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50)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49화.(250/390)
249화.
“넌 편지를 불편해했잖아. 잘된 것 아냐?”
“그렇긴 한데…….”
마리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중얼거렸다.
“감이 안 좋아. 꼭 조용할 때 사고를 치거든.”
그동안 당한 게 많은지 마리의 목소리가 음산했다.
* * *
그 시각, 탄슈드 숙관(황도의 고급호텔).
블라썸은 잔뜩 짜증 난 얼굴로 로비 의자에 주저앉았다.
기어이 아버지, 아니, 로슈펭 공자가 모녀를 쫓아낸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간의 정이 있는데, 돈 한 푼 없이 쫓아내다니.
하인 한 사람도 붙여주지 않았다.
덕분에 입실 수속까지 어머니가 직접 하는 수모를 겪고 있었다.
‘그나저나 수속은 대체 언제 끝나는—’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렇다니까요.”
“어머, 기가 막혀. 그럼 친부는 누구인데요?”
“글쎄요. 하지만 그 모친이 결혼 전에 주점을 운영했다고 하니 질 나쁜 남자와—”
피네사를 비롯한 친구들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블라썸의 무리가 로비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피네사 양!”
블라썸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갔다.
“여기서 뵙네요.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렸는데 외출하셨다더라고요.”
“아…….”
“사정이 있어서 그런데 당분간 쓸 하인 몇을 보내주시겠어요? 그리고 현금을 좀 부탁하고 싶은데요!”
“…….”
“피네사 양?”
분위기가 이상했다.
평소엔 꼬리 흔드는 개처럼 행동하던 피네사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게다가…….
“헤린 양과 함께 있네요?”
블라썸이 촌스럽다고 무리에서 쫓아냈던 아이와 함께였다.
심지어 헤린은 오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봤다.
“제가 있으면 안 될 자리인가요?”
“아니겠어요? 피네사 양은 헤린 양을 불편하게 생각하거든요.”
“불편하신가요, 피네사 양?”
그러자 피네사가 헤린을 향해 살갑게 웃었다.
“그럴 리가요.”
블라썸이 인상을 찌푸렸는데도, 피네사는 아랑곳없었다.
헤린은 우훗, 웃었다.
“아무래도 블라썸 양의 오해인 듯한걸요.”
“뭐라고요?”
“아, 여러분, 서두르셔야죠. 이러다 몽블랑이 모두 팔리겠어요.”
영애들은 “맞아요~” 하며 헤린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블라썸이 이를 악물고 영애들 앞을 가로막았다.
“내게 이래도 되겠어요?”
헤린이 까르륵 웃으며 대답했다.
“그쪽이야말로 계속 이렇게 말을 붙이면 곤란하죠.”
“……네?”
“로슈펭 가에서 쫓겨나 거리 생활이나 하는 주제에.”
블라썸이 흠칫, 헤린을 쳐다봤다.
‘벌써 소문이 났어?’
헤린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내 아버님께서 재판소에서 일하는 걸 잊었어요? 이혼 서류가 접수되었던데요. 사유가 끔찍하더라고요.”
“무, 무슨…….”
“그쪽 모친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로슈펭 공자의 아이로 속여서 결혼했다지요?”
“그건…… 그건……!”
“아버님 말씀으론 이혼은 물론이고 엄청난 손해배상까지 해야 한다더라고요.”
“…….”
“모친에게는 고작 단승작위 하나. 손해배상까지…… 신세가 처량해졌네요.”
헤린이 소리 높여 웃자, 다른 영애들도 키득키득 조소했다.
피네사까지 자신을 괄시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블라썸의 얼굴은 터질 듯 붉어졌다.
피네사가 블라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하인은 내줄 수 없겠네요. 대신 일자리가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하녀로 부려줄 순 있으니까.”
“……!”
피네사와 헤린의 무리가 블라썸을 힐끗 쳐다보곤 걸음을 옮겼다.
블라썸은 치맛자락을 꽉 붙들었다.
이를 악문 그 애가 소리쳤다.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거예요!”
