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
이 3세는 악역입니다 3화.(3/390)
3화.
한겨울에, 그것도 찬물에 젖어서 몸이 금세 벌벌 떨렸다.
할아버지와 함께 온 부관이 곧장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곤 재킷을 벗어 내 어깨에 덮어 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것이…….”
공작을 보고 당황해 있던 모로 남작이 하하, 어색하게 웃었다.
“본성에서의 일을 들었습니다. 부정행위를 했다는 말에 기함을 하였지요. 그렇지 않아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다른 아이와 다툼까지 벌인지라.”
“뭐라고요?”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쯤이면 크게 반성하셨을 테니 다시는 그런 짓을─”
“무슨 헛소리입니까!”
부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모로 남작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보았다.
“오늘 부정행위 때문에 귀가가 늦어진 것이…….”
“아가씨의 귀가가 늦었던 것은 가호를 발현하셨기 때문입니다!”
“……예?”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보았다.
“네 말이 맞더구나. 용의 뼈가 매장된 지역이 옛 미르텐 평야였지.”
꽤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찾았구나.
하긴 가호를 쓰면 찾는 건 그리 어렵진 않을 거다.
모로 남작은 새파래졌다.
이제야 슬슬 상황 파악을 한 모양이다.
그의 양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렇겠지.’
할아버지가 제일 싫어하는 게 하극상이었다.
나는 이래 봬도 아스트라 공작의 손녀.
투명인간 취급할 때는 몰라도, 가치를 증명한 지금은 엄연히 아스트라의 작은 주인 중 하나다.
모로 남작이 무어라 변명하려 새파란 입술을 열었다.
“이, 이것은, 그러니까……!”
“묻겠다.”
할아버지의 말이었다.
고작 한 마디였는데도,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내달렸다.
바람 소리마저 어둠에 잠긴 밤.
창에서 흘러드는 달빛이 그의 실루엣 윤곽을 따라 부서졌다.
그가 낮게 울리는 굽 소리와 함께 걸어오자, 모로 남작은 주저앉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물었다.
“너는 무엇이냐.”
흘러나오는 목소리엔 고저가 없었다.
내리깐 눈 안에 서슬 퍼런 안광이 비추었을 뿐.
모로 남작은 마른침을 삼키고 말했다.
“저, 저는 모로가의 16대손─”
“아니.”
할아버지는 지팡이의 지지대 끝으로 모로 남작의 턱을 들었다.
“너는 개다.”
“…….”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무는.”
지팡이 끝이 모로 남작의 턱을 타고 내려가 목울대에 닿았다.
“개가 주인을 못 알아봐서야.”
모로 남작이 꽉 메인 목소리로 겨우 말을 흘렸다.
“사… 살려 주십시오.”
“…….”
“사, 살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
“짖는 법은 아는구나.”
그렇게 말한 그가 모로 남작에게 등을 돌렸다.
부관은 나를 챙겨서 할아버지에게 따라붙었다.
부관이 나를 내려놓았을 때에서야 모로 남작은 숨을 터뜨렸다.
그 순간 귀에 닿은 것은.
콰직─
……기묘한 균열음이었다.
“끄, 커헉…… 끄그극……!”
나는 딱딱하게 굳어졌다. 고장 난 기계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는데,
“돌아보지 마십시오.”
부관이 바짝 붙어 서서 등 뒤를 가렸다.
모로 남작의 꼴이 어떤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 * *
나는 성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짐을 챙겨서 나오자, 이미 소식을 들은 교사들과 애들이 나와 있었다.
교사들은 복도에서부터 날 배웅했다.
“아가씨와의 수업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성에 가셔도 씩씩하게 지내십시오.”
“지혜로우신 분이니 뭐든 잘하실 겁니다. 혹시나 필요한 일이 있으시다면 연락해 주세요.”
교사들은 나에게 정말 잘해 줬다.
사탕도 많이 주고, 우유도 주고.
“샘새미, 감사함미다. 그리구 사보으냉 돈 마니 벌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봉은행에 투자하면 돈 많이 벌어요.)”
선생님들은 울먹이며 수첩을 꺼냈다.
“예, 아가씨. 잘 지내셔야 합니다. 그런데 사봉인가요? 사본인가요?”
