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5)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5화.(25/390)
25화.
무려 3억 골드의 돈을 하루 만에 벌었다.
공작의 신임까지 덤으로.
다들 기함한 가운데, 에릴로트는 은밀히 웃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속으로 중얼거리며.
* * *
데이몬드와 에릴로트가 돌아간 후에도 공작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는 강화석을 매만진 채로 픽, 실소를 흘렸다.
드뷔시 자작이 찻잔을 옮기며 말했다.
“데이몬드 님께서 이제야 공작님께 길이 들고 계시나 봅니다.”
“그놈이 왜.”
“설마 어리신 아가씨께서 정말로 강화석을 발견하여, 공작님께 바친 것이겠습니까. 데이몬드 님의 지시겠지요.”
“너는 아직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하구나.”
그 말에 드뷔시 자작이 멈칫했다.
“예?”
“에릴로트를 제대로 살펴본 게냐.”
“무슨 말씀을…….”
“제 아비가 시킨 일이라면, 이게 맞는지 확인받기 위해 한 번이라도 아비 쪽으로 시선을 돌렸겠지.”
“…….”
“한데 그 녀석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고정되어 있었어.”
마치 그 어린 나이에 힘의 흐름을 알고 있는 것처럼.
드뷔시 자작이 무언가 생각하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고 보면 본성에 계실 때도 특이한 분이셨습니다.”
용의 뼈가 숨겨진 땅을 알아낸 일.
습격 사건에서 공작을 구한 일.
생일 선물로 듣도 보도 못한 효능의 약을 가져온 일.
‘거기다 이제는 강화석까지.’
“어리신 아가씨께서 어른도 못 할 일을 어쩌면 그리 쉽게 이뤄내시는지. 굉장한 행운입니다.”
“초대 가주의 일기장에 쓰인 말을 기억하느냐.”
“어찌 모르겠습니까.”
「모든 행운은 필연이다.」
만일 강화석에 데이몬드의 손이 닿았다고 해도, 그가 강화석을 내놓게 만든 건 에릴로트였다.
드뷔시 자작이 기분 좋게 눈썹을 들어 올렸다.
‘어쩌면 볼 수도 있겠는걸.’
12번째 탑에서 자란 고작 세 살배기가 제 사촌들을 모두 누르는 것을.
* * *
황금이 가득 든 수레를 무려 다섯 대나 끌고 돌아온 우리를 보고, 사람들은 기함했다.
관리들은 어버버하며 하인들이 번쩍번쩍 빛나는 금괴를 옮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병사들도 혀를 내둘렀다.
엔조는 경악한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아가씨께서 저걸 다 벌어오셨단 말이지요. 대체 어떤 방법으로……?”
“늙은이가 내주었지.”
“3억 골드를 순순히 말입니까? 그것도 공작님과 척을 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데이몬드 관할령에요?”
“에릴로트의 대답이 마음에 꼭 들었던 것이다.”
“대체 어떤 대답을 하셨기에?”
아버지는 “빌어먹을.” 하며 눈살을 찌푸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
제 입으론 결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하인들에게 황금을 옮겨 두라고 지시한 미켈란이 내게 다가왔다.
“금은 전량 사재 창고로 옮겨 두면 되겠습니까?”
“아니!”
“하면……?”
“예산 창고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내게 집중되었다.
아버지도 놀란 표정이었다.
“에릴로트, 그건 네가 벌어 온 돈이야. 네 사재 창고에 옮겨 둬.”
“그치만. 선볏 보수도 해야 대구요, 무기도 바꺼야 대구요, 수해 지언금도 조야 대요. (그렇지만. 성벽 보수도 해야 되고요, 무기도 바꿔야 되고요, 수해 지원금도 줘야돼요.)”
“뭐?”
“노나 쓰는 거야. 에리로트, 데몬드 간할령 주인밈이니까! (나눠 쓰는 거야. 에릴로트, 데이몬드 관할령 주인님이니까!)”
관리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병사들도, 하인들도 모두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아버지의 표정이 굳었다.
“넌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돼.”
