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7)
이 3세는 악역입니다 27화.(27/390)
27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가 미간을 좁혔다.
“마님, 찰스?”
“찰쓰가 저는 오눌 빰 마님에 진승이어라— 해써.”
“…….”
“마님이 슨립 버서서, 그래서─”
아버지가 황급히 내 입을 큼지막한 손으로 틀어막았다.
“알겠으니까 그만해.”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조용해졌다.
아버지는 한숨을 푹 내쉬곤 손을 떼었다.
난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말했다.
“발쟈쿠 안 나빠.”
“……그래.”
아버지가 발자크를 조용히 쳐다봤다.
발자크가 순간 움찔했다.
“가서 쉬어라. 책은 두고.”
“……예.”
“하나만 묻자. 대체 어디서 구한 것이냐?”
“…….”
“발자크.”
“리시안 공의 제한 서재에서…….”
아버지가 멈칫했다.
요슈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고, 발자크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나도 깜짝 놀란 얼굴로 발자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시안 공이라면 아버지의 쌍둥이 동생이었다.
즉, 쪼꼬미 형제들의 친부라는 말이다.
‘리시안 숙부님이 오래전에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졌다고 했지.’
그전까지 이 아스트라에서 아버지가 믿던 유일한 사람이 리시안 숙부였다.
아버지에게 리시안 숙부는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상냥한 동생이었다.
아버지와 리시안 숙부는 둘도 없는 사이 좋은 형제였다.
그런데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사이가 멀어지고 말았다.
정확한 내막은 모르지만, 사람들이 추측하는 건 있었다.
‘리시안 숙부가 아버지의 음식에 독을 탔다.’
왜냐면 사이가 틀어졌던 시기에 마침 아버지가 중독되어 사경을 헤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쌍둥이를 입적하란 할아버지 말을 따랐을 때, 다들 매우 놀랐다.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장남에겐 입적시킬 수가 없었다.
제국법 때문이다. 가주가 후계를 지목하지 않고 죽었을 시, 장남이나 장남의 아들이 집안을 물려받는다.
장자 상속이 원칙이기 때문에.
그러니 장남에겐 입적시킬 수 없고, 다른 2세들은 전부 자식이 있었다.
결국, 당시에 자식이 없던 아버지가 입적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그래서 쌍둥이는 리시안 숙부님 얘기를 아버지에게 꺼내는 게 어려울 거야.’
방 안의 공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나는 눈을 데루룩 굴리며 쪼꼬미 형제들과 아버지의 눈치를 봤다.
그러다가 하품하는 척 후아암 소리를 냈다.
“졸려.”
“그래, 벌써 밤이 늦었구나. 가서 쉬어라.”
다행이다.
아버지는 별말 없이 우리를 보내주었다.
쌍둥이가 먼저 나가고, 문이 닫힐세라 나는 열심히 쌍둥이들을 쫓아나갔다.
그러고 쌍둥이의 뒤를 쫄랑쫄랑 따라 걸었다.
방이 같은 층, 같은 복도에 주르륵 나란히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의 집무실이 있는 복도를 막 지나왔을 때, 요슈아가 말했다.
“잘하는 짓이군.”
“……시끄러워.”
“멍청하긴. 그래서 책은 의미가 없을 거라지 않았어.”
요슈아가 입매를 비틀곤 발자크를 홱 돌아봤다.
“제발 부탁인데, 망가질 거면 혼자 망가져. 가능하면 영영 사라져주는 것도 좋고.”
‘우와…….’
말이 신랄한데 목소리와 표정마저 더없이 차가웠다.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
요슈아가 먼저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발자크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 있다가 휙, 밖으로 나가버렸다.
‘뭔가 일이 있나 본데?’
책은 의미가 없을 거라는 요슈아의 말.
그리고 옷장에 숨어있을 때 들었던 형제의 말다툼 소리.
원래 형제들은 휴식기엔 공작성 부근에 있는 사저에서 지낸다. 그런데 갑자기 데이몬드 관할령에 온 것도 이상하다.
‘찾는 게 있는 거야.’
대체 뭐길래 저 형제들을 데이몬드 관할령까지 오게 했을까.
특히 발자크 쪽이 더 애가 타는 것 같았다.
