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11)
이 3세는 악역입니다-310화(311/390)
310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음날 자정.
달리아와 에릴로트에게 중계 마수가 붙었다.
승부의 시작이었다.
* * *
한지혁은 중계 마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정보 길드에 천마의 소유자를 확인할까. ……요?”
겉옷을 입고 있던 나, 그리고 계획을 확인하던 콘라드가 키득키득 웃었다.
“이래서 버릇이 중요하지요.”
“콘라드는 중계 마수 앞에서도 자연스러우니 좋겠어.”
“저야 언제 어디서나 아가씨에 대한 존경으로 가득하니까요.”
한지혁이 눈을 부릅 떴다.
성격상 한마디 하고 싶은데, 중계 마수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로브를 어깨에 두르며 말했다.
“소유자는 이미 확인했어.”
“예, 라온트라 제국의 황자님이시더군요.”
“그래, 태양회의 멤버인 메르세데스 황자님 말이지.”
달빛을 그러모은 듯 눈부신 은발을 가진 황자.
겉으론 자애로워 보이나, 태양회의 멤버답게 속은 싹수 노란 남자였다.
“접촉할까. ……요.”
한지혁이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물었다.
“가능하다면.”
그러자 콘라드가 말했다.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세계에서 가장 광활한 대륙, 이라드.
이라드엔 두 제국이 있다.
동제국 라온트라.
서제국 칼소이에.
시작은 칼소이에가 먼저였다.
그러나 200년 전, 라온트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제가 주변국을 통합하며 칭제했다.
칼소이에가 그런 일을 그냥 두고 볼 리 만무.
태양은 둘이나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전쟁을 벌였다.
선황 때에 평화 협약을 맺었지만, 여전히 서로를 맞수로 여겼다.
“칼소이에와 라온트라는 거의 교류가 없지 않습니까. 본성에서도 끈이 없을 겁니다.”
“그럼 일단 새로운 천마의 소식이 없는지 살펴봐야겠네.”
그렇게 말하며 나는 문으로 향했다.
한지혁이 물었다.
“어디 가. ……십니까.”
“천마를 찾으러 가야지.”
“하지만 복장이…….”
콘라드도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디 멀리 가시는 겁니까? 확실히 평소 복장은 아니시군요.”
나는 로브 자락을 잡고 팔을 펼쳤다.
“여러 가지로 움직여야 하는 데 이쪽이 편하잖아?”
평소에는 이 세계에서 생각하는 ‘귀족 영애’다운 화려한 드레스 차림을 한다.
그러나 오늘의 나는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사들의 예복과 비슷했다.
목까지 올라오는 스탠드업 카라의 검은 재킷.
재킷과 세트로, 통이 없되 신축성 있는 승마팬츠.
방어 마법이 걸려 있는 견장 로브.
머리는 하나로 높게 묶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전쟁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신수를 잡아 오기라도 하게? ……요.”
“그럴까 싶네.”
“뭐?! ……라고요?”
난 문을 열고 빙그레 웃었다.
말해주고 싶지만, 그럴 순 없지.
중계 마수를 흘낏 쳐다봤다.
‘이쪽 패를 전부 깔 순 없으니까.’
* * *
콘스탄틴 대녀의 살롱.
마경을 지켜보던 비쥬 중 하나가 “흐응.” 신음하며 쿠키를 집었다.
그러자 지젤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언니?”
“아스트라 영애 간의 승부는 전투 훈련이나, 축제의 보여주기식 몬스터 토벌처럼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일이 아니잖니.”
“그렇지요.”
“일주일, 한 달을 지켜볼 생각을 하니 난 좀 지루해져서.”
그 말에 대녀가 입을 열었다.
“글쎄. 사흘…… 못해도 나흘 안엔 승부가 날 것이다.”
“하지만 천마는 라온트라 황자의 손에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결판이 나겠어요?”
“에릴로트 아스트라, 달리아 아스트라 모두 천마를 손에 넣으려는 목적은 무월기의 제 때문이지.”
대녀는 달칵, 찻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제를 준비할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나흘 안엔 기필코 승부가 나야 해.”
“그렇겠군요…….”
“두 사람 모두 자신했으니, 꽤 재밌는 승부가 될 것이다.”
지젤이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사실 천마보다 두 사람의 승부가 더 구미 당기는 선물이 아닌지요.”
“그래. 이건 둘만의 전투가 아니니.”
에릴로트를 대리인으로 세운 황태후.
달리아를 대리인으로 세운 황비.
두 사람의 전투이기도 했다.
더불어…….
‘두 사람을 딸로 둔 장남 그리미에와 후계자 데이몬드의 전투이기도 하지.’
대녀는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어느 쪽이 뒤집어지든 필시 재미있을 것이다.”
“예. 벌써 세간의 관심이 엄청납니다.”
“다들 궁금하겠지요.”
비쥬들이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전대 북군 원화 벤야의 언니인 카티야가 말했다.
