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51)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50화.(251/390)
250화.
블라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 아스트라 공작이?’
모친은 아스트라 공작을 매우 두려워했다.
살면서 그렇게 소름 끼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눈빛으로 사람을 죽이는 가호가 있다면, 그 노인의 가호리라’고 말할 정도였다.
에릴로트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해서 할아버님께선 어디로 가셨니.”
“귀족 회합입니다.”
“아아, 소문을 퍼뜨린 까마귀들을 보러 가셨구나.”
블라썸의 얼굴이 샛노래졌다.
소문을 퍼뜨린 건 호사가들이지만, 정확히 따지면 첫 출처는 자신이었다.
‘그들에게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었느냐고 따져 묻기라도 하면…….’
온몸에 핏기가 가신다.
“저,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아스트라 제2저택으로 가시나요? 그럼 저희가 모셔다드릴─”
블라썸은 대꾸도 없이 서둘러 마차 대기소로 달려갔다.
등 뒤로 영애들의 묘한 눈빛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당장 마차에 탄 블라썸은 마부를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빨리 어머니한테…… 아니, 탄슈드 숙관으로 출발해!”
마차가 숙관으로 가는 동안에도 손이 벌벌 떨렸다.
‘아스트라 공작이 진노하면 말릴 사람이 없어.’
황제도 한 수 물러주는 사람이다.
로체 후작이나 탈로프 백작이라고 해도 어떻게 그를 이기겠는가?
서둘러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마차가 멈추자마자 블라썸은 객실로 달려갔다.
외출 준비를 위해 장갑을 집던 벨라가 딸을 쳐다봤다.
“방을 달려 들어오면 어쩌니. 교양 없이.”
“크, 큰일 났어요, 어머니!”
“또 무슨 일이기에.”
“우리 모녀와 데이몬드 숙부님의 소문 때문에 아스트라 공작이 황도로 올라왔대요!”
“……뭐?”
벨라의 손에서 장갑이 툭, 떨어졌다.
‘그 늙은이가 왔다고?’
순간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벨트리의 죽음을 핑계로 데이몬드에게 접근하던 자신을 성으로 불러들인 공작.
그가 자신을 쳐다보던 눈빛…….
“네 자매의 목숨값이다.”
“그런……! 저는 이런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각하. 물려주셔요……. 저는 그저 오라버니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
“네게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다.”
“……!”
그 냉담하던 목소리까지 어제처럼 기억난다.
“가장 분에 넘치는 것을 바라는구나. ……감히 네 주제에.”
잔뜩 긴장한 자신을 보고 공작은 느른히 말했다.
“너와 네 부모가 가여운 그 아이를 어찌 대했는지 나는 알고 있다.”
“……!”
“그럼에도 굳이 네게 목숨값을 쥐여주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어, 어째서…….”
“네깟 것을 죽이기 위해 사람을 쓰는 일이 귀찮기 때문이야.”
“……!!”
“적선해서 치우는 쪽이 훨씬 쉽거든.”
“가, 각하……!”
“하지만 말이다. 네가 또 한 번 내 눈에 거슬린다면 언젠가 귀찮은 일도 무릅쓰고 싶을지도 모르지.”
그 두려운 남자는 제게 단호히 경고했다.
“오늘 이후로 내 아들과 네 이름이 엮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벨라가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블라썸은 조급하게 그녀의 치마를 흔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요? 이대로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끄러워.”
“네?”
“시끄러워─! 그러게 허튼소리는 왜 하고 다닌 게야!!”
“어, 어머니…….”
당황한 블라썸이 어깨를 움츠렸다.
“처, 처음엔 잘했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영리하게 굴어서 편하게 지낸다고…….”
“아스트라 공작이 올라올 정도로 소문을 부풀리라고 하진 않았어!”
“그, 그건…….”
“수습해야 해. 수습하지 못하면…… 블라썸, 아스트라 공작이 어디로 갔다더냐?”
“귀족 회합장으로 갔다고…….”
호사가들이 회합장에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캐물어서 소문의 진원을 알면 곤란하다.
‘공작이 알기 전에 수습해야 해!’
벨라가 방 밖에 있던 하인들에게 소리쳤다.
“너! 어서 가서 로체 후작과 탈로프 백작, 아스트라 제2백작에게 연락해라. 큰일이니 서둘러 회합장으로 와달라고 해!”
“예.”
“너는 마차를 불러와라. 귀족 회합장으로 갈 것이다!”
“예, 마담.”
호사가들이 입을 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블라썸, 넌 가서 ‘그것’을 가져와.”
마사에게서 얻은 머리카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블라썸이 벨트리의 딸이란 것만 증명할 수 있으면 오라버니들이 날 도와줄 거야.’
모녀는 마사의 머리카락 뭉치를 챙겨 서둘러 마차로 향했다.
* * *
귀족 회합장 앞.
귀족들은 잔뜩 얼어붙은 표정이었다.
“아, 아스트라 공작께서 여긴 무슨 일입니까?”
