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53)
이 3세는 악역입니다-252화(253/390)
252화.
* * *
며칠 후.
나는 고용인들과 함께 마차를 타고 상점가로 향했다.
상점가 인근에 도착한 난, 창밖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엄청 많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하이디와 베티가 신이 나서 대답했다.
“그야 일 년에 한 번뿐인 특별한 축제니까요.”
“황도인이 모두 기대하고 있는 건 물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도 많대요.”
다들 정말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상점가로 들어가려는 마차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게 늘어서 있었다.
“이러다 밤이 되기 전에 들어갈 수나 있을까?”
옆에 앉아있던 잔느가 생긋 웃었다.
“이런 날엔 살짝 권리를 사용해볼까요?”
“권리?”
“잠시…….”
잔느의 다정한 손길이 내 목에 닿았다.
정확히 말하면 원화임을 증명하는 횃불 모양의 패에.
“실례하겠습니다.”
잔느는 내 목에서 패를 떼어내, 창밖으로 내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마차를 지나던 누군가가 소리쳤다.
“원화의 마차다! 길을 열어라!”
어?
내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니, 잔느가 후후 웃었다.
“워낙 인파가 많은 데다가, 귀족과 평민이 함께하는 축제인 만큼 황군에서 경비를 섭니다.”
“보고는 없었는데?”
“지방군에 속한 경비군이기 때문이지요.”
역시 황군 출신!
나는 “잔느 최고야.” 하고 웃었다.
우리는 경비군의 호위를 받아, 황군의 길로 상점가에 들어갔다.
마차에서 내린 나와 고용인들이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세상에나, 화려하군요!”
“개화 축제잖아. 황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축제니까!”
아스트라 출신인 우리는 개화 축제를 처음 접한다.
모두 설레는 얼굴이었다.
물론 나도!
곳곳마다 제국의 국기가 장식되어 있고, 삐에로들이 공을 타고 가게를 홍보하고 있다.
“다들 저녁에 있을 불꽃놀이를 기대하는 거지?”
“예. 저희도 너─무 기대돼요.”
고용인들은 무척 설레는 얼굴이었다.
나는 킥킥 웃고서 말했다.
“자, 그럼 해산.”
“네?”
“불꽃놀이가 끝나고 돌아갈 테니까, 음, 10시까지 군 마차대기소로 모여.”
“하지만 아가씨 수행이…….”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건, 축제를 황도 영애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서였다.
“한과 마리면 충분해. 이 애들도 있고?”
내 그림자 안에서 옴브레와 핀, 피피가 빼꼼 고개를 들었다.
“그, 그럼…….”
“아가씨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축제를 보고 있을까요?”
고용인들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
“그래, 다들 출발.”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용인들이 잔뜩 들떠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난 잔느를 쳐다봤다.
“잔느도 놀다 와.”
“저는 아가씨와 있어야지요.”
“이 기회에 고용인들과 친해져 보라고.”
“음? 저희는 이미 아주 친한 걸요.”
잔느는 아주 순진한 표정이었다.
정말로 고용인들과 친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오늘도 하인들이 잔느를 보고 손수건을 물어뜯던데…….’
뭐, 이런 데선 눈치가 살짝 없는 것도 잔느의 장점이지.
“더 친해져, 더.”
“하지만…….”
“오늘은 아이들끼리 노는 날이야. 그렇지, 마리?”
마리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잔느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마리에게 이것저것 주의를 주곤 고용인들 무리에 합류했다.
그리고 난 마리, 한지혁과 함께 상점가에 있는 살롱으로 찾아갔다.
물론 황도 인맥의 중심인 파앙테 영애의 살롱이었다.
“안녕하세요, 루멜리사.”
“에릴로트 양!”
내가 황도에서 친하게 지내는 루멜리사의 무리가 날 반겼다.
다른 테이블에 있던 트랑 영애의 무리도 몸을 일으켰다.
