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88)
이 3세는 악역입니다-287화(288/390)
287화.
세은, 아니, 달리아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성 안으로 들어왔다.
벽 가에 도열하고 있던 고용인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우와……!’
이거지, 이거!
영화, 드라마, 소설 같은 데서 꼭 나오는 이 인사!
‘신분 상승의 시작과 같은 장면!’
그리미에 관할성은 오자마자 화재가 나서 이런 장면은 못 봤다.
“안녕…… 하세요?”
달리아가 쑥스러운 듯 말하자, 하녀 둘이 다가왔다.
“말씀 놓아주십시오. 저는 하이디, 이 아이는 베티로 아가씨의 시중을 전담할 것입니다.”
‘진짜 하이디와 베티야……!’
달리아가 눈을 반짝였다.
“‘흐으으응, 귀여워~!’를 실제로 볼 수 있겠구나.”
“……예?”
“아,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
소설 속에서 자주 봤다.
에릴로트의 뒷모습을 보며 늘 “흐으으응, 귀여워~!” 하고 황홀해하던 두 사람을.
에헤헤 웃은 달리아가 말을 이었다.
“내 방은 어디야?”
“손님이 도착하신다는 전갈을 뒤늦게 받은 터라 준비 중입니다. 응접실에서 기다려 주시면 서둘러 완료하겠습니다.”
“아냐, 난 여길 구경하고 있을래.”
“부디 응접실에서 기다려주시길 청합—”
“그럼 이따 불러줘!”
“자, 잠시만요. 잠시만…… 달리아 아가씨!”
달리아가 홀랑 남쪽 복도로 향했다.
‘저긴 주인님의 집무실이 있는 곳인데!’
하이디와 베티가 급히 따라가려던 찰나였다.
고용인들의 통신석이 일제히 울기 시작했다.
“큰일입니다! 고용인 기숙사에 몬스터 떼가……!”
“기사단 둔영에서의 연락입니다. 기사들이 식중독에 걸렸다고……!”
“주방에서 화로가 폭발……!”
하이디와 베티의 눈이 팽글팽글 돌아갔다.
‘이게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세상이 달리아를 붙잡게 두지 않으려는 듯, 일제히 소동이 일어났다.
하이디가 소리쳤다.
“베티, 넌 우리 아가씨께 소식을 알리고 기사단으로 가렴! 론지는 주방을 확인해. 너희는 고용인 기숙사로 간다!”
“으응!”
“예, 옛!”
하이디가 소리쳤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고! 잠깐, 근데 이 아가씨 어디 갔어?!”
달리아의 모습이 그새 보이지 않았다.
* * *
베티의 말에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어요. 어쩌지요?”
“기사들이 전부 식중독에 걸렸다면 몬스터 떼를 처리할 인력이 없을 거야. 발자크가 가서 몬스터를 없애줘.”
“그래!”
나는 재빨리 방을 뛰쳐나왔다.
베티가 헥헥거리며 날 쫓아왔다.
“달리아는 찾았어?”
“하이디가 뛰어가긴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찾지 못한 모양이에요.”
성에 경비병들이 잔뜩 깔려 있는데 못 찾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빌어먹을 주인공 버프!’
우리 관할성에서 달리아가 힌트를 얻게 하려고, 일이 한꺼번에 터졌겠지.
경비병들과 하이디가 달리아를 못 찾는 것도 버프 때문일 거다.
‘이렇게 되면 무적이잖아.’
다시 한 번 그리미에가 달리아를 그렇게나 불러오려고 했던 이유를 납득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가호를 발동했다.
눈앞에 텍스트가 떠올랐다.
‘활성화된 회차가…… 좋아, 2화다.’
[달리아가 입을 떡 벌리고 주변을 둘러봤다.“데이몬드 관할성의 재력이 아스트라의 1, 2위를 다툰다더니 정말이네…… 이게 다 얼마람.”
왜 소설에서 ‘황금과 보석으로 가득한 방’이라고 서술했는지 알겠다.
‘이 돈 냄새!’
다시 다짐하게 된다.
