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59)
이 3세는 악역입니다-258화(259/390)
258화.
황비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원화, 너무 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단다.”
“그런가요?”
“이대로 네가 물러나면 흉한 소문이 돌 것이다.”
“소문이라시면……?”
마침 차가 나왔다.
황비는 찻잔을 들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서군이 너를 중심을 뭉쳐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단다.”
“제가 횡령을 지시했을 거라고 믿는단 말씀이셔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겠지.”
이 아줌마가 누굴 빙다리핫바지로 보나.
서군의 횡령은 기껏해야 푼돈이다.
초반엔 마음껏 횡령할 만한 자금조차 없었다.
매번 꼴찌였던 터라 무구도 살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현재는 장부를 얼마나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미켈란 급으로 꼼꼼한 놈이 아니면, 1실버 한 장도 못 빼돌린다.
‘내가 양심을 팔 거였음 화끈하게 팔지. 고작 푼돈에 팔겠어?’
오셀리아 황비가 날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스트라는 워낙 흉흉한 소문이 많지 않니.”
“…….”
“아스트라의 혈족이 돈을 빼돌렸다고 하면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을 게야.”
“그 아스트라의 혈족이 고작 30골드를 횡령했다는 말을 믿는다고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황비의 눈썹이 꿈틀했다.
난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그거야말로 이상하게 생각할걸요.”
내가 지금 신고 있는 구두만 해도 7,000골드다.
사촌들은 더 눈 튀어나오는 가격의 옷을 몸에 두르고 다닌다.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기질’이란 것도 있잖니.”
“아스트라는 못된 짓을 하는 기질을 타고났다는 말씀이시지요?”
“나야 원화의 성품을 알고, 또 믿는단다. 하지만 널 모르는 자들이 쉽게 떠들까 염려되는구나.”
“…….”
“게다가 명예직에 불과한 원화가 서군을 이토록 크게 키운 이유가 무엇일까.”
황비가 찻잔 끝을 매만지며 오만하게 미소 지었다.
“너는 어려서 모르겠지만, 때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악의에 그럴듯한 근거를 만들기도 한단다.”
“…….”
“하지만 내가 돕는다면 다르지.”
“황비님이 저를 도우시려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
“내겐 아들이 하나 있지.”
“네, 살바토레 황자님이요.”
“그 아이의 짝으로 너를 마음에 두고 있단다.”
황비가 내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며느리가 될 아이에게 이만한 도움을 못 주겠니?”
“전 혼약자가 있는걸요.”
“정말이지 속상하구나.”
“무엇이요?”
“서군 원화에게 보는 눈이 없는 것이 말이야.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지.”
황비는 내가 그녀의 손을 잡으리라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하긴, 이만큼 협박했으니 웬만한 어린애라면 겁에 질릴 것이다.
나는 산뜻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뭐?”
“저는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또, 혼약을 파기하는 건 이시론 공작가에도 실례고요.”
“그럼 설마…….”
“퇴직하겠습니다!”
황비의 표정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눈빛이 베일 듯 날카로웠다.
황비는 달칵, 소리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다지 영민한 아이는 아니로구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해보렴.”
그러곤 매섭게 나를 쏘아보았다.
“후회가 들었을 땐, 이미 늦었을 테지만.”
나는 생긋 눈매를 휘었다.
* * *
에릴로트가 황비궁을 떠났다.
시녀들은 눈치를 보며 오셀리아 황비에게 다가갔다.
“황비님, 원화의 나이가 너무 어려 아직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너무 노여워 마십시오…….”
오셀리아 황비의 싸늘한 시선이 시녀들에게 향했다.
흠칫한 시녀들이 서둘러 낮게 엎드렸다.
“송구합니다.”
“송구합니다, 황비님.”
오셀리아 황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에릴로트가 궁인들과 인사하며 황비궁을 떠나고 있었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한다면, 직접 보여주면 될 일.”
“하옵시면…….”
“클랑데 부인을 불러라.”
“……!”
클랑데 부인은 황도 호사가의 대표 격인 인물이었다.
그 귀로 들어간 건 좁쌀만 한 것도 갓 구운 빵처럼 부풀어진다.
그것도 끔찍하게 나쁜 쪽으로.
“괜찮을는지요. 아스트라에서 항의한다면…….”
“나는 서군 원화를 염려했을 뿐이고, 소문은 클랑데 부인의 입에서 나갈 텐데 무슨 문제란 말이냐.”
시녀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곤 쿡,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 * *
며칠 후.
원화들과 함께 황궁 복도를 걷던 난 힐끗 주변을 둘러봤다.
속닥거리던 자들이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남군 원화인 리카 델프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짓들이냐!”
“그만둬.”
왜 저러는지 알겠으니까.
내 말에 리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최근에 서군 원화와 관련해 이상한 소문이 돌아요.”
“알고 있어. 황비님 쪽에서 흘린 거잖아.”