“예……. 이번 회의는 이시론 공작과 제르모 공작의 주최가 아니었습니까?”
제르모 공작이 하하 웃으며 아스트라 공작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거기, 상석에 아스트라 공의 자리를 마련해라.”
“그럴 필요 없다. 회의 전에 볼 낯이 있어 왔을 뿐이니.”
“볼 낯이라시면?”
아스트라 공작이 한 곳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쿠롱 백작의 앞이었다.
쿠롱 백작이 흠칫, 몸을 굳혔다.
“처, 처음 뵙습니다. 애놀드 쿠롱입─”
“너냐.”
“예?”
“가벼운 주둥이에 감히 아스트라의 이름을 올린 작자.”
쿠롱 백작은 바짝 긴장했다.
‘소, 소문?’
무슨 소문?
아스트라에 떠도는 소문이야 수도 없이 많다.
내장을 취하고, 피를 와인 삼는 일족이란 소문.
악마가 인간으로 둔갑한 일족이란 소문.
아스트라 공작이 사실은 몬스터라는 소문.
수도 없이 많아서 제국 사람이라면 아스트라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자가 없다.
아스트라 공작이 살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가문의 내일을 점친 입이 그 입이 맞느냐 물었다.”
“그, 그럴 리가요! 제가 어찌 감히……!”
“네 입에서 내 아들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귀족들이 크게 술렁였다.
“벨라 로슈펭과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소문 말인가?”
“그런 듯합니다만…….”
쿠롱 백작이 질겁하여 손을 내저었다.
“오, 오해십니다. 정확히 벨라 로슈펭 부인과 아스트라 제2백작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떠들기 시작한 것은 제가 아니라─”
“네 놈이 제2백작이 결혼하면 내 손녀가 천더기가 될 것이라 떠들지 않았더냐─!!”
……그게 문제였어?
쿠롱 백작이 어쩔 줄을 모르고 “그, 그게…….” 하고 중얼거렸다.
“그, 그건 말입니다. 그건…….”
제가 한 말이 맞기는 한 터라 그는 매우 당황했다.
아스트라 공작의 기세가 몹시 사나웠다.
누구 하나는 찢어죽이겠다는 듯이.
“저, 저는 그저 딸애에게 들은 이야기를 주변에 사실이냐 무, 물었을 뿐입니다! 영애를 괄시할 생각은 결코……!”
“하면 딸애를 데려와라. 내 직접 소문의 진원을 찾아야겠으니.”
“고, 공작님!”
쿠롱 백작이 펄쩍 뛰었다.
딸은 아스트라 공작 앞에 서면 혼절할 것이다.
저 두려운 노인이 딸에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자리를 주선한단 말인가!
“따, 딸애도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누구에게 말이냐.”
“그게 로슈펭 가의 블라─”
그때였다.
“공작님!”
회합장 앞으로 벨라가 달려왔다.
그 곁엔 블라썸이 함께였다.
아스트라 공작이 살벌한 눈으로 벨라를 쳐다봤다.
벨라는 식은땀을 흘리며 공작에게 말을 붙였다.
“송구합니다. 마음이 급해 연락도 드리지 못하고 찾아왔어요.”
“…….”
“황도에 올라오셨으니 기막힌 소문을 들으실까 염려되어서요.”
벨라가 어색한 표정으로 양손을 맞잡았다.
“오라버니께서 아스트라 가문의 중심에 들어간 중요한 이 때에 저와 관련한 소문으로 폐를 끼치게 되었네요.”
“…….”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면─”
벨라의 곁에 있던 블라썸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고, 곧 아스트라 제2백작님도 오신다고 하시고요. 아, 그리고 로체 후작님과 탈로프 백작님께서도……!”
그러던 찰나, 또 한 번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작은 목소리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그쪽으로 향했다.
홍해처럼 갈라진 사람들 사이를 걸어온 건 에릴로트였다.
“……무슨 일로 중앙탑까지 왔느냐.”
아스트라 공작의 말에 에릴로트가 눈썹을 늘어뜨렸다.
“할아버지께서 진노하셔서 중앙탑에 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되어서요.”
아스트라 공작이 크게 헛기침했다.
에릴로트는 살갑게 웃으며 양손으로 공작의 팔을 잡았다.
“콘라드에게 대강 설명을 들었어요. 너무 화내지 마세요, 네?”
“감히 너를 두고 헛소리를 떠들던 놈들이야.”
에릴로트가 처연히 미소 지었다.
“할아버지만 계시면 저는 정말로 소문이 사실이 되더라도 괜찮은걸요!”
“……사실이 된다고?”
“아,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에릴로트가 어색하게 웃었다.
“무슨 말이냐.”
“아니에요! 그보다 저택으로 가셔요, 네?”
“표정이 어찌 이래.”
“정말 괜찮…….”
“누가 감히 내 손녀의 기를 죽였느냐 묻잖아─!!”
에릴로트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냥…… 조금 속상해서 그런 거예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지난 통신에서도 네 목소리가 이상했다.”
“…….”
에릴로트가 우물쭈물하자, 공작은 아이를 수행 중인 한지혁을 쳐다봤다.
