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06)
이 3세는 악역입니다-305화(306/390)
305화.
나는 정말로 악당처럼 쿡쿡, 비열하게 웃었다.
“무월기에 뭔가 있는 거군요?”
그제야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그리미에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치 없는 달리아마저 뭔가를 느끼고 고개를 갸웃했다.
난 한쪽 눈썹을 올리며 속삭였다.
“내가 무월기의 제를 주관해선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모를 소리를 하는구나.”
픽 웃은 나는 시녀에게 다가갔다.
‘그렇다면 알아내서 잘 접수해 주지.’
—이런 생각을 하며.
* * *
그리미에 저택.
달리아는 그리미에를 힐끔거렸다.
“저기, 아빠…….”
“그래.”
“아까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이세요.”
묵묵히 걷고 있던 그리미에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곤 언제나처럼 다정히 미소 지었다.
“그럴 리가. 복잡한 일이 많았기에 지친 것뿐이란다.”
“아, 그럼 제가 기운이 나는 차를 타 올게요!”
“그래, 고맙다.”
“네!”
달리아가 활짝 웃으며 주방으로 달려가고, 그리미에는 서재로 들어갔다.
문을 닫자마자.
쾅—!
테이블을 거세게 내리쳤다.
‘빌어먹을!’
이노락스가 허공을 날아다니며 깔깔 웃었다.
[눈치 한번 빠른 계집이더구나.]“사라져라.”
[멍청한 피조물은 무월기에 신과 소통할 수 있다고 믿지만, 틀렸잖니?]이노락스가 손끝으로 그리미에의 턱을 툭 들어 올리는 행세를 했다.
[무월기는 신의 힘이 닿지 않는 날. 신벌에 당한 수호성이 일시적으로나마 인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날이지.]“…….”
[뭐, 제단에 오르는 자가 13사도 급의 특별한 수호성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이노락스가 키득키득 웃었다.
[이번 제에선 확실히 너희는 ‘신’과 소통하겠구나.]“…….”
“입 닥쳐!”
[이제 어찌할 것이냐? 운 나쁘게 무월이 길어진다면 현신까지도 가능할 터인데.]“이번 무월기는 길지 않다. 그럴 일은 없어.”
[만에 하나 그렇다면? ‘만에 하나’의 가정 때문에 두려운 게 아니니. 귀여운 그리미에.]“너…….”
이노락스가 벌벌 떠는 체하며 말했다.
[무월기의 제 때문에 장막이 진짜 메시아를 알아본다면 어떻게 하지?]“…….”
[내가 진짜 메시아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린다면 장막의 열세 수호자가 불같이 분노할 터인데.]“…….”
[그 강력한 힘이 내게서 등을 돌린다면? 아아, 무서워. 아아!]깔깔깔!
이노락스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리미에가 거칠게 허공을 휘저었다.
마력을 끊어 내자, 이노락스는 꺄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사라져 갔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 그리미에가 이마를 쥐었다.
‘에릴로트를 무월기의 제단에 오르게 할 순 없다.’
그리미에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가 책상에 비치된 통신석에 손을 올렸다.
수신은 황비궁.
“그리미에 아스트라입니다. 황비님과 긴히 의논할 일이 있습니다.”
그 시각, 주방.
주방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달리아를 만류했다.
“차라면 저희가 타겠습니다, 아가씨.”
“아니에요. 이건 아빠를 힘 나게 해 줄 마법의 차인걸!”
달리아는 포트를 힘차게 열었다.
그리고 찻잎을 마구 넣으려 하자, 주방의 고용인들이 “히익…….” 작게 신음했다.
[저, 저기!]머릿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사다!’
힘을 ‘개화’한 이후로 마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친구와 종일 같이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찻잎을 많이 넣으면 쓸 텐데……. 세 스푼이 적당해.]‘아아!’
달리아가 세 스푼을 덜어 넣자, 그제야 고용인들이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와, 이게 맞나 봐. 마사는 어떻게 그런 걸 알아?’
[일하던 곳의 주인이 차를 아주 좋아했어. 그리미에 님께 가져가려는 거지?]‘응!’
달리아가 포트를 끌어안고 에헤헤 웃었다.
[깜짝 놀랐어……. 내가 그리미에 님의 딸이었다니.]‘전혀 몰랐던 거야?’
