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02)
이 3세는 악역입니다-301화(302/390)
301화.
* * *
17구역.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아, 아빠……!”
“꺄아아악—!! 살려줘!”
“와아아앙! 엄마……!”
비명이 난무했다.
달리아는 딱딱하게 굳어져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요 며칠 그녀는 17구역에서 사람들을 돌보았다.
워낙 낙후한 동네라 일손이 매우 부족해서, 그들은 귀족 아가씨의 도움이라도 기쁘게 받아들였다.
크루마투스가 치료제로 쓰일 때처럼, 17구역 사람들은 자신에게 다정했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했는데…… 그랬는데, 왜 이렇게 되었지?’
치료제를 써도 소용이 없는 환자들이 있었다.
조금 더 지켜보다가 황궁에 보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 사람들이 들러붙더니 커다란 괴물이 되어버렸다.
어린아이가 괴물을 향해 뛰어갔다.
“엄마, 엄마……! 우리 엄마 돌려줘!”
저 애의 엄마도 들러붙어 괴물이 된 사람 중 하나였다.
“어어, 안 돼!”
달리아가 허둥지둥 아이를 붙잡았다.
“안 돼, 위험해!”
“하지만 엄마가…… 으아아앙!”
달리아는 울고 있는 아이를 끌어안은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떡하지. 통신석도 괴물 습격 때문에 부서지고…….’
“이, 일단 도망쳐요! 저쪽으로 가요!”
달리아는 사람들을 이끌고 폐건물 안으로 향했다.
“바리케이드…… 바리케이드를 쳐야 해. 여기 좀 도와줘요!”
성인들이 허겁지겁 달리아를 도와 입구에 버려진 가구며 바위 등을 쌓았다.
‘이제 버틸 수 있으려나?’
달리아는 아이를 내려놓고, 덜덜 떨리는 손을 맞잡았다.
“혹시 통신석 가지고 있는 사람 있어요?”
“통신석이라니…… 그런 물건이 있을 리가 없지요…….”
17구역, 페달통 마을의 늙은 촌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 예전엔 그랬지만 요새는 평민들도 통신석을 가지고 다닌다고 했는데…….”
“그거야 돈깨나 있는 평민들이나 그렇습니다요. 저희 같이 하루 먹고 살기도 팍팍한 사람들에게 통신석 같은 건 꿈도 못 꿀 물건이라…….”
“그, 그럼 어떻게 하지.”
도망칠 때 보니까 저 괴물은 쓰러진 사람들을 흡수해서 몸을 불리고 있었다.
‘더 커지면 이런 바리케이드쯤은 금세 부술거야.’
아니나 다를까, 쾅—!! 굉음과 함께 바리케이드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몸에 징그럽게 팔이나 다리, 손가락, 눈알 등이 엄청나게 많이 난 괴물이 폐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위…… 위로 올라가요! 어서!”
괴물을 피해 사람들은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어떻게 해. 이제 도망칠 구석이 없어.’
창문으로 뛰어내릴 수도 없는 높이였다.
달리아와 17구역 사람들은 방마다 숨어 오들오들 떨었다.
계단과 가까운 방부터 비명이 들려왔다.
비명은 달리아가 숨어있는 끝방을 향해 번지고 있었다.
“어떡해…… 어떻게 해…….”
마침내 비명이 바로 옆방에서 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쿵—!
문틀과 벽이 함께 부서지며 3미터가 가까워진 괴물이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 으아아악!”
“살려줘!”
“꺄아아악!”
“와앙—!!”
방 안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창문을 향해 달려갔다.
공포에 질린 남자 하나가 창문을 넘어 뛰어내렸다.
더는 남자의 발소리도, 비명도 들리지 않는다.
아이가 밖을 내려다보려 하자, 촌장이 흠칫 아이의 눈을 가렸다.
“넌 봐선 안 돼!”
사람들은 더는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었다.
물론 달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발끝부터 피가 식어가는 기분이었다.
겨우 평화로운 세계에 오게 되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괴물이 코앞에 있었다.
눈을 꽉 감은 달리아가 머리를 감싸 쥔 채로 주저앉았다.
‘싫어, 싫어…… 누가 좀 도와줘—!’
그런데 이상했다.
‘뭐지?’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달리아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리고 보인 것은…….
“와…….”
날카로운 것에 찢긴 것 같은 틈 사이로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아름다운 얼굴이 보인다.
이윽고 괴물이 쿵!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쓰러진 괴물 너머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사내가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동 루트는?”
“…….”
“이동해 온 루트를 물었다.”
“아! 저기, 어, 버려진 교회에서 왔는데…… 그, 뭐지, 다리 건너 이동했어요.”
사내가 등 뒤를 쳐다봤다.
한쪽 눈가를 가리고, 장발의 머리를 하나로 묶은 남자가 대답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닙니다.”
“<절망>이 먹이를 찾아서 이동한 건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거짓말처럼 잘생긴 사내가 다시 달리아를 쳐다보았다.
