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57)
이 3세는 악역입니다-256화(257/390)
256화.
마사가 소리치자, 세 공자가 자신을 빤히 쳐다봤다.
‘됐다. 내 말을 들어주셔!’
재빨리 말을 이으려 했다.
“아스트라 백작님의—”
“본인이 아빠의 딸이래.”
‘어?’
마사가 흠칫,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리시먼드가 인상을 찌푸렸고, 발자크와 요슈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젠 별 게 다 아버지의 딸이라는군.”
발자크가 기가 막힌 얼굴로 투덜거렸다.
요슈아는 벌레라도 본 듯한 얼굴이다.
마사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크게 당황했다.
“저기, 그게, 정황상……! 그, 검증을 받게 해주시면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에릴로트의 손을 확, 떼어내고 공자들의 앞으로 달려갔다.
마른침을 삼킨 마사가 허둥지둥 말했다.
“영애가 저희 자매에게 이상하게 잘해주셨어요. 블라썸 양 있지요? 가짜인 그녀가 당당하게 검증을 받을 수 있던 게 다 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어서예요!”
“…….”
“그리고, 그리고…… 아, 다들 이상하게 생각해요. 영애가 저희를 너무 특별하게 여겼어요.”
“…….”
“이상하지 않나요? 저도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지만—”
“에릴로트가 상냥한 게 왜 네가 망상할 이유가 되지?”
발자크의 표정이 살벌했다.
마사는 흠칫, 어깨를 좁혔다.
“그, 그렇지만 정말로 이상하지 않나요? 고향에서 데려와서 집을 마련해주셨어요. 제가 기특해서 그렇다고요. 그런데 원화들과 친해지니까 갑자기 못되게 구시고……!”
“친해? 누가?”
공자들의 등 뒤에서 언젠가 들었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마사가 움찔, 앞을 바라봤다.
원화들의 수장, 중앙 원화인 세바스티아였다.
그녀의 곁으로도 본 적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시론 저택에 찾아왔던 분들이야!’
비페리 공작과 로체 후작, 탈로프 백작이다.
에릴로트는 세바스티아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니? 여긴 왜……?”
“할아버님을 너희 저택까지 모셔왔어. 아스트라 제2백작님과 나눌 말씀이 있다셔서.”
“그러셨군요.”
“그보다 너.”
세바스티아가 팔짱을 낀 채로 마사에게 다가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네? 아, 아니, 저를 마음에 들어 하셨잖아요……? 아! 들어주세요. 원화께서 저를 귀여워하시니, 에릴로트 영애님이 갑자기 돌변하셨—”
“내가 언제 널 귀여워했단 거야?”
“그…… 황궁에서…….”
“에릴로트가 직접 횃불의 궁으로 데려온 아이라 의자매로서 신경 써준 것이지.”
“……네?”
세바스티아는 울컥 인상을 썼다.
“정말이지……. 에릴로트.”
“네, 언니.”
“네게 미안하구나. 내 괜한 간섭이 저 애의 망상을 불러온 모양이다.”
“언니의 탓이 아니에요.”
데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레오 탈로프는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낄낄거리며 코너 뒤를 쳐다봤다.
“이러다 네 저택 앞에 줄이 서겠구나. 온갖 애들이 네 자식이라고 주장하겠어.”
‘어? 누구와 대화를…….’
마사가 눈을 홉뜨고 코너 쪽을 주목했다.
누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황금빛의 머리칼.
순도 높은 보석 같은 붉은 눈동자.
그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에릴로트와 너무나 닮았으니까.
‘데이몬드 아스트라…….’
현세의 존재가 아닌 듯 아름다운 사내가 자신을 무감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배, 백작님, 저기, 이건, 그러니까 이건요…….”
“신분 상승의 망상에 빠진 거지.”
발자크가 살벌한 목소리로 상황을 요약했다.
그러곤 “나 참.” 중얼거리며 에릴로트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네 망상에 근거를 얻으려면 내 동생이 악한이 되어야 했던 모양이지?”
“아, 아니에요!”
“아니면 내 동생을 미워할 정당성이라도 갖고 싶었나?”
“그, 그건 아니에요. 제, 제가 왜 그런…….”
“부러웠던 것 아냐? 아스트라의 영애. 공작, 백작 줄줄이 껌뻑 죽는다는 에릴로트의 입장이 말이다.”
“저, 저를 질투했던 건 영애예요. 그래서—”
세바스티아는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잡았다.
“그러니까 왜 에릴로트가 너를 질투하느냔 말이다. 난 널 결코 귀여워한 적이 없는데.”
“…….”
“기가 막혀.”
마사는 새빨개진 얼굴로 치맛자락을 비틀었다.
