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61)
이 3세는 악역입니다-260화(261/390)
260화.
살바토레는 오만한 표정이었다.
마치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듯이.
그래서 나도 웃어줬다.
“싫습니다.”
“……뭐?”
그제야 황자의 표정에 균열이 생겼다.
“네게 나보다 더 훌륭한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더 많은 선택지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중 가서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어.”
“후회할 일 없습니다.”
“이시론 공자가 최고의 선택이라 믿느냐?”
“최고가 아니어도 딱히 상관은 없는데요.”
한 마디도 지지 않으니, 아르칼 장군과 시녀가 황자의 눈치를 보았다.
황자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번 일로 모후의 심기가 상하셨다. 앞으로 제국 살이가 곤란해졌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황비님께 잘 보이기 위해 결혼을 하는 건 좀…….”
“…….”
“인생이 달린 일인걸요?”
“네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황자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그렇게까지 사생아에 불과한 이시론의 삼남을 택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나야말로 내가 ‘그렇게까지’ 너는 필요 없다고 하는 데에 이유까지 들으려고 하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
‘안 되겠군.’
나는 곤란한 척 뺨을 감싸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얼굴을 봅니다…….”
“……뭐?”
“황자님은 제 기준에 미달하는 터라…….”
황자의 표정이 울컥, 구겨졌다.
“내 외모가 부족하다는 말은 들은 바 없어.”
자신과의 혼약을 피하는 솔직한 이유를 대라는 뜻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는 천하제일미라는 아버지의 외모를 보고 자랐잖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황자님께선…….”
“에릴로트 아스트라.”
“송구합니다. 저로서도 황비님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바라지 않지만, 황자님의 외모가 도무지…….”
그러고 황자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을 이었다.
“타협이 안 됩니다.”
시녀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황자를 따라온 궁인들도 허둥지둥 땅을 바라보았다.
아르칼 장군은 나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
황자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그러더니 나를 쏘아보고 휙, 등을 돌렸다.
‘그래, 꺼져.’
내가 미쳤다고 미래의 약쟁이와 혼약하겠어?
게다가 쟨 약만 하는 게 아니라 치명적인 척도 하고 다닌다.
멀어지던 황자가 말했다.
“후회해도 배는 떠났을 것이다.”
“넹!”
산뜻하게 대답하니, 황자의 뒤로 으드득 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그가 떠났다.
나는 황태후의 시녀를 쳐다봤다.
“하면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 예, 예! 그러셔야지요!”
시녀가 마차의 문을 잡아주었다.
나는 마차에 올라서 그녀를 쳐다봤다.
“황태후 폐하께 조만간 찾아뵙겠노라 전해주세요.”
“예. ……한데, 영애.”
시녀가 주변을 둘러보고 내게 속삭였다.
“살바토레 황자님의 외모가 그리 별로십니까?”
“…….”
“타국의 황녀, 왕녀들은 미모에 넋을 놓을 때도 있습니다.”
뭐, 객관적으로 별로는 아니지.
미래의 살바토레가 치명적인 척을 하고 다니면 쓰러지는 영애들이 한둘이 아니었거든.
그는 황태자가 되고 법을 무슨 지나가는 똥개 보듯 한다.
그래도 ‘위험한 매력’이 있다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날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추종자들과 뒤엉켜 있다가, 내 턱을 쥐며…….
“외모만큼은 쓸만하구나.”
—하고 지껄이는 것을 황홀하게 보는 시녀들이 있었다.
난 그때를 생각하면 치명적으로 주먹이 떨려오지만.
황태후의 시녀는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난 그녀를 향해 생긋 웃었다.
“이시론 공자님을 보셨나요?”
“예, 멀찍이서지만요.”
“다시 한번 보시고, 살바토레 황자님을 보셔요.”
알렉시스가 괜히 남자주인공이었던 게 아니거든.
