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72)
이 3세는 악역입니다-271화(272/390)
271화.
난 발자크에게 칼라의 뒷부분을 잡혀서 알렉시스와 떨어졌다.
발자크와 요슈아가 싸늘한 표정으로 알렉시스를 쳐다봤다.
“네가 무슨 일로 아스트라 장원에 왔지?”
발자크가 험악하게 물었다.
그러나 알렉시스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혼약자가 귀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느냔 말이야. 장원에 세작이라도 넣어뒀나?”
“세작까지 투입해둘 필요가 있나. 본인이 직접 알려주는데 말이야.”
“……뭐?”
오라버니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칸시스에서 떠나기 전에 통신했는데.”
“……우리한텐 안 하고?”
“칸시스에서 타 대륙으로 통신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잖아. 통신 한 번에 얼만데!”
“……그걸 가족이 아니라 저따위 놈에게 했다고.”
뭐가 문젠데.
가족들이야 아스트라에 도착하면 당연히 보게 될 거다.
하지만 알렉시스가 있는 학술원은 멀고 멀다.
도착한다고 말해놔야 오지?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학술원에 내가 갈 순 없으니까.
‘그게 왜?’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오라버니들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 * *
데이몬드 관할성.
일을 해결하고 귀가하자, 하이디와 베티가 기쁜 얼굴로 뛰어왔다.
“오셨어요, 아가씨!”
“무사하셔서 정말이지 다행이에요! 아가씨께서 도련님들과 다른 마차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하이디는…… 하이디는……!”
하이디가 울먹였다.
나는 “그래, 그래.” 하며 하이디와 베티를 각각 한 번씩 끌어안아줬다.
“손님이 오셨으니 방을 정리해두렴.”
“혼약자께서 오셨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답니다. 도착하시기 전에 준비해두었으니 염려하지 마셔요!”
“알렉시스가 묵던 방으로 준비해뒀니?”
“그럼요.”
“두 사람의 일 처리가 빨라서 기뻐.”
말하고서 나는 내 뒤에 있는 알렉시스에게 손짓했다.
하녀들과 대화하는 짧은 순간에도 알렉시스는 쌍둥이와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나는 먼저 계단을 걸어가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렇게 사이가 나쁠까.”
“그건 네 MBTI가 T이기 때문이지.”
“유사 과학? 난 별로 안 좋아해.”
“그게 T의 반응이라더라.”
“넌 한국에 있을 때 별걸 다 봤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한지혁을 두고 소리쳤다.
“알렉시스, 가자니까.”
알렉시스는 끝까지 쌍둥이와 눈싸움을 하며 계단을 올라왔다.
나는 그와 함께 방에 들어갔다. 한지혁도 뒤따라 들어왔다.
알렉시스가 물었다.
“콘라드는?”
“공작성에서 납치사건 마무리 중. 그보다 ‘그건’ 가져왔어?”
“……내게 편지한 목적이 ‘그거’였던 거지?”
“겸사겸사지!”
물론 ‘그것’도 엄청나게 기대했지만!
알렉시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키가 20센티는 더 자란 것 같네.’
이제 아빠와 키가 비슷하다.
게다가 성숙해지면서…….
‘괜히 남자 주인공 역할이었던 게 아니지.’
아빠가 화려한 미인형이라면, 알렉시스는 단정한 선을 자랑하는 미인이었다.
눈, 코, 입이 어쩌면 저렇게 깔끔하게 생겼는지.
게다가 그 이목구비는 완벽한 곳에 자리해서, 마치 신이 정확하게 위치를 계산해 애써 장식한 것 같았다.
옆으로 긴 눈과 칠흑 같은 머리칼은 차가운 인상을 주지만, 푸른 눈동자를 가린 속눈썹이 길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서 결코 냉랭하지만은 않게…….
“……릴로트.”
“…….”
“에릴로트.”
“어? 어어.”
알렉시스가 무슨 생각을 하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받아.”
“아, 이게 그거구나…….”
세반틴 후작가의 보물, <쌍둥이 시계의 왼쪽>.
