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12)
이 3세는 악역입니다-311화(312/390)
311화.
경비병이 펄쩍 뛰며 달려 나오자 달리아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 봐. 코무드 대신에게 혼이 났지?”
“주인어른은 왕궁에 계신 터라 연락받을 수 없었으나, 본 저택의 집사님께서 신분을 확인해주셨습니다!”
“그럼 날 황자님에게 안내해.”
“저, 그것이 아직 주인어른과 연락이 되지 않은 터라…….”
경비병이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어색하게 웃었다.
달리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빨리 천마를 얻어내야 한다.
‘내가 에릴로트보다 훌륭하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고지가 눈앞에 있었다.
빠르게 해결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나를 다시 보겠지.
‘무엇보다 장막이…….’
혹시, 아주 만약에 진짜 메시아가 나타나더라도 장막이 자신을 놓을 수 없도록 해야 했다.
달리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차피 약속은 예정되어 있었잖아.’
달리아가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너희 주인과는 약속된 일이야. 나를 어서 메르세데스 황자님에게 안내해!”
혹시 모르니 달리아의 신분을 확인해보자고 했던 경비병이 난처한 듯 말했다.
“허가 없이 문을 열 수는 없는 터라—”
그때, 달리아와 언질을 벌였던 경비병이 소리쳤다.
“아, 아닙니다, 열겠습니다!”
“[이봐, 자네! 이게 무슨 짓이야!]”
“[진짜 아스트라 영애란 말이야. 가뜩이나 결례를 범했는데, 여기서 더 밉보일 순 없잖아!]”
“[하지만 황자님께 확인이라도 한 뒤에 문을 열어야—.]”
“[그 아스트라 공작가의 영양이 거짓말을 하겠어?]”
“[그래도 이건…….]”
“[누구 잘리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한쪽이 성화를 부리자, 다른 경비병이 우물쭈물했다.
달리아를 무시한 적이 있던 경비병은 문을 열며 헤헤 웃었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내저에 연락해두겠습니다.”
“그래.”
달리아가 후후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사는 뛸 듯이 기뻐했다.
‘당연하지.’
[이제 메르세데스 황자에게서 천마만 받아내면 돼.]‘응!’
달리아가 내저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내저의 하인들이 부리나케 뛰어나왔다.
총집사로 보이는 자가 당황하여 말했다.
“별채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러며 고용인들이 눈치를 보았다.
다들 몹시 당황한 듯 했다.
달리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황자님께서 별채에 계시는 거야?”
“아뇨, 저어, 우선 별채에서 여독을 푸시고 황자님과의 대화는 차후에—.”
“여독 같은 건 없어. 나, 이동의 가호석을 통해서 왔으니까. 바로 황자님을 뵐래.”
“황자님께서도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셔야 하는 터라.”
“혹시 주무시고 계셔?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건가?”
“아뇨, 그건 아니지만…….”
집사가 당혹스러운 듯 말꼬리를 늘렸다.
달리아는 활짝 웃었다.
“그렇다면 괜찮아. 준비는 따로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
그때였다.
“뭣들 하는 것이냐.”
계단 위로 누군가 모습을 나타냈다.
결 좋은 은발을 하나로 묶어 늘어뜨린 남자.
자수정처럼 그윽하게 빛나는 자안.
‘메르세데스 황자구나.’
달리아가 치마를 넓게 펼치고 가볍게 무릎을 굽혔다.
“황자님을 뵈어요. 저는 달리아 아스트라라고 합—.”
황자의 뒤에 따라붙어 있던, 시종으로 보이는 사내가 소리쳤다.
“즉시 쫓아내라는 황자님의 명을 받들지 않고 무엇 하는 것이냐—!!”
뭐?
나를 쫓아내?
왜?
달리아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계단 위를 올려다보았다.
메르세데스 황자의 표정이 서늘했다.
늘 여유 넘치는 자애로운 표정이라고 들었는데, 어째서 잔뜩 화가 나 보일까.
쇄골께에 손을 올린 달리아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저어, 황자님. 저는 아스트라 공작가의 달리아예요.”
“아스트라 공작이 라온트라 제국의 황자를 칼소이에의 광대로 만들라 가르치기라도 했나 보지.”
“……네?”
“감히.”
쾅—!
달리아의 곁에서 부유하던 중계 마수가 순식간에 터져버렸다.
파편이 달리아의 볼을 스치고 날아갔다.
뺨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달리아는 딱딱하게 굳어서 메르세데스 황자를 바라보았다.
* * *
그 시각, 칼소이에 제국.
[달리아의 중계가 끊겼습니다.]“그래.”
나는 귀걸이의 형태로 만든 통신 장치를 종료하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재킷 안에서 슬쩍 기존에 사용하던 통신석을 들었다.
통신석이 마수에게 보이지 않도록 몸을 틀고서.