“와, 오늘 드레스는 정말 예쁘네요.”
“꺄, 하프성! 어서 와요.”
우리는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눴다.
루멜리사도 축제가 기대되는지 한껏 들떠 있었다.
“곧 원화회 분들도 오실 거예요. 다른 원화들도 물론이고요.”
“원화 출신 영애들 말이지요?”
“네, 아, 영식들은 검술대회를 보러 갔어요. 관심 있으시면 가시겠어요?”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게요.”
“으음, 어쩌면 말씀을 이렇게 다정하게 하실까!”
우리는 본격적으로 둘러앉아서 근황을 나누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퍽!
“이게 무슨 짓이야!”
살롱의 울타리 밖이 소란스러웠다.
살롱 건물 외부에 마련된 곳인 만큼 소리가 차단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목소리는…….’
나는 몸을 일으켜 울타리 밖으로 다가갔다.
다른 영애들이 내 뒤를 쫓았다.
“감히 내 짐을 내던져? 어찌 이따위로 손님을 대해!”
“숙박비 한 푼 못 내는 게 무슨 손님이란 말이냐!”
“바, 반말까지……!”
역시 벨라의 목소리였다.
‘그러고 보니까 여기 탄슈드 숙관 근처네.’
벨라와 블라썸의 짐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블라썸이 악을 내질렀다.
“우리에게 이러고도 무사할 성싶─”
“하, 나 참. 귀족도 아닌 비렁뱅이 계집애가 뭘 할 수 있는데?”
구경꾼들 사이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벨라와 블라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내 곁에 있던 캐서린 트랑이 말했다.
“로슈펭 백작 부자가 탄슈드 숙관에서 난리를 피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아스트라에서 크게 항의했잖아요? 당신들 집안싸움을 아스트라에 끌어들였다고.”
“할아버지께서 많이 화가 나셨지요.”
“네, 그래서 그나마 있는 것까지 전부 빼앗겼대요. 게다가 손해배상까지 해야 하고.”
그때, 블라썸의 곁으로 한 무리가 다가갔다.
“세상에, 비참해라.”
전 친구들이었던 피네사 쿠롱과 그 무리였다.
“피, 피네사 양……. 좀 도와주세요. 저 사람들이!”
“도와? 내가? 웃기지도 않는 소리.”
“우, 우린 친구였잖아요?”
“아, 그래. 그런 적이 있었으니 아량을 베풀어 우리 저택에서 일을 하게 해줄까?”
피네사가 블라썸을 거세게 떠밀었다.
블라썸은 퍽! 소리와 함께 엉덩방아를 찧었다.
“네게 들은 거짓말을 전한 것 때문에 내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아?!”
“그, 그건…….”
“내 아버지께서도 망신당했다고!”
블라썸에게 앙심이 깊은 헤린은 후후 웃었다.
“간도 크지. 어떻게 그런 짓을 해?”
“…….”
“로슈펭 가에서 진노했고, 아스트라 공작가에서 주시하고 있으니 너희 모녀는 황도에서 일을 구할 수 없을 거야.”
“…….”
“그렇다고 지방에서 구할 생각은 마?”
헤린이 블라썸의 손등을 콱, 밟았다.
“우리가 두고 보지 않을 테니까.”
“으으윽…….”
“그러게, 잘 좀 살지 그랬어? 그렇게나 사람들을 괴롭히고, 또래 영애들을 죽고 싶게 만들었으니 도와줄 사람 하나가 없잖니.”
블라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헤린이 그런 블라썸을 보고 픽 웃었다.
“그럼 다들 가요.”
“네. 저 꼴을 보러왔다가 괜히 눈만 버렸네요.”
관중은 뚝뚝 눈물을 흘리는 블라썸을 보고 낄낄거렸다.
‘여기저기서 엄청 원한을 샀나 보네.’
“에릴로트 양, 우리도 이만 들어갈까요?”