[응, 그래서 에릴로트 아가씨가…… 아니, 에릴로트가 우리 자매를 도와줬구나.]‘우와, 에릴로트가 너희를 도와줬어?’
[사실 말이 그런 거고, 음, 뭐랄까 조금…….]‘왜? 뭔데?’
[나, 난 사실 이상했거든. 왜 저렇게 고귀한 영애님이 날 질투하는 것처럼 행동하실까 해서. 그런데 내가 그리미에 님의 딸이기 때문이었어.]‘그게 뭐야. 너무해.’
마사의 한숨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몰랐더라면 여전히 조금은 에릴로트를 믿고 있었을 거야.]‘그렇게 나쁜 애였다니. 몰랐어.’
[겉으론 좋은 사람인 척 행동하니까…….]‘그러게 말이야. 정말 못됐어.’
달리아는 손을 움직이며 에헤헤 웃었다.
‘저기, 있잖아.’
[응?]‘나, 마사가 좋아. 뭐랄까…… 우린 같은 느낌? 같은 게 있어서. 나도 유세은일 때 언니가 있었거든.’
[너도?]‘응, 이기적인 구석이 있어서 솔직히 좀 힘들었어. 그런 면에서 너랑 난 비슷하잖아.’
[응, 나한테도 이기적인 언니가 있었으니까.]두 사람은 동시에 말했다.
“우린 닮았어.”
[우린 닮았어.]고용인들이 깜짝 놀라서 달리아를 쳐다봤다.
“아가씨?”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빠랑 내가 닮았다고요……!”
“그야 부녀가 닮는 건 당연하죠.”
고용인들이 하하 웃었다.
‘맞아, 우린 같은 아빠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잖아?’
[으응, 사실은 우리가 더 자매 같네.]‘그러게!’
달리아는 마사가 좋았다.
꿈속에서 늘 자신을 응원해 주던 친구.
이제 그 애를 대신해서 살고 있다니.
마치 운명 같았다.
“와! 다 됐다. 어때? 맛있겠지?”
[응! 멋진 밀크티야.]“주인님께서 좋아하시겠습니다.”
“네, 향이 아주 좋네요.”
달리아는 찻잔을 소서째로 들고 통통 달려갔다.
“아빠, 제가 힘이 나는 차를 타 왔……!”
이마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리미에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의 곁엔 언제 왔는지 장막의 수호자들도 몇 같이 있었다.
“달리아.”
“네?”
“네가 황비님의 대리인으로 무월기의 제단에 오르게 되었단다.”
“무월기의 제단?”
달리아는 눈을 깜빡였다.
마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무, 무월기의 제라니!]굉장하다.
황족만이 오를 수 있는 그 제단에 내가 오른다고?
평민에 불과했던 내가?
마사가 감격한 얼굴로 부르르 떨자, 달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좋은 거야?’
[물론이지! 황제 폐하께서 제물을 죽여 신께 바칠 때 검을 주는 역할이라고! 최고의 레이디만이 할 수 있는 영광이란 말이야!]‘멋진 거네?’
[물론이지!]달리아가 활짝 웃었다.
“기뻐요, 아빠.”
아름다운 장막의 수호자가 달리아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모든 것은 메시아를 위해.”
“메시아를 위해.”
다른 수호자 또한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마사는 수줍은 얼굴로 장막의 수호자들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들이, 또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버지가 오직 자신만을 사랑한다니.
너무나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기, 기뻐요, 저도……!]흥분한 마사가 그리미에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몸은 그리미에를 통과했고, 그 누구도 마사를 바라보지 않았다.
“멋지게 제단을 오를 거예요, 저!”
“그래, 너라면 그 누구보다 멋진 제를 만들 거야.”
“아빠, 너무 좋아.”
달리아가 그리미에의 가슴에 뺨을 비볐다.
마사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사?’
[어? 으, 으응…….]‘우리 잘 됐지!’
달리아는 그리미에의 품에 안긴 채로 마사를 향해 활짝 웃었다.
마사는 손끝을 매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으응…….]‘열심히 하자?’
[그래.]왜인지 잠깐 가슴이 차가워졌지만, 마사는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달리아가 나를 위해서 열심히 해 주는 거야.
내가 돌아갈 때를 위해 자리를 잡아 주려는 거겠지.
