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56)
이 3세는 악역입니다-255화(256/390)
255화.
첫눈에 느꼈다.
고대의 미카엘이, 바키라가, 그리고 세일론이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나는 그들의 그런 눈을 봤었으니까.
그리고 가호를 보고 확신하게 되었다.
“저 가호 <열람>이죠? 내 <열람>말이에요!”
[아이야.]“네, 나와서 얘기해요. 힌트만이라도 줘요. 내가 맞춰볼 테니까─”
[너를 사랑한다.]“…….”
[깊게, 매우 깊게.]“……나와 봐요.”
[목숨과 혼도 네 앞에선 아깝지 않았어.]미카엘의 목소리가 짙어졌다.
[단지 우리는 그것뿐이었단다.]이윽고 주변에 빛이 고여 들기 시작했다.
마지막이면 늘 그랬듯 부유하는 감각이 찾아왔다.
아무리 떼를 써도 미카엘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모양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요.”
[…….]“되게 사랑하는 것 같더라고.”
모든 ‘아버지’들은 아이의 앞에 서면 표정이 달라졌다.
엄한 척해도 아이가 울상을 지으면,
[어, 어어! 운다, 운다!] [그러게, 소리치지 말랬잖아.] [딸아, 화가 난 게 아니야. 그래, 그래. 서러웠구나.]─얼른 안아 들고서 둥개둥개 흔들었다.
그러면 서럽게 울던 아이는 입술을 삐죽이고, 아버지 중 누군가의 목에 얼굴을 묻는다.
아버지들은 아이가 그렇게 안기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아이도 아빠들을 엄청나게 사랑했어요.”
[그런가.]“아무리 깊은 어둠도, 커다란 천둥소리도, 까마득하게 높은 곳마저 하나도 두렵지 않았어요.”
[……그래.]“아빠들이 있으니까.”
[……그렇구나.]의식을 잃기 전.
눈앞에 빛나는 황금색의 꽃잎이 몰려들었다.
미카엘은 꽃잎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카엘! ……아빠.”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말을 얼마나 듣고 싶었는지 너는 모를 거야.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깊었는지 너는 헤아리지 못해도 좋다.]미카엘이 내 어깨를 잡았다.
[예지의 힘을 가진 네 또 다른 아비의 전언이다.]“네?”
[네 친구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친구…… 설마 마리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살리려 하지 마라.]“안 돼……. 마리를 죽게 둘 수 없어요. 그 애는 친구인걸요. 그리고 그 애가 죽으면 달리아가─!”
[‘살리려고’ 해선 안 돼. 그래야 앞으로 닥칠 불행을 피할 수─]치지지지지직.
미카엘의 목소리가 노이즈로 어그러졌다.
순간, 챙강!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미카엘의 몸에 족쇄가 감겼다.
“아빠!”
그가 족쇄에 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여전히 널 사랑한단다.]─마지막 말을 남기고.
눈 부신 빛이 내 몸을 감쌌다.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 * *
“헉!”
나는 튕겨지듯 상체를 일으켰다.
‘현실인가?’
몸에 바람이 닿는 감촉이 이전과 달랐다.
난 으그그, 신음했다.
“기절했다가 깨어날 때마다 죽겠네…….”
“그래? 그것참 다행이네. 나만 심장마비가 올 것 같으면 억울했을 텐데.”
한지혁의 목소리였다.
나는 얼른 옆을 쳐다봤다.
한지혁과 마리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어?”
“‘어?’는 무슨! 너, 기절이 취미야? 무슨 애가 자꾸 픽픽 쓰러져!”
“아…….”
“쓰러질 것 같으면 쓸데없는 짓을 말던가! 내가 널 끌어안고 우는 마리를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마리!”
나는 후다닥 일어나서 마리의 몸 곳곳을 살폈다.
뺨을 잡아 얼굴을 휙휙, 돌리고 팔이며 다리도 확인했다.