파앙테 영애의 말이었다.
그 순간, 블라썸 모녀와 눈이 마주쳤다.
벨라가 허둥지둥 내게 달려왔다.
“여, 영애, 영애.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어요. 이번에 도와만 주신다면 평생 은혜에 감사하면서 살게요. 브, 블라썸, 뭐하니!”
제 어머니의 말에 블라썸도 핫! 하며 내게 달려왔다.
모녀가 살롱 울타리를 붙잡은 채로 울부짖었다.
“도, 도와주세요. 영애, 제발……!”
“이렇게 빌겠습니다. 영애…… 영애……!!”
나는 그들을 빤히 쳐다봤다.
“애원이란 건 말이에요.”
“예? 아, 예, 영애, 말씀하세요……!”
“기회가 남은 사람들이 하는 거랍니다.”
“……!”
나는 가볍게 몸을 굽혀서 벨라에게 속삭였다.
“벨트리 님에게 했던 그 모든 학대, 죽고 나서도 그 이름을 이용했던 짓, 내게 한 모든 거짓말.”
“…….”
“당신들 인생으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그렇게 일어난 나는 산뜻하게 웃었다.
“그럼 여러분, 들어가실까요.”
“좋아요.”
“제가 좋은 찻잎을 구했답니다. 모두에게 맛보여 드리고 싶어서 가져왔는데…….”
그렇게 황도에서 저 모녀는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그 이름을 듣게 된다.
어느 귀족 가문에서 5등 고용인으로 일하고 있다고.
* * *
마리는 다른 고용인들과 함께 멀찍이 서서 에릴로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다른 가문의 고용인이 다가왔다.
“그쪽이 마리?”
“예, 용건이 있으신지요?”
“밖에서 누가 너를 찾더구나. 긴한 일이란 것을 보면 너희 저택 일이 아닌가 싶은데.”
‘저택 일이라면 통신을 했을 텐데, 어째서?’
상점가 구경을 하러 간 하녀들이 찾는 건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리는 고용인이 말한 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아이가 물었다.
“찾으셨는지요. 무슨 일로…… 마사?”
로브를 뒤집어쓴 마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여긴 무슨 일이야?”
“그, 그게…….”
“개념이 있긴 한 거야? 개인적인 용무로 수행 중인 날 불러내다니.”
“그야 언니가 편지를 읽지 않으니까……!”
“됐으니까 다음에 얘기해.”
마리가 차갑게 뒤돌던 순간이었다.
“우리가 데이몬드 아스트라 님의 딸인 게 아닐까!”
마리의 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뭐?”
“아, 아니, 이상하잖아. 영애가 우리에게 너무 잘해준 것 말이야. 언니도 이상하다지 않았어?”
“……미쳤구나.”
“블라썸 양이 2차 검증을 요구했다며? 내 머리칼을 내려는 거야.”
마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헛소문을 믿니? 2차 검증 같은 건 없어.”
“그, 그럼 블라썸 양이 내 머리칼을 왜 잘라가?”
마사가 마리를 붙잡고서 소리쳤다.
“난 아무래도 이상해! 갑자기 언니만 저택으로 데려간 것도 그래! 내가 원화들에게 귀여움을 받자 지원을 딱 끊었잖아?”
“너 정말…….”
“이복 자매가 힘을 갖는 게 싫었던 것이 아닐까?”
“미쳤구나.”
“핏줄 검증만 하게 도와줄 수 없어? 언니는 그 저택에 있으니까 백작님께─”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실 거다. 지난 일도 있는데 가호도 없는 너를 딸이라고 생각하시겠니? 제발 꿈 깨.”
“가호가 있으면 검증을 할 수 있다는 거야?”
마리는 헛웃음을 흘렸다.
“정신 좀 차려라.”
그렇게 말한 마리가 차갑게 돌아섰다.
마사는 우뚝 서서 중얼거렸다.
“가호…….”