난 꼭 아스트라에서 행복하게 살 거야!]
황금과 보석으로 가득한 방…….
‘아홉 번째 창고야.’
아니,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안 들키고 간 거야?
문에서 한참 떨어진 곳인데.
하기야, 이제 ‘어떻게’라는 말은 중요하지 않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전부 주인공 버프 때문일 테니까!’
나는 황급히 아홉 번째 창고로 향했다.
* * *
달리아는 눈을 반짝이며 보석 더미 속에 널브러진 물건을 잡았다.
꼭 쿠션 파운데이션의 통 같다.
보석이 잔뜩 달린 건, 마법 소녀 거울 같고.
‘과연 판타지 세계라니까~!’
달리아는 신이 나서 케이스를 열었다.
“응? 마도구인가? 근데 왜 작동을 안 하지?”
고장이 나서 여기에 뒀나.
‘그렇겠다. 소중한 물건이라면 이렇게 널브러뜨려놓지 않을 테니까.’
그랬다.
이건 데이몬드가 무너뜨린 왕국에서 빼앗아 온 성물, 피어드.
특수한 파동이 아니면 공명하지 않았다.
피어드가 마지막으로 작동한 건 800년 전.
최강의 성녀라 불린 막달레나의 사망 후, 그 누구도 작동시킨 적 없었다.
해서 이제는 재물로서의 가치뿐인 성물이었다.
그런데…….
“응?”
피어드에 달리아의 숨결이 닿자마자 물감이 번지듯 마도구에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폭우 때문에 채소 상태가 좋지 않더라니 결국 식중독이…….]삑.
[도련님! 저쪽이에요! 몬스터는 저쪽으로……!!]삑.
묘한 소리와 함께 화면이 허공에 떠올랐다.
‘어? 이거 데이몬드 관할성인데…… 저 고용인들은 아까 현관? 같은 곳에서 봤어.’
삑.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엔 요슈아가 보인다.
그는 갈색 머리의 미남과 함께 있었다. 요슈아는 그를 콘라드라고 불렀다.
‘저 사람이 콘라드구나! 진짜 온미남이네! 잠깐만…… 이 쿠션 파운데이션 통 같은 거 혹시…….’
달리아가 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
CCTV!
미니 CCTV다!
그것도 카메라 없이 작동하는 엄청난 물건.
‘거울과 이어진 것 같은데…… 그럼 거울이 있는 방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볼 수 있는 거야?’
대박! 대박!
로또 맞았다!
달리아는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화면에 집중했다.
[확실히 방계들의 움직임이 불온합니다, 도련님.] [역시 그랬나……. 해서,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지?] [아무래도 군사와 무기를 장원 내로 들여오려는 듯싶습니다.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필시 연맹했겠지요.] [하면 배신을 막기 위해 연명장을 작성했겠군.] [예, 손에 넣는다면 그만한 약점은 없을 것입니다. 자치권이 아니라 목숨을 보전하기 힘들 테니 말입니다.] [연명장이 열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연명장?’
그때였다.
누군가 거칠게 손목을 잡았다.
달리아가 흠칫, 고개를 돌렸다.
“에, 에릴로트?”
“뭐야, 이게.”
“어? 이 마도구 말이야? 아, 바닥에서 뒹굴고 있어서…….”
“피어드를 작동시켰어?”
“피, 피어드? 그게 뭔데?”
에릴로트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달리아의 손에서 피어드를 빼앗았다.
“아!”
거친 손길에 달리아가 신음하며 물러섰다.
“에릴로트…… 왜 그래……? 화났어?”
“아무리 혈족이라도 이런 식으로 염탐할 순 없어.”
“아, 난 염탐이 아니라…… 신기해서 만져봤는데 갑자기 작동한 거라서…….”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것도 무례지. 비상식적인 무례.”
“…….”
달리아는 어깨를 움츠리고 에릴로트의 눈치를 보았다.
“미, 미안해…….”
“손님방의 준비가 끝났을 거야. 가. 앞으론 함부로 성을 돌아다니지 말고.”
“으응…….”