세반틴은 제국에 몇 없는 건국 이전에 개문한 가문이다.
그 가문들 중에서도 특히 역사가 오래되었다.
게다가…….
‘고대의 신성 국가가 망하고 왕이 된 자로부터 이어진 가문.’
해서 이만큼 엄청난 보물을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
“일부러 시비를 걸어서 세반틴 공자와 승부해줘서 고마워.”
그랬다.
알렉시스는 내 부탁을 받고 세반틴 공자를 자극해 승부했다.
서로 승부에 보물을 걸고서.
알렉시스가 건 보물은 이시론 가의 가보 <8인의 용사>.
제국의 개국 황제와 이 제국을 시작한 7가문의 시조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그리고 세반틴 공자는 이 <쌍둥이 시계의 왼쪽>을 걸었지.
승부는 알렉시스의 승리였다.
그래서 이 시계를 홀랑 빼앗아 온 것이다.
“별것 아냐.”
“세반틴 공자의 실력이 엄청나다던데. 위험하진 않았어?”
“별로.”
“다행이네.”
“그 시계가 이공간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거지?”
“응! 그리고 내가 칸시스 대륙에서 찾아온 이 마도구를 함께 쓰면 마리를 찾아올 수 있을 거야!”
브리크트 공작가에서 이 마도구를 슬쩍해오려고 얼마나 고생했던가.
‘공작저에 출입하려고 상단에 들어간 건데 일이 잘못 풀려서 왕궁까지 갔어.’
나와 한지혁은 질린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알렉시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다른 게 더 필요하다면서.”
“응, 새로운 축복의 땅.”
이공간의 열쇠를 사용하려면 ‘문’이 필요하니까.
“네게 원래 있던 축복의 땅으론 불가능하고?”
“내가 천계에 다녀오고, 마리를 이공간으로 옮기면서 뿌리의 힘을 모두 소진한 모양이야.”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군.”
“카인로드 숙부의 생각으론 적어도 2, 3년은 더 걸릴 것 같다네.”
“해서 새로운 축복의 땅은 찾았어?”
나와 한지혁이 서로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대답했다.
“찾았지.”
“물론이지.”
그래서 아빠를 이 세계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이다.
아빠는 전쟁 때문에 대륙 이곳저곳을 다니니까.
축복의 땅과 가까워지면 서술이 생겨날 것 같았지.
그리고 예상대로 정확히 들어맞았다.
“어디지?”
알렉시스의 질문에 자신만만한 표정이던 한지혁과 나는 멈칫했다.
찾는 것까진 좋았다.
좋았는데…….
“위치가 좀 그래.”
내가 말하자,
“하필이면 그 땅의 소유주도 좀 그렇지.”
한지혁도 한숨을 쉬며 동조했다.
알렉시스가 물었다.
“누군데 그래.”
“……살바토레.”
“뭐?”
오셀리아의 친정인 부셰즈 가.
그 부셰즈 후작이 죽으며 살바토레에게 남긴 그 지역.
거기에 새로운 축복의 땅이 있다.
“살바토레에게서 그 지역만 어떻게 빼앗으려고?”
“뭐, 생각해봐야겠지. 일단 만날 수는 있을 테니까…….”
만난다는 말에 한지혁이 “응?” 하며 물었다.
“어떻게 만난다는 거야. 당분간 황도에 가지 않을 거라면서. 황도에 가면 이곳저곳에서 초대받을 테니 마리를 되찾는 일이 지연될 거랬잖아.”
“살바토레가 찾아올 거야.”
“그러니까 아스트라 장원에 살바토레가 왜…… 어? 설마!”
“그래.”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 장원에 세계 최대의 마도 대륙 칸시스의 중심에 있는 바란의 왕세자가 있잖아.”
이게 바로 전화위복이라는 거지.
* * *
아니나 다를까.
황궁에서 연락이 왔다.
바란 왕세자를 데리러 갈 사자들을 파견하겠노라고.
왕세자급 되는 인사를 맞이할 사람이 누구겠는가?
황제가 직접 찾아오는 건 볼품없지.