그때, 세바스티아의 조부인 비페리 공작이 입을 열었다.
“해서 욕심 많은 것들에겐 잘해줘선 안 되는 게지. 베푼 선의를 감사한 줄 모르고 제가 특별한 줄로 착각하니까.”
“그렇군요.”
세바스티아가 싸늘한 표정으로 마사를 쳐다봤다.
비페리 공작이 데이몬드에게 말했다.
“본을 보여야 함세.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하나, 저택으로 찾아와 난동을 부리지 않았나.”
“…….”
“자네 아비가 제 어미를 암살한 자들을 어찌 처리하였는지 아는가.”
“성문 앞에 매달아 일주일을 굶겨 죽였지요. 지나던 자들이 모두 그 꼴을 보았습니다.”
“자식, 손주에게 손을 댔다간 같은 꼴을 당하리라 경고한 것이지.”
“예.”
“자네도 본때를 보여놔야 주제 모르는 것들이 다시는 자네 자식이라 망상하지 않을 걸세.”
마사의 낯빛이 점점 새파래졌다.
‘성문 앞에 매달아서 굶겨 죽여……?’
날 그렇게 하겠다고?
어, 어째서?
에릴로트는 마사의 벌벌 떨리는 손을 힐끗 쳐다봤다.
그러곤 비페리 공작 쪽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비페리 공작님.”
“그래, 아스트라의 보물을 이 거리에서 보는 건 처음이로구나.”
“처음 대면하지만, 오래 뵈온 것처럼 반갑습니다.”
에릴로트가 비페리 공작을 향해 눈을 반짝였다.
“워낙 명성을 자주 들어왔던 터라, 조부님이신 듯 가깝게 느껴져요.”
“입에 발린 말은 제법 하는구나. 네 조부와 달리 처세를 알아.”
그러자 세바스티아가 쿡쿡 웃었다.
“처세가 아닙니다. 이 아이, 진정 조부님을 존경한답니다. 그렇지, 에릴로트?”
“부끄러워요, 언니.”
“조부님의 이민족 수용 정책을 특히 좋아하였지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얼마나 신이 나서 떠들던지요.”
“그 정책은 진행 방향도, 목표도 정말이지 멋져서……! ‘타국의 인력을 수용하여 국력을 높이고, 문화를 확장한다’라던 연설도 감명 깊게 보았어요!”
“조부님의 책도 눈이 닳도록 본 모양이에요.”
“혹시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
에릴로트는 한껏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세바스티아가 후후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비페리 공작이 커흠! 헛기침했다.
“네 조부와 달리 보는 눈은 있는 모양이구나.”
“듣고 싶은 얘기도 많은데, 저기, 저기…… 으음,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어요!”
“나 참.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피차 오늘은 새벽까지 너희 저택에 있을 테니.”
“와아, 기뻐라~!”
에릴로트는 신이 난 척하면서 음흉하게 눈을 빛냈다.
‘자신의 열혈 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또, 가족에게 잘하는 의동생을 싫어하는 언니도 없다.
봐라.
비페리 공작은 아닌 척하지만, 입매가 흐물흐물했다.
세바스티아도 매우 대견해했다.
“아, 그럼 대화가 마무리되시면 또 인사를 드리러 가도 될까요?”
“뭐, 크흐흠! 그래.”
“이 아이, 마사도 더 눈에 거슬리지 않게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영특한 걸 보니 잘 처리하겠구나. 도움이 필요하면 네 언니에게 말하도록 하여라. 내 쓸만한 자들을 보내줄 테니.”
쓰, 쓸만한 자?
‘설마 나를 죽일 사람을 말하는 거야?’
비페리 공작과 데본 로체, 레오 탈로프가 고용인을 따라 자리를 떠났다.
그 뒤, 데이몬드가 아들들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요슈아, 너는 아스트라에 서신을 보내도록 하고 발자크는—”
“배, 백작님!”
마사가 데이몬드를 부른 순간이었다.
스스스슷.
기묘한 소리와 함께 먼지가 날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어쩐지 먼지가 몸에서 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제 몸을 내려다본 마사가 꺄악! 비명을 내질렀다.
머리카락 끝이 가루가 되고 있었다. 마치 분해되듯이.
에릴로트가 제 부친을 쳐다봤다.
“아빠. <분해>는 그만두세요.”
‘부, 분해?’
분해라면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었다.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그 유명한 가호.
그게 바로 <분해>였으니까.
‘나, 날 공격하려고 한 거야? 나를?’
데이몬드의 시선은 살벌했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조각조각 낼 것처럼.
에릴로트가 얼른 제 부친의 팔을 잡았다.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오해할 때까지 과하게 잘해준 제 탓도 있어요.”
“…….”