“너를 따라 이동한 게 아니면, 네 일행을 따라 이동한 것이다.”
“네?”
“17구역에서 무슨 짓을 했지?”
“저는 그냥 사람들을 돌봐준 것뿐인데…….”
달리아가 우물쭈물하며 웅얼거리자, 꼬마 하나가 소리쳤다.
“누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
괴물에게 흡수된 모친에게 달려가려다, 달리아에게 붙잡혔던 꼬마였다.
“치료제 오기 전에 누나가 안 아프게 하는 약 줬어요. 우리 엄마가요. 누나가 준 약 먹으면 안 아프댔어요!”
눈부시게 잘생긴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크루마투스를 먹인 거냐.”
달리아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통증 완화제예요. 병원에서 쓰는 평범한 거요. 아빠에게 부탁해서 제가 사 온—”
그때였다.
“으아아아아악!!”
쓰러져있던 괴물에게 발목을 붙들린 촌장이 내지른 비명이었다.
촌장은 순식간에 끌려들어가 괴물의 일부가 되었다.
괴물은 상처를 순식간에 재생시키며, 몸을 일으켰다.
알렉시스가 빠르게 달리아의 뒤로 이동해 괴물과 맞섰다.
‘와…….’
검술에 문외한인 자신이 봐도 엄청난 실력이었다.
괴물이 자신에게 기괴한 손을 뻗칠 때면 빠르게 파고들어 팔을 잘라낸다.
독 같은 액체가 뿌려지면 제 허리를 잡고 뒤로 물러났다.
‘든든해.’
이 뒤에 있다면 결코 위험하지 않을 거란 신뢰가 생기는 등.
달리아가 말했다.
“황군……! 황군을 불러와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구조로 사람을 흡수하는지 모르는 지금, 섣불리 군사를 불러들일 수 없어.”
“하지만 이러다가 다치시면……!”
그때였다.
방 안에 빛이 고여 든다 싶더니 곧 두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그리고.
“자, 네가 원하는 건 저기 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 그러니까 여자가 창문 밖으로 무언가를 내던졌다.
‘에릴로트?!’
그러자 괴물이 순식간에 창문을 깨부수고 바깥으로 낙하했다.
“황군과 함께 쫓아, 알렉시스!”
“하지만 사람을 부르는 건—”
“날 믿고 쫓아!”
눈부신 사내와 부관이 사라지더니, 창문 밖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부대와 2부대는 17구역 주민을 피신시키고, 3부대는 나를 따라 절망을 쫓는다!”
“예!”
‘순간이동인가 봐. 멋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내다보던 때였다.
에릴로트가 거칠게 자신을 잡아 세웠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나, 난 그냥 돌본 것뿐이야. 크루마투스가 아닌 통증 완화제를 써서……!”
“이 미친……!!”
에릴로트가 달리아의 멱살을 잡자, 꼬마애가 와앙—! 울며 달려왔다.
“하지 마! 누나 괴롭히지 마!”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의 꼬마는 투닥투닥 에릴로트를 때렸다.
“우리 마을에 치료제 제일 늦게 왔어! 엄마 아픈 거, 누나가 열심히 안 아프게 도와줬어! 나빠!”
마을 사람들도 에릴로트를 힐난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들의 눈빛에 힘을 얻은 달리아가 소리쳤다.
“왜 항상 내 일을 까 내리지 못해서 안달하는 거야!”
“네 몸에선 증폭의 파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어?”
“네가 크루마투스의 좀비화를 증폭시킨 거란 말이야!”
“그, 그럼 치료제의 효과도 강화시켰겠지……!”
“그러니까 치료제의 정화 속도가 좀비화 속도를 못 따라가서 이 사달이 벌어진 거잖아—!!”
에릴로트와 함께 이동해 온 한지혁이 흠칫했다.
이렇게까지 화가 난 에릴로트는 본 적이 없었다.
“이제 어쩔 거야! 정화제가 좀비화를 완전히 저지하기 전에 성체가 나타났어!”
“…….”
“아직 치료제가 퍼지지 않은 지역이 더 많다고! 저 성체가 그 지역으로 가게 된다면 이제 재앙은 막을 수 없어!”
“나, 난 그냥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으니까…….”
에릴로트가 달리아에게 살벌하게 뇌까렸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만백성에게 크루마투스를 먹였으면서, 또 멋대로 해서 이 난리를 만든 거야.”
마을 사람들이 멍하니 에릴로트를 바라봤다.
“그, 그러면 내 남편이 괴물에게 흡수당한 건…….”
“내 아들이 죽은 것도…….”
“모세, 아아, 모세가 괴물이 된 게!”
마을 사람들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얼굴이며, 정수리를 감쌌다.
달리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봤다.
에릴로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알겠니?”
“…….”
“저 사람들은 제 손으로 부모, 형제, 연인, 자식을 네 앞에 데려와 괴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휩싸여 살거야.”
“나는…… 난…….”
“사람은 취약할수록 간절한데, 저 간절함을 평생의 후회로 만든 건 너라고.”
