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54)
이 3세는 악역입니다-253화(254/390)
253화.
* * *
온통 금으로 이루어진 호화로운 궁전.
거대하고도 화려한 금좌에 앉아있는 사람은 세일론이었다.
마치 이집트의 왕처럼 가슴팍을 전부 드러낸 채로.
“아기꼬 조요. (아기꺼 줘요.)”
[아기의 것은 없어. 모든 건 내 것이다.]세일론은 뻔뻔하게 과자가 담긴 그릇을 잡았다.
아이가 울상을 지었다.
[세일론, 네 피를 이어 태어난 자식에게 어찌 그리 무정한 것이냐.] [내 피만 이은 것은 아니지. 네 놈들의 피도 섞였으니.] [그런 뜻이 아니지 않나.] [치졸하게 그러지 말고 나눠줘.] [딸이 오늘의 진상품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잖아.]세일론과 비슷한 옷을 입은 사내들이 한마디씩 말을 보탰다.
그러나 세일론은 얄밉게 과자를 먹을 뿐이었다.
그때, 거대한 문이 열리고 붉은 머리의 사내가 성큼성큼 들어왔다.
‘바키라!’
천계에 갔을 적에 있던 거친 남자였다.
[치졸한 자식. 내가 저 녀석을 위해 빼놓은 과자를 훔쳐 가?] [내게 진상된 것이다. 내 것을 내가 가져가는 것이 무슨 문제란 것이냐.] [오냐, 오늘 한 놈은 죽자.]바키라가 주먹을 쥐자 성이 요란하게 울었다.
세일론은 아무렇지 않게 그를 쳐다봤다.
그러자 성의 진동이 단숨에 멈추었다.
[제사장을 지키는 사자가 제사장을 죽일 수 있을 리가.] [너─!] [내 아량을 베풀어 과자를 한 조각쯤은 남겨줄 수도 있지.]그러며 세일론이 아이를 바라봤다.
[시킨 것을 모두 마쳤다면.]“아기 다 해요! (아기는 다 했어요!)”
[좋아, 네가 무사히 지배자의 기품을 익혔는지 확인하겠다.]그러자 아이가 짧은 팔을 억지로 교차시켰다.
가만 보니까 팔짱을 끼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짝다리를 짚더니…….
“데지고 시퍼서 항장한 고시냐! (뒤지고 싶어서 환장한 것이냐!)”
[……뭐?]“가앙히 나를 무엇으루 아는 고시야! (감히 나를 무엇으로 아는 것이야!)”
[…….]“에, 띠파, 떠 기차나져꾼. (에이, 씨X, 또 귀찮아졌군.)”
[너…….]“허간 날 쌈바찔만 하는 몽총한 놈들. 다 쓰어버까?! (허구한 날 쌈박질만 하는 멍청한 놈들. 다 쓸어버릴까?)”
[…….] […….]“세에로 압빠랑 또까지! (세일론 아빠와 똑같지!)”
궁전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저, 씨, 애 앞에서 무슨 소리를 지껄인 거야.]바키라가 휙, 세일론을 노려봤다.
줄곧 뻔뻔한 표정이던 세일론도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위세를 익혀오라던 게 아니었어.]“압빠 또까치 하애짜나! (아빠랑 똑같이 하랬잖아!)”
아이는 억울한지 씩씩대고 있었다.
남자들이 슥, 살벌한 시선으로 세일론을 쏘아보았다.
물론 세일론은 침묵하고 있었고.
‘여기서도 은근히 허당이네.’
아무래도 저들은 내가 안 보이는 것 같지?
아무도 내게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그때, 아이가 입술을 삐죽이기 시작했다.
“까자 내꼰데…… 아기가 까자 조아하는데…… 우아아아앙! (과자 내 건데…… 아기가 과자 좋아하는데…… 우와아아앙!)”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남자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오냐, 오냐. 울지마라, 아가야.] [진상품을 더 들이라 할 것이다. 응?]금발의 사내가 아이를 안아 들었다.
‘미카엘…….’
