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82)
이 3세는 악역입니다-281화(282/390)
281화.
아일라가 급히 방을 뛰쳐나갔다.
나는 그녀를 따라 복도를 내달렸다.
이렇게 깊은 곳까지는 처음 와본다.
‘뭐야, 무슨 방이 이렇게 많은 거지?’
복도 끝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있었다.
계단 가까이 향하자 등골이 오싹했다.
그도 그럴 게 계단 아래에서 엄청난 마력이 느껴졌으니까.
‘저 아래에 몬스터가 포진해있는 거야.’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데이몬드 관할령의 전군이 모였을 때만한 마력…… 아니, 그 이상이다.
심지어 소름 끼칠 만큼 마력이 오염되어 있었다.
인체 실험으로 몬스터와 융합한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리미에는 이지가 있는 몬스터 군을 소유하고 있다는 거잖아.’
가슴이 쿵쿵 뛰었다.
저만한 몬스터 군과 전투가 벌어진다면…….
‘아냐, 진정해.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나아.’
엄청난 힘이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
“뭐해!”
아일라가 계단과 가장 가까운 방으로 들어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예!” 대답하며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일라가 방안의 서류를 뒤지며 물었다.
‘무슨 서류지? 아니, 서류가 아냐. 저건 바란의 지도다.’
지도는 전쟁에 이용되므로, 이세계에선 아주 까다롭게 다루어진다.
즉, 타국인이 손에 넣기 매우 힘들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손에 넣은 걸 보면 정보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아일라가 입을 열었다.
“에릴로트가 언제 바란으로 떠났지?”
“자취를 감춘 건 나흘 전입니다.”
“리시먼드가 <이동>의 가호로 도와줬다면 아슬아슬하게 제국을 떠났겠군.”
“황도 제 2저택에서 다른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리시먼드는 황도 저택을 떠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군…….”
아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을 믿는 모양이었다.
‘원래 진실을 교묘하게 섞어야 거짓말이 더 그럴 듯 하거든.’
아일라는 바란의 지도를 밀어두고, 제국의 지도를 펼쳤다.
“그렇다면 아직 제국이겠군. 벨마, 너는 이 소식을 메튜에게 전해라.”
메튜?
‘메튜라면 콘라드의 뒤를 이어 할아버지의 보좌관이 된 자잖아!’
할아버지의 바로 옆에 끄나풀이 있었구나!
그러나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예.”
“제국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그 년을 찾아내. 결코 총애비와 마주치게 두어선 안 돼.”
“명심하겠습니다.”
“곧 소중한 분께서 눈을 뜨실 것이다. 진실된 영혼과 함께.”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았다.
마리가 눈을 뜰 거란 뜻이다.
……달리아의 영혼으로 바뀐 채로.
‘개자식들.’
아일라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소중한 분께서 이 땅에 도래하시기 전에 모든 쓰레기를 치워둬야 해…….”
그러곤 나를 쳐다봤다.
“서둘러.”
“예.”
대답한 나는 즉시 방을 빠져나왔다.
지하도를 성큼성큼 걸어, 횃불이 놓이지 않은 공간에 이르렀을 때 나는 나나를 떼어냈다.
“마리는 결코 빼앗기지 않아.”
—살벌하게 중얼거리면서.
* * *
나는 다시 나나를 이용해 그리미에 관할성의 하녀로 분장했다.
그리고 메튜를 만난다는 핑계로 성을 빠져나왔다.
나는 제일 먼저 남몰래 오라버니들과 한지혁, 콘라드에게 통신했다.
공작성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네 남자는 이동의 가호석을 통해 움직였기에, 마차로 이동한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장소는 내가 몬스터를 두던 성의 숲.
숲 안 깊숙이 들어가니, 네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야.”
내가 말하자, 인상을 쓰며 대화를 나누던 사내들이 흠칫 나를 쳐다봤다.
“뭐야, 너는.”
발자크가 살벌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얼굴에서 나나를 떼어내며 말했다.
