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05)
이 3세는 악역입니다-304화(305/390)
304화.
* * *
오셀리아 황비궁.
쾅—!
황비가 거칠게 문을 열며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고날롱! 당장 그년을 잡아 와—!”
시녀들이 허둥지둥 허리를 굽혔다.
황비를 따라 들어오던 살바토레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와 고날롱 부인을 찾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습니까.”
“그년이 나를 속였어. 아스트라 장원에서 안나마리아의 아들이 죽었다고 날 속였단 말이다!”
황자는 대꾸 없이 의자에 앉았다.
황비는 이를 악물고 황자를 노려보았다.
“넌 어찌 그리 아무렇지 않은 것이냐. 이시론 공작가를 외가로 둔 첫째 황자가 돌아왔어. 그것도 황제 폐하를 고대 몬스터에게서 구하면서!”
“아무렇지 않아 보이십니까.”
“……!”
황비가 흠칫, 몸을 굳혔다.
친모를 보는 표정이 아니었다.
벌레라도 보는 것처럼 경멸하는 듯도 하고, 찢어 죽일 자를 보는 듯도 한 시선.
그때, 시녀 하나가 황급히 문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폐하께서 황비님을 호출하셨습니다!”
황비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녀가 초조한 얼굴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안나마리아를 죽이고 황자를 빼돌린 것이 나란 게 밝혀진다면…….’
황비가 어쩔 줄 모르며 아들을 불렀다.
“사, 살바토레, 어찌해야 되겠느냐…….”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뭐?”
“……시기가 좋으니, 역공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게 무슨…….”
황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황자는 픽 입꼬리를 올렸다.
* * *
황제궁.
황비가 불려 왔다.
나와 알렉시스, 그리고 황태후는 금좌의 가까이에 서서 무릎 꿇은 황비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고함을 내질렀다.
“황궁의를 사주하여 짐의 아들을 빼돌린 게 당신이 맞느냐 물었소!”
“폐, 폐하, 어찌 그런 천인공노할 말씀을 입에 담으십니까. 어찌 제가 그, 그런 짓을 벌이겠습니……!”
“들여라!”
황제의 말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이시론 공작과 함께 세 중년 여인이 들어왔다.
이시론 공작이 허리를 굽혔다.
“안나마리아 황비님을 모셨던 시녀들입니다, 폐하.”
‘안나마리아궁을 재건한다는 핑계로 퇴직했던 시녀를 찾았지.’
재건 핑계 때문에 우리가 증언을 얻고자 시녀들을 찾는다는 건 몰랐을 거다.
시녀들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황비를 노려봤다.
시녀들의 말은 이러했다.
1. 여성인 황비의 산실인 터라, 남자 의사가 들어가기 힘듦.
그래서 의사는 그녀를 오랫동안 봐 왔던 황궁의 제임스만이 들어감.
2. 시녀 3명, 시녀장, 산파가 함께 들어감.
3. 밤 깊을 무렵, 시녀 하나가 황비님의 상태가 위중한 것을 알림.
그 외에도 ‘황제 폐하께 이야기를 전해라’, ‘뜨거운 물을 가져와라’, ‘치유사를 데려와라’ 등등 명을 내려 산실 밖 사람들을 모두 치움.
4.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는 피바다.
황비를 살리지 못한 제임스가 도망치던 중, 막으려던 사람들을 해쳤다고 함.
5. 산실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모두 죽음. ……이것저것 명을 내려 산실 밖 사람들을 모두 치웠던 시녀 한 명만 빼고.
“그 시녀가 바로……!”
안나마리아궁 출신 시녀들이 한 사람을 가리켰다.
오셀리아 황비의 뒤에 있던 시녀장이 움찔했다.
“현 오셀리아 황비궁의 시녀장, 프랑소와 님이십니다.”
“저희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프랑소와 님께서도 큰 부상으로 사경을 헤매셨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런 일로 동료들이 죽었을 줄은……!”