걔는 살바토레와 달리 성실하지, 약은 쳐다도 안 보지, 범법자를 혐오하기까지 한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그럼.”
“아, 예!”
시녀가 물러나고 문이 닫혔다.
마차가 성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내 원화 생활과 함께.
* * *
그날 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원화가 가버리면…… 가버리면……!] [그만 해요, 남군 원화.] [하지만……!]중앙 원화인 세바스티아 언니, 남군 원화인 리카 델프르와 긴긴 통화 중이었다.
리카는 엄청나게 서운해했다.
[의혹에 불과했잖아요. 잘 해결됐고요. 그런데 굳이 그만둘 필요까지 있나요?]“잘된 일이지. 그만둘 타이밍을 보고 있었으니까.”
[너무해요! 난, 나는 당신과 오래 함께할 생각으로……!] [둘이 나 모르는 일이 있는 모양이야?]나는 뜨끔, 찻잔을 말아쥐었다.
“리카에게 부탁했던 일이 있어서요.”
[흐음,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들어선 안 될 일인 모양이니 난 잠깐 빠질까.]“언니도 참.”
[다음에 보자, 에릴로트.]“네, 언니.”
세바스티아 언니의 목소리가 나오는 통신석을 종료했다.
그러고 리카가 훌쩍이고 있는 반대쪽 통신석을 쳐다봤다.
‘그룹 통화가 안 되니까 불편하단 말이야. 아무튼 간에…….’
“너무 서운해하지마. 원화가 아니라도 자주 보면 되지.”
[……네. ‘그 자’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살필 테니까요.]그 자란 볼프강을 말하는 것이다.
실린과 다대다 전투를 할 때, 몰래 실린을 도왔던 그 심판.
‘볼프강은 <장막>과 연결되어 있어.’
지금으로선 볼프강이 <장막>과의 유일한 연결점이다.
그래서 그를 완전히 망하게 하려다가 노선을 변경했다.
‘미래를 위해서 내 손이 닿는 곳에 두기로.’
그래서 그는 황군에서 근근이 지내고 있었다.
“부탁해.”
[저택으로 초대도 해주세요…… 공자들은 가봤다는데 저는…….]“그래, 그래. 아예 아스트라 장원으로 초대할게.”
[저, 정말이요?! 세상에, 기뻐라!]리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매우 기뻐했다.
그때였다.
“아, 아가씨! 밖에 나와보셔야겠습니다!”
방 밖에서 직속 하녀인 하이디와 베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당황한 건 오랜만이었다.
“일이 생긴 모양이니 다음에 통신하자.”
[예. 좋은 밤 되세요.]나는 리카와의 통신을 종료하고 방 밖으로 나섰다.
“무슨 일이야? 마리가 또 쓰러졌어?”
최근 마리는 점점 더 상태가 나빠졌다.
카인로드 숙부를 붙여서 관리시키고 있지만, 좀처럼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 밖에 사람들이……!”
“사람?”
“네, 사람들이 잔뜩……!!”
두 사람은 몹시 흥분해있었다.
‘이 밤 중에 누가?’
나는 무슨 일인가 하여 저택 밖으로 나섰다.
대문까지 향하니, 세 오라버니가 기가 막힌 얼굴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응? 밖에 횃불을 든 사람들이…….’
문밖을 내다본 나는 깜짝 놀랐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서군이었다.
이탈한 서군의 기사들이 죄다 우리 저택 앞에 모여 있었다.
우리 군의 상장군, 쿠.
서군 최강의 신성 기사, 이세즈.
중앙군 상장군 출신, 조윅.
서군에서 무력으로 첫 손 꼽히는, 리암.
심지어는 고지식한 남군 상장군 출신, 카진까지……!
“일단 문을 열까요?”
저택 경비병의 말에 나는 펄쩍 뛰었다.
“안 돼!”
이들을 저택에 들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내가 흡수한 줄로 알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황군.
