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67)
이 3세는 악역입니다-266화(267/390)
266화.
순간, 엄청나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잡아뗄까?
칸시스 대륙, 바란의 왕궁에선 허가된 마법 외엔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마법으로 완벽하게 위장하지 못했지만, 화장으로 분장하긴 했다.
‘그러니까 그냥 확 잡아떼면…… 은 아니지.’
그렇다고 해도 엄청나게 닮고 목소리까지 똑같으니 무리다.
더군다나 라온은 개코였다.
앞으로 끌려가면 바로 날 알아볼 터.
기만했다고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어.
‘죽일까. 아무도 없으니까…… 도 아니지.’
칸시스 대륙의 왕족이 아스트라에서 죽는다면?
아무리 칼소이에의 정식 초청이 아니었더라도, 큰 문제가 될 거다.
그 짧은 순간에 엄청나게 맹렬하게 머리를 돌렸다.
“바란의 왕세자께서 하문하시잖아.”
“릴이지?”
‘망했다. 헤반과 유리도 함께 왔잖아.’
청록발을 가진, 테레비아 비(妃)의 조카인 브리크트 공작가의 헤반.
금발을 가진, 제3 왕자 유리.
라온만큼이나 개코인 놈들이었다.
* * *
10분 전, 공작가 본성.
헤반은 창틀을 잡은 채 미간을 좁힌 라온을 쳐다보았다.
[뭐야.] [릴이다.]라온이 즉시 창틀을 뛰어넘어 달려갔다.
발데릭이 크게 당황하여 소리쳤다.
“무슨……! 전하! 왕세자 전하!”
헤반과 유리 또한 급히 라온을 불렀다.
[이봐! 왕세자 전하!] [형님!] [젠장, 이건 또 무슨 난리야? 정말 저 여자가 릴이야?] [글쎄.]뒷모습이 낯익긴 했다.
유리는 외알 안경형 마도구를 조작했다.
달려가는 여자의 모습이 확대되어 보인다.
[비슷한 구석은 있어. 하지만…….] [그래, 저건 아무리 봐도 귀족이라고. 릴은 평민이라고 했잖아. 애초에 귀족이 왜 상단의 하녀로 일했겠어.]일도 엄청나게 잘했다.
헤반의 부친인 브리크트 공작은 말했다.
“유능한 아이다. 마치 노동자의 별을 타고난 듯하구나! 하하하하!”
일을 어찌나 잘하는지 청소부로 취직한 녀석이 여러 가지 공을 세웠다.
결국, 상단주인 브리크트 공작의 마음에 쏙 들었지.
그 덕에 이국인인 주제에 왕궁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리가 중얼거렸다.
[만약이라는 경우도 있잖아.] [하지만, 3왕자님—] [어쨌든 쫓아야겠어. 형님이 아스트라 장원을 쑥대밭으로 만들면 곤란하니까.] [젠장!]두 사람이 급히 창틀을 뛰어넘었다.
“아니, 두 분은 또 무슨 일이십니까! 곤란합니다! 호위 없이 다니시면—!”
발데릭이 소리치자, 유리가 말했다.
“찾던 자의 단서를 잡은 듯합니다. 공께서 이번 일을 해결하신다면, 전하와 보답을 의논하겠습니다.”
발데릭의 얼굴이 환해졌다.
라온을 비롯한 세 사람은 여자를 급히 쫓아갔다.
아스트라의 3세들이 모인 성문 인근까지.
3세들은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미친……!”
“에릴로트가 맞아?”
“육체 강화형 가호는 없었잖아!”
달리던 여자의 몸을 어둠이 감쌌다.
어둠은 나무를 타고 올라갔고, 꼭대기에 다다르자 여자가 어둠 속에서 튀어 나갔다.
“어어, 떨어진다!”
“아니야! 봐!”
여자는 상공을 날고 있었다.
유리가 외알 안경을 조작해서 여자를 확대해 보았다.
워낙에 챙이 큰 모자를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성인 남성 손만 한 정령들이 두 팔을 받치고 있는 것은 보였다.
“정령들이…….”
유리가 중얼거린 순간 쌍안경으로 상황을 주시하던 아스트라 3세가 소리쳤다.
“늪요정! 늪요정이 받치고 있는 거야!”
“맙소사. 몬스터를 엄청나게 활용하고 있잖아…….”
3세들뿐만 아니라 군사들까지 당황하고 있었다.
곧 여자가 어느 방향을 향해 사라졌다.
라온이 말했다.
“쫓는다.”
헤반은 난색을 표했다.
“꼭 이래야겠어? 함부로 움직이면 아스트라에서 어떻게 나올지—”
“유리.”
유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코인 형태의 마도구를 던졌다.
코인이 허공에서 핑그르르 돌며 여자의 마력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잡았다. 북동이야.”
“이동한다.”
헤반이 포기했다는 듯 “예, 예.” 중얼거렸다.
세 남자가 품에서 펜던트로 걸고 있던 가호석을 꺼냈다.
그리고 추적 장치와 신호를 맞춘 후 이동.