그러니까 사자의 대표를 맡게 될 건 딱 하나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공작성에 모인 자들이 일시에 허리를 굽혔다.
백마에서 내린 살바토레 황자가 주변을 둘러봤다.
“아스트라는 변한 것이 없구나.”
“아스트라는 전통을 사랑하니까요.”
내가 말했다.
황자는 가신들 속에서 걸어 나온 나를 보고 눈썹을 까딱 들어 올렸다.
“너는…….”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장녀, 크로노스 아스트라의 21번째 손주, 에릴로트 아스트라입니다.”
“……!”
“……!!”
살바토레와 함께 온 자들이 눈을 홉떴다.
그리고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탄성을 터뜨렸다.
“오, 그, ……멋지게 성장하셨군요.”
“예, 예. 그렇습니다.”
살바토레가 픽 웃으며 말했다.
“네 아비를 닮아 가죽만은 쓸만하구나.”
—함께 온 사자들이 차마 하지 못한 말이었다.
‘하여간에 말본새하곤.’
“영광입니다. 황자님께선 더욱 황비님을 닮아가시는군요.”
황태후에게 밀려서 여전히 뒷방 신세인 네 어미 말이야.
뜻을 눈치챈 살바토레 황자가 헛웃음을 흘렸다.
“독기 서린 세 치 혀는 여전하군.”
“아이처럼 순수하다는 말로 듣겠습니다. 훌륭한 황비님을 닮았다는 말에 어디가 독기가 서린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여전히 재밌어.”
나는 못 들은 척 말했다.
“들어가시죠. 성찬을 준비했습니다.”
황자 의전의 담당은 나였다.
‘2세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발데릭과 얽힌 자들을 찾아내기 위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얽히지 않은 숙부나 고모들의 관할령에도 감사가 시작되었다.
본성 관리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때문에 의전은 다 자란 3세들이 담당.
그 중 원화 출신인 내가 총책임자로 낙점된 것이다.
“식사는 됐어.”
황자의 말에 3세들이 흠칫했다.
식사를 물려?
‘이런 무례가 어디 있어.’
가문의 성의를 무시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호전적인 성격의 사촌들은 벌써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하였다.
“바로 바란의 왕세자를 보지.”
그러자 로레이나가 나섰다.
그녀는 부친의 죄를 낱낱이 고해바친 덕에 할아버지의 칼날을 피했다.
덕분에 왕세자 맞이에도 참여하게 된 것이다.
“왕세자 전하께선 아스트라의 조사를 받고 계십니다.”
그러자 이번엔 황궁의 사자들이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황궁의 허가도 없이 국빈에게 이 무슨 무례요!”
라온 왕세자 일행이 엄청난 신분이란 것은 안다.
‘하지만 이대로 내줄 순 없지.’
할아버지는 라온 일행을 죽이겠노라 협박했다.
이 일이 황궁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말을 맞춰둬야 했다.
‘바란인들의 고집이 보통이 아니라 아직 동의를 받지 못했어.’
리앙틴이 흠칫 대답했다.
“저, 정식 초청된 것이 아니니 국빈이라 할 수 없, 없습니다. 제국법으로도……!”
“임관받지 않은 애송이가 어디 감히 국법을 운운하는가!”
왕세자의 바로 뒤에 있던 관료가 윽박질렀다.
리앙틴이 흠칫, 입을 다물었다.
가신들과 방계 귀족들이 속삭였다.
“여, 역시 3세들의 의전은 역부족인 게 아닙니까…….”
“이러다 황궁의 진노라도 사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저토록 무례하단 말인가.”
“황도에서 아스트라가 위세를 펼치지 못하는 게 아닌지요…….”
3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가문의 성의를 무시하고, 본가의 영양에게 윽박을 내질렀다.
어린 우리들을 만만히 보는 것이다.
여기서 밀리게 되면 본가의 체면이 바닥에 곤두박질친다.
리앙틴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황자의 앞에 나섰다.
황자 의전을 위해 국법을 열심히 조사했는지, 너덜너덜한 법전을 안고 있었다.