짤뚱한 팔로 팔짱을 끼곤 흐음, 신음했다.
‘뭐, 됐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저쪽에서 그걸 찾느라 무관심 해주면 좋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한 칸씩, 한 발자국씩 오르고 있는데, 책 내용이 불현듯 떠올랐다.
발자크 아스트라는 불운했다. 어릴 적부터 누구 한 사람에게 기대지 못했다.
어미를 죽이고 태어나, 아비마저 비명에 가고 자아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 그는 깨달았다.
자신은 평생 혼자일 것임을.
‘난 몰라.’
곁을 내주지 못하는 아이. 불행을 몰고 오는 핏물에 물든 아이.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몰라.’
그의 일생은 불행으로 점철되어…….
‘모른다니까.’
어린 그는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내게 살아갈 가치가 있는 걸까…….
에이, 씨─!
나는 우뚝 멈춰 섰다.
‘하필 어린이 유혜민이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한숨을 푹 내쉬고, 열려 있는 문을 돌아봤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기만 하는 거야.’
안 알려주면 바로 가는 거야.
계단을 다시 오도도 내려갔다.
* * *
오늘은 붉은 달이 뜨는 날이라, 유독 으스스한 밤이었다.
‘무, 무서운데.’
대체 얘는 어딜 간 거야.
공포를 꾹 참고 한참 찾아다녔는데, 발자크는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다.
‘이제 돌아갈까.’
한 시간은 족히 찾아 돌아다녔다.
‘이 정도면 난 할 만큼 했어.’
돌아가려는데, 마구간 쪽에서 빛이 어른거렸다.
빛 그림자에 가려져 잘은 안 보이지만, 사람 머리 같은 게 보였다.
마구간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발자크 맞네.’
그가 초를 들고 있었다.
말을 걸려던 찰나였다.
“찰스는 왜 한 마리 짐승이 된다고 해서…… X발.”
“…….”
“제한 서고에 왜 그딴 책이 있고 난리야.”
으득, 이 가는 소리가 살벌했다.
빼꼼 발자크 옆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른들은 더러…… 와악─!”
투덜거리던 발자크가 벌떡 일어났다.
원래라면 오러 발현자는 기척에 무척 예민하지만, 오늘은 붉은 달이 떠서 가호가 매우 약해진 모양이다.
“너, 여, 여긴 왜 왔어!”
“바메 무서어. 발쟈쿠도 무서어. 가치 방에 가. (밤엔 무서워. 발자크도 무서울 거야. 같이 방에 가.)”
“그딴 건 너나 무섭겠지. 귀찮게 하지 말고─”
그때였다.
새액, 색.
웬 조랑말에게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애들이 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조랑말이었는데, 금세 푸르르! 울며 쓰러져 버렸다.
발자크가 사색이 되어 말에게 달려갔다.
“저, 정신 차려……!”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수이사, 수이사! (수의사!, 수의사!)”
얼른 수의사를 찾아서 달려가려고 하는데, 발자크가 소리쳤다.
“안 돼!”
“구치만 말 아푼데. 수이사 이써야 하는데……!”
“웬만한 수의사한테는 다 보여줬어. 아무도 ‘킹갓울트라제너레이션초원을달리는야생마’의 병을 치료하지 못했다고!”
나는 조랑말의 엄청난 이름에 잠깐 당황하고 말았다.
발자크가 콱 인상을 쓰며 말했다.
“가지 마. 가면 괴롭힐 거야. 진짜야. 나 엄청 무서워……!”
협박하는 거라면 그렇게 간절한 표정으로 하지 말아야지.
아이는 필사적이었다.
너무 필사적이라서, 말이 안 나올 만큼.
나는 새하얗게 질려 있는 아이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말 왜 아파?”
“……몰라. 지난달부터 갑자기 이래.”
“군데 왜 수이사하테 가지 마?”
“성이나 저택의 수의사는 안 돼. 내가 킹갓울트라제너레이션초원을달리는야생마를 아낀다는 게 알려지잖아.”
“…….”
“사촌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알겠어?”
성에서야 그럴 수도 있지만, 지내고 있는 저택에선 부를 수 있지 않나?