“나야.”
“에릴로트?!”
발자크는 내가 나나를 통해 분장한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엄청나게 놀랐다.
“<기만>의 능력이야. 세포 변화.”
“아아, 그 능력으로 칸시스에서 왕세자를 피해 다녔다고 했나…….”
“응. 그보다 일이 급해. 네 사람은 내가 말한 대로 움직여줘.”
“그래.”
나는 네 사람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나는 메튜에게 아일라의 말을 전할 거야. 오라버니들은—”
“뭐? 그걸 왜!”
통신하며 아일라의 명을 알려줬기에, 발자크는 펄펄 뛰었다.
하지만 요슈아는 침착했다.
“계속 벨마라는 하녀를 이용할 셈이지?”
“응. 우리도 그리미에 쪽에 붙일 끄나풀이 필요하니까.”
“그 하녀를 우리 손에 넣을 수 있겠어?”
요슈아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러나 나는 씩, 웃으며 그림자를 발로 툭툭 쳤다.
귀여운 옴브레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금세 눈치챘다.
그림자에서 쑥 나와서 진짜 벨마를 툭, 뱉어냈다.
이미 옴브레 속에서 깨어나 있었던 것인지, 벨마는 주저앉아 벌벌 떨었다.
“에, 에, 에릴, 에릴로트 아가씨……!”
나는 쪼그려 앉아 벨마와 눈을 맞추었다.
“그래, 그래. 사람이 그림자 몬스터의 안에 있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지.”
부정적인 감정을 먹이로 하는 몬스터다.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해 그림자 몬스터들은 불안한 호르몬을 끌어낸다.
“얼굴이 희게 질렸구나, 가엾게도.”
“사, 살려주, 주세요. 살려주세요…….”
“넌 그리미에 관할성 소속이라 해도, 아스트라의 녹을 받는 몸이다. 그런 몸으로 감히 나를 노렸으니 죽어야 마땅하지.”
나는 벨마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그렇지 않니?”
“주, 죽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그리미에 님을 따르지 않으면 저를 죽였을 거예요!”
벨마가 허둥지둥 엎드려서 내 무릎을 잡고 사정했다.
“저, 저는 집안의 가장입니다. 여덟이나 되는 동생이 있고, 병든 노모까지 모시고 있는 터라 어쩔 수 없이……!”
“나도 셋이나 되는 오라버니가 있고, 혼자 두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버지까지 모시고 있단다.”
“…….”
“심지어는 목숨에 위협까지 받으며 말이야. 가여운 건 너나 나나 매한가지지 않니.”
“아, 아가—”
나는 한 손으로 벨마의 목을 콱, 잡았다.
벨마가 꺽, 꺼거걱, 신음하며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신세가 가엾다고 해서 내가 위협당할 이유는 없어.”
“아, 아가, 끄으으…… 아가씨…….”
“한데 이걸 어쩌나. 신세가 더 가여워지겠구나.”
“끄으윽…….”
“하필 운 나쁘게 내게 뒤를 잡혀 이용당했다는 것을 저들이 안다면 어떻게 될까?”
“흐…….”
“나는 아일라를 잘 알아.”
살짝 손을 놓은 난 벨마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내게 속았다는 것을 알면 그 대단한 자존심이 상할 거야. 그리고 너는 화풀이 대상이 되겠지. ……아주 처절하게.”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된단다. 나는 아일라와 달리 개에게 다정한 편이거든.”
“…….”
“특히 충직한 개에게.”
벨마가 떨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한참 미소 짓는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물었다.
“제, 제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그리미에 관할성으로 돌아가렴.”
“예?”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을 낱낱이 보고해.”
“아, 알려지면 전 죽을 겁니다.”
“잘됐구나. 여기서 내 손에 죽는 것보다는 오래 사는 게 아니니?”
“……!”
벨마의 낯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윽고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손마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벨마, 들키지 않는다면 너는 막대한 부와 고귀한 지위를 손에 넣을 수 있단다.”