“네? 아빠, 부탁이에요.”
“……내가 널 이길 수 있을 리 없지.”
데이몬드는 픽, 웃고 딸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이따 보자.”
“네!”
데이몬드와 세 공자까지 자리를 떠났다.
자리에 남은 마사는 주변에 있는 고용인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마리의 동생이라며?”
“제 언니와 달라도 이리 다를 수가 있나.”
“망상병자.”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상냥하던 사람들이 자신을 벌레 보듯 하고 있었다.
‘너무해.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중앙 원화를 동원해서 이런 망신을 주다니.
마사가 모멸감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 * *
내 방.
마사는 고용인들에게 끌려 내 방으로 들어왔다.
꿇어앉혀진 마사를 본 마리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제 언니를 발견한 마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언—”
짝!
“……!”
“헉!”
사람들이 깜짝 놀라 동생의 뺨을 날린 마리를 쳐다봤다.
“어, 언니…….”
“정신 차리라고 했잖아.”
“나, 난……!”
“헛꿈은 버리라고 했잖아—!!”
마사는 뺨을 쥔 채로 잔뜩 굳어 마리를 쳐다봤다.
마리는 이를 악물었다.
“네가 나를 이용해서 마을 사람들의 환심을 살 때도 난 가만히 있었어.”
“…….”
“아프고 독한 언니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내색할 때도 그러려니 했다고.”
“…….”
“너 때문에 마을에서 완전히 고립되었지만, 나중엔 그게 다 너를 위한 일이려니 생각해서 못된 언니 역할에 충실했어!”
“…….”
“그 정도면 됐잖아. 나만 가지고 놀았으면 된 거잖아!”
고용인들이 수군덕거렸다.
마사를 쳐다보는 눈에 혐오감이 담겼다.
나는 마리의 손을 잡았다.
“그만해. 네 손이 아프잖아.”
“……미안해.”
“네가 미안할 일이 아니지.”
그러자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마사가 소리쳤다.
“영애님이 그러신 거죠? 상황을 조작한 것 말이에요! 중앙 원화를 불러서 날 이상한 애로 매도한 게 맞죠?”
“마사! 그만하지 못하겠어?!”
“언니는 조용히 해! 그렇지 않고서야 날 귀여워하던 중앙 원화가……!”
나는 뒷짐을 지고서 마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내 하녀들을 향해 말했다.
“하이디, 이시론에 마사를 내보내도 좋다고 말을 전하렴.”
“뭐, 뭐라고요?”
“베티는 내가 마리 자매에게 내어준 집을 처분해.”
“여, 영애!”
“아, 마리의 고향이 수해를 입었다지? 마리의 이름으로 기부해야겠다. 그러면 사실 마리가 고향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사람들도 알게 될 거야.”
“무, 무슨…….”
“또, 마사가 이 저택에 쳐들어와서 한 기가 막힌 이야기도 고향에 전하려무나. ……저 애가 망상병자라는 걸 모두 알도록.”
“뭐, 뭘 하려는 거예요?”
나는 생긋 웃었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니?”
“……네?”
“네 덕분에 나는 귀족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뻔했단다. 그러니 넌 대가를 치러야지.”
“아, 아무리 그렇다고 일자리를 빼앗고, 집까지 없애는 건……!”
“마사야. 왜 그게 네 것인 것처럼 구는 거니? 모두 내가 준 것인데.”
난 마사의 뺨을 톡톡 쳤다.
“그저 난 염치가 없는 너에게 내가 준 것을 거둬가는 거야.”
“보, 복수잖아요.”
“복수? 복수란 건 말이야.”
난 한 손으로 마사의 얼굴을 콱, 잡았다.
“네게 사람을 붙이는 거야.”
“으윽…….”
“어디를 가든, 어떤 직장을 갖든 붙인 사람이 전할 것이다. 네가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을 해왔는지.”
“여, 영…… 윽.”
“일자리는 못 얻겠지. 내 눈치를 보느라 사람들은 네게 결코 곁을 내주지 않을 거야.”
“……!”
“네 어머니가 남긴 돈은 모두 사치한 빚을 갚는 데 썼잖니. 거리에서 굶어 죽게 될지도 모르지.”
“흑…… 흐윽……!”
“알겠니?”
나는 손을 놓고 마사와 눈을 마주쳤다.
“이 쉬운 일을 내가 어째서 참고 있었는지?”
“어, 어째서…….”
난 양팔을 마사의 어깨에 걸쳤다.
“네 언니가 특별하기 때문이야.”
“……네?”
“알려줄까? 네가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것.”
나는 마사의 귀에 속삭였다.
“귀족의 피를 이은 건 네 언니야.”
“……!”