“샘샘미가요. 아가는 돈 마니 가지면 안 된대써. 위험하대써.”
“…….”
“그리구 나 아밤미랑 데몬드 간할령 사람들이랑 기쁘면 조아.”
그러자.
“아가씨…….”
“어리신 아가씨께서…….”
울먹이는 눈으로 쳐다보던 관리들이 내게 옹기종기 모여들어 꺼이꺼이 울었다.
지금까지 부담이 상당했나 보다.
‘다 나 좋은 일인데.’
앞으로 몇몇 사건으로 인해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른다.
예를 들면 그런 거다.
옛날 서울 아파트 한 채가 7천만 원 정도였다면, 지금은 17억 원 정도 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내가 저 돈을 쓸 수 있을 때가 되면, 푼돈이 된다는 거다.
‘그렇다고 강화석을 계속 쥐고 있을 수도 없고.’
강화석이 데이몬드 관할령에 있다면, 노리는 자들이 수두룩 빽빽할 테니까.
안전을 위해선 처분해야 했다.
‘그러니까 지금 관할성에 투자해서 앞으로 더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게 해야지.’
겸사겸사 할아버지의 눈에도 들었다.
내가 끙, 하며 달라붙은 어른들을 참고 있으니, 아버지가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관할령이 네게서 돈을 빌려 쓰는 것으로 하자. 네게 돈이 필요한 나이가 되면, 그때 시세에 맞춰 돌려줄게.”
그러곤 관리들에게 명해 차용증을 작성하게 했다.
‘하여간에 성실한 아버지라니까.’
하지만 내게도 좋은 일이라 나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데이몬드 관할령에 빌려준 돈이 2억 골드.
관리들이 날 헹가래 치며 소리쳤다.
“아가씨 만세이옵니다!”
“만세, 만세이옵니다!”
나는 까르륵 웃었다.
성은 바빠졌다.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는데, 자금이 없어서 진행이 막혀 있었다.
그런데 돈이 생기자, 막혀 있던 구멍이 뻥 뚫려서 물이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이 돈이면 오리하르콘 무구를……!”
“잠깐, 잠깐. 성벽 보수가 급하오. 용의 뼈를 섞어서 견고한 성벽으로…….”
“우물 정화조! 이제 각 마을에 우물 정화조를 설치해야…….”
관리들은 온종일 일해도 얼굴이 반짝반짝했다.
나는 아버지와 관리들, 병영 책임자들이 활기찬 회의를 하는 방을 지나쳤다.
“아가씨, 손님을 모셔왔습니다.”
하녀 베티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말했다.
“어디 이써?”
“아가씨 방 응접실에 계셔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올라갔다.
한지혁이 내 방 응접실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머야. 무슨 일 이써써?”
“난 늘 무슨 일이 있어…….”
그는 매우 피곤한 표정으로, 아이스티를 쪽 빨아 마셨다.
그제야 좀 정신이 돌아오는지, 한숨을 푹 내쉰다.
“어제 사기 쳤던 놈들한테 걸려서 쫓겨 다녔어. 바다에 뛰어들까 했다.”
“그래두 무사히 살았네.”
“한두 번 쫓겼을까 봐?”
자랑스레 말하는 한지혁을 보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지혁은, “이제 돈도 없으니 붙잡히면 그대로 사망이라 이거야.” 하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난 응접실 소파 밑에 두었던 가방을 가리켰다.
“열오 바. (열어 봐.)”
한지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우와아악─!”
괴물이라도 본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른 가방을 닫았다.
“이, 이, 이, 이거, 이거…….”
“…….”
“그, 그, 그, 금괴, 그, 금괴……!”
심장께를 부여잡은 한지혁이 후욱후욱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우유잔을 들며 말했다.
“견매장에서 쓴 돈 385만 골드에, 약소칸 300만 추가. (경매장에서 쓴 돈 385만 골드에, 약속한 300만 추가.)”
“……!”
“이제 못표 그맥은 모았네. (이제 목표 금액은 모았네.)”
한지혁의 목표는 500만 골드를 모아서 떠나는 것이었다.