“저태게서는 왜 암 불러? (저택에서는 왜 안 불러?)”
“거기도 세작이 쫙 깔려있으니까.”
“…….”
다시 생각해도 아스트라는 정말이지 살기 힘든 곳이다.
뭘 아끼는 티를 내지도 못하고, 집에도 세작이 잔뜩 있고.
‘이렇게 어린 애가.’
나는 한숨을 깊게 푹 내쉬곤, 일어나서 쓰러진 킹갓…… 조랑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확실히 특이한 병이네.’
혹시 <빙.흑.손> 소설 속에 나오는 병일까 해서 살펴봤는데 전혀 모르겠다.
말 털 위로 조개껍데기 같은 게 잔뜩 붙어있었다.
조개껍데기 같은 것은 만지면 아픈지, 아주 살살 매만졌는데도 말이 움찔움찔하며 힘들어했다.
“너 이제 귀찮게 하지 말고 가.”
발자크가 말했다.
“있지. 킹갓울트라…… 음…….”
“그냥 제너라고 불러.”
“웅, 제너…… 제너?!”
깜짝 놀라서 다시 말을 홱, 쳐다봤다.
‘그 제너?’
발자크는 울다 쓰러진 달리아를 가만히 바라봤다.
‘몬스터 새끼 하나가 뭐라고 저렇게…….’
처음 조부의 손을 잡고 성에 들어왔을 때부터 느꼈지만, 달리아는 사촌들과 다른 구석이 있었다.
병든 몬스터를 끌어안고 잠든 달리아를 볼 때면 과거가 떠오른다.
그의 목숨 같던 제너가 죽던 순간이…….
‘하필이면 몬스터 때문에 울고불고하는 것도 같아서.’
분명히 서술에선 제너가 몬스터라고 했는데…….
어리둥절하게 생각하다가 난 핫, 숨을 들이켰다.
‘아, 그렇구나.’
죽을 때까지는 발자크도 나처럼 말인 줄 안 거다. 그러니까 수의사에게 몰래 보여줬겠지.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알게 된 게 아닐까.
제너가 말이 아닌, 말형의 몬스터라는 걸.
페가수스 같은 것처럼 말이다.
‘잠깐만. 제너가 몬스터라면…….’
나는 나보다 몇 배는 큰 발자크의 손을 덥석 잡았다.
“뭐, 뭐, 뭐야!”
“제너 살리 쑤 이쓸 지도 몰라.”
말인 줄 알고 수의사에게 보여줬으니까 병의 이유를 모르는 거다.
몬스터일 때는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
“이리 와!”
나는 발자크의 손을 잡고 우다닥 달렸다.
발자크는 당황해서 어? 어? 하고 말했지만, 따라오긴 했다.
도착한 곳은 서재였다.
난 높은 곳에 있는 책을 가져오려고 사다리에 올랐다.
어른용이라 확실히 사다리 간격이 좀 넓긴 했으나, 나 같은 어린이도 올라갈 순 있었다.
그러던 중에 사다리에 오르는 나를 보며 발자크가 소리쳤다.
“뭘 어쩌려고. 동물 관련된 책은 나도 이미 찾을 대로 찾아봤어.”
“돈물 아냐.”
“뭐?”
“있지요. 성에요. 먼머니 있어요.”
“멍멍이? 아, 2관문에 있는 바늘개를 말하는 거냐? 바보야. 바늘개는 동물이 아니라 몬스…… 어?”
발자크는 말하다가 자기도 뭘 깨달았는지 말을 멈췄다.
나는 사다리 끝에서 까치발을 들고 손을 뻗었다.
‘몬스터 대백과가 저기에 있는데…… 으윽.’
이놈의 몸뚱이, 팔은 왜 이렇게 짧단 말인가.
막 몬스터 대백과를 잡은 순간.
휘청.
그대로 사다리가 뒤로 넘어가 버렸다.
‘으악!’
* * *
발자크가 재빨리 움직였다.
땅을 박차고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서 떨어지는 에릴로트를 받아냈다.
에릴로트는 매우 놀랐는지, 눈이 화등잔만 해져 있었다.
‘이제 울겠지?’
귀찮게 됐네.