“너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
“그래, 갑자기 금제가 풀려서 가호를 사용했는데 괜찮을 리가─!”
“너 숨이 멎었었다고!”
마리가 버럭 소리쳤다.
그러곤 날 매섭게 노려봤다.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미안, 미안.”
마리가 한지혁을 쳐다봤다.
“오늘은 좀 때려도 되지 않나요?”
“동의한다.”
진짜 주먹을 들 것 같아서 난 말을 돌렸다.
“그런데 여긴 어디야? 옴브레의 안이 아닌데.”
“근처 병원. 급하게 옮길 데가 있어야지.”
“아아.”
다행이다.
쓰러져서 저택으로 돌아갔으면 또 난리가 났을 테니까.
‘기절이 취미는 아니지만, 특기가 된 것 같긴 하네.’
남들은 평생에 한 번도 하기 힘든 기절을 주기적으로 픽픽하니.
“마사의 위치는?”
“그게…….”
한지혁과 마리가 서로를 쳐다봤다.
뭔가 이상하다.
난 한지혁을 향해 미간을 좁혔다.
“어디길래.”
“저택이다.”
“이시론?”
“아니…….”
한지혁이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서 마리가 말했다.
“아스트라 제2저택.”
“우리 집에?”
“응.”
나는 가는 한숨을 내쉬고 창밖을 바라봤다.
‘마사, 넌 이제 정말 따끔한 맛을 봐야겠구나.’
─생각하며.
* * *
아스트라 제2저택.
내저의 하녀가 웃으며 차를 가져왔다.
“마리의 동생이라고?”
“아, 넷!”
마사는 치맛자락을 잡은 채로 흠칫했다.
아스트라 제2저택은 정말 훌륭했다.
역사 깊은 이시론 저택만큼 웅장하다.
내부 인테리어나, 가구는 좀 더 화려해서 어디를 봐도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하인들도 착하고…….’
마리의 동생이라고 하자, 하인들이 그녀를 들여보내 주었다.
워낙 닮았으니 의심할 것도 없던 것이다.
무엇보다 마사와 마리의 사정을 아는 잔느나, 에릴로트가 자리를 비웠다.
마사를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기, 언니는 아직 안 들어왔나요?”
“그래. 아가씨를 수행하러 갔거든.”
“아…….”
“불편하니? 괜찮아. 우리 주인님들께선 하인을 매우 잘 대접해주신단다. 손님이 왔다고 불편해하지 않으실 거야.”
“네에…….”
“또, 너는 마리의 동생이니 특별하지.”
“언니의 동생이라서요?”
“마리는 아가씨의 좋은 친구거든.”
“친구…….”
하녀가 후후 웃으며 과자가 들어있는 그릇을 밀어주었다.
“그리고 똑똑하고 야무져서 저택의 하인들도 좋아하지.”
마사의 표정이 뚱해졌다.
‘여기서도 언니가 주목받네.’
에릴로트가 마리를 끼고 돌기 때문일 것이다.
이유가 빤했다.
‘조용하고 마음대로 움직이기 쉬운 언니가 입맛에 맞았던 거지.’
이제 에릴로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들 자매에게 잘해주었던 이유를 아니까.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입을 닫고 장난감처럼 휘둘렀어.’
그런 애와 혼약한 알렉시스 도련님이 딱할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하녀가 물었다.
마사는 흠칫, 고개를 들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돼. 핀잔을 준 게 아니니까. 때때로 생각에 잠겨 있는 것도 마리와 비슷해서 신기할 뿐이었단다.”
“그렇군요…….”
민망해진 마사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러다 하녀를 힐끗 쳐다봤다.
“저기, 그런데 이 응접실은 무척 예쁘네요. 역시 귀족 나리들께서 머무는 곳이라─”
“응? 아니야. 고용인의 손님을 주인님들의 응접실에 둘 순 없지.”
“네?”