황비는 거무죽죽한 얼굴로 소리쳤다.
“말도 안 돼! 안나마리아 님을 향한 프랑소와의 충심이 갸륵했기에 곁에 둔—”
“그만.”
황제가 매섭게 말하고, 금좌에 털썩 앉았다.
이마를 쥔 그가 손을 내저었다.
“알렉시스와 에릴로트, 이시론, 황비만 남고 모두 돌아가라. 모후께서도 돌아가십시오.”
시종들이 눈치를 보며 자리를 비켰다.
프랑소와 또한 덜덜 떨리는 손을 붙잡고, 알현실을 나섰다.
황태후까지 나섰을 무렵, 황비가 말했다.
“저 말을 믿으시는 것은 아니시지요? 예? 폐—”
“너는 어찌 나가지 않는 것이냐, 살바토레.”
살바토레 황자는 나가지 않고 뒷짐을 지고 있었다.
“어찌 처분하실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처분할 것은 아는 모양이군. 증거가 차고 넘친다. 네 어미가 부린 살수를 못 찾을 성싶으냐?”
황비는 사색이 되어 벌벌 떨었다.
그러나 살바토레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하면 공표하시겠습니까?”
“……뭐라?”
“운 좋게 이시론 공자…… 아니, ‘형님’께서 고대 몬스터를 토벌했다고 하나 백성들의 원성이 클 것입니다.”
“…….”
“크루마투스와 전염병의 시초가 황궁이 아닙니까.”
황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겠지. 잘못은 완전히 본인에게 있으니까.’
살바토레 황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러한 때에 황비가 1황자를 빼돌렸고, 황제 폐하께서 그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공표하실 수 있으십니까?”
“너…… 네 이놈!”
“전염병의 시초가 모후였던 것으로 하시죠. 크루마투스 유통자도 폐하가 아닌 모후인 것으로 하겠습니다.”
“…….”
“제국의 긴 역사에 폐하의 오점을 남기실 셈이라면 굳이 말리지 않겠지만.”
저 약아빠진 놈…….
‘황제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일 거야.’
자식보다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니까.
그러니 외아들이라고 생각하던 살바토레에게도 애정 한 줌 주지 않았을 테지.
황비는 이때다 싶어 말했다.
“예, 예, 폐하! 그리하겠습니다! 폐하를 위해 무엇을 못 하겠습니까!”
“…….”
“모두 제 탓으로 하셔요! 아뇨, 제 탓입니다!”
이시론 공작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안나마리아 황비는 이시론 공작의 딸.
황제의 잘못 때문에 딸의 죽음을 덮으려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거다.
‘잠깐만, 설마 저 약삭빠른 놈이…….’
이시론 공작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알렉시스 황자님께서!”
내가 얼른 소리쳤다.
“황자님께서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는 모양입니다.”
나는 알렉시스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고 해. 황제 잘못 덮자고 해!’
눈을 부라리자, 이런 눈치는 거의 텔레파시 급으로 알아듣는 알렉시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폐하의 뜻대로 하십시오.”
“……원한이 클 것인데. 그 어떤 복수도 필요 없다는 것이냐.”
황제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알렉시스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대신에 내가 냉큼 말했다.
“왜 없겠습니까, 폐하. 황자님께서 얼마나 불행하게 살아왔는지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한데.”
“다만, 황자님의 삶보다 폐하께서 중요하신 게 아닐까요…….”
나는 알렉시스의 소매를 남몰래 흔들었다.
‘동의해. 어서!’
“……예, 그렇습니다.”
알렉시스를 보는 황제의 표정이 달라졌다.
살바토레 황자의 입매가 비틀렸다.
‘저게 진짜…….’ 하며 중얼거리기도 했다.
‘여기서 이시론 공작과 알렉시스가 반발하면 황제와 척을 지겠지.’
어차피 황제의 성격상 살바토레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후를 노리는 게 낫지.
‘알렉시스가 황제의 신임을 사서 황위에 오른 후.’