“아가씨와 함께한 2년 절대 잊지 않겠…… 펜이 안 나오네.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사봉은행이라고?”
우리는 눈물의 이별을 맞았다.
선생님들은 날 마차 앞까지 배웅해줬고, 나는 손을 흔들며 마차에 탔다.
이어서 마차에 탄 부관은 묘한 표정으로 흑흑 울며 수첩을 쓰다듬는 선생님들을 보았다.
“앤워드 경과 시모릭 경이지 않습니까?”
“녜. 샘샘미들 이름이에요.”
“각각 동부와 서부 아카데미의 수석들이 아닙니까.”
부관은 “저런 인재들이 어째서 관료 시험에 응시하지 않고, 교사를…….” 하고 중얼거렸다.
그랬다.
선생님들은 사실 <빙.흑.손> 속에 이름이 언급될 정도의 인재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왜 지금은 교사를 하고 있냐면─
‘돈이 없기 때문이지.’
똑똑한 저들은 알고 있었다.
관리가 되어도 뒷배와 돈이 없는 자신은 죽어라 굴려지기만 하다가 끝날 거란 걸.
그래서 열두 번째 탑의 교사가 된 거다.
방계라도 아스트라의 귀족들과 인연을 쌓기 위해서.
‘그렇게 뒷배를 만들려던 거겠지.’
하지만 애들이 너무 어려서, 제대로 된 제 편을 만들려면 십수 년은 걸릴 터였다.
그때, 내가 등장한 거다.
아스트라 공작의 손녀이자(뒷배), 대박 정보를 물고 있는 아이(돈).
즉, 뒷배와 돈을 다 손에 넣게 해 줄 보물이 말이다.
‘선생님들은 내가 투자 정보를 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지.’
내가 투자를 하고 있었던 거다.
내가 혹시라도 아스트라 성에 들어간다면, 내 힘이 되어 줄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
선생님들은 여전히 울먹이며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팔랑팔랑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얼른 자본을 만들어서 본성 관리가 돼. 선생님들!’
얼마쯤 지나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깜짝 놀라서 부관을 쳐다봤다.
“하부지 엄써요!(할아버지가 없어요!)”
공작이 안 탔는데 출발해도 되냐는 뜻이었다.
“공작님은 외출하시던 중에 잠시 들리신 겁니다. 본성엔 저와 함께 가시죠.”
나는 “녜.” 하고 얌전히 손을 포갰다.
부관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 무시무시한 공작가의 부관답지 않게 다정한 느낌의 남자였다.
‘얼굴도 잘생겼고.’
부드러운 갈색 머리에 노란색 눈.
온화한 이미지를 가진 미남이었다.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매력까지 있어서, 성까지 오는 데 불편하지 않았다.
성에 도착한 마차가 멈추자, 부관이 날 안아서 내려 주었다.
“그럼 당분간 묵으실 곳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별관 3층에서 지내게 되었다.
방문을 열어 준 그가 말했다.
“짐은 하인들이 풀어 줄 겁니다. 그럼 쉬십시오.”
인사하고 돌아가려는 그의 재킷 끝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그가 몸을 낮추고서 물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이름, 알고 시퍼요.”
내 말에 그는 잠깐 멈칫했다.
“역시 특이하시군요.”
“……?”
“아……. 나쁜 뜻은 아닙니다. 직계님들 중에 고용된 자의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분은 없으셨기에.”
“녜.”
“콘라드 마르시알입니다.”
그는 눈매를 접으며 웃은 뒤, 몸을 일으켰다.
“좋은 꿈 꾸시길.”
그러고서 그는 떠났다.
난 방문을 닫을 생각도 못 하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콘라드?’
콘라드 마르시알이라고?
조그만 두 손으로 입을 착, 막았다. 하마터면 비명이 터져 나올 뻔했기에……!
‘콘라드 마르시알이라면 그 남자잖아.’
소설 속에서 콘라드를 지칭하는 말은 많았다.
암막의 지휘자.
최연소 관료 시험 합격자.
그리고…… 배신자.
‘할아버지를 찌르고 도주하니까.’
그 후 정보 길드의 수장이 되어 나타나는 사람이었다.
* * *
다음 날.
새가 짹짹 울고 바람이 선선한 아침이었지만, 나는 전혀 상쾌하지 않았다.