─하고.
* * *
밤이 되었다.
이제 곧 불꽃놀이가 시작될 것이다.
영애들이 기대 어린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탑으로 가요. 거기가 제일 잘 보일 거예요!”
“먼저 가세요. 따라갈게요.”
“네!”
영애들을 먼저 보낸 뒤에 나는 마리에게 다가갔다.
“몸은 어때?”
“내가 무슨 유리 인형인 줄 알아?”
“그런데 왜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아?”
“마사가 와서 또 헛소리를 했어.”
“마사?”
마리는 한숨을 내쉬며 오후의 일을 설명했다.
블라썸 모녀의 일로 마사가 우리 아빠의 딸일지도 모른다고 망상한다는 얘기였다.
마리는 실소했지만 난 딱 굳어졌다.
‘아빠의 딸은 아니지만, 그리미에의 딸일 수도 있어.’
물론 난 마리가 친딸이라고 99퍼센트 확신한다.
지난번에 사문이 열렸던 것도 마리의 몸이었으니까.
‘하지만 1퍼센트의 가능성도 남았어.’
그리미에와 아빠는 형제다.
그렇다는 건, 아빠와 혈육 검증을 하면 맞다고 뜰 거란 것이다.
이 세계의 혈육 검증은 마력의 질이 비슷하면 혈육이라고 뜨니까.
‘그게 그리미에의 귀에 들어가면 큰일이야.’
나는 즉시 한지혁을 쳐다봤다.
“마사의 위치를 확인해.”
한지혁은 얼른 통신석을 들어서 마사에게 붙여놓은 사람에게 연락했다.
“마사가 지금 어디 있지?”
[소, 송구합니다. 상점가에 인파가 너무 많은 터라 놓쳤습니다!]나와 한지혁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어서 사람을 풀어서 마사를 찾아!”
“그래.”
한지혁이 사람을 부르러 가고, 나도 살롱을 뛰쳐나갔다.
마리가 나를 쫓아왔다.
“뭐야, 왜 그러는 건데!”
“…….”
“에릴로트.”
골목에 접어들 때까지 내가 대답하지 않자 마리가 우뚝 멈추어 섰다.
“너,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게 뭐야.”
“……없어. 그냥 걱정이 돼서─”
“거짓말.”
마리가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넌 거짓말을 할 때 눈썹 끝이 올라가.”
“…….”
“나는 너의 그런 사소한 것까지 모두 알고 있어.”
“…….”
“친구잖아.”
나는 마리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흔들림 없이 곧은 눈이었다.
“옴브레, 우릴 삼켜.”
부르자 그림자가 커지더니 우리를 감쌌다.
그 어떤 말소리도 빠져나가지 않는 공간이 된 것이다.
“마리.”
“응.”
“난 세 번째 살고 있어.”
“뭐?”
“첫 번째는 아스트라의 천덕꾸러기, 두 번째는 이세계의 유혜민.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안고 지금의 내가 됐지.”
“……!”
“그전까지는 평생 괴롭게 살았는데, 그건 모두 내 백부인 그리미에 때문이었어.”
“……맙소사.”
“너나 마사가 그 그리미에의 딸일 수도 있어. 그리고 나는…….”
마리의 손을 꽉 잡았다.
“네가 그리미에의 딸이라 거의 확신하고 있어.”
“……!!”
“이런 말, ……믿을 수 있어?”
마리의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옴브레의 안에선 마리의 떨리는 숨소리만이 맴돌았다.
한참 후, 그 애가 말했다.
“믿어.”
─하고.
나는 어쩐지 가슴이 울컥했다.
“고마워. 그리고 마리, 내가 널 그리미에에게 데려가지 않는 건─”
“가지 않을 거야.”
“어?”
“엄마가 죽기 전에 그랬거든. 마사와 함께 멀리 도망치라고.”
“뭐라고?”