그때, 너희 모자를 처리할 것이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복수할 수 있어.’
내 뜻을 눈치챈 살바토레는 으득, 이를 갈았다.
오셀리아 황비는 알렉시스를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황제가 말했다.
“알렉시스, 네게 로벨 황자궁을 내어줄 것이다.”
로벨 선황자궁이라고?
나와 이시론 공작은 깜짝 놀라 황제를 쳐다봤다.
그건 3대 전 황제가 가장 사랑한 아들 로벨 황자를 위해 지어 준 궁이었다.
‘쌍용의 문장과 비슷한 총애의 증거.’
됐다!
나는 알렉시스의 손을 꽉 잡았다.
황제가 말을 이었다.
“네 이름을 만백성에게 공표하고, 이 제국의 첫 번째 황자로서 누려야 할 모든 것을 손에 쥐여 줄 것이다!”
나와 알렉시스, 이시론 공작이 동시에 무릎을 굽혔다.
“칼소이에 황실에 무한한 영광을!”
“칼소이에 황실에 무한한 영광을!”
알렉시스가 ‘황자’로서 황실록에 등장하게 된 첫 번째 장이었다.
* * *
알렉시스와 이시론 공작은 황제와 남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나 혼자 알현실을 나왔다.
‘황궁 밖에서 절망의 시체를 처리하고 있어. 빨리 가서—’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누군가가 나를 코너 안으로 확 끌어당겼다.
내가 휘청이자, 그대로 벽에 밀어붙였다.
“윽!”
나는 신음하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황비님.”
“잘도 깜찍한 짓을 했더구나.”
황비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날 노려봤다.
황제에게 살바토레와 함께 쫓겨나더니, 여기서 날 기다리고 있었구만.
“알렉시스를 숨긴 게 네년이지. 고날롱에게 거짓 보고를 시킨 것도 네년일 것이다!”
탁!
나는 황비의 손을 떨쳐 내고, 붙잡힌 손목을 털어 냈다.
“글쎄요.”
“글쎄?! 고날롱, 그년이 내 연락조차 받지 않더구나. 황궁으로 부르려거든 황명을 내리라고 뻗대라 시킨 것도 네년이냐?”
황도 곳곳에 설치된 마경에 알렉시스의 황자 선언이 비쳤다.
고날롱 부인은 기겁해서 내게 연락해 왔지.
[어, 어찌합니까! 황비님이 이 일을 모두 아셨으니 저는 죽은 목숨이란 말입니다!]“모른 척하세요.”
[예?]“황비는 이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완벽하게 황제 폐하의 눈 밖에 났으니까요.”
[그, 그럼…….]“안전은 내가 보장해요.”
황비가 악을 내질렀다.
“내가 네년을 가만둘 것 같으냐!”
“네. 계속 위협하시면 제가 소리를 지를 테니까요.”
“뭐?”
“괜찮으시겠어요? 그런 일을 벌이고 겨우 목숨 보전하셨는데.”
“이, 이……!”
“황제 폐하께서 황비님이 이 난리를 친 걸 아신다면 도리어 위험한 게 누굴까요?”
“네 이—!!”
나는 황비의 어깨를 탁! 밀쳤다.
황비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 너 이 무슨…….”
“제가 황비님을 이렇게 밀친다고 해도 무엇을 할 수 있으세요?”
“감히 황비를 위협하다니—”
“난 전부 기억하고 있어.”
“무슨…….”
“수로 안에 웅크려 숨어 있던 알렉시스. 그 어린애를 죽이기 위해 수없이 살수를 보내던 너.”
내가 한 발짝 다가서자 황비가 흠칫 물러섰다.
“황제가 용서했다고 생각해? 그래서 살았다고 느끼고 있어?”
또 한 걸음 다가가면 황비가 다시 한 걸음 물러났다.
황비는 점점 뒤로 물러갔다.
“지금 폐위되지 못해서 당신은 훗날 더욱 고통스러울 거야.”
“너, 너…….”