[부탁하신 대로 영애들에게 달리아 아스트라의 통신 코드를 전달했어요. 친애하는 에릴로트 양의 승리를 기원하며. 루멜리사 파앙테.] [달리아 아스트라와 통신했어요. 당신의 절친한 친구, 미첼 오슈론.] [계속 통신 시도 중인데 연결이 안 되네요. 리라 앙부통.] [반가운 하프성, 부탁하신 대로 우리 남부 지역의 통신 기지에서 친구들과 통신 연결 중이에요. 그런데 다들 에릴로트 양을 뵙고 싶……(중략)…… 캐서린 트랑.] [말씀하신 대로 벤야 양이 북부의 통신 기지에서 직접 통신 시도 중이라고 해요. 그보다 저는 대체 언제 만나주실 건가요? 리카 델프르가.] [상황 전달할게. 우리 동부의 통신탑에서 줄곧 통신 신호를 보내는 중이야. 세바스티아 비페리.]영애들의 메시지였다.
나는 히죽 웃었다.
달리아의 통신석에서 불이 나게 만든 건 나였다.
‘장막과의 연락을 차단하기 위해서.’
중계 마수가 있는 한 장막은 달리아의 곁에서 움직일 수 없다.
그러니 당연히 통신석을 이용해서 소통할 것이 아니겠는가?
‘장막과 통신만 차단하면 달리아는 외딴섬에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지.’
장막과는 결코 통신이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각부의 통신 거점에서 직접 신호를 보내고 있거든.
통신 거점의 신호는 최우선으로 연결된다. 긴급 신호니까.
‘내가 어릴 때부터 아무 준비도 안 했겠니, 달리아?’
난 줄곧 그리미에와의 전쟁을 대비해왔다.
그래서 각부의 통신 거점과 끈을 만들어놨다.
동부의 통신 거점에 비페리 가문.
남부의 통신 거점에 트랑 가문.
북부의 통신 거점에 몬테규 가문.
그리고 서부의 아스트라 가문.
‘서부의 통신 기지는 그리미에 관할령에 불을 내서 공작성에 간이 시설을 만들어놨지.’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데려온 병사들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가장 앞에 있던 후드를 깊게 눌러쓴 자가 물었다.
“어찌 되었습니까.”
“지원 병력을 확실히 차단.”
“결과는?”
“음…… 메르세데스 황자가 극대노?”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난 웃으며 말했다.
“칼소이에 제국에서 아스트라 영애 간의 승부를 중계 중이지. 쇼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한데 서제국의 황족, 귀족이 즐기는 쇼에 저를 끌어들이려 한다면 분노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 서커스 광대 꼴이니까 말이야.”
이제 달리아는 자랑하는 무기를 잃었다.
정보 단체 장막의 지원.
메르세데스 황자와의 끈.
나는 병사들을 쳐다봤다.
“상황이 반전되었다. 이제 승기는 우리가 잡았어.”
와아아아아—!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나는 소리쳤다.
“가자, 천마를 잡으러!”
메르세데스 황자와의 거래?
애초에 내 계획에 있지도 않았다.
승부가 중계되고 있는데, 메르세데스 황자에게 고개 숙여가며 ‘제발 천마 좀 줍쇼’라고 절절 맬 리가.
‘서제국 제1가문 영양이 동제국 황자에게 고개 숙이는 꼴을 보일 순 없지.’
로브를 뒤집어쓴 자가 물었다.
“한데 아가씨.”
“응.”
“지하 경매에 나오기까지 천마는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성수였습니다.”
“그래.”
“한데 또 다른 천마가 존재할는지요.”
“으음…….”
“게다가 그런 신성한 존재를 무월기의 제 전에 잡을 수 있을지도…….”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없지!”
“……예?”
사기가 잔뜩 올라 있던 병사들도 당황했다.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깨를 으쓱했다.
“천마는 없고, 있어도 무월기의 제까지 우리만으론 절대 못 잡아.”
나는 결코 나를 과신하지 않는다.
가능성이 현저히 작은 일에 기를 쓰지도 않는다.
‘주인공 스타일은 아니지.’
오히려 주인공에 가까운 쪽은 달리아였다.
스스로를 믿고, 가능성이 작아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후드를 뒤집어쓴 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지금 잡으러 가신다고…….”
“응. 정확히 말하면 천마의 ‘재료’를.”
“재료라고요?”
나는 오만하게 웃었다.
“천마를 만들 거야. 신성력이 가득 찬 영물을 말이야.”
“대체 무슨…….”
“만드신다고? 대체 어떻게…….”
병사들이 술렁였다.
난 그들을 결기 어린 눈으로 보며 말했다.
“전설 속 존재일 수 없다면, 전설을 만들어야지.”
“…….”
“…….”
“내 아버지. 데이몬드 아스트라는 스스로의 전설을 만들어왔다.”
“…….”
“…….”