“우리 엄만, 아이를 낳고 갇혀 있었어. 누군가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왔지. 같은 임산부였는데…… 어?”
마리가 흠칫, 내 손을 잡았다.
“벨트리. 그래, 벨트리야!”
“뭐?”
“내가 아주 어릴 적에 그 은인이 우리 집을 찾아온 적이 있었어. 엄마가 그 은인을 그렇게 불렀어. ……벨트리라고─!!”
* * *
나는 마리를 붙잡고 물었다.
“벨트리 님이, 우리 엄마가 너희 집을 찾아가서 뭘 한 건데?”
“정확한 건 몰라. 그냥 내 손목을 걷어보고 뭐라고 했는데…….”
“무슨 말이었는데!”
“아아, 그래! ‘아직 깨지지 않았어’ 라고 했던 것 같아!”
깨지지 않았다고?
‘설마…….’
나는 멈추어 서서 마리의 정수리를 마구 살폈다.
“윽, 뭐 하는 거야?”
“대천문. 너 대천문 닫혔지? 닫혔는데 가호가 없어. 넌 그의 딸인데도.”
나는 마리의 소매를 빠르게 걷었다.
“뭐 하는 거냐고 묻잖아!”
“너도 나처럼 가호가 봉인되어 있었을지도 몰라.”
“봉인?”
그리미에는 어째서 딸의 가호까지 봉인했던 것일까.
달리아에겐 봉인을 풀어주었으면서.
‘풀면 알 수 있어.’
그리고 난 봉인을 풀 방법을 알고 있다.
“마리.”
“응.”
“되찾아줄게. 네 힘.”
“대체 어떻게……?”
나는 즉시 강하게 가호를 발동했다.
[기사단의 꼬마 대장님] [33화, 34화, 35화─ 49화─ 51화─] [댓글 확인하기] [다음편…….]눈앞에서 화면이 빠르게 움직였다.
‘더,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그 순간, 쩌저적!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빛이 옴브레의 내부를 감쌌다.
세일론의 목소리였다.
내 위험을 감지한 나의 수호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부탁이에요. 마리의 가호를 돌려주세요.”
[저 애는 너무 오래 가호가 봉인된 탓에 수호성을 잃었어.]“할 수 있잖아요. 네? 내게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어쩌면 이 애의 몸이 약한 건 가호가 오래 봉인되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고요!”
마리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소리치는 내가 당혹스러운 모양이었다.
“에릴로트?”
세일론이 한숨을 내쉬었다.
[예나 지금이나 떼쟁이인 것은 변함이 없구나.]“네?”
세일론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마리의 손목을 잡은 내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리고 푸른 빛이 퍼지더니…….
“아, 으윽!”
마리가 몸을 크게 뒤틀었다.
눈이 홉뜨이고 동공에서 새파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쿵!!
사문이 열렸을 때처럼 천지가 요란하게 진동했다.
마리에게서 뿜어져 나온 빛이 나를 감쌌다.
“어?”
세일론은 조용히 말했다.
[현재의 인간이나 과거의 인간이나 같은 죄를 저지르는구나.]뭐라고요?
[신의 영역을 침범한 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지금의 인간들은 모르겠지.]세일론이 나를 향해 서글피 미소 지었다.
내 몸에서 힘이 쭉 빠지며 영혼이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야가 좁아진다.
‘또 천계로 가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눈 떴을 때 보인 것은…….
[그렇게 뛰다가 넘어진다!] [딸아, 천천히 걸으려무나.] [아이고, 저게 또 간식에 정신이 나가서……!]아이를 쫓아가는 미청년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철푸덕 넘어졌다.
[딸아!]미청년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아이를 붙잡았다.
그러나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확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쫓아가는 아이는…….
“재후 옹 부터따. (재수 옴 붙었다.)”
[……누가 또 이런 말을 가르친 게야.] [누구겠는가.] [세일론 이 새끼…….]─어릴 적의 나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