“여긴 하인 휴게실이란다.”
마사는 깜짝 놀랐다.
이 방은 정말로 예쁘다.
고풍스럽고 화려한 가구들이 놓인 건 물론이고, 장식품마저 매우 고가로 보였다.
마사가 어버버 거리자, 하녀는 쿡쿡 웃었다.
“혹시 네가 찾아와서 언니가 곤란해질까 봐 그러는구나? 걱정하지 말렴. 네가 들어온 곳도 고용인 통로야.”
“아, 아스트라 제2저택은 하인들이 쓰는 곳도 멋지군요.”
“그렇지? 나도 처음 왔을 땐 깜짝 놀랐다니까. 지금 보니까 모두 아가씨 덕분이야.”
“에릴로트 아가씨요?”
“응. 아가씨 입버릇이 ‘좋은 고용인은 좋은 복지와 좋은 급료에서 나온다’거든.”
다른 귀족들은 아가씨를 바보 같이 보는 모양이었지만.
‘그러나 아가씨의 결정은 옳았지.’
이런 고용처가 없다는 것을 아니 나가고 싶지 않아서 열심이니까.
아스트라 저택의 내부 사정은 결코 대문 밖을 나가는 법이 없었다.
“우리 아가씨가 얼마나 좋은 고용주냐면 말이야. 이번에도 보너스가 나왔는데. 아, 너 보너스라고 아니?”
“아니요…….”
“추가 수당 같은 거야. 명절이나 일을 훌륭히 수행했을 때 주시는데 급료보다 짭짤해서─!”
하녀가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막 휴게실에 들어오던 고용인들도 그 얘기를 듣고, 대화에 합류했다.
“명은 확실하게 내리시고, 업무가 과하다 싶으면 사람을 늘려주시잖아!”
“아스트라 소유의 사업체에선 할인도 받을 수 있고. 덕분에 어머니와 휴양지에 다녀왔어.”
“무엇보다…….”
“응, 무엇보다…….”
남자 하인이나, 여자 하인 모두 양손으로 뺨을 감싸고 꺄아─! 환호했다.
“자랑스럽지!”
“자랑스러워~!”
고용인들이 마사에게 불쑥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최강의 원화라고 불리시지, 아스트라의 보물이라고 불리시지.”
“그 대주인님(아스트라 공작)께서도 아가씨라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신다니까.”
“겉으론 완벽해 보여도 사실은 얼마나 귀여우신지 몰라.”
“잠이 덜 깨서 끔뻑거릴 땐 나도 모르게 안아주고 싶어서……!”
마사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 애의 못된 성정을 모르니까.’
사실은 저들도 가지고 놀아지는 것일 텐데.
마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말해줄까?’
그래, 이 좋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에릴로트를 좋아하는 건 너무 가엾다.
“저는 좀 조심해야 한다고 보는데…….”
“조심? 뭘?”
“아, 사실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잖아요.”
“속으로?”
하인들이 눈을 끔뻑이며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아아!”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아가씨께선 워낙 좋은 분이시니 불만도 참고 계실지도.”
“역시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
“그러고 보니 아가씨께서 지난달에 구매한 드레스를 불편해하시는 것 같던데.”
“장식이 불편하신가? 가져와!”
“바늘과 실도! 어서!”
하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사는 당황해서 인상을 찌푸렸다.
‘왜 저러는 거야.’
너무 당하다 보면 이성을 상실하는데, 딱 그 짝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못마땅한 시선이 마사에게 향했다.
눈치 빠른 하녀가 마사를 쏘아보는 것이었다.
“넌 아가씨의 겉과 속이 다르다고 생각하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 오해였으면 좋겠구나.”
마사의 속내를 읽은 하녀는 팔짱을 꼈다.
그 하녀는 에릴로트에게 충성심이 깊어서 하이디, 베티가 특히 주목하는 아이였다.