고마운 달리아.
에릴로트와는 달라.
마사가 헤헤 웃으며 그리미에와 달리아의 사이를 파고들려 했다.
‘뭐 해?’
[응?]‘저쪽으로 가 있어. 너는 영혼인데 산 사람에게 붙어 있으면 어떻게 해? 귀신이 붙은 사람은 생기를 빼앗긴다는 말 몰라?’
[어?]‘너도 모르게 아빠의 생기를 빼앗으면 어쩌려고.’
[아…… 응.]마사가 우물쭈물 물러났다.
슬쩍 찻잔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달리아는 혼자서 그리미에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 * *
황태후궁.
시녀의 이야기를 들은 황태후의 입매가 비틀렸다.
“그런 짓을 벌이고도 무월기의 제에 참석해야겠노라 억지를 부린단 말이지?”
황비가 달리아를 대리인으로 삼아 무월기의 제에 참석시킨다고 전해 왔다.
나는 무감한 표정으로 찻잔을 들었다.
“어떻게든 아직 황족임을 드러내고 싶겠지요.”
“그래, 귀부인들에게도 우습게 여겨지지 않도록.”
“해서 제단엔 결국 누가 올라가게 될까요?”
“대리인이 두 명이니 황족회의 표결로 제의 주재자가 결정될 것이다.”
“하면……?”
“보통이라면 황비의 대리인이 올라가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황태후가 훗, 웃으며 말을 이었다.
황비가 크루마투스 유통에 책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황태후의 대리인인 내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폐하께서도 제게 힘을 실어 주셔요.”
내가 눈을 반짝이자, 황태후가 부드럽게 웃으며 내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녀가 테이블 옆 협탁에서 어떤 봉투를 꺼냈다.
“그게 뭔가요?”
“선황의 동복누이인 콘스탄틴 대녀의 살롱 파티 초대장이다.”
“……콘스탄틴 대녀라면 황족회에서 최고로 입김을 발휘하는 분이시군요.”
“아가야.”
황태후의 부름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황태후의 무릎에 뺨을 묻으며 올려다보았다.
“예, 폐하.”
“귀여운 너를 돕는 것이 나의 기쁨이다.”
“황공, 또 황공합니다.”
“필요한 것이 있거든 무엇이든 괘념치 말고 요청토록 해라.”
“예.”
나와 황태후가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 * *
며칠 후.
그리미에 저택.
달리아는 그리미에의 등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게 뭔가요, 심마흐…… 가 아니라 제르모 공작님?”
달리아가 양손으로 입을 막으며 귀엽게 눈치를 보았다.
“이상하게 심마흐라는 사명의 이름 쪽이 더 입에 잘 붙어요. 조심해야 하는데…….”
제르모 공작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사람 없는 곳에선 사명의 이름으로 불러 주시는 쪽이 더 기쁩니다.”
“그런가요? 다행이다! 그런데 그건 진짜 뭐예요?”
제르모 공작은 봉투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콘스탄틴 대녀의 살롱 파티 초대장입니다.”
“대…… 녀?”
“예, 무월기의 제단에 오르기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이지요. 이분의 마음에 들어 황족들의 표를 얻어 내십시오.”
“그렇구나……. 그런데 이 초대장은 되게 구하기 어려운 거 아니에요?”
“메시아께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우리 장막이 얻어 내지 못할 것은 없지요.”
“와, 멋져!”
달리아가 그리미에의 뒤에서 튀어나와 초대장을 잡았다.
“어? 그런데 파티에 가려면 준비해야 할 게 많지 않나요? 그런데 우리는 돈이 없잖아요…….”
달리아가 시무룩한 얼굴로 그리미에를 쳐다봤다.
그리미에와 제르모 공작이 하하 웃었다.
“이것 참, 그리미에 님이 서운하시겠습니다. 아스트라의 장남이 돈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시다니요.”
“뭐, 틀린 말은 아니죠. 아버님의 미움을 사서 관할령의 재산을 사용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니.”
“하면 달리아 님의 쇼핑을 돕는 영광은 제가 받지요.”
제르모 공작은 달리아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그녀에게 제 인장을 건넸다.
“이게 뭐예요?”
“제르모 공작가의 인장입니다. 어느 곳에서든 인장을 내어주면 뭐든 살 수 있을 겁니다.”