먼 이국에 자리를 잡고, 귀족처럼 사람을 부리고 사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나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놨다.
“이고는 개잉적으로 주는 고마움의 표시야.”
“……뭔데?”
“새 싱분. (새 신분.)”
한지혁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내가 내려둔 신분패를 들었다.
[한 지헤크.1203, 아스트라 데이몬드령 출생.]
한지혁이 지금까지 사기 친 사람들에게 쫓겼던 이유는 신분을 제대로 위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충 브로커를 통해 신분을 위조했어도, 신상을 열람할 수 있는 귀족들에겐 금방 들킬 거다.
그래서 난…….
“미케란, 내 부탁 들어 주쑤 이써?”
“부탁이시라면…….”
“나하테 강하석 준 칭구 이써. 나쁜 짓 해서 쫓기구 있대. 그래서 나 이제 안 쫓기게 해 주구 시퍼. (나한테 강화석 준 친구 있어. 나쁜 짓 해서 쫓기고 있대. 그래서 나 이제 안 쫓기게 해 주고 싶어.)”
“아아, 그 문제라면 제가 돕겠습니다.”
역시 악당 가문, 그리고 그 집의 집사였다.
미켈란은 무슨 나쁜 일이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은 채 믿음직스럽게 대답했다.
미켈란은 관할성의 모든 곳을 들어갈 수 있는 자였다.
당연히 이 관할지의 인명록이 있는 자료실에도 접근 가능했다.
그러니 그가 인명록 자료실에 [한 지헤크]라는 소년의 서류 한 장 정도 끼워 넣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 지헤크]라는 새로운 소년이 생겨난 거다.
‘역시 조력자는 곳곳에 심어놔야 한다니까.’
그렇게 속으로 으스대고 있는데, 한지혁이 말했다.
“한 지헤크가 뭐냐. 센스하곤…….”
투덜거리면서도 시선은 신분패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고생해써, 지혁아.”
“…….”
“이제 네가 원하는 대루 살아. 힘들지 말구, 하기 싫은 일 하지 말구. 그리구 혹시─”
“야.”
무어라 말하려고 했는데, 한지혁이 말을 뚝 끊어 먹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너 내가 바본 줄 알아?”
그가 갑자기 인상을 콱 찌푸리고서 말을 이었다.
“네가 일주일도 안 돼서 300만 골드를 벌어 주는 걸 봤는데 나더러 이제 가라고?”
“머?”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기가 막혀서 한지혁을 쳐다봤는데, 그는 매우 당당했다.
“500만 골드는! 불법 이주 브로커에게 줄 비용! 노후에 쓸 하인 하나의 급료! 다 따져서 상정한 금액이란 말야! 난 아주 아껴서 살아야 한다고!”
“돈 쫌 더 생겨짜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근데 그걸 왜 나한테 화내?
미쳤나?
한지혁이 큼, 헛기침하고 날 쳐다봤다.
“네가 책임져.”
“……?”
“내가 돈에 눈 돌게 했으니까 네가 책임지란 말이야.”
넌 원래 돈에 눈 돌아 있었잖아.
“머라구?”
“옆에 두고 쓰든가!”
“나는…….”
“아, 못 가, 못 가! 이대로 쫓아내면 네가 빙의─ 웁!”
나는 얼른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물론 응접실엔 아무도 없고, 소음 차단도 잘되어 있지만, 그래도 문밖의 경비병이 신경 쓰였다.
“조요히 해─”
“그럼 왜 지혁이라고 불렀어.”
“……머?”
“내 마음 안다고 왜 말했냐고. 이렇게 버릴 거면서……. 씨.”
한지혁의 눈매가 붉어졌다.
잊고 있었지만 갓 스무 살 된 남자애였다.
어린 남자애가 갑자기 환생해서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 외롭지 않았을 리 없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내 말을─”
“난 못 간다고!”
난 한지혁의 이마에 꽝, 꿀밤을 먹였다.
“나도 좀 얘기하자!”
“…….”
“가치 일하자구 제이할라구 해써. (같이 일하자고 제의하려고 했어.)”
“……거짓말.”