‘여기서 콘라드가 나와 버리네.’
콘라드는 <빙.흑.손>의 주인공인 달리아의 조력자 역할이었다.
그는 공작을 배신한 탓에 평생 아스트라 공작가에게 노려진다.
그걸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달리아가 나서서 중재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아스트라의 추적에 많이 지쳐 있던 콘라드는 그녀의 사람이 된다.
거기까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문제는 콘라드에게 공격당한 후 할아버지는 얼마간 혼수상태가 된다는 거지.’
할아버지가 혼수상태가 되면 여긴 전쟁터가 될 것이다.
아스트라의 직계들은 야수에 가까웠다. 그것도 길들지 않은.
지금이야 할아버지라는 목줄에 메여 있지만, 없어진다면 난리가 나겠지.
‘그러면 지켜 줄 사람 하나 없는 난…….’
심장이 발등으로 꺼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기상 준비를 도와 드려도 되겠습니까?”
“녜.”
대답하자 하녀들이 세숫물을 들고 들어왔다.
하녀는 수건에 물을 적셔서 눈곱을 떼 주고, 얼굴을 닦아 줬다.
머리도 빗겨 줬는데, 곱슬이 심한 나라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리본은 어떤 것으로 하시겠어요? 이쪽 노란색의 레이스 리본도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녜.”
“아가씨께선 아주 점잖으시군요. 준비가 수월했어요.”
“녜!”
하녀들은 잘 대답하는 내가 귀엽다는 듯 후후 웃었다.
전부 준비를 마친 뒤엔 거울을 보여 줬다.
“마음에 드시나요?”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울을 봤다.
지푸라기를 뭉쳐 둔 것 같던 머리가 이렇게 깔끔해지다니.
과연 본성의 하녀들이다.
‘맞다. 에릴로트 설정이 세계관 최고 미모였지.’
머리가 관리되지 않아서 병든 푸들 같다 보니, 잊고 있었다.
잘 관리받고 보니까 떡잎부터 다르다.
아주 귀여운 얼굴이었다.
준비를 끝낸 후엔 아침을 먹었다.
연한 소고기와 신선한 채소를 작게 잘라 넣은 크림 수프였다.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곁들여진 가니시를 먹으려던 난 피망을 보고 멈칫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하녀들을 쳐다봤다.
‘피망 싫어.’
난 피망은 먹지 않는다. 피망은 어린이의 적이었다.
열두 번째 탑에 있다면 슬그머니 다른 채소 속에 파묻어 두었겠으나, 지금은 성의 하녀들이 날 보고 있었다.
내 일거수일투족은 위에 보고되어, 할아버지에게 흘러들 거다.
난 정말 피망이 싫지만, 할아버지는 피망을 먹는 애를 좋아하겠지.
포크로 피망을 찍은 난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와삭, 베어 물었는데 곧바로 울상이 되었다.
피망과의 전쟁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보던 하녀들이 쿡쿡 웃었다.
다행히 고용인들은 어린 나에게 우호적으로 보였다.
‘이대로 계속 가려면 할아버지가 중요해.’
혼수상태로 집안이 개판 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나는 결심했다.
어쩔 수 없으니까 할아버지를 지켜 주기로.
* * *
식사를 한 뒤엔 한나절쯤 하녀들과 놀았다.
하녀들과 노는 것은 재미있었다.
“꺄, 이쪽을 보세요.”
“이쪽으로 오셔요, 아가씨. 옳지. 너무 잘하셨어요!”
……나보단 하녀들이 즐거운 것 같았다.
하기야, 겉으로도 실제로도 무시무시한 공작성에서 일하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가여운 언니들.’
나는 열정적으로 언니들과 놀아 줬다.
그리고 오후엔 호출이 있어서 할아버지의 서재로 갔다.
서재엔 몇 명의 학자들과 가신들이 함께였다.
나는 오전에 하녀들에게 배운 대로 배꼽에 착, 착, 두 손을 올리고 넙죽 허리를 굽혔다.
“안냐세요. (안녕하세요.)”
가신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아, 예. 드뷔시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는 얼떨떨한 목소리였다.
어린 나이부터 사람을 때려잡던 직계들만 봤을 테니, 평범하게 예의 바른 내가 오히려 특이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드뷔시 자작은 빙그레 웃었다.