“너희는 쌍둥이가 아니란다. 네 어머니가 귀족과 아이를 낳은 후, 도망쳐서 네가 생긴 거지.”
“그, 그런…….”
“아아, 표정을 보니 쌍둥이가 아닌 건 눈치를 채고 있던 모양이구나.”
“어, 언니는 가호가 없어요!”
“있어. 그것도 아주 특별한 가호가.”
나는 고개를 떼고 본래의 목소리로 말했다.
“어쩔까. 그 친부에게 딸의 존재를 알려줄까?”
“아, 안 돼—!!”
마사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이럴 줄 알았다.’
마사는 마리에게 깊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언니가 그토록 자신이 원하던 귀족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결코 드러나게 두지 않을 거야.’
이런 성정을 가진 사람들은 익히 겪었다.
자신의 이득을 포기해서라도, 남이 성공하는 꼴을 보지 못한다.
그게 평소에 질투하던 언니라면 더더욱.
“내, 내 언니예요. 나한테 언니마저 뺏어갈 셈이에요?”
“넌 정말 쓰레기구나.”
“거짓말이죠? 그럴 리 없어요. 그럴 리가…… 귀족의 딸은 나잖아요. 나한테는 기, 기품이 있어요. 귀족의 기품이…….”
“그래? 그럼 검증을 해줄게. 대신 네 언니도 친부와 검증하게 될 거야.”
나는 한지혁을 쳐다봤다.
“마법사를 데려와. 마사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마법사면 좋겠네. 궁정 마법사쯤?”
“예.”
“아빠의 피를 이은 내 머리칼을 내주마. 내 머리칼과 검증해보면 되겠지. 아니, 그것도 의심한다면 아빠에게 머리카락을 받아올—”
“싫어—!!”
마사가 버럭 소리쳤다.
검증하겠다고 나오니 이제 깨달은 모양이다.
제가 절대 아빠의 딸이 아니라는 걸.
마사가 내게 매달렸다.
“마, 말하지 말아요. 언니한테 말하지 마세요.”
“어째서?”
“그건, 그러니까, 그건…… 아! 친부가 가엽잖아요? 겨우 찾은 딸이 곧 죽을지도 모르는 약한 애라면—!”
짜아악—!
이번에 뺨을 날린 건 나였다.
마사가 제 뺨을 잡고, 신음했다.
나는 싸늘한 눈으로 말했다.
“입을 열 때마다 쓰레기 냄새가 풍기는구나. 넌.”
“여, 영—“
“한지혁, 미켈란에게 연락해. 이제 귀족이 된 그에겐 자식이 필요할 거다. 마리를 그의 딸로 입적시키겠어.”
사람들이 깜짝 놀라 눈을 홉떴다.
마리마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리가 얼른 나를 붙잡았다.
“그럴 필요 없어. 내게 과분한 자리야. 난 네게 그런 걸 바란 적이……!”
“이제 아무도 널 무시하게 하지 못할 거야. 이시론 공작님이 지기에게 그러셨듯 귀족의 이름을 선물하겠어.”
마리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그녀와 나는 실은 피가 이어진 사촌일 테니.
나는 마리가 애틋했다.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고, 죽을 것 같은 와중에도 나를 위해 애썼다.
“마리, 세상은 부조리하지. 선보다 악이 쉽게 득세할 수 있어.”
“…….”
“쉽게 살아온 나는 알아. 욕망에 몸을 맡기지 않고 사는 네가 얼마나 기특하고 멋진 인간인지.”
“…….”
“그러니까 네 선의는 보답받아야 해. 적어도 내 곁에선 그렇게 되어야 해.”
“넌 진짜 바보야…… 알아?”
마리는 울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는 그 애의 손을 잡았다.
“가족이 되자. 그렇게 하자. 이 무서운 세상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자매가 되자.”
“…….”
“저런 못된 자매가 아니라.”
유혜민에게 있던 자매와 달리.
우리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마사는 발작하듯 소리쳤다.
“나여도 되잖아!”
그리고 나를 향해 달려와서 제 언니를 밀쳐내고 속삭였다.
“치, 친부에게 가는 게 아니라 입양인 거죠? 그냥 언니가 좋아서 그 자리를 주려는 거예요, 그렇죠?”
“그래서.”
“그, 그렇다면 나여도 괜찮지 않나요? 어, 언니는 아프니까. 내가 귀족이 되어서 보살피는 게 더……!”
“넌 정말…….”
“후, 후회하고 있어요. 감히 영애님께 대든 것 말이에요. 저, 저는 그냥 영애님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것뿐이었어요. 네?”
“…….”
“저, 저도 불쌍하게 살았어요. 영애님…… 제발…….”
아예 납작 엎드려서 두 손을 비볐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