“신용 카드 같은 거구나! 그런데 진짜 마음껏 써도 돼요?”
“물론이죠. 절망에게 융합되었던 제 사용인들을 구해 주신 보답이라는 핑계도 있으니 말입니다.”
“와아—!”
달리아가 양손으로 인장을 들고 폴짝폴짝 뛰었다.
“그럼 저 진짜 막막 쓸 거예요! 집 팔아야 해도 몰라요?”
그리미에가 쿡쿡 웃었다.
“제르모 공작가는 아스트라 다음가는 재력가란다. 아무리 써도 저택을 팔 일은 없을 거다.”
“신난다!”
그러던 중에 누군가 문 안으로 들어왔다.
붉은 웨이브를 가진 키가 큰 미녀였다.
“누구……?”
“수후르마시입니다, 메시아.”
“엥? 남자였잖아요?”
“이건 제르모 공작과 같은 ‘바깥’의 모습입니다. 원화 출신으로 헤라 레비쟈라 불리죠.”
“아하.”
수후르마시, 아니, 헤라가 찡끗 한쪽 눈을 감았다 떴다.
“파티 참석 준비는 제가 돕겠습니다.”
“좋아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사는 발그레한 얼굴로 두 손을 가슴에 올렸다.
[원화…….]이 세계의 모든 소녀는 원화를 동경한다.
그것도 그냥 원화가 아니라, 역대 원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훌륭한 원화 ‘헤라 레비쟈’.
그녀가 자신의 몸을 저렇게 다정한 눈으로 보다니.
[정말 근사하다! 그렇지, 달리아!]‘응. 난 멋진 언니 좋아하거든. 실제로는 멋진 오빠라 더 좋지만.’
달리아가 헤라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럼 얼른 출발해요. 저 쇼핑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들이 떠나기 전, 제르모 공작이 웃으며 말했다.
“수후르마시.”
“예.”
“메시아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상한다면 문책할 것이다.”
“물론 압니다. 제가 있는 한 그럴 일은 없을 테고 말이죠.”
헤라의 눈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달리아 일행은 드레스 샵에 도착했다.
샵의 종업원들이 달리아를 보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송구하지만 저희는 추천이 없는 신규 고객을 받지 않는 터라…… 어머, 레비쟈 영애님!”
“추천인으로 함께 왔지.”
“그렇다면야 환영이지요. 자, 안으로 드시죠.”
달리아는 꿈을 꾸듯 황홀한 표정이었다.
헤라와 함께라면 그 어떤 곳도 프리패스!
‘장막은 진짜 대단하다.’
[응, 응! 너무 멋져! 있지, 달리아! 저 드레스 예쁘지 않아?]‘어디, 어디?!’
달리아가 눈을 빛내며 마사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치마가 풍성한 새하얀 드레스였는데, 진주와 다이아몬드로 우아한 포인트를 주었다.
“이거! 나 이게 좋아, 수후…… 헤라!”
“음, 그 옷이 멋지긴 하지만…….”
헤라는 곤란한 듯 웃었다.
‘이번 파티의 주인공은 콘스탄틴 대녀다.’
주인공보다 눈에 띄는 옷을 입고 오는 건 매너에 어긋나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우리가 듣던 메시아와는 다르단 말이야.’
뭐, 이런 말을 하면 또 다들 눈을 부라릴 테지만.
그때였다.
“보석은 최대한 배제해 줘. 색은 너무 칙칙하지 않지만, 화려하지도 않도록. 그래, 이런 푸른색이라면…….”
반대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달리아와 마사가 동시에 인상을 찌푸렸다.
“에릴로트?”
달리아가 부르자, 에릴로트가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처럼 분홍색 머리칼을 가진 사내와 함께였다.
달리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저 향로는?’
사내의 손에 커다란 향로가 들려 있었다.
[왜 그래, 달리아?]‘눈에 띄는 행동만 하는 게 좀 그래. 우리 세계에선 저런 걸 관종이라고 불렀거든. 다들 싫어했어.’
[아하, 좀 그렇긴 해.]마사와 달리아가 키득거리던 때였다.
[응?]마사가 움찔했다.
‘왜?’
[아, 아니, 방금 에릴로트 아가씨…… 아니, 에릴로트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아서…….]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