피네사는 실소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헛생각보단 어떻게 해야 빚을 갚을지나 생각하는 게 어때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나는 그간의 정으로 조언을—”
“곧 아스트라 가문에 입적될 예정이거든요.”
블라썸이 입꼬리를 올리며 영애들을 쳐다봤다.
영애들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아스트라?”
“말도 안 돼. 망상병에 걸린 것 아냐?”
블라썸은 생긋 웃으며 팔짱을 꼈다.
“못 믿겠으면 로체 후작님께 여쭤보세요. 탈로프 백작님도 좋고요. 약속하던 자리에 그분들이 계셨으니까요.”
로체 후작과 탈로프 백작?
그들은 젊은 나이에 출세 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다.
거기다 황제가 깊게 신뢰하고 타국에까지 명성이 높은 남자들.
‘그런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약속했다고?’
피네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내 어머니께서 아스트라 백작님과 아주 깊—은 사이거든요.”
“……!!”
영애들이 모두 당황하여 쑥덕이기 시작했다.
블라썸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봤다.
‘마사를 꼬드겨서 머리칼은 얻었어.’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에릴로트가 그렇게 물심양면 마사를 도왔던 것을 보면, 벨트리의 딸인 게 확실하다고.
이제 핏줄 검증을 마치고 입적될 일만 남았다.
‘그러니 이건 거짓말이 아니지.’
피네사가 당황한 얼굴로 블라썸을 붙잡았다.
“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한데 자세하게 얘기해줄 수 없나요?”
다른 영애들도 블라썸을 에워싸고 상냥한 말씨로 말했다.
“이 숙관의 몽블랑이 그렇게 맛이 좋다고 해요.”
“아, 하인이 필요하시다고요? 그렇다면 저희 저택에서……!”
“아니, 아니, 제가……!”
그래, 이거지.
이게 자신이 받아야 할 마땅한 대우였다.
‘아스트라 영애가 되면 더더욱 대접받겠지.’
블라썸은 생긋 미소 지었다.
“그럼 그럴까요?”
그날 오후.
황도에 소문이 퍼졌다.
벨라와 데이몬드 아스트라가 곧 결혼할 것이며, 블라썸이 아스트라에 입적될 것이란 소문이었다.
* * *
요 며칠 블라썸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아스트라에 입적될 거란 소문이 난 후, 세상이 상냥해진 것이다.
“드셔보세요, 블라썸 양. 제가 직접 가서 사 온 마카롱이랍니다.”
“모자가 너─무 잘 어울리세요. 역시 블라썸 양의 센스란.”
콧대 높던 대귀족까지 제게 잘 보이고 싶어서 야단이었다.
블라썸은 “으음.” 하며 마카롱을 하나 집었다.
“마롱 크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성의를 봐서 맛은 볼까요?”
“상냥하기도 하셔라. 저어, 어머님과 아스트라 제2백작님의 소문 말인데요.”
“어머니께서 그 얘기에 답하는 건 주의하라고 하셨어요.”
“아아, 불쾌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보다 어서 드셔요.”
영애들이 어색하게 웃으며 차와 마카롱을 다시 권했다.
블라썸은 우아하게 찻잔을 들며 말했다.
“어머니께선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던걸요.”
“어머! 그럼 정말로……!”
“음, 차향이 좋네요.”
블라썸이 묘하게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영애들이 탄성을 흘리며 수군거렸다.
“역시 소문이 진짜…….”
“할머님 말씀이 아스트라에서 난데없이 블라썸의 모친에게 단승작위를 준 게 어쩐지 이상했다고 하더라고요.”
“공작님이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고 했던 걸까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어요?”
블라썸은 미소를 머금었다.
소문이 계속 부풀어지고 있었다.
자신과 모친에겐 좋은 일이었다.
‘내가 한 말이라곤 입적 얘기뿐인걸.’
황도의 딱따구리들이 알아서 떠드는 것이지.
덕분에 로슈펭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가 돌고도, 파티 초대장이 쏟아지고 있었다.