“……네?”
“약속하지. 내 아버지가 아스트라 공작위에 오르는 날, 네게 약속한 것들을 내어줄 것이다.”
“…….”
“하지만 내 명을 따르지 못하겠다면…….”
가호를 발동했다.
그녀의 얼굴 옆으로 글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틴, 잭슨, 니콜, 세디아, 유리마스…… 네 동생들과 아르첸 령에서 요양 중인 네 어머니는 더는 이 땅에서 숨 쉴 수 없을 거야.”
“……!!”
“네 가족을 위해 내 가족의 목숨을 노렸으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않겠니.”
벨마가 마른침을 삼켰다.
벌벌 떨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명을…… 명을 내려주십시오.”
“메튜에게 아일라의 명을 전해라. 옴브레의 안에서 이야기를 들었겠지?”
“예.”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납작 엎드려 있는 벨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데이몬드 관할령의 일원이 된 걸 환영한다, 벨마 네즈.”
벨마가 양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그리미에 관할성에 세작을 심어두는 순간이었다.
“서둘러 움직여라.”
“예, 아가씨.”
벨마는 검은 숲을 뛰어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요슈아가 물었다.
“믿을 수 있겠어?”
“응. <열람>으로 읽었거든. 저 애의 속마음.”
[‘어차피 아일라에게 이 일을 알리면 화풀이 대상이 되어 죽을 거야.’난폭한 아일라가 얼마나 많은 고용인을 도륙했던가.
이렇게 되면 저 손을 잡아야 한다.
죽을 바에야 일확천금과 신분 상승의 기회를 잡는 게 나으니까.]
발자크가 “호오…….” 감탄했다.
“그 가호는 정말이지 편리하네.”
“응. 가호의 수준이 높지만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있으니까.”
배신자를 골라낼 때도 썼다면 좋았을 텐데.
‘카인로드 숙부, 미켈란, 콘라드는 가호의 수준이 높아서 읽을 수가 없어.’
한지혁은 가호가 없으니 읽어낼 수 있었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요슈아가 물었다.
“그래서? 우린 이제 뭘 하면 되지?”
“내가 벨마의 모습으로 한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만들어줘.”
“칸시스로 향하는 배에 네 가명과 호위 기사들의 이름을 올려둘게.”
“응. 그리고 발자크는…….”
“아버지에게 이번 일을 알리고, 조부님을 뵙고 오마!”
그 말에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왜?”
“그야 그리미에 관할성 지하에 그런 것들이 있다고 고발해야, 조부님이 처리해주실 것 아냐.”
발자크가 당당하게 말했다.
‘발자크는 정말…….’
요슈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넌 제발 몸만 써. 머리를 쓰려고 하지 말고.”
“왜? 내 말이 틀려?”
요슈아는 대화를 포기했다. 발자크를 무시하기로 했는지 아예 고개까지 돌려버렸다.
그러자 콘라드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하면 일이 쉽게 풀리겠지만,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전쟁?”
“그리미에가 그런 엄청난 힘을 쉽게 빼앗길 리 없지 않습니까. 필시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아…….”
“방계들이 반감을 품은 데다, 직계들까지도 공작성 반대파가 나왔습니다. 장원 외부에도 적이 많지요.”
“응.”
“이 상황에서 그리미에와 전쟁을 벌이면, 공작님의 적들이 모두 그리미에의 편으로 돌아서겠지요.”
“아아, 그렇군.”
“최악의 경우엔 공작님이 패배하고, 우리가 가문에서 축출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할 순 없겠구만…….”
“예.”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에릴로트?”
이제야 발자크가 상황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나는 검지를 척 치켜들고 말했다.
“이렇게 할 거야.”
조곤조곤 계획을 설명했다.
첫 번째, 그리미에보다 한 발 빠르게 마리를 이공간에서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설명하자, 네 남자가 모두 눈을 크게 떴다.
“뭐, 뭐!?”