이 녀석이 또 앵앵 울어버리면, 사람들이 시끄러워질 거다.
그런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에릴로트가 갑자기 소리쳤다.
“빤라─!”
“뭐?”
“발쟈쿠 엄청 빤라. 대다내! (발자크 엄청 빨라. 대단해!)”
“…….”
뭐야, 얘는.
울지도 않고.
울기는커녕, 에릴로트는 신이 나서 말했다.
“쩌─기 이썬는데 슝 와써. 엄—청 빤라써.”
“……난 원래 빠르거든? 그보다 그건 뭔데.”
“여기 몽스터 마니 나와. 아주 마니 나와.”
“…….”
조그만 주제에 꺼내 달라면 될 것이지, 뭘 제가 올라가고 그래.
발자크는 큼, 헛기침했다.
“뭐 보여주던가.”
두 사람은 서재에 마련되어있는 책상에 나란히 앉아서 책을 펼쳐보았다.
헬하운드, 심해악어, 바늘개…….
책을 쭉 넘기다가 두 아이가 동시에 “아!” 하고 소리쳤다.
<설원마>
*희귀 몬스터*
설원에 서식하는 짐승형의 몬스터. 말을 닮았다.
8년이 지나면 성체가 되는데, 그때 냉기를 견디기 위해 몸에 비늘이 돋아난다.
그 시기엔 더위를 견디지 못하므로, 토벌시 불을 이용하여…….
“설원마! 킹갓울트라제너레이션초원을달리는야생마가 설원마였구나.”
삽화를 보니, 막 성체가 되기 시작할 때와 현재 제너의 상태가 같았다.
에릴로트가 설명의 한 문장을 콕 찍었다.
“요기!”
“어, [그 시기엔 더위를 견디지 못하므로…….] 아, 더위!”
그러고 보니까 봄이 오고 나서 상태가 계속 안 좋았다.
낮에는 거의 운신도 못 한다.
추운 밤엔 그나마 아픈 내색이라도 하는데.
두 아이가 서로를 쳐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쩌면 이거로 킹갓울트라제너레이션초원을달리는야생마를 구할 수 있겠는데?”
“응!”
두 아이는 마주 보고 결기 어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킹갓울트라제너레이션초원을달리는야생마 치료 대작전이 시작되었다.
“어름 조요. 마─니.”
“얼음 내놔. 많─이.”
두 사람이 각각 얼음 창고, 식료품 창고 등에서 얼음을 받았다.
그러곤 한 동이씩 들고 뽈뽈뽈 외진 마구간으로 향했다.
커다란 동이를 든 발자크와 작은 동이를 든 에릴로트는 나란히 쫄쫄 뛰었다.
멀리서 보면 꼭 마트료시카인 듯 똑 닮은 모습이다.
외진 마구간엔 킹갓울트라제너레이션초원을달리는야생마밖에 없었다.
두 아이는 가져온 얼음을 킹갓울트라제너레이션초원을달리는야생마에게 우르르 쏟아부었다.
“부족한가?”
“응!”
“더 가져오자.”
얼음 창고지기는 난감해했다.
봄이 왔으니 곧 더워질 텐데, 벌써 엄청난 양의 얼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창고지기가 팔을 가위표로 교차하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 없습니다. 똑 떨어졌어요.”
결기 어리게 말했지만,
“뒤져서 나오면 한 조각에 한 대야.”
무시무시한 발자크의 눈빛과,
“조요.”
반짝반짝한 에릴로트의 눈빛을 당해낼 순 없었다.
“으으윽…….”
결국, 아이들은 남은 얼음을 싹싹 뺏어왔다.
창고를 텅텅 비게 하면서까지 얼음을 가져온 덕에 킹갓울트라제너레이션초원을달리는야생마는 조금씩 기운을 찾았다.
“와─!”
“와아!”
두 아이가 두 팔을 번쩍 들며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그 시각.
데이몬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부관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기분이 이렇게까지 안 좋다면, 뭔가 단단히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엔조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이신지요.”
혹시 다른 관할령과 전투인가.
결국, 공작에게 반기를 들려는 것인가.
사람들이 모두 긴장감 어린 얼굴을 하고 있을 때, 데이몬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릴로트가 안 놀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