베티가 싸늘한 얼굴로 달리아에게 다가왔다.
“가시죠.”
“그래…….”
달리아는 베티와 함께 나가며 힐끗, 에릴로트를 돌아보았다.
“미안해…….”
“…….”
에릴로트는 대답이 없었다.
아홉 번째 창고를 나온 달리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큰일이네. 주인공에게 경계 당하겠어.’
하지만 소득이 있었다.
달리아가 히죽 웃었다.
‘연명장을 찾으면 된다는 말이지?’
그걸 찾으면 아빠가 공작이 될 수 있다.
손님방에 들어간 달리아는 베티를 내보낸 후, 문을 꼭 닫았다.
그리고 재빨리 통신석을 들었다.
‘그러니까 통신석을 쓰는 방법이…… 아이참, 배웠는데도 어렵네.’
이리저리 만지고 있는데 어느 순간 통신이 연결되었다.
[무슨 일이지, 달리아?]다정하고 달콤한 목소리.
그리미에의 목소리였다.
“아! 아빠, 들려요?”
[그래.]“있죠. 저 좋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좋은 이야기?]“응, 그게요!”
달리아는 종알종알 설명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그리미에가 픽 웃었다.
[훌륭하구나, 달리아.]“저기, 아빠는 지금 바쁘시잖아요? 이번 일은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할 수 있겠니? 사람을 붙여주마.]“물론이죠! 이왕이면, 음, 그 판타지 옷을 입은 사람들, 누구더라…… 저를 ‘소중한 분’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이요.”
[장막.]“응! 장막을 붙여줘요.”
[그래. 즉시 사람을 보내마.]통신을 종료한 뒤, 달리아는 씩 웃었다.
‘아스트라 공작이 되는 건 우리 아빠야.’
* * *
나는 요슈아와 발자크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달리아가 피어드를 작동시켰어. 해서 요슈아와 콘라드가 나눈 이야기를 모두 들었고.”
“뭐?!”
발자크가 버럭 소리쳤다.
“그 미친 건 왜 남의 말을 엿듣고 난리야!”
그가 길길이 날뛰는 동안 요슈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얼굴이 창백하기까지 했다.
요슈아는 정보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해서 정보란 정보는 모두 아주 철저하게 관리했다.
“오라버니.”
“…….”
“요슈아 오라버니.”
“…….”
“요슈아!”
“……아, 그래.”
나는 요슈아의 어깨를 잡았다.
“요슈아의 잘못이 아니야. 피어드 같은 물건을 작동시킨 달리아가 무서운 거지.”
“…….”
“해결할 수 있어. 그러니까 정신 차려.”
요슈아가 나를 정신없이 바라봤다. 이윽고 그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내 이마에 툭, 자신의 이마를 댄 그가 말했다.
“그래, 에릴로트.”
“지금 움직여야 해. 달리아도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
하필 이번 식중독 때문에 군사를 쓸 수 없다.
당장 움직일 수 있는 건 열 명이 안 되는 수다.
그에 비해 <장막>은 엄청난 세력을 자랑하겠지.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해.’
그때, 발자크가 말했다.
“방계 놈들이 연명장을 어디 숨겼을까. 어디 있는지 알아야 가지.”
그래, 중요한 건 사람 수가 아니라 연명장의 위치다.
‘나라면 연명장을 어디에 숨겼을까.’
나라면…….
순간 무언가 번쩍 떠올랐다.
“왜 연명장을 찾아야 하지?”
“뭐? 연명장이 있어야 방계 놈들의 약점을 잡고, 그것으로 알아서 자치권을 넘기게 할 수 있으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양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우리가 연명장을 찾지 말고, 연명장이 우리에게 오도록 하면 되잖아!”
요슈아가 흠칫했다.
“에릴로트, 너 설마…….”
“푸슬후르 남작에게 소문을 흘려. 달리아가 연명장을 찾으러 간다고!”
“그래! 그럼 방계들이 연명장을 더 안전한 장소로 옮기려 하겠지!”
“응, 옮기려는 장소에서 기다리면 되는 거야!”