황도의 몇몇 귀족은 한달음에 달려와 어머니에게 치근덕거렸다.
숙관에서 지내기 얼마나 힘드냐는 둥.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자신들이 자금을 융통해주겠다는 둥.
하인도 몇이나 보내와서, 로슈펭 가에서보다 더 호화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브, 블라썸 양, 좋아하시는 찻잎을 가져왔어요.”
피네사 쿠롱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니 ‘예전 무리’들이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여긴 웬일이에요?”
“블라썸 양이 저희 집 차를 가져오라셨잖아요……?”
“어머,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네?”
블라썸은 쿡쿡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무리 오해셨다지만 하인처럼 심부름이라니요.”
아하하, 맑게 웃자 곁에 앉아있던 영애들도 쿡쿡 웃었다.
피네사와 예전 무리 영애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뭐, 뭐야, 이런 창피를 주다니.’
블라썸은 대귀족 영애들과 어울린 뒤로, 공공연히 예전 무리를 괄시했다.
지금도 자리조차 내주지 않고 멀뚱멀뚱 서 있게만 했다.
대귀족 영애가 후후 웃으며 말했다.
“친구분이 재미있으시군요.”
“친구요?”
블라썸이 놀란 듯 말하자, 영애가 물었다.
“아닌가요?”
“지인이죠.”
피네사를 비롯한 예전 무리의 영애들이 흠칫했다.
나와 너희는 다르다는 듯한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그래도 남들 앞에서 이럴 것까진 없잖아……!’
대귀족 영애들은 “아아.” 하며 키득거렸다.
그때였다.
“저기 서군 원화 아닌가요?”
“아스트라 백작 영애요?”
대귀족 영애들의 말에 살롱 정원 밖으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에릴로트가 하인들과 함께 걷고 있었다.
블라썸이 반가운 듯 몸을 일으켰다.
“에릴로트 양!”
블라썸의 목소리에 에릴로트가 걸음을 멈추었다.
블라썸은 대귀족 영애들을 이끌고 에릴로트에게 다가갔다.
그 뒤를 피네사의 무리가 우물쭈물 쫓았다.
블라썸이 생긋 미소 지었다.
“어디 가는 길이세요?”
“일이 있어서요.”
“어머, 제 2저택에요? 그러면 함께 가요. 오랜만에 백작님도 뵙고 싶고…….”
그러며 블라썸이 은근한 표정으로 영애들을 둘러봤다.
영애들은 사사롭게 데이몬드를 만난다는 블라썸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에릴로트가 무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저택의 일에 신경 쓸 입장은 아니실 텐데요.”
블라썸의 눈썹이 잠시 꿈틀했다.
‘남들 앞에서 창피를 주겠다?’
역시 더러운 피라 귀족의 처세를 모른다니까.
에릴로트가 날을 세울수록 유리해지는 건 자신이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양딸을 질투한다’고 소문이 부풀려질 테니까.
블라썸은 생긋 웃으며 에릴로트의 팔을 잡았다.
“그러지 말고 함께 가요. 전 에릴로트 양과 친해지고 싶어요.”
“…….”
“보통 사이도 아니잖아요……?”
영애들이 다시 한번 수군덕거렸다.
대놓고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으니, 이제 소문이 확실하다고 믿을 것이다.
블라썸이 오만한 눈으로 영애들을 보고 있을 때, 에릴로트가 물었다.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요?”
“……네?”
“무슨 사이기에 영애가 저희 저택 일에 간섭하시냐고 물었어요.”
“이 자리에서 나눌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요. 부모님들께서 곤란해지실 테니.”
“글쎄요. 제 아버님께선 곤란하실 일이 없을 테니까.”
묘한 분위기에 영애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뭐야……? 저쪽 반응은 이상한걸.”
“그러게요…….”
블라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블라썸은 곤란한 듯 머리끝을 매만졌다.
“네에, 영애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시다면 뭐…….”
“제가요?”
“이해해요. 소중한 아버지이니.”
“왜 그렇게 의뭉스럽게 말씀하시죠? 마치 의도를 가지고 있는 듯한데요.”