눈을 떴을 땐 웬 커다란 나무 앞이었다.
그리고 그 나무 앞에…….
‘뭐야, 저건.’
나무를 엄청나게 더듬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라온이 그녀를 불렀다.
“릴?”
여자는 꽤나 오래 대답이 없었다.
헤반이 물었다.
“바란의 왕세자께서 하문하시잖아.”
유리도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릴이지?”
가까이서 보니 알겠다.
키, 손의 크기, 목선 등 릴과 판에 찍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여자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로 말이 없었다.
뒤돌아보지도 않는다.
헤반이 미간을 좁혔다.
“듣고 있어? 묻고 계신—”
헤반이 여자의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
“…….”
“뭐야.”
유리, 라온, 헤반이 여자의 앞모습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여자는 챙을 접으며 얼굴을 드러냈다.
“바란의 왕세자시라고요? 어머! 저도 칸시스에서 유학했는데! 반가워라~!”
하트형의 얼굴엔 광대가 툭 불거졌고, 입술은 매우 두툼하며, 눈이 쭉 째졌다.
어느 모로 봐도 릴과 닮은 구석이 없었다.
헤반이 흠칫, 물러섰다.
[향수로 목욕을 한 거야? 뭐 이렇게 지독해?]“그런가요? 굉—장히 비싼 고급향수인데. 취향에 안 맞으시다면 다음번에 뵐 땐 더 비싼 향수로……!”
“세상에, 세 분 모두 굉장한 미남이시군요! 보기 좋아라!”
여자가 수줍은 표정으로 자기 어깨를 잡은 헤반의 손등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헤반이 윽, 하며 재빨리 물러섰다.
“그나저나 이렇게 뵌 것도 인연인데 저희 관할령에 꼭 좀 초대를 하고 싶어요. 이렇게 멋진 분들이 오신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헤반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러났다.
유리가 여자를 힐끗 쳐다봤다.
‘에릴로트 아스트라라고 했나.’
눈빛에서 노골적인 탐욕이 보인다.
“발데릭 관할령에서 묵고 있습니다. 본성에 종종 들를 예정이니 만남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레이디.”
“어머머머머, 기뻐라. 사실 왕세자께서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러 말이 많았답니다. 약혼자가 있긴 하지만, 우훗, 칸시스 대륙과 연을 맺을 수 있다면…….”
[아냐, 아냐. 됐어.]헤반이 질색하며 물러났다.
그러곤 라온에게 말했다.
[계속 있을 거냐?] […….] [승선객 명단을 받아야 하잖아. 릴을 찾아야지.] [……돌아간다.]여자가 “어머머머머머, 아쉬워라. 그러지 마시고…….” 하며 들러붙어왔다.
헤반이 새파란 얼굴로 소리쳤다.
[가자고!]유리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동하자.]세 사람이 펜던트를 꺼냈다.
헤반이 중얼거렸다.
[저 여자는 ‘어머’ 밖에 할 줄 아는 말이 없는 거야?] [우리 말을 아신다잖아.] [하지만, 유리—] [자자, 가기나 하지.]헤반과 유리가 먼저 이동했다.
라온은 여자를 가만히 바라본 후, 펜던트를 조작했다.
모두 사라진 후, 여자가 수풀에 주저앉았다.
“나나, 이제 됐어…….”
—말하며.
* * *
나는 턱선을 따라 흐르는 땀을 훔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나를 데려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네.’
고대몬스터 <기만>의 특수능력, 세포 변화로 상반신은 변화시켰다.
성대를 건드려 목소리까지도 변화시켜서 겨우 저 놈들을 빠져나온 것이다.
“빨리 돌아가서 천만다행이다.”
[늦게 돌아갔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아웬이 흥미로운 듯 물었다.
“나나는 아직 어려서 능력 조절이 잘 안돼. 오래 붙여놓을수록 본모습으로 돌아가기 힘들어져.”
[<기만>이 바란의 왕세자가 어릴 때부터 줄곧 붙어있었다고 하지 않았나.]“그건 바란 왕가의 피가 특별해서 그래.”
나는 으그그, 신음하며 몸을 일으켰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나무에 박힌 결계석에 다가갔다.
마력을 흘려 넣자 쨍!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단단한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나는 방어막의 식을 해석했다.
[굉장히 복잡하구나.]“이럴 때를 위해서 칸시스에서 수행한 거지. 거긴 마법식이 칼소이에와 비교도 안 되게 복잡하거든.”
칸시스를 거치고 오자 더더욱 해석이 쉬웠다.
10분이 채 안 되어서 결계를 파훼했다.
그러자…….
[통로가 있군.]“들어가자.”
통로 안은 너무 어두워서 나는 소지하고 있던 마도구를 꺼냈다.
칸시스에서 가져온 것인데, 여러 가지 기능이 있다.
그 중 한가지가 빛을 내뿜는 것이다.
나는 마도구를 가동했다.
눈꽃 모양의 전등이 손바닥과 약간 떨어진 허공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그리고 보인 것은…….
“이건……!”
나는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온통 무기 천지였다.
검과 방패, 심지어는 총까지 있었다.