발자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옮기려는 장소가 어딘데?”
“그건 우리가 정해주면 돼, 오라버니.”
“그게 무슨…….”
“연명장을 들고나오는 자를 몰아가면 되지. 길목마다 우리 사람을 배치해서.”
“넌 정말…….”
발자크와 요슈아가 동시에 내 머리를 마구 비볐다.
“하여간에 약았다니까!”
“좋은 생각이야, 에릴로트.”
나는 씩 웃고서 말했다.
“가자.”
‘아스트라 공작이 되는 건 우리 아빠야.’
* * *
“어, 어? 저 사람들 뭐야? 푸슬후르 성에서 우르르 나오잖아!”
망원경으로 푸슬후르 성을 살피고 있던 달리아가 소리쳤다.
“그렇게 들썩이시면 말이 놀랄 겁니다.”
달리아를 앞에 태우고, 승마를 못 하는 그녀 대신 등 뒤에서 말을 몰고 있던 <장막>의 사내가 말했다.
“아, 놀라서 그만.”
달리아가 헤헤 웃었다.
“마시타브바의 형 쪽이라고 했지?”
“예.”
“그럼 큰 마시타브바라고 하면 되겠다!”
달리아와 마시타브바의 첫째가 탄 백마 옆으로, 흑마를 탄 남자가 다가왔다.
“그럼 전 작은 마시타브바입니까?”
“그렇지!”
달리아가 수줍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쌍둥이인데도 인상이 달라서 느낌이 전혀 다르다니까.’
형 쪽은 다정하고 섬세한 느낌.
동생 쪽은 장난기 많은 거친 느낌.
둘 다 사람을 싫어하는데, 자신에게만은 엄청나게 다정했다.
”얼마나 당신을 기다렸는지 모르실 겁니다, 메시아.”
“정말 오래 기다렸다고요. 이제야 만났으니 결코 놓지 않을 겁니다.”
“너희들 정보로는 연명장이 푸슬후르 성에 있다고 했지?”
“예, 메시아. 확실합니다.”
마시타브바의 첫 번째가 단언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온다는 걸 알고 연명장을 빼돌리려는 거야. 어떻게 알았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죠.”
두 번째가 어깨를 으쓱했다.
달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연명장을 찾는 게 중요하니까.”
그녀가 등 뒤를 돌아봤다.
그리미에가 붙여준 <장막>의 사람들과 군사들이 가득했다.
달리아가 의욕 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너희들의 메시아가 명한다! 연명장을 찾아와!”
“존명.”
“존명.”
두 명의 마시타브바가 동시에 등자를 차자, 말이 히이이잉—!! 목소리를 높였다.
다정한 마시타브바의 큰 쪽이 말했다.
“안장엔 보호 마법이 걸렸으나, 결코 방심하지 마십시오.”
“응?”
“메시아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상한다면 저는 스스로를 용서치 못할 것입니다.”
“으응, 물론이지.”
<장막>의 모두는 자신을 공주님처럼 다루었다.
모두가 제 살처럼 달리아를 아끼고 사랑했다.
‘너무 멋진 세상이야. 아까 나도 좀 멋졌고.’
달리아가 히히 웃었다.
“적마를 탄 놈이 가장 강한 놈입니다. 보물은 대장 손에 있는 법이죠. 우린 적마를 쫓겠습니다.”
마시타브바의 두 번째가 한 말에 달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군사들을 따라 한참을 달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두 사람의 마시타브바가 시선을 교환했다.
“대체 어디로 향하는 거지, 형?”
“글쎄. 아무래도 이상한 건 확실하다.”
달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왜? 뭐가 이상한데?”
“이 산만 지나면 데이몬드 관할령입니다. 저쪽으로 갈 이유가 없을 텐데요.”
산중턱을 지나던 순간이었다.
탁!
탁, 탁!
탁!
버튼음과 함께 온 산에 등이 켜졌다.
그리고 달리아와 마시타브바의 무리 앞에 나타난 건…….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
검은 망토를 입은 에릴로트 아스트라였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