황제에게서 황군을 빼앗는 건 역모죄였다.
서군 기사들이 창살로 된 문에 다닥다닥 들러붙어 아우성이었다.
“워, 원화……!”
“춥고 배가 고픕니다…… 황궁에서 이탈해버려서 고향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한다고요. 가면 붙잡힐 테니……!”
“일단 이야기라도 나누어야—”
“정말로 이대로 원화를 그만두십니까? 예?”
나는 경비병에게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열어주지 마.”
그리고 서군을 보고 눈을 부라렸다.
“어서 돌아가지 못해?!”
누굴 역적으로 만들려고!
입 잘 털기로 유명한 조윅이 기사들을 헤집고 다가왔다.
“원화의 곁에 있기 위해 서군에서 애썼습니다. 이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저희는 버려지는 겁니까? 손 내밀 땐 언제고 지금 와서 쓰레기처럼 버리시다니요.”
아주 배신감이 절절한 눈이다.
나는 기가 막혀서 입을 떡 벌렸다.
“버리긴 뭘 버린다는 거야?”
누가 들으면 내가 이 소년들을 죄다 꾀어냈다가 버린 천하에 무서운 여자인 줄 알겠다.
서군 무력 최강 리암이 꽥 소리쳤다.
“이대로는 못 보냅니다! 책임지십시오!”
이세즈가 이를 악물었다.
“나를 발견한 것도, 키운 것도 당신이야. 그러니 갖는 것도 당신이어야 해.”
카진이 말했다.
“당신이 아닌 사람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경비병들과 고용인들이 나를 묘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나는 그들의 눈치를 보고, 철창문에 딱 붙어서 서군에게 말했다.
“주어 제대로 못 붙여? ‘원화로서’ 잖아.”
조윅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게 지금 중요합니까?”
“제일 중요해. 그리고 썩 꺼져.”
“좋다고 들일 땐 언제고 지금 와서 이렇게 매정하실 수 있는 겁니까?!”
서군 기사들이 입을 모아 아우성이었다.
세 오라버니가 인상을 찌푸렸다.
“미친놈들인가?”
“소금 뿌려.”
“황궁에 신고해라.”
이제 슬슬 머리가 아파진다.
나는 이를 악물고 서군 기사들에게 말했다.
“냉큼 황궁으로 돌아가. 이탈을 해결해놨는데, 일을 키워서 돌이키지 못하게 할 셈이야?”
“돌아오지 않으시면 안 갑니다.”
조윅이 팔짱을 끼고 흥, 고개를 돌렸다.
‘이게 진짜.’
“좋은 말 할 때 돌아가라, 응?”
“원화야말로 돌아오십시오.”
“진짜 죽고 싶—”
그때였다.
“아가씨?”
서군의 뒤에 또 하나의 행렬이 보였다.
행렬을 이끌고 온 건 미켈란이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켈란을 쳐다봤다.
“어떻게 왔어?”
“이그리츠 군의 수속이 끝났습니다. 백작님께서 황도 경비를 명하시어 제가 이끌고 왔습니다.”
“그렇구나.”
가만 보니 정말로 모두 이그리츠 군이었다.
참모인 할러드 이자스.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켄달 제이탱.
그리고 소년병 중 최고인 루카.
심지어 으하하 웃으며 이그리츠군 사이를 걸어오는 건 대장인 칼리 무소다.
“칼리는 어떻게 왔어? 내가 본성에 자리를 마련해놨는데.”
“그게…….”
참모인 할러드가 곤란한 표정으로 칼리를 쳐다봤다.
칼리는 껄껄 웃었다.
“본성의 경비대장과 한 판 붙고 쫓겨났습니다!”
“업무 정지라고 하십시오…….”
“그거나 그거나. 안 그렇습니까, 아가씨?”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저 성질에 이만하면 오래 버티긴 했다.’
선황이 싫다고 부대를 죄다 끌고 나간 사내였다.