바키라와 함께 보았던 아빠의 수호성인 미카엘이었다.
[예쁜 눈이 퉁퉁 붓겠구나.]“세에로 압빠 아기 안 조요……. (세일론 아빠가 아기에게 안 줘요…….)”
[아기가 귀여워 놀린 것일 테지. 세일론이 과자를 남겨줄 것이야.]미카엘이 세일론를 살벌하게 보며 [그렇지?] 물었다.
세일론은 큼, 헛기침하고 과자를 내밀었다.
[가져가라.]아이는 순식간에 울음을 멈추고 미카엘의 품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 우다다닥 달려가 과자 그릇을 잡았다.
[인사는?]“응! 에, 띠파, 드르게 고맘네. (응! 에이, 씨X, 드럽게 고맙네.)”
[……그런 건 인사가 아니야.]“세에로 압빠 싱하하테 이케 인사하눈데. (세일론 아빠는 신하한테 이렇게 인사하는데.)”
[……과자나 먹어.]남자들이 세일론을 쿡, 비웃었다.
‘이래서 애 앞에선 냉수도 못 마신다는 거지.’
나도 픽 웃어버렸다.
아이는 세일론의 의자 밑에 주저앉아서 과자를 열심히 먹었다.
그러다 몇 개 남지 않자, 엄청나게 고민하는 표정으로 그릇을 쳐다봤다.
미카엘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어째서 더 먹지 않고.]“으으음…… 음…….”
[아가?]“이짜나요. 마시는 거요. 조아하는 사람이랑 노나 머거요. (있잖아요. 맛있는 건요. 좋아하는 사람과 나눠먹어야 해요.)”
그러며 눈을 꾹 감고 남자들을 향해 그릇을 내밀었다.
남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하하하 웃어버렸다.
미카엘도 쿡쿡 웃고선 아이의 앞에 무릎을 굽혔다.
[그럼 난 아기를 제일 좋아하니 이건 네게 주어야겠구나.]미카엘이 아이에게 과자를 물려주었다.
다음 남자도, 또 다음 남자도 계속.
바키라까지 씩 웃고서 과자를 물려줬다.
그리고 세일론은…….
와삭.
[너란 놈은 정말이지…….]제가 집어먹었다.
[난 내가 제일 좋아.]─하면서.
아이는 활짝 웃었다.
“나 이고 아라. 이러때 세에로 아빠 더러꾸 치사하다구 해요! (나 이거 알아. 이럴 때 세일론 아빠가 더럽고 치사하다고 해요!)”
남자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세일론은 움찔했다.
매우 정겹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 * *
오랜 시간이 흘렀다.
겨우 걷던 아이는 훌쩍 자라, 열여섯이 되었다.
아이는 금빛의 복도를 살금살금 걸었다.
요령 좋게 샥, 샥, 복도를 빠져나가던 아이가 기둥 뒤에서 기척을 살폈다.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지.”
아이가 히죽히죽 웃던 그때.
[잡을 순 있다.]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빛나는 문이 열리며, 단단한 두 팔이 불쑥 튀어나왔다.
“악!”
아이가 비명을 내질렀다.
[또 성을 빠져나가려고 해?]“바, 바키라 아빠.”
[이리 와. 딱 와.]아이가 마구 버둥거렸으나, 바키라에겐 아기고양이가 바르작거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휙, 들어 올려져서 어깨에 둘러메졌으니까.
“나 공부 싫어~!”
[싫다고 안 해서 될 일이냐. 우리의 뒤를 이어 세상을 다스릴 녀석이.]“안 다스려! 다스리기 싫어! 난 그냥 소소하게 전문 도박꾼이나 하면서 살고 싶─!”
[……너 또 도박판에 간 것이냐?]그 말에 아이는 슥, 시선을 돌렸다.
“─라고 말하는 꿈을 꿨어요.”
그렇게 말하며.
[이 녀석이 진짜……!]바키라가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몸의 윤곽을 따라 붉은빛이 일렁였다.