“이국에서 수입한 거야. 현재 총기를 들여올 수 있는 곳은 칸시스가 유일해!”
그리고 엄청나게 큰 나무통들도 늘어져 있었는데, 나는 서둘러 그 안을 살폈다.
[그건 무엇이지?]“……화약.”
이 또한 칸시스의 것이다.
[누가 이런 엄청난 물건을 모은 거지? 그리미에인가?]달리아는 여길 알고 있었다. 그리미에가 알려줬을 가능성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그리미에는 약삭빠른 놈이야. 무기 창고에 내가 10분 만에 파훼할 수 있는 결계를 설치했을 리 없잖아.”
[그렇다면?]“……발데릭이다.”
어쩐지 이상했지.
라온 무리가 왜 굳이 발데릭 관할령에서 묵나 싶더니.
‘이전부터 거래를 해와서 다른 가문보다 익숙했던 거야.’
무엇보다 무기 거래를 했다는 약점이 있으니, 휘두르기도 쉬웠을 테고.
[한데 왜 이만한 무기를 준비했을까. 네 아비가 공작이 되면 반역하기 위해?]“아니, 그렇다면 화약을 사지 않았겠지.”
칸시스의 화약은 엄청나게 비싸다.
하지만 아주 큰 단점이 있는데, 만들어진 지 1년만 되어도 기능을 상실했다.
수전노 발데릭이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거금을 썼을 리가.
“조만간에 쓸 일이 있는 거야.”
[그럼 어찌하려고?]“아웬, 나와 봐. 핀, 피피와 나나, 옴브레, 또…… 에잇! 그냥 다 나와!”
옴브레가 그림자 속에서 뿅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리자 그 속에서 수많은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육체를 드러낸 아웬이 물었다.
“다들 불러내서 뭘 하려는 것이냐?”
“물 떠 와.”
“……뭐?”
“이것들 다 박살 낸다.”
죽었어, 발데릭.
* * *
관할령으로 떠나는 마차 안.
발데릭은 칫, 혀를 찼다.
아스트라의 가신들은 왕세자 무리가 결계 안에서 마도구를 사용한 것에 크게 분개했다.
“책임을 지라며 난리더군.”
그 말에 조프리가 입매를 비틀었다.
“하여간에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놈들이라니까요.”
“그래.”
“후에 크게 후회할 겁니다.”
“물론이지. 내가 권력을 잡게 되면 아둔한 놈들을 모두 축출할 것이다.”
“……계획은 잘 되어 갑니까?”
조프리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발데릭이 오만한 표정으로 눈썹을 들어 올렸다.
“데이몬드, 그 망할 녀석이 돌아오면 다 망해버린 관할령을 보고 통탄할 것이다.”
조프리의 옆에 앉아있던 로레이나가 부친을 힐끗 쳐다봤다.
“실행일은 언제인가요?”
“닷새 뒤, 영축절이다.”
정령이 영혼을 인도한다는 그 날.
데이몬드의 자식들은 영혼이 되어 이 땅을 떠날 것이다.
로레이나가 말했다.
“하지만 좀 불안한걸요. 꼬리를 잡히면 어찌하지요.”
“이 날을 위해 그 돈을 들여 무기를 수입했어. 마력의 잔재가 전혀 남지 않는 무기지.”
조프리가 낄낄 웃었다.
“죽이기 전에 잠시 제게 주세요. 그간의 일을 철저하게 갚아줄 겁니다.”
발데릭이 으하하 웃으며 조프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물론이다!”
“아, 그런데 아버지.”
“그래.”
“데이몬드 관할령의 재물은 어찌합니까? 백수정으로 꽤 쏠쏠히 벌어들인 모양인데. 좀 아까운데요.”
“아비가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겠느냐. 데이몬드 관할령이 터지기 전에 꺼내올 생각이니 염려하지 마라.”
발데릭은 히죽히죽 웃었다.
조프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말입니까?”
“좋은 장기말들이 있지. 센시아 지역의 아노스가 내 밑에서 일하고 싶노라 간청하더군.”
로레이나는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들키기라도 하면 어찌해요? 폭발의 주범이 우리라 시인하는 꼴이라고요.”
조프리가 헹, 코웃음 쳤다.
“하여간에 누님은 겁이 많다니까. 가호가 아까워.”
“뭐야?”
로레이나가 날카롭게 쏘아보자, 조프리는 움찔하며 헛기침했다.
“어차피 화약이 터지면 무너질 성이야. 증거가 남겠어?”
발데릭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증거 따위는 없지. 내게 화약이 있는 한.”
똑같은 얼굴로 낄낄거리는 부자를 보고 로레이나는 팔짱을 끼었다.
“좌우지간에 일이 성공했으면 좋겠군요. 그리미에 백부님이 없는 지금, 데이몬드 백부님이 공작위에 가장 가까우니까요.”
발데릭이 음험하게 웃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야.”
—살벌하게 중얼거리며.
* * *
며칠 뒤.
나는 지친 표정으로 거울을 쳐다봤다.
“언제까지 해야 해?”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