복마전 같은 공작성에서 버티는 건 무리였지.
“할러드가 고생이 많았겠네.”
“알아주시니 다행입니다……. 한데, 이들은 뭡니까?”
이그리츠 군과 서군이 서로를 쳐다봤다.
서군도 황군 소년병 중 최고라고 불리지만, 이그리츠의 기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야 이그리츠는 원화군을 겪고, 황제 직속군까지 올라간 명실상부 최강의 군사들.
소년병들조차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최강들이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키웠다.
내가 대충 몇 개월 키운 서군과는 비할 수 없는 자들이다.
루카가 쳐다본 것만으로도, 이세즈와 리암이 가호의 시전 준비를 했다.
“그만!”
내가 말하자, 다들 흠칫 나를 쳐다봤다.
난 경비병에게 말했다.
“이그리츠의 문양 보이지? 문양을 가진 자들만 저택에 들이고, 남은 놈들은 내쫓아버려!”
그러자 서군이 흠칫했다.
“워, 원화!”
이그리츠 군의 켄달이 말했다.
“원화는 그만두신다지 않았습니까?”
“그만뒀어.”
“하면 ‘아가씨’지. 원화가 아니라.”
켄달과 그 밑에서 수련한 이그리츠 소년병들이 오만한 표정으로 서군을 쳐다봤다.
서군이 배신감 어린 얼굴로 날 쳐다봤다.
리암이 울컥 소리쳤다.
“이런 자들이 있으니 이제 저희는 필요가 없다는 겁니까?”
“왜 그런 말이 되는데?”
“이 자들로 충분해서 저희를 버리시는 거지요!”
“……미쳤어?”
“저 자들 압니다! 선황 시절 황제 직속 군이었던 자들이지요! 저 남자는 대장군을 역임한 칼리 무소가 아닙니까!”
“그런데?”
“이건 본처가 대단하니, 첩은 꺼지라는 뜻이 아니고 뭡니까!”
‘……미쳤냐?’
나는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오는데, 서군은 부들부들 떨었다.
조윅이 사나운 눈으로 이그리츠 소년병들을 쳐다봤다.
“이대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라. 가호 등 선천적인 재능은 우리가 앞서 있으니.”
“걸음마 떼기도 전부터 사선을 넘나든 우리를 이기겠다고? 헛소리.”
“우린 원화가 한 명 한 명 직접 뽑은……!”
“이쪽은 갓난쟁이 시절부터 후원해주셨거든?”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원화.”
“팰까요, 아가씨?”
나는 대화를 포기했다.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멋대로 해라.’
그리고 인사도 없이 뒤돌아 내저로 향했다.
물론 경비병에게,
“서군한테 절대 문 열어주지 마. 들어오겠다고 또 난리 치면 황궁에 신고해.”
—라고 말하는 걸 잊지 않고.
다행히 중정에 들어왔을 때, 하인 하나가 헐레벌떡 소식을 전해왔다.
서군이 황군에서 수련해 이그리츠 군을 이기겠다며 돌아갔다고.
하이디와 베티가 후후 웃었다.
“모두 아가씨를 좋아하는군요.”
“좋아해? 저게? 괴롭히는 거지.”
“다들 아가씨의 밑으로 들어오고 싶어서 그런걸요. 저희는 기쁩니다~”
‘대화하는 법이나 제대로 배워왔으면 좋겠네.’
아까는 정말 당황했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주어 없이 얘기하니 내가 정말 꼬여냈다가 버린 사람이 된 것 같지 않았는가.
‘하여간 말은 이렇게 오해하기 쉬운…… 어?’
나는 흠칫,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떠올렸다.
“마리를 살리려 하지 마라.”
—미카엘의 말을.
‘살리려고 하지 말라고 했어. 그게 꼭 죽는 걸 지켜보라는 뜻은 아니야.’
“설마.”
나는 서둘러 마리를 향해 달려갔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