“지짜야.”
원래 첫 목표도 한지혁을 외부에 심어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냥 강제하면 저 성격에 어디로 튈지 모를 일.
일단 선택지를 준 거다.
원하는 대로 도망쳐서 살겠는가.
아니면…….
“날 도와준다면 도망치지 않구 살 쑤 이써.”
“…….”
“구지 도망치지 않아두, 이곳에서 호이호식하면서. (굳이 도망치지 않아도, 이곳에서 호의호식하면서.)”
“…….”
“난 내 사람에겐 아주 다정하거든!”
눈을 감은 내가 턱을 척, 치켜들고 말하자 한지혁은 “참나.”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한쪽 눈을 슬쩍 뜨고 그를 쳐다봤다.
허공을 곁눈질하던 한지혁이 큼,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뭐…… 얼마나 호의호식하게 해 줄 건데.”
<빙.흑.손>에서는 한지혁은 달리아의 적이었다.
한지혁은 원래 외눈박이에게 돈을 모두 빼앗기고 절름발이가 된다.
그것이 흑화의 계기였다.
‘빌어먹을 세상.’
정당하게 일해도 살 구멍을 만들어 주지 않아서, 비열하게라도 필사적으로 살았다.
하지만 이렇게 끝까지 궁지에 몬다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 죽여 버리겠어.’
그렇게 흑화해서 어둠의 고리대금업자가 된다는 게 한지혁의 설정이다.
선량한 달리아는 서민의 고혈을 쥐어짜는 한지혁을 무너뜨린다.
‘따지면 중간 보스급이랄까.’
그런데도 소설 내에 한지혁의 대사는 많지 않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속성이 츤데레라 말하면 분위기 깨니까 그랬구나.’
나는 비죽 웃었다.
“마니. 아주 마니. (많이. 아주 많이.)”
“내가 뭘 어쩌면 돼?”
“일단…….”
한지혁에게 지시하자, 그는 “뭐 어쩔 수 없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렇게 어둠의 고리대금업자를 손에 넣었다.
* * *
며칠 후.
한지혁으로부터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나는 베티에게 “고마어!” 하고 말한 뒤, 편지를 뜯었다.
[말한 뒈뤄 취쥑했음.여귀 새뀌들 줜나 줴수없어.]
우리는 소통을 한국어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대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뜻을 조금이라도 눈치챌까 봐, 이렇듯 엉망으로 쓴 것이다.
한국어는 참 좋다.
어떻게 써도 뜻은 전달되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지혁의 편지를 벽난로에 집어넣었다.
불쏘시개로 편지를 꾹꾹 밀어 넣고, 있는데 베티가 헤실헤실 웃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왜?”
“오늘 평가 의원들이 오잖아요. 성이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으니까, 다들 깜짝 놀라겠지요?”
오늘이 평가의 날이었다.
미켈란을 필두로 한 고용인들.
엔조를 중심으로 병사들.
그리고 관리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평가에서 1등 하면 좋겠다!’
예산도 많이 받고, 다른 2세들 콧대도 콱 눌러주고.
“그런데 들으셨어요?”
“머를?”
“도련님들께서 평가단과 함께 오신대요!”
그러자 내 방을 정리하고 있던 하녀들이 “꺄—!”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불쏘시개를 탁, 놓치고 말았다.
“도, 도련님들?”
“예. 발자크 도련님과 요슈아 도련님들이요. 아가씨의 오라버니들 말이에요!”
아버지에겐 나 말고도 자식이 2명 있다.
아버지의 쌍둥이였던 리시안 숙부가 죽고, 아버지에게 입적된 형제였다.
발자크 아스트라.
요슈아 아스트라.
각각 아스트라의 미성년자 중 서열 4위와 2위의 아이들이다.
3세(공작의 손주)들 중에 가장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천재들.
그리고.
‘<빙.흑.손>에서 달리아가 제일 의지하던 그 발자크와 요슈아……!’
산 넘어 산이라더니,
겨우 돈을 벌어서 이제 막 안심하고 있었건만 그 형제를 불러오냐, 이 망할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