“에릴로트,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으로선 그리미에가 준비한 전력에 대항하는 건 이 방법뿐이야.”
“……어쩔 수 없는 거야?”
“응.”
“그럼 우리 쪽 배신자는 어떻게 할 거지? 카인로드 숙부의 조카인 테드 말이야.”
발자크가 말하자, 요슈아가 나보다 먼저 대답했다.
“그건 내게 맡겨줘.”
“죽여버리게?”
“살려둘 거다. ……아직은.”
“언젠가 거짓 소식으로 그리미에를 속이려고?”
“그래, 때가 되면 써먹을 때가 있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그렇게 하기로 했으면 움직여!”
그리미에의 뻔뻔한 낯짝을 새파랗게 만들어주자고!
* * *
나는 축복의 땅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해 움직였다.
한지혁이 나나를 통해 다른 사람으로 분장한 나를 쫓아오며 말했다.
“에릴…… 아니, 이봐!”
“왜.”
“황자는 정원에 있어.”
“황자에게 안 가.”
“뭐? 축복의 땅을 얻겠다며.”
“그건 시간이 있을 때의 일이지. 지금은 시간이 없잖아.”
“그럼 대체 어떻게 하려고!”
성문 밖으로 나온 나는 목에 걸고 있던 이동의 가호석을 꺼냈다.
“몰래 들어가서 뿌리를 연다.”
“무슨 소리야!”
“무단으로 이공간의 문을 열어서 마리를 끌어오겠다고.”
“뭐? 미친……!”
“입 닫아. 이동하다가 혀 깨문다.”
나는 한지혁의 옷깃을 덥석 잡고, 이동의 가호석을 조작했다.
곧 빛이 우리를 감싸고, 시야가 온통 새하얗게 변했다.
눈을 떴을 땐, <열람>을 통해 축복의 땅이란 것을 확인했던 바로 그 지역이었다.
“완전히 황무지네…….”
한지혁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처럼 여긴 완전히 황무지였다.
‘하지만 그래서 이점도 있지.’
주변에 있는 건 마른 풀 뿐이라, 우리를 제외하면 개미 한 마리 없거든.
‘몰래 뿌리를 열 수 있어.’
나는 쪼그려 앉아서 땅을 더듬었다.
“뭐해?”
“난 신성력이 없으니까 셀레네 언니처럼 둘러보는 것만으론 ‘중심’을 알 수 없어.”
만져서 느껴야 한다.
“젠장, 오늘 밤새겠군.”
한지혁이 내가 땅을 만지기 쉽게 풀을 뽑았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땅을 만지고 다녔다.
‘으으음, 여기가 저쪽보다 신성력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야, 에릴로트! 그냥 이세즈를 데려오지 그래! 그 녀석, 신성 가호를 가졌으니까 알아볼 수 있을 것 아니야!”
“이세즈는 벌써 아일라 쪽에서 뒤를 캐고 있을 걸. 내 호위라면 이세즈일 거라고 생각하고.”
“제기랄. 이세즈를 불러왔다간 뿌리를 여는 것도 들킨다는 뜻이구만.”
“그래.”
“하지만 벌써 세 시간 째—“
“어?”
한 손으로 설렁설렁 땅을 더듬던 나는 확, 양손으로 땅을 짚었다.
“여기다!”
“확실해?”
“그래!”
“그럼 뿌리를 열어!”
나와 한지혁은 신이 나서 성수를 꺼냈다.
그리고 양손으로 호리병을 하나씩 잡고서 콸콸 들이부었다.
“자, 이제 연다…….”
땅 아래로 마력을 가득 흘려보냈다.
그러자 쿠구구구구구구—!! 엄청난 굉음이 천지를 울렸다.
‘뿌리가 열렸어.’
나는 즉시, 칸시스에서 가져온 마도구를 꺼냈다.
추적용 마도구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마리의 머리카락을 넣었다.
‘이제야 널 찾아가, 마리.’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