“저 애, 언제까지 여기 둘 거야?”
“응? 아직 마리가 안 왔는데…….”
“그럼 고용인 기숙사로 보내. 저택 내부 정보가 오갈 수도 있는 곳인데 위험하잖아.”
“으응. 마사라고 했던가? 가자, 기숙사를 알려줄게.”
마사가 주춤주춤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보는 못마땅한 시선이 불편했다.
마사는 한 하녀와 함께 방을 나섰다.
아이가 시무룩해지자 하녀가 안쓰러운 얼굴로 쳐다봤다.
“제인의 말은 신경 쓰지 마. 네가 정보를 빼돌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워낙 세심한 아이라 그래.”
“네…….”
“그나저나 마리가 언제 오려나. 주인 없는 방에 있는 건 좀 그러니까 내 방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걷던 때였다.
복도 끝에서 10살쯤 되는 사내아이가 달려왔다.
“주인님과 도련님들께서 귀가하셨습니다!”
“어머, 오늘은 아스트라 장원에 가신다고 전해 들었는데?”
“일정이 바뀌었나 봐요.”
“큰일이야. 저녁 준비가 안 됐을 텐데!”
마사가 눈을 홉떴다.
‘백작님과 공자님들께서 돌아오셨다고?’
아이가 동동거리고 있는 하녀에게 말했다.
“저어.”
“응?”
“바쁘신 것 같은데, 길을 알려주시면 혼자 갈게요.”
“하지만…….”
“저도 귀족 저택의 고용인이라 상황을 알 수 있어요. 급하시지요?”
“으응, 그렇긴 하지. 그럼 혼자 가겠니? 이대로 쭉 가서 바다 그림이 있는 코너를 돌면 된단다.”
“네.”
“언니를 닮아서 영리하구나.”
하녀는 후후 웃으며 마사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사내아이를 데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마사는 복도를 걸었다.
얼마쯤 걷자, 오른쪽으로 갈래길이 나왔다.
아직 바다 그림이 나오지 않았으니 이대로 직진해야겠지만…….
‘갈래길로 빠지면 본저일 거야.’
아스트라의 주인들이 있는 곳.
마사는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빠져 걸었다.
“역시나 본저와 이어진 통로가 틀림없어.”
길이 지나온 곳보다 훨씬 호화롭다.
꽃병마다 오늘 꺾어왔음이 분명한, 생기 넘치는 화려한 튤립이 꽂혀 있었다.
살금살금 걷고 있는데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왜 갑자기 황도를 정비해?”
“상점가에서 귀족 상해 사건이 있었다잖아. 범인을 찾는단다.”
“상점가? 에릴로트가 거기 있잖아!”
“몬스터를 데리고 갔대.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얼핏 훌쩍 큰 그림자 셋이 보였다.
마사를 후다닥 뒤를 쫓았다.
뒷모습만 조금 보이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스트라 공자들이야.’
갑자기 가슴이 쿵쿵 울렸다.
오라버니일지도 모르는 사람들.
아스트라의 삼공자는 유명했다.
[알렉시스만큼 아름답고, 어른보다 강하며, 아스트라의 피를 짙게 물려받았다.]마사 또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막내 공자가 지혜롭다고 했어.’
자신의 얘기가 허무맹랑하다고 여기지만은 않을 것이다.
마사가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저, 저기……!”
그때였다.
확!
누군가가 거세게 손목을 끌어당겼다.
열 걸음쯤 앞에 있던 아스트라 공자들이 무슨 일인가 하여 자신을 쳐다봤다.
마사는 눈을 크게 뜨고 옆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목을 잡은…….
“여, 영애?”
에릴로트였다.
마사는 흠칫 어깨를 좁혔다.
에릴로트의 뒤에 마리가 있었다.
‘일러바쳤구나.’
마사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대로 쫓겨날 순 없다.
공자들에게 사실을 전해야 했다.
“공자님들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저는 사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