“알고 계셨어요?”
“응.”
“횡령 소문이라니. 질이 나빠요. 원화가 얼마나 열심히 서군을 가꿨는지 모두가 아는데 말이에요.”
세바스티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수습하는 게 좋겠어. 황궁과 관련된 소문은 쉽게 일을 만드니까.”
“굳이 그렇게 해야 할까요, 언니?”
“물론이지. 아마 벌써 감사부에서 움직이고 있을—”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 서군의 행정책임자인 고르고 마닌이 구르듯이 달려왔다.
“워, 워, 워, 원화!”
“무슨 일이기에 황궁에서 소란이야.”
“황군 감사부에서 서군 병영에 쳐들어왔습니다!”
시작되었구나.
나와 원화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이만 가봐야겠어요.”
“그래.”
“마, 마음을 굳게 먹으세요!”
세바스티아 언니와 리카의 배웅을 받고 서군 병영으로 들어왔다.
내 집무실이며 행정관은 이미 엉망이었다.
자료란 자료는 전부 감사부의 수레로 옮겨져 있었다.
어찌나 거칠게 옮겼는지 내 물건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고르고 마닌이 속삭였다.
“이, 이제 어찌합니까?”
“뭘 어째?”
“원화의 집무 초반에 구, 군사들이 서군의 돈을 건든 건 사실이니까…….”
“죄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워, 원화…….”
고르고와 돈을 나누어 먹었던 까마귀들이 울상을 지었다.
쟤들 입장에선 억울하기도 하겠다.
이미 내가 서군 상장군을 횡령 혐의로 쫓아내면서 한 차례 벌을 받았으니까.
이제 남은 건 고르고처럼 버릴 수 없는 인재.
그리고 점심값이나 훔친 놈들이다.
나는 고르고의 군화를 발로 툭 쳤다.
“농담이야. 겁먹지 마. 한 번 벌을 줬는데 또 주진 않겠지.”
“그, 그럼 어째서…….”
“이번 타깃은 나야.”
“예……?”
“너희들이 점심값을 삥땅 친 건 내가 덤터기를 써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이나 해.”
“원화!”
기사들이 울망울망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엄청나게 감격한 얼굴이었다.
“아닙니다! 제가 자수하겠습니다!”
“예! 제가 자수를……!”
“아닙니다, 제가—!”
세계의 스토리가 <기사단의 꼬마 대장님>이라 내게 감동하기 쉬워졌다니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다고 해결이 되겠니.’
어차피 노리는 건 나인데.
황비가 황군의 수뇌부를 만났다.
내가 도움의 손길을 거절했을 때를 대비해, 제대로 옭아맬 다음 수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은 딱 들어맞았다.
감사부가 자료를 가지고 넘어간 다음 날.
나는 황군 대회의장에 서게 되었으니까.
물론 죄목은 황군 자금 횡령이었다.
* * *
황군 대회의장.
아르칼 장군이 회의 테이블에 서류를 내던졌다.
“자네가 서군 원화로 임명된 뒤로도 꾸준히 거짓 장부가 쓰여왔네!”
비첸 장군도 탕탕! 테이블을 내리치며 말을 보탰다.
“자네가 쫓아낸 상장군으로부터 투서가 왔어. 횡령을 명한 건 에릴로트 아스트라고, 꼬리가 잡힐 것 같아 보이자 꼬리를 자른 거라고!”
으이구, 미친 자들.
기사가 될 게 아니라 연극배우를 하지.
지들이 황비에게 끈을 대려고 날 횡령으로 모는 걸 모를 줄 알아?
내가 대답이 없으니, 아르칼 장군과 비첸 장군이 소리쳤다.
“서군 원화는 어찌 대답이 없는가.”
“아주 놀고들 있…… 생각 중입니다.”
“뭐?”
“생각 중이라고요.”
“대관절 무슨 생각을 하기에 감히 이 자리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야!”
“사직서엔 뭐라고 써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
아르칼 장군과 비첸 장군이 흠칫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놀란 얼굴로 날 쳐다봤다.
탄틸론 대장군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서군 원화.”
“예, 대장군.”
“횡령은 아직 의혹뿐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해서 의혹을 풀 생각을 해야지, 대뜸 사직해야 되겠나?”
나는 냉큼 양 주먹으로 입가를 가리고 훌쩍였다.
‘어린애인 건 이럴 때 편하단 말이야.’
“저는 원화가 되어서 정말로 열심히 했어요…….”
“그래, 서군 원화가 열과 성을 다한 건 우리 모두가 알아.”
“황비님께서도 원화를 명예직이라고 힐난하셨지만, 저는, 저는…….”
“뭐라고?”
대장군을 비롯한 다른 깨끗한 장군들이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원화는 명예직이다.
하지만 본인에게 ‘너 명예직일 뿐이야~’ 라고 할 순 없지.
나는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명예직 이야기가 듣고 싶지 않아서 밤을 새우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면서 정말로 열심히 했지만…….”