“의도라니요! 영애…… 저를 너무 그렇게 미워하지 마셔요.”
“이번에도 다른 쪽으로 분위기를 유도하시잖아요?”
“그렇게 들렸나요? 미안해요. 그저 영애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었을 뿐이랍니다.”
블라썸이 덥석 에릴로트의 손을 잡았다.
“정말로. 정말로요. 저는 진심으로 영애와 친해지고 싶어요.”
“…….”
“아, 제가 먼저 저택에 가 있을게요. 일을 본 후에 돌아오셔요.”
에릴로트를 수행하던 하인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자신이 집주인이라도 된 양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이따 봐요?”
블라썸이 생긋 웃고 에릴로트에게서 떨어졌다.
다른 영애들이 블라썸 주변으로 몰려들어 떠들었다.
“어머머, 아스트라 제2저택에 이렇게 쉽게 드나들고 계시는군요! 부러워라.”
“네에, 그 그림 같은 아스트라 공자님들이 계시잖아요.”
“백작님이 근사한 것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고. 영애~ 괜찮으시면 저도 함께 가도 될까요?”
블라썸은 “아이참.” 하며 웃는 낯으로 영애들을 쳐다봤다.
“아직은 곤란해요.”
에릴로트의 하녀 하이디의 눈에선 불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저, 저 깜찍한 녀석이……!’
아직은 곤란해?
그럼 추후엔 된다는 거야?
우리 아가씨가 계시는데 어디서 집주인인 양!
하이디가 울컥 나서려 할 때, 다른 하녀가 급히 붙잡았다.
그러곤 주변을 살피고 속삭였다.
“그만두세요. 그때 함께 들으셨으면서……. 백작님의 첫사랑이 낳은 딸이라잖아요.”
“첫사랑이 대수야? 이쪽은 친딸이라고, 친딸. 어디 감히 아스트라의 정식 영양에게……!”
“아유, 벨라 로슈펭과 얽힌 소문에 다들 쉬쉬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뭔데 그래.”
“사실은 그 첫사랑과 주인님 사이에서 낳은 아이래요. 저택 하인들이 다 그러던걸요.”
“뭐어─?!”
“그러니까 모녀가 저렇게 당당하죠.”
하이디가 입을 떡 벌렸다.
‘그럼 뭐야. 우리 아가씨는 어떻게 되는 거야!’
첫사랑과 주인님의 딸이 나타났다면 우리 아가씨……!
설마 그래서 주인님께서 벨라와의 소문을 수습하지 않으시는 건가?
‘첫사랑과의 딸 때문에?’
눈에서 불똥이 튄다.
저 소문 때문에 ‘이제 에릴로트는 외기러기 신세다’라고 떠드는 자들도 있다.
여리디여린 아가씨께서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사랑하는 여자와의 딸이 더 중요하다는 거야?’
하이디는 씩씩거리며 블라썸을 쳐다봤다.
블라썸은 영애들에게 에워싸여 까르륵 웃고 있었다.
정말로 아스트라 영애가 된 것처럼.
모친인 벨라는 말했다.
“재수 없는 계집애이긴 하지만, 벨트리와 데이몬드 오라버니의 사이는 각별했어.”
“그래요?”
“네가 벨트리의 딸이라면, 데이몬드 오라버니에게 너는 이민족 천한 것이 낳은 딸보다 애틋할 것이다.”
역시 제게는 고귀한 금관이 어울렸다.
저 에릴로트 아스트라보다 훨씬.
그런데 그때였다.
하이디와 같은 직급의 하녀인 베티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아가씨,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니.”
“그게, 그러니까……!”
숨을 몰아쉬던 베티가 소리쳤다.
“아스트라 공작님께서 황도에 올라오셨습니다!”
블라썸이 흠칫 고개를 돌렸다.
‘뭐, 뭐라고?’
에릴로트는 침착하게 물었다.
“상세히 얘기해보렴.”
“주인님과 벨라 로슈펭 님의 소문에 진노하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