“제 아버님께서도 영상 코드를 살짝 알려달라시더군요. 북부 귀족들과 여흥 삼아 지켜볼 생각이신가 봅니다.”
지젤도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도 마찬가지예요. 아스트라 직계에게도 요청이 있었지요.”
“남부라고 다르겠습니까. 델프르 령에 모여 군침을 흘리면서 지켜보고 있겠지요.”
대녀가 하하하! 소리 높여 웃었다.
“황궁에서도 코드를 요청했으니 귀족들이야 오죽 보고 싶겠느냐.”
“하면 코드를 전달할까요.”
“그래, 축제는 함께 즐겨야지. 무월기의 전야제로구나—!”
비쥬들이 후후 웃음을 흘리며 통신석을 잡았다.
제국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스트라의 빛나는 미래가 그리미에와 데이몬드 중 누구의 손에 있는가.
어느 쪽의 손을 잡아야 하는가.
누구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는가.
두 소녀의 승부는 제국의 미래를 점치는 축제가 되었다.
* * *
마경을 지켜보던 달리아가 히죽 웃었다.
“뭐야, 그냥 라온트라의 황자와 연락하진 않네?”
[응, 귀족 영애가 꼴사나운 차림으로 밖에 나가기나 하고. 품위 없이! 다들 꼴사납다고 생각할 거야.]달리아가 마사를 힐끗 쳐다보며 생각했다.
‘응. 에릴로트도 방법이 없을걸?’
[그래?]‘아빠가 그러셨는데, 내가 라온트라의 황족과 연락할 수 있는 건 장막 덕이래.’
[에릴로트는 장막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못하는 거구나!]‘그래, 에릴로트는 우리처럼 상대를 마경으로 지켜보지도 못할걸?’
에릴로트 쪽 마경 코드를 알게 된 것도 장막의 덕이었다.
비쥬와 연이 깊은 헤라가 알아다 주었으니까.
‘하지만 에릴로트는 비쥬들과는 연이 없다고 했어.’
[그럼 우리만 에릴로트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거구나!]‘엄—청 유리한 상황이라 이거지.’
현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랬다.
-에릴로트의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저쪽에서 무슨 짓을 시도하면 견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천마의 소유자인 메르세데스 황자와 직접 연락할 방법이 있다.
장막의 세작이 메르세데스 황자의 시종이었다.
거기다 현재 메르세데스 황자가 있는 이웃 나라, 페셀 왕국의 고위 관료 중에도 세작이 있지.
-세계 최대의 정보 단체인 장막이 서포트.
메르세데스 황자가 원하는 바를 알아내서 거래를 제안하는 것도 가능.
-심마흐(제르모 공작) 등의 부유한 수호자가 금전 지원.
데이몬드 관할령은 전염병 때문에 세율을 낮추고, 백성들에게 엄청난 지원금을 뿌렸다.
아무리 백수정 유통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해도, 현재는 마음껏 재물을 쓸 수 없는 상태.
반대로 자신은 아스트라와 견줄 수 있는 거부가 지원하고 있다.
재물의 양으론 상대가 안 된다는 뜻이었다.
“이 승부는 내가 이기는 게 당연해.”
[모두 장막 덕이네! 신난다!]달리아는 후훗 웃고, 그리미에가 붙여준 보좌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 메르세데스 황자에겐 연락이 왔어?”
“아직입니다.”
“뭐야…… 이쪽은 시간이 없는데.”
달리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였다.
‘빨리 이기고 싶어.’
장막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에릴로트보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것을.
그래서 혹시, 정말 만약에 에릴로트가 메시아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의 곁에 있도록.
조급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툭, 툭, 두드렸다.
그러다 “에잇!” 소리치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먼저 갈래!”
“예?”
“이게 이동의 가호석이지?”
“기다려주십시오, 아가씨.”
“괜찮아. 나, 이동의 가호석을 써봐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달리아가 중계 마수에게 손짓했다.
중계 마수가 포르르 날아와 어깨에 앉자 달리아는 께름칙한 표정을 지었다.
‘으, 징그러워.’
[응, 마도구라도 몬스터화 된 거니까.]마사도 질색이라는 얼굴로 물러났다.
“아가씨, 메르세데스 황자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
“다녀올게!”
“아가씨!”
방 안이 번쩍 빛났다.
소스라치게 놀란 보좌관이 그녀를 붙들기도 전에 달리아는 중계 마수와 함께 사라졌다.
보좌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급히 통신을 연결했다.
[무슨 일이냐.]장막, 아니, 크로노트회의 참모와 같은 수호자 파빌이었다.
“메시아께서 메르세데스 황자를 만나기 위해 홀로 떠나셨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찌 메시아를 말리지 못했단 말이냐—!]언제나 여유로웠던 파빌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말리기도 전에 가호석을 사용하신 터라…… 송구합니다.”
