 섰다.
“보답해야하지 않을까?”
무심한 분이 신경 써주신 건데.
이건 아주 특별한 일이니, 특별히 감사를 해야 한다.
‘오늘은 일도 일찍 끝났으니 선물을 사러 가자.’
마리가 준 돈으로 빚은 다 갚았다.
파트도 내저로 옮기게 되어 급료가 오를 테니 이번 달은 여유가 있었다.
마사는 기숙사에 들려 얼른 환복하고, 저택을 나섰다.
그렇게 상점가 쪽으로 가려는데,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사! 마사 양!”
마사는 움찔, 뒤를 돌아봤다.
“브, 블라썸 양?”
“만나서 다행이에요. 오늘도 못 만나나 싶어서 걱정했거든요.”
“……저를 왜요?”
마사가 경계 어린 눈으로 블라썸을 쳐다봤다.
‘또 내게 무슨 짓을 하려고?’
친구처럼 굴다가 빚을 뒤집어씌우는 일은 이제 사양이다.
블라썸은 마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사과하고 싶어서 왔어요.”
“사과요……?”
“주변 영애들이 한 일이긴 하지만, 마사 양을 곤란하게 했잖아요. 빚 말이에요. 고생이 많았죠?”
“……그랬죠.”
블라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릴로트 양 때문에 마사 양에게 모질게 대했지만 사실 마음은…… 아.”
블라썸이 실수했다는 듯 입을 가볍게 막았다.
‘뭐야? 내가 모르는 게 있는 건가?’
마사는 미간을 좁히고 블라썸을 쳐다봤다.
“영애님이 왜요?”
“아니에요. 이런, 바쁘실 텐데 시간을 뺏었군요. 저는 이만 가볼—”
“기다려요! 그렇게 가면 어떡해요!”
마사가 얼른 블라썸을 잡고 물었다.
“영애님이 내게 불만이 있어요? 그런 거예요?”
“여기서 할 말이 아니에요. 누가 들으면 제가 곤란해질 테니까……. 잠깐 제 마차로 오시겠어요?”
“……좋아요.”
블라썸이 기쁜 얼굴로 마사의 손을 잡았다.
“가요.”
마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블라썸을 쫓아갔다.
‘뭐야, 왜 갑자기…….’
못되게 굴던 게 언제냐는 듯 블라썸은 몹시 친절했다.
마차에 들어가서도 옆에 앉아서 제 손을 잡았다.
“사실 제 사정이 좀…… 힘들어요.”
“백작가의 따님이 무슨…….”
“어머니가 곧 아버지와 이혼하신답니다.”
“네?”
“사실…… 전 아버지의 딸이 아니거든요. 어머니는 단승작위뿐이니 저도 곧 평민이 되겠지요.”
블라썸이 눈물을 글썽였다.
“사실 그래서 마사 양에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제게 왜요?”
“고귀하게 보이지만 평민인 점이 저와 비슷해서요.”
“그런…….”
“처음 황궁에서 만났을 땐 제가 무례했지요? 저와 비슷한 처지의 마사 양을 보니 서러워서…….”
블라썸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마사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블라썸의 팔을 쓰다듬었다.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더 마사 양에게 잘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못되게 군 거예요?”
“에릴로트 양이 못마땅하게 여겼어요…….”
“영애님이요?!”
“네. 제게 그러더라고요. ‘마사는 내 장난감일 뿐이다’라고.”
“뭐, 뭐라고요?”
블라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처음에 우리 황궁에서 만났을 때를 기억해요?”
“황궁이라면…….”
“마사 양이 원화들과 화기애애했잖아요?”
“네.”
“그걸 굉장히 못마땅해했어요. 장난감에게 고귀한 사람들이 관심을 준다고요.”
“서, 설마요. 그, 그럴 리…….”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영애님은 갑자기 내게 매몰차졌어.’
혹시 원화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질투하신 건가?
그래서 언니만 백작저로 데려가고 자신은…….
“맙소사.”
블라썸이 얼른 마사의 손을 잡았다.
“에릴로트 양을 이대로 두면 안 돼요.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그녀는 정말로 악질이에요.”
“도련님이 그런 사람과 결혼하는 거야……?”
마사가 황망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블라썸이 눈을 번뜩였다.
“도련님이요?”
“알렉시스 님이요. 이시론 공자님.”
“아아.”
“그분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다정하시고, 아랫사람을 잘 살펴주시고…… 너무나 아름다운…… 아!”
몽롱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마사가 얼른 입을 막았다.
블라썸은 속으로 조소했다.
‘이것 봐라. 제깟 게 이시론 공자를 좋아하잖아?’
제겐 잘된 일이었다.
질투에 눈이 뒤집히면 악담을 믿기 쉽거든.
“이시론 공자님은 가엽기도 하시지…….”
“도, 도련님이 왜요?”
“영민하신 분이니 에릴로트 양의 악랄한 성격을 아시겠지요. 그런데도 혼약했다는 건…….”
“했다는 건요?”
“아스트라에 협박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 그럴 수가!”
마사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블라썸은 눈썹을 늘어뜨리며 마사를 올려다봤다.
“저와 어머니는 에릴로트 양의 흉계에서 아스트라 백작가를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네?”
“어머니와 아스트라 제2백작님께서 오랜 지인이시거든요. 특별한 사이랄까?”
“세상에…… 멋져요!”
“역시 마사 양은 응원해주실 줄 알았어요. 아, 어머니를 소개해드릴게요. 가실래요?”
“좋아요!”
마사가 에헤헤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블라썸은 얼른 창을 열고 마부에게 말했다.
“출발하렴.”
“예, 아가씨.”
블라썸은 다정한 척 마사를 쳐다봤다.
그러며 벨라의 말을 떠올렸다.
“내게 데려오면 핑계를 대서 머리칼을 자르게 할 거다.”
“그걸 염색해서 백작저에 준다는 거죠?”
“그래.”
“어머니는 천재예요!”
“너는 그 애가 에릴로트 아스트라에게 적의를 갖게 해라. 혹시라도 오늘 일을 고해바치지 못하도록.”
“네에.”
‘이 바보는 내가 숙부 중 한 사람에게 입적된 후에 처리하면 그만이야.’
마사는 블라썸의 속을 알지 못한 채 헤헤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 * *
며칠 후.
나는 퇴궁하여 저택으로 돌아왔다.
하녀인 하이디와 베티가 생글생글 웃으며 내 곁에 다가왔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귀가하셨어요?”
“비가 와서 합동 훈련이 취소됐거든.”
“점심은 저택에서 드셔요?”
“응. 간단하게 준비해서 방으로 올려줘.”
하이디와 베티는 뛸 듯이 기뻐했다.
두 사람은 내 식사 시중을 드는 걸 아주 좋아했다.
빵을 입에 넣어주면 빵빵해지는 볼이 귀엽다나.
‘내가 아직 아기인 줄 안다니까.’
하기야 두 사람은 나를 자기 자식처럼 키웠지.
나는 신이 나서 엉덩이를 실룩샐룩 흔드는 두 사람을 보고 픽 웃었다.
그리고 곧장 방으로 올라왔다.
문을 열자 벽난로 앞에 쪼그려 앉은 사람이 보였다.
“마리?”
“…….”
“마리!”
“아……!”
마리가 흠칫 놀라서 일어났다.
“벽난로 앞에서 뭐 해?”
“네가 태운 편지 재를 정리하고 있었어.”
“생각을 깊게 하던걸?”
“……마사에게 편지가 끊겼어. 아퀼라에게도 연락하지 않는 모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