“아가씨 덕분에 용의 뼈를 발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녜.”
“고대어를 읽는 가호는 굉장히 매력적이더군요. 그래서 말인데, 역사서의 다른 부분도 읽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오늘은 얼마나 읽으실 수 있는지 확인차 아가씨를 모셨습니다.”
“…….”
“가호를 쓰는 건 힘든 일이니, 하루에 그리 많은 양을 읽지는 못하시리란 것은 알고 있습니다.”
“…….”
“편하게 읽어 보시지요. 몸에 무리가 간다면 중단하시면 됩니다.”
하인이 내게 책을 가져다줬다.
내가 책 커버를 열자, 어른들은 이제 읽어 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커다란 테이블의 상석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 또한 내게 집중했다.
나는 첫 문장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태초에, 전마니 세게를, 찬조해따. (태초에, 절망이 세계를, 창조했다.)”
“음. 역시 한 문장 정도는…….”
“처 뻔째 세게는 고요와 어두미 다스리는 땅. 이르 우리눈 허무라 면면한다. (첫 번째 세계는 고요와 어둠이 다스리는 땅. 이를 우리는 허무라 명명한다.)”
“한 문단도 괜찮으시고…….”
“허무 속에서 샌면이 태어나따. (허무 속에서 생명이 태어났다.)”
“한 페이지……?”
난 줄줄줄줄 글을 읽었다.
처음엔 고개를 끄덕이며 보던 가신들의 표정이 점점 변했다.
1페이지.
2페이지.
.
.
13페이지.
“……!!!”
가신들은 기함했다. 학자들과 행정관들마저도 입을 떡 벌린 채로 나를 봤다.
“채, 책을 낭독하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30분입니다.”
“저 나이에 가호를 30분이나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그냥 한국어라서 그런데.
진짜로 가호를 사용하는 게 아니니, 책을 읽는 정도야 어렵지도 않다.
목은 좀 마르지만.
“허무는 연야칸 샌명을 안타까께 여겨 가호를 내려따. 강녁한 가호르 유지하 쑤 이또록 으네로운 토지르 하사해꼬─ (허무는 연약한 생명을 안타깝게 여겨 가호를 내렸다. 강력한 가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은혜로운 토지를 하사했고─)”
“은혜로운 토지?”
[강력한 가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은혜로운 토지를 내렸다.]─라는 부분에서 사람들의 눈이 확 뜨였다.
“그런 토지가 있단 말입니까?”
당연히 난리가 났다.
“어딥니까? 위치가 나와 있습니까?!”
“아녀.”
“책 속에 분명 힌트가 있을 것입니다. 맙소사!”
거의 축제의 한복판이었다.
* * *
공작은 묘한 표정으로 에릴로트를 바라보았다.
벌써 책을 낭독하기 시작한 지 1시간가량.
저 애는 지칠 줄을 몰랐다.
불평할 줄도 몰랐다.
‘탑의 일을 원망할 법도 한데.’
가신들은 기함하다가도, 책 속에서 엄청난 내용이 나오면 춤을 출 기세였다.
오랫동안 책을 읽던 에릴로트는 콜록, 기침했다.
가신들과 학자들이 서둘러 그 애를 살폈다.
“오늘은 이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중한 가호가 상하기라도 할까, 전전긍긍한 표정이었다.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관은 책의 내용을 정리해라. 회의는 이만 파하도록 하지.”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원로인 드뷔시 자작과 함께 방을 나섰다.
“아가씨께선 놀라우시군요.”
평가에 냉정한 드뷔시 자작조차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용의 뼈 발굴 작업의 진척은 어떠하냐.”
“순조롭습니다. 벌써부터 소문을 듣고 날파리가 꼬이고 있을 지경으로 말이지요.”
뽀짝.
“황실에서도 헌납을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쉬이 내줄 순 없지.”
뽀짝.
“네가 직접 황도로 가서 놈들의 반향을 알아보아라. 침 질질 흘리는 꼴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니.”
“예, 바로 관리들을 꾸려─”
뽀짝.
‘……뽀짝?’
등 뒤에서 계속해서 신경 쓰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힐끗 뒤돌아보자, 토끼 인형의 귀를 잡은 에릴로트가 오도도도 달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