아이는 기겁하고 버둥거렸다. 겨우 뛰어내린 아이가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리 와! 너 이리 안 와?!]“으아아! 바키라 아빠가 아기를 죽인다!”
바키라의 손이 막 아이에게 닿으려던 찰나였다.
아이는 복도 끝에서 오던 세 명의 아름다운 사내들과 마주쳤다.
“미카엘 아빠, 쿼로스 아빠, 루 아빠!”
아이는 홀랑 미카엘의 뒤로 숨었다.
“바키라 아빠가 나 때린다…….”
그러며 울상을 짓자, 루라 불린 남자가 쿡쿡 웃으며 바키라를 쳐다봤다.
[또 무슨 일이기에 소란인 거야?] [저 녀석이 또 도박판에 간 모양이다! 우리의 뒤를 잇긴커녕 소소하게 전문 도박꾼이 되시겠대, 도박꾼!]“아니, 적성에 맞으니까…….”
아이가 미카엘의 뒤에서 쏙 얼굴을 내밀고 불퉁하게 종알거렸다.
[적성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만, 그만. 딸이 농을 한 것이다. 그렇지, 아가?] [농은 무슨. 혼쭐을 내놓지 않으면 오늘도 도박장에 갈 것이다!]그 순간.
[성이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것이냐.]가슴팍이 풀어헤쳐진 로브에 바지만 걸친 세일론이 코너를 돌아서 다가왔다.
비키라가 으득, 이를 갈았다.
[이게 다 네 놈이 틈만 나면 딸을 데리고 도박장 같은 곳을 기웃거린 탓이 아니냐!] [미리 사회 공부를 시킨 게지.] [제사장이란 놈이 허구한 날 도박판에서 놀고 있으니……!]바키라가 살벌하게 잔소리를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일론은 머리를 주무르며 아이를 쳐다봤다.
[좀 땄느냐.]“거북이 마빡에게 5000길레나. 아빠가 잃은 돈 다 따왔어요.”
[그래? 그 녀석 속이 뒤집어졌겠군.]부녀가 시시덕거리며 속삭이자, 콰과과과과곽─!! 땅이 거칠게 울었다.
바키라가 눈을 희번덕 뜨며 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내가 시킨 일은 아니야.]“아니, 나는 그냥 원수를 갚은 거랄까…….”
두 사람이 흠칫 변명했으나, 바키라의 표정은 점점 더 살벌해졌다.
결국 두 사람은…….
꽝!
각각 정수리를 얻어맞고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세일론은 서류 지옥에 투입.
그리고 아이는 목에 [난 도박에 중독되었습니다] 팻말을 달고 서있게 된 것이다.
지나가던 사람들과 아이의 또 다른 아버지들이 팻말을 볼 때마다 쿡쿡 웃었다.
아이는 입이 삐죽 나온 채로 세일론에게 말했다.
“세일론 아빠는 제사장인데 왜 바키라 아빠를 못 이겨요……?”
[그런 관계도 있는 거야.]아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세일론을 쳐다봤다.
[……그 새끼, 주먹 존X 세.]“씨, 세상 사람 모두가 하는 게 도박인데 왜 이렇게 혼나야 하는 거예요?”
이 세계의 사람들에겐 수명이 없다.
번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료해진 삶에 도박은 스포츠 같은 것이었다.
[그게 바로 단어 선택의 중요성이지.]“단어 선택?”
[다음부턴 전문 포커가 되겠다고 해.]“아아~”
아이가 “그러면 되는구나!” 하고 히히 웃었다.
그러곤 슬쩍 세일론의 책상에 턱을 걸쳤다.
“그건 무슨 서류예요? ‘외곽……의 범죄율…… 증가’?”
[외곽 도시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났다더구나.]고대인들에겐 정해진 수명은 없으나, 죽음이란 것은 있었다.
사고, 살인을 당하면 죽는 것은 현대의 인간과 같았던 것이다.
“범인은 잡혔어요?”
[오리무중인 모양이다. 가호를 쓴 살인인 것이겠지. 장거리 공격형 가호는 이래서 귀찮단 말이야.]세일론이 쯧, 혀를 차며 서류를 넘겼다.