“네 주인의 기분이 어째서 이리 가라앉은 것이냐.”
“감히 입에 올리기 힘든 내용입니다.”
“그 입을 찢어야 토설하겠느냐.”
한지혁이 곤란하다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것이 오늘 블라썸 로슈펭 양과 만나셨는데─”
제 이름이 나오자 블라썸은 크게 당황했다.
“저, 저기, 공작님!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순간, 땅이 크게 울었다.
아스트라 공작, 크로노스 아스트라의 가호 <중력> 때문이었다.
“너는 네 어미를 닮았구나.”
“……예?”
“분수를 모르고 감히 내 앞에 지껄이는 것이 아주 닮았어.”
공작의 몸 주변으로 마기가 일렁였다.
블라썸은 새파랗게 질려 입만 벙긋거렸다.
벨라 마저 혈색이 변해서 “고, 공작님…….” 하고 중얼거렸다.
그즈음, 데이몬드와 데본, 레오, 그리고 카인로드가 중앙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각하.”
“격조했습니다.”
데이몬드, 레오, 데본이 차례로 말했고 카인로드가 고개를 숙였다.
공작은 알은체 없이 한지혁을 쳐다봤다.
“어찌 된 일인지 소상히 설명해라.”
“아가씨께선 최근 주인님과 관련한 소문에 크게 괴로워하셨습니다. 아니리라 믿으려 애쓰셨으나, 오늘 블라썸 로슈펭 양의 태도에 일말의 의심이 생긴 모양이라…….”
카인로드가 미간을 좁혔다.
“태도?”
한지혁은 부러 한 번 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로슈펭 양이 사사로이 저택에 찾아가겠노라 선언하였고, 저택의 일에 간섭하신 터라.”
“아, 아니에요!”
블라썸이 발작하듯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블라썸에게 향했다.
하나같이 차가운 시선이었다.
블라썸은 합, 입을 막곤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저, 저기, 제 말을 들어주세요. 저는 그런 게 아니라…….”
“감히 내 가문의 일에 간섭해?”
“그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데이몬드 백작님이 가깝게 느껴져서─!”
데이몬드 백작?
사람들이 크게 술렁였다.
성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건 친근함의 상징이었다.
블라썸은 실수를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영애들과의 대화에서 항상 이렇게 말하다 보니 입에 붙어버렸어!’
눈치를 보던 벨라가 딸의 앞으로 나섰다.
“제가 오라버니들과 인연이 있다 보니 이 아이에겐 숙부로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그 순간, 카인로드가 코웃음 쳤다.
“그게 아니라 입적을 약속받았다고 으스댄 것이겠지.”
“오, 오라버니!”
아스트라 공작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입적을 약속받아?”
“저, 그게, 그러니까 그게……!”
벨라가 어쩔 줄 모르자, 데본이 입을 열었다.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아, 아뇨. 데본 오라버니, 이건 제가 설명해야 할─”
“로슈펭의 작은 부인이 자신의 딸이 사실 형제의 핏줄이라 주장했습니다.”
“……!!”
벨라가 새파래졌다.
공작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형제의 핏줄?”
“아실 겁니다. 저와 아스트라 제2백작은 그에게 목숨 빚이 있습니다.”
“……그 녀석을 이르는 것이군.”
“예. 목숨을 살린 자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입적이라도 할 테니 증명하라 말하였더니, 모녀가 들떴던 모양입니다.”
아스트라 공작이 하하, 낮게 웃었다.
“우매하구나. 평생 거짓만을 지껄인 입을 어찌 믿고 그만한 약조를 하였느냐.”
“로슈펭의 작은 부인과 그 딸이 핏줄을 증명할 것을 가져오겠다고 하였지요.”
아스트라 공작이 벨라를 쳐다봤다.
사람들 또한 벨라에게 집중했다.
이렇게 되면 하는 수 없었다.
……여기서 그 증거를 꺼내는 수밖에.
“증거가 있다는 말은 진정입니다. 딸아이의 머리칼을 드리겠습니다.”
블라썸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가방에서 마사의 머리카락 뭉치를 꺼냈다.
벨라가 카인로드를 쳐다봤다.
“검증을 해주셔요, 오라버니.”
아스트라 공작도 물었다.
“얼마나 걸리겠느냐.”
“대조할 것에 마력이 넘치니 몇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블라썸은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영악한 계집애, 네 뜻대로 흘러갈 줄 알았어?’
에릴로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깨마저 가늘게 떨린다.
‘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려운 모양이지?’
그런데 이상했다.
다시 고개를 든 에릴로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떠올라 있던 것이다.
아이가 입을 벙긋거렸다.
마사가 벨트리 님의 딸인 줄 알았어? ─하고.
‘……뭐?’
* * *
그러니까 이건 모두 내 계략이었다.
피네사 쿠롱을 보내 일부러 블라썸을 자극한 것도.
지난 통화에서 일부러 기운이 없는 척 하여 할아버지가 득달같이 황도로 오게 한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