“…….”
“…….”
나는 가련히 어깨를 떨며 말을 이었다.
“결국 돌아온 것은 횡령 의혹입니다.”
“원화…….”
“제 아버지께선 대륙의 백수정 유통을 독점하고 있어요. 제 조부께선 그 아스트라 공작이십니다…….”
아르칼 장군과 비첸 장군이 움찔했다.
‘그래, 황자의 줄을 잡고 싶긴 하지만 아빠와 할아버지가 무섭기도 하지?’
나는 눈을 깜빡이며 대장군을 쳐다봤다.
“그런 제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푼돈을 횡령하나요?”
“푸, 푼돈? 뭐 그렇게까지 적은 돈은 아닌 듯한데…….”
“전 그냥 퇴직하겠어요.”
더럽고 치사해서 못 해 먹겠다는 눈빛을 보내니, 다들 조용해졌다.
아르칼 장군과 비첸 장군은 매우 당황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그런데 난 정말로 원화 자리에 미련이 없다.
아빠가 중앙탑에 들어갔는데 뭣 하러?
시간만 뺏기는 일이지.
나는 사뿐히 일어나서 대장군을 바라보았다.
“정 횡령으로 저를 옭아매고 싶으시다면, 죄목은 제가 안고 가지요.”
“뭐?”
“그래야 저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서군이 피해를 보지 않을 테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냐? 자네로 타깃으로 삼았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제 입으로는 말하지 못하겠어요!”
나는 “흐흑!” 울며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등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들은 척도 안 했다.
‘열한 살짜리가 설움이 북받쳐서 뛰쳐나간 걸 뭐 어쩔 거야?’
나는 회의장에서와 다르게 하품을 쩍했다.
‘이렇게까지 소란을 벌였으니 황제의 귀에도 들어가겠지.’
나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복도를 걸었다.
물론 궁인들과 마주칠 때마다 흐으윽! 눈물을 흘리는 걸 잊지 않고.
* * *
저녁.
황족들의 만찬 시간.
상석에 앉은 황제에게 시종이 업무 보고를 했다.
“해서 마철도 역에 합의한 것은 글라센 후작가, 로체 후작가, 그리고 아스트라 공작가—”
“아스트라?”
황제가 나이프를 놓으며 시종을 쳐다봤다.
“아스트라에선 마철도에 회의적이지 않았나.”
“서군 원화께서 아스트라 제2백작을 설득하였다고 들었습니다.”
황제가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 상점 지구를 가진 아스트라에 에 승강장이 들어간다면 너나할 것 없이 마철도를 찾겠구나.”
황태후도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렇겠군요. 아이를 불러 치하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서군 원화를요?”
“황제의 오랜 골칫거리를 해결해준 아이가 아닙니까.”
“그럴까요.”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종장을 바라보았다.
“내일 모후와 오찬을 갖지. 서군 원화를 초청해라.”
“서군 원화의 일정을 확인하겠습니다.”
“피차 내일은 군사 훈련이 있으니 원화인 그 아이가 황궁에 들 것이지 않은가.”
“저, 그것이…….”
시종장이 곤란한 듯 말을 이으려던 그때였다.
황제의 뒤에서 호위하던 백기사(황군. 황제 직속 호위)가 입을 열었다.
“서군 원화는 업무 대기상태입니다. 또한 사직 의사를 비쳤다고 들었습니다.”
“뭐라?”
황비가 흠칫, 고개를 들었다.
“저, 폐하. 저 또한 그 일을 들었사온데…….”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기사가 입을 열었다.
“서군에 횡령 의혹이 있습니다. 지시자가 서군 원화라는 소문입니다.”
“횡령?”
“한데 이상합니다.”
황비가 재빨리 말을 가로막았다.
“참담한 이야기로군요. 그 아이가 서군에 애쓴 것을 모두가 알지 않습니까. 금액이 어느 정도였든 간에 그 아이의 공로를 높게 사셔서 이해를—”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원화 임명 전부터 있던 일마저 감사받고 있습니다.”
“경!”
황제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마치 그 아이를 노리고 감사를 하는 것 같군.”
“소신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대체 누가 그런 일을 벌였단 말인가?”
“듣기론 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서군 원화가 오셀리아 황비궁을 찾았다고 합니다.”
“뭐라고?”
“또한 서군 원화는 ‘황궁의 안녕을 위해 입을 다물겠노라’ 말하였다고 합니다.”
“황비, 이게 무슨 말이오?”
황비가 움찔, 황제를 쳐다봤다.
“그게…….”
그때였다.
황군 하나가 급히 백기사에게 다가와 쪽지를 건넸다.
쪽지를 읽은 백기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폐하!”
백기사가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
“서군 전원이 사직서를 두고 궁을 이탈하였습니다!”
“……뭐?”
황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오셀리아 황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이게 무슨…….’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단 말이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