아이는 턱을 괸 채로 세일론을 올려다봤다.
“그러면 가호가 없으면 되잖아요.”
세일론은 힐끗 아이를 쳐다봤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가호로 귀천을 나누고, 살인하고, 남보다 못한 가호를 가졌다고 자살하고…… 가호는 좋은 거 하나도 없네, 뭐.”
[하지만 없어선 안 될 것이기도 하지. 어둠을 밝히는 빛도, 네가 씻는 물도, 침대를 제작하는 것까지 모두 가호를 쓰니까.]“가호를 안 쓰고도 잘 사는 곳이 있어요!”
[……뭐?]아이가 얼른 세일론의 맞은편으로 향해서 두 손으로 허공을 감쌌다.
희뿌연 빛이 퍼지며 허공에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말 없이 달리는 마차도 있대요. 이거 봐요. 가호석 없이 전기라는 거로 밤을 밝힌대요!”
세일론이 미간을 좁혔다.
[처음 보는 언어인데. 또 다른 차원의 것을 ‘보는’ 것이냐?]“응! 이건 한국어라고 한대요. 다른 문자보다 쉽게 익힐 수 있어서 배웠지요!”
[아직 우리 글은 제대로 못 읽는 녀석이…….]“그야 엄청 어려우니까.”
아이가 뚱하게 입술을 삐죽였다.
“마력으로 읽어야 하는걸. 비효율적이에요. 그래서 말인데요. 이제부터 이 글자를 쓰면 어때요?”
[이 글자를?]“응! ‘만들어진 자’들은 가호가 약해서 우리 글은 읽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안 좋은 일이 많고요.”
[그렇기야 하다만…….]“또 인간들 가운데서도 마력이 약하면 문맹인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이건요. 알파벳이 24개밖에 안 돼요.”
[24개라.]“되게 쉬워요. 보실래요? 이건 모음인데 작대기를 그으면 ‘이’, 작대기에 가로로 직선을 그으면 ‘아’. 이건 ‘기역’이에요. 기역과 이를 합치면 ‘기’라고 발음되거든요? 그러면 이건 뭘까요?”
가
세일론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말했다.
[……가?]“응! 정답! 똑똑해요!”
[내가 원래 뭐든 빠르게 익히는 편이다.]세일론은 우쭐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런 그를 보고 아이는 히히힛 웃었다.
[확실히 쉽군. 만들어진 자들도 쉽게 익히겠구나…….]나는 핫, 숨을 들이켰다.
‘그랬구나. 아이가 가호로 한국의 글자를 보고 온 거야.’
그래서 고대어가 한국어였던 것이다!
“봐요, 가호가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그리고 저는…….”
아이가 손 안에서 맴도는 불빛을 바라봤다.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 힘이 별로예요.”
[어째서?]“쓸 때마다 누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으니까. ……마치 제가 가호로 다른 세상의 것들을 보는 것처럼.”
세일론은 미간을 좁혔다.
그게 무슨 뜻이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쿵!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바키라와 다른 아버지들이 들어온 것이다.
[이 녀석, 제대로 서 있지 못해?!]“네 시간이나 서 있었는데 더? 으아아아─!”
아이가 울상을 짓자 다른 아버지들이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 * *
아이는 잔뜩 혼이 난 뒤, 밤늦게서야 바키라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방에 돌아온 아이가 울상을 지으며 침대에 털썩, 앉았다.
“으그그, 발 아파…….”
“그러니 도박판은 그만 가시라 말씀드린 것입니다.”
거대한 방과 이어진 쪽문에서 몇몇 아이들이 들어왔다.
아이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바키라 아빠에게 내가 있는 곳을 알려준 게 너지?”
“글쎄요.”
“거짓말. 아빠한테서 네 기운이 느껴졌단 말이야!”
“만들어진 자가 창조인의 질문에 어찌 입을 다물겠습니까?”
아이가 씨이, 하고 입술을 삐죽였다.
“쿠말 나빠!”
……쿠말이라고?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