“내가, 알렉시스가, 그리고 네 손에 딸을 잃은 이시론 공작이 결코 이 원한을 잊지 않을 테니까!”
일갈하자 벽까지 몰린 황비가 주르륵, 주저앉았다.
나는 황비를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다면 부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황비님.”
“…….”
“최소한의 자비라도 구하려거든 말입니다.”
“…….”
“내게 위협당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의 무력함을 기억하셔야 할 겁니다.”
황비는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릴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는 황비를 내버려 두고, 걸음을 옮겼다.
등 뒤에서 흐윽, 흑…… 서러운 황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복도를 빠르게 달려서 황궁 문 앞에 다다랐다.
‘절망의 시체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해.’
이번 절망은, 완전한 절망이 아니었다.
달리아의 힘으로 억지로 성장시킨 것.
‘그러니까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통신석이 울었다.
발신인은 한지혁이었다.
나는 경비병에게 신분 패를 내보이며, 통신을 연결했다.
“응, 그렇지 않아도 황궁 문 앞—”
[큰일 났어!]“……뭐야, 왜 그래?”
[달리아가—!]마침 경비병이 거대한 황궁의 문을 열었다.
“와아아아아—!”
“여보!”
“엄마—!”
거대한 절망의 시체 위로 오로라 같은 빛이 맴돌고 있었다.
그 속에서 절망과 융합되었던 인간들이 분리되고 있었다.
달리아가 손등으로 식은땀을 훔치며 휴……, 한숨을 흘렸다.
“어어! 너무 그렇게 꽉 안지 마세요! 아직 몸의 연결이 완벽하지 않아서 부서질 거예요!”
절망에게서 분리된 가족들을 끌어안으려던 사람들이 황급히 멀어졌다.
그러곤 달리아에게 몇 번이나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요…….”
달리아가 에헤헤 웃었다.
“은혜는요. 사람들을 구할 수 있어서 기뻐요.”
공중에는 여전히 영상 송출용 마도구가 떠다니고 있었다.
이 모습도 모두 마경에 담겼겠지.
그리미에는 빙그레 웃으며 달리아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리미에에게 다가갔다.
“뭐라고 할까……. 이 절망, 참으로 가성비가 좋다고 해야 하나요.”
달리아가 흠칫했다.
“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다들 얼마나 고통받았는데.”
“가성비가 좋지. 네게 쓰러지기 위해 만들어졌고, 죽어서도 너의 아름다운 능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쓰였는데. ……안 그런가요, 백부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에릴로트.”
하하, 웃은 그리미에가 말했다.
“하지만 달리아의 ‘실수’를 이렇게라도 회복시킬 수 있어 다행이다.”
“모르시는 척은~. 혹시 달리아가 아니라 제가 쓰러뜨릴까 봐 이런 구조로 만들어 두신 거면서?”
나와 그리미에는 겉으로는 하하 호호 웃으며 서로를 쏘아보았다.
달리아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그리미에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그리미에가 말했다.
“뭐, 어쨌든 간에 잘되었구나.”
“…….”
“에릴로트는 절망을 쓰러뜨린 영웅, 달리아는 절망이 먹어 치운 사람들을 구한 성녀가 되었으니.”
그리미에가 달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스트라의 영광이지.”
“…….”
저걸 진짜.
‘확 뒤집어엎어 줄까.’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시녀 하나가 총총 다가왔다.
시녀복에 새겨진 문양은 황태후궁의 상징이었다.
“영애, 무월기의 제사 건으로 황태후 폐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아아, 황태후와 황비 모두 감염되었지.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니 제 주관을 내게 맡기려는 거구나.’
그런데 이상했다.
아주 찰나긴 했지만, 그리미에의 표정이 확 굳은 것이다.
첫 번째 삶부터 지금까지 눈치만 보며 살던 나다.
눈치로는 제일이라 자부할 수 있는 내가 느끼기엔 충분히 수상했다.
‘왜?’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리미에를 쳐다봤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