함께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인지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분개했다.
[제기랄! 중계 마수 때문에 메시아의 곁에 붙어 있을 수 없잖아!]마시타브바의 형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그걸 노리고 중계를 허락한 것이겠지. 영리한 사람이다.] [그깟 계집을 칭찬할 틈이 있어?! 파빌, 내가 가겠습니다.] […….] [파빌!]파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수를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고함을 내질렀다.
[아스트라 공작가의 영양이 홀로 타국에 갔다고!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겠어?! 페셀 왕국은 칼소이에 제국만큼 우리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란 말이야! 메시아를 위험하게 둘 셈이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마시타브바들이 메시아 님의 호위를 맡는다.] [위치는?] [수후르마시가 메시아 님과 통신해서 확인하도록.] [예.] [너는 심마흐에게 소식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메시아의 소망을 이뤄드려야 한다.]“예.”
대답한 보좌관은 통신을 종료한 후, 곧장 심마흐(제르모 공작)에게 연락했다.
그 시각, 페셀 왕국.
[여기가 페셀 왕국이구나…….]‘처음 와봐?’
[난 제국에서도 가보지 않은 곳이 많은걸. 페셀은 가까운 나라라고 들었는데 꽤 문화가 다른가봐. 복장이 신기하네.]‘인도식 복장이야!’
[인도?]‘응, 옛날 인도.’
달리아는 히히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미리 지도를 확인해뒀기에, 성 인근으로 정확히 이동했다.
‘자, 그러면 장막의 세작인 페셀 왕국의 고위 관료에게 연락해야지.’
코드도 미리 알아놨다.
연락하려고 통신석을 잡았는데 이미 엄청나게 진동 중이었다.
“어?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달리아 양. 아, 달리아 양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지난 백합 정원 파티에서 봤던 미첼 오슈론이에요.]“아…… 기억이 나는 것도 같고……?”
[달리아 양과 연락하고 싶어서 이렇게 코드를 알아냈어요. 무례일까요?]“아뇨, 뭐…….”
[이번 승부를 가족들과 지켜보고 있어요. 너무 기대되더라고요. 승부가 끝나면 꼭 좀 저택에 초청하고 싶은데요!]달리아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가봐.’
[응, 응! 내가 승부에서 이길 것 같으니까!]오슈론 영애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와 통신이 끝나면 다른 사람이.
그 후엔 또 다른 사람이.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통신석은 거의 불이 나는 것 같았다.
“어휴, 통신은 못 하겠어.”
이럴 줄 알았으면 승부용으로 하나를 더 준비할 걸 그랬나.
입으론 투덜거리지만, 매우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대녀의 파티 때와는 달랐다.
모두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 그들이 보기에도 내가 승리할 것 같은 거야.’
장막에게도 말해주고 싶었다.
에릴로트 쪽엔 연락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메시아에 어울리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수줍은 얼굴로 불이 난 것 같은 통신석을 지켜보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통신석을 쓸 수 없으니까 직접 협력자를 찾아야겠다.”
그녀는 페셀 왕궁 인근의 저택으로 향했다.
협력자의 세컨드 하우스로 현재 메르세데스 황자가 휴식 중인 곳이었다.
저택 앞에 이르러 경비병을 발견한 달리아가 말했다.
“달리아 아스트라예요.”
“한데.”
“코무드 대신과 약속이 있어요.”
“그래서.”
“코무드 대신과 약속이 있다니까요?”
“그러니까 어쩌잔 말이야. 주인어른과 약속이 있으면 본 저택에 찾아가야지 왜 이곳에 왔느냐고.”
아, 그렇구나.
아직 협력자인 코무드가 경비병에게 소식을 전달해놓지 않았나 보다.
‘너무 빠르게 왔나 봐.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
달리아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메르세데스 황자님과 약속이 있어요. 코무드 대신이 내 신분을 확인해줄 거예요.”
“나 참, 너 같은 게 무슨…….”
말투가 불손하다고 생각한 마사가 울컥했다.
[뭐야, 왜 날 무시하는 거야? 달리아, 말해줘!]달리아 또한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무엄하다!”
“……허.”
“난 아스트라 공작가의 달리아야. 그리미에 아스트라가 내 아버지라고. 감히 페셀 왕국의 경비병 따위가 날 무시해?”
경비병이 울컥 무어라 하려던 찰나.
다른 경비병이 그의 허리를 쿡쿡 찔렀다.
“[혹시 모르잖아. 확인이나 해보자고.]”
“[하지만 이 계집이 페셀을 모욕했다고! 게다가 귀족 영양이 하인 하나 없이 걸어서 올 리가 있어?]”
“[그러니까 일단 황자님께 확인만 해보잔 말이야.]”
경비병들은 페셀어로 대화를 나누더니 칫, 혀를 찼다.
무례한 경비병이 달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아이고, 영애! 이놈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그가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달리아는 피식 웃었다.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