“112년 전 선례에 따르면, 아인즈 대륙에서 온 황비 일행에게—”
“감히 어딜 황자 전하의 앞을 막아!”
리앙틴에게 윽박질렀던 관료가 이번엔 그녀의 손목을 콱, 움켜쥐었다.
가신들과 방계들이 흠칫했다.
다른 3세들이 이를 악물었다.
3세 중 가장 호전적인 성격의 애덤이 울컥했다.
밀란이 얼른 그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황족이다. 공격하면 반역이야.”
“하지만 저 녀석들이……!”
요슈아도 발자크를 말리고 있었다.
다른 3세들도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방계들은 “호오…….” 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본가의 영양이 공격당했다. 아스트라 공작군은 무얼 하고 있느냐!”
내가 매섭게 소리치자, 아스트라 공작군이 일제히 황궁의 사자들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뭐, 뭐 하는……!”
“이, 이게 무슨 짓이오!”
“아스트라 영애—!!”
살바토레 황자마저도 굳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반역인가.”
“그 자의 공격에 대항하였을 뿐입니다.”
뒷짐을 지고 나선 나는 리앙틴의 손목을 잡고 있는 관료에게 턱짓했다.
“황궁의 사자다.”
“하면 황궁의 사자가 본가의 영양을 공격한 겁니까?”
관료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고, 공격이라니!”
“넌 감히 본가의 영양의 허락 없이 몸에 손을 댔어. 명백히 공격적인 의도로.”
“그, 그건……!”
로레이나와 요슈아가 재빨리 리앙틴에게 눈치를 보냈다.
신호를 눈치 챈 리앙틴이 “아, 아야야…….” 소리치며 손을 빼냈다.
유난히 하얀 손목엔 붉은 손자국이 나 있다.
나는 황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묻습니다. 저 자, 황궁의 사자입니까?”
“…….”
황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겠지.
난 살바토레가 저 자를 황궁의 사자가 맞다고 하면, 황궁에서 먼저 아스트라를 공격한 것으로 비약할 것이다.
격돌하게 되면 황제는 총책임자인 황자에게 책임을 물을 터.
나는 슥, 시선을 돌려 관료를 쳐다봤다.
“말씀이 없으시니, 네가 대답해야겠다. 너, 황궁의 사자인가.”
“무슨 헛소리요! 그야 당연히……!”
“아니.”
황자가 관료의 말을 가로막고 대답했다.
관료가 당황하여 황자를 쳐다봤다.
“화, 황자님…….”
“개인적으로 데려온 자이다. 무례에 용서를 빌어라, 쟈넨.”
“그, 그건……!”
‘쟈넨이라면 황자의 외사촌이구나.’
죽은 부셰즈 후작의 사생아.
처음부터 아스트라에 적대감이 가득했으니 이렇게 나온 것이다.
쟈넨이 우물쭈물하자, 황자가 매섭게 그를 쏘아보았다.
쟈넨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수그렸다.
“무,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부디 용서를…….”
나는 여전히 뒷짐을 진 채로 쟈넨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며 리앙틴에게 물었다.
“그렇다는데 언니는 어떠신지.”
“……황자 전하께서 개인적으로 데려오신 자라니 어쩔 수 없지요. 황자 전하를 보아 용서하겠습니다.”
공작군이 무기를 내렸다.
나는 웃는 얼굴로 황자에게 물었다.
“성찬은 여전히 거절하시는지요?”
이 난리가 났는데도 무시하겠어?
그런 눈으로 보자, 황자가 으득 이를 갈며 대답했다.
“……무엇을 준비했나 봐야겠군. 아주 대단한 것이겠지.”
“어쩌나. 평범한 양고기 로스인데요.”
황자는 성큼성큼 먼저 성으로 들어갔다.
황궁 사자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주 자존심 상한 표정이었지만.
반면에 3세들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하여간에 저 녀석은 적일 땐 세계 제일로 재수가 없지만, 우리 편일 땐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니까.”
사촌 오라비인 파비오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밀란과 셀레네 언니도 쿡쿡 웃었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