에릴로트가 달리아의 멱살을 거칠게 놓고 등을 돌렸다.
“가자, 절망을 막아야 해.”
“이미 성체가 된 절망을 어떻게 막으려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수밖에.”
에릴로트가 달리아를 노려보곤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가 사라진 후, 마을 사람들이 달리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떻게 할 거야! 네년이 내 남편을 괴물로 만들었어!”
“모세를 돌려내! 모세를 돌려내란 말이야!”
달리아가 두 팔로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다.
“아니에요. 난 그냥 도우려고 한 거예요. 나, 난 정말로……!”
왜 이러는 거야?
난 선의로 한 일이야.
정말로 힘들었지만 애썼다고.
밤낮없이 사람들을 돌봤어.
그런데 왜 자꾸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왜 나한테만 이런 불행이 생기는 거야……!”
“아가씨 때문이야.”
기묘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달리아는 흠칫 허공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난 열심히 살았어. 다들 날 칭찬해줬단 말이야. 아픈 언니를 데리고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 애의 목소리다…….’
꿈속에서 서로 위로를 나누었던 아이.
진정한 친구.
……마사.
“그런데 왜 날 이렇게 매도해?”
“사람들에게 왜 나쁜 소문을 퍼뜨려? 난 덕분에 어디에도 취직할 수 없어서, 이런 한미한 곳에서 일하게 되었어.”
“도련님은…… 알렉시스 도련님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
“아가씨가 내 인생을 망쳤어. 나를 고향에서 데려오지 말지. 이렇게 만들 거면 왜 나를 데려와서!”
달리아는 귓속을 파고드는 목소리를 따라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째서 나만 이렇게 불행할까.”
“어째서 나만 이렇게 불행할까.”
그 순간, 자신을 밀치며 악을 내지르던 사람들이 일시에 가루가 되었다.
“에릴로트가 세계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달리아가 방 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쳐다보았다.
“아빠…….”
“그래.”
“그런데 세계의 주인공이라니요? ……아빠도 이 세계가 소설인 걸 알고 계셨어요?”
“다르다. 이 세계의 기록을 이전 세계에서 읽었던 것이다. 넌 우리의 메시아니까.”
“메시아……?”
“본래 주인공이 되었어야 할 자. 그러나 그릇된 존재에 의해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리미에가 한쪽 무릎을 굽혀 달리아와 마주 보았다.
“이 세계의 불행은 예정되어 있단다. 에릴로트가 주인공의 자리를 빼앗은 한은 말이지.”
“……싫어요. 이런 불행은 너무 싫어.”
“네가 본래의 자리를 찾아 세계를 바꾸어다오.”
주변으로 빛무리가 몰려들었다.
이윽고 로브를 쓴 사람의 형태가 되었다.
“당신들…… 장막이죠?”
가장 화려한 로브를 입은 남자가 말했다.
“예, 메시아. 저는 63대의 쿠말. 당신을 위해 태어나고, 살아온 자.”
쿠말이 달리아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당신의 바람을 현실로 이룰 자, 마시타브바의 첫 번째—”
“—두 번째입니다.”
“수후르마시입니다.”
“기, 기르타, 타브입니다. 메, 메시아 님의 종입니다.”
“지바안나, 당신을 위해 미래를 예측하는 자지요.”
“파빌, 당신 눈에 닿지 않는 모든 것을 알려드릴 자입니다.”
“제 이름은 구. 물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메시아의 손안에 바칠 것입니다.”
“저는…….”
“제 이름은…….”
장막의 모두가 달리아를 향해 무릎을 굽혔다.
그 사이로 누군가 걸어왔다.
“어, 당신…… 본 적 있어요!”
“예, 국무회의에서 뵈었지요.”
빙그레 웃은 그가 말을 이었다.
“현생의 이름은 에노크 제르모. 제르모 공작가의 가주입니다.”
“제르모 공작님…….”
“또한 사명의 이름은 심마흐. 제 가문의 모든 것은 오직 사랑스러운 메시아, 당신을 위해 쌓아온 것입니다.”
모두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장막의 수장이라는 쿠말은 말했다.
“메시아, 당신은 우리의 부모이자, 형제, 연인……. 그 어떤 것에 비할 수 없이 귀중하신 분.”
“아…….”
“크로노트 회는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
달리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대단해. 멋져……!’
내가 이렇게 엄청난 존재였다니…….
가슴이 뛴다.
설레는 얼굴의 달리아를 본 그리미에가 물었다.
“힘을 되찾기 위해선 엄청난 고통을 건너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끄는 에릴로트를 벌하여야겠지.”
“네…….”
“할 수 있겠느냐.”
“네!”
달리아는 그리미에의 손을 덥석 잡았다.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이상하게 에릴로트가 거슬렸다.
표정, 말투…… 자꾸만 싫은 기시감을 느끼게 만든다.
‘역시 내 역할을 빼앗은 사람이기 때문이구나.’
달리아는 결심했다.
이들의 메시아인 자신이 본래의 스토리로 세상을 이끌기로.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