“그의 딸인 나 또한 오늘 천마의 전설을 만들 것이다!”
병사들의 동공이 잘게 떨렸다.
그들이 일시에 무릎을 굽혔다.
“명을 받잡습니다.”
“명을 받잡습니다!”
* * *
황국, 국무회의장.
[내 아버지 데이몬드 아스트라는 스스로의 전설을 만들어왔다.]여흥이란 핑계로 마경을 지켜보던 귀족들이 탄성을 흘렸다.
모두의 시선이 황제의 오른편에서 마경을 바라보는 데이몬드에게 향했다.
“자식의 가장 훌륭한 교사는 부모지요. 과연 맹장의 딸다운 호기입니다, 공.”
“달리아 아스트라 양에게 통신하던 귀족 소녀들 말입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 양과 절친한 사이지 않습니까. 혹시…….
“예, 제 딸도 에릴로트 양의 부탁으로 통신해야 한다며 통신석을 잔뜩 사들이더군요.”
“하면 달리아 아스트라의 통신석을 불통으로 만든 게 모두 전략이었다는 겁니까!”
귀족들이 놀란 얼굴로 데이몬드 아스트라를 쳐다봤다.
데이몬드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리미에의 표정이 싸늘했다.
그리미에 곁에 있던 귀족 하나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어찌합니까. 분위기는 에릴로트 아스트라 쪽에 있습니다. 가뜩이나 달리아 님께서 사고치신 마당에…….”
“차라리 잘되었다. 그놈의 중계 마수 때문에 장막과 접촉하지 못한 것이니.”
중계를 위해 대녀 쪽에서 다시 중계 마수를 보낼 테지만, 그전까진 시간이 있다.
그리미에가 말했다.
“즉시 장막을 달리아 쪽에 합류시켜야 한다.”
“전달하겠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던 중에 황제가 데이몬드를 쳐다봤다.
“딸의 모친 말일세. 얘기를 나누고 싶으니 조만간 짐을 찾아오게.”
“……!”
“……!”
귀족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미에와 그의 측근들마저 얼굴이 딱딱해졌다.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유일한 약점인 모친의 신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황태자비가 될 수 없는 이유’인 모친의 신분!
‘그를 확인하시려는 건 설마…….’
‘황자비로 탐이 난다는 것이다.’
그리미에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그리곤 제르모 공작을 쳐다봤다.
제르모 공작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 승부, 어떻게든 메시아의 승리로 끌어가야 한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황태자비가 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노을 질 무렵, 페셀 왕국.
달리아는 초조한 얼굴로 문밖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발소리가 들리며 벌컥! 문이 열렸다.
세컨드 하우스의 주인인 코무드 백작과 마시타브바들이 도착했다.
“어, 어떻게 해! 메르세데스 황자가 화를 냈어!”
코무드 백작이 이를 갈았다.
“하면 동제국의 황자가 서제국의 광대놀음을 하겠습니까! 이 일을 이제 어찌하실 요량이십니까! 제가 그리미에 님과 끈이 있다는 것도 널리 퍼지게 되었단 말입니다!”
동제국 라온트라의 황자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
그가 분개하여 페셀 왕국에 항의한다면, 국왕의 화살은 자신에게 향할 터.
‘이 멍청한 계집 때문에……!’
“어찌 기다리시지 못하고 일을 이 꼴로 만들—!”
쩌저저적!
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코무드 백작은 컥! 신음하며 옷깃을 붙들었다.
“마, 마시타브…… 바, 이, 이게 무슨 짓……!”
“감히 메시아께 언성을 높이지 마라.”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살기 어린 눈으로 코무드 백작을 바라보았다.
마시타브바의 형 쪽은 희게 질려서 훌쩍훌쩍 울고 있는 달리아에게 다가갔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눈물을 거두세요, 메시아.”
코무드 백작을 살벌하게 쏘아본 후, 달리아에게 다가간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가볍게 무릎을 굽혔다.
달리아와 시선을 맞춘 그가 말했다.
“감히 메시아를 동요케 한 자는 저희가 결코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에, 에릴로트가 이기면 어떻게 해…… 다들 날 손가락질 할 거야…….”
달리아가 와앙! 눈물을 터뜨리며 마시타브바의 동생에게 안겼다.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다정하게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파빌이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계획을 짐작하고 있습니다.”
“계획?”
“메르세데스 황자는 이제 결코 승부에 협조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하면 새로운 천마를 찾으려 하겠지요.”
“새로운 천마가 있어?”
“존재하지 않으니, 창조해낼 것입니다.”
“차, 창조? 에릴로트는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이번엔 마시타브바의 형 쪽이 말했다.
“날개가 달린 말과 같은 몬스터가 있습니다. 다만 스스로 지독히 오염된 마력을 가진 데다, 상대의 마력까지도 오염시키는 요물입니다.”
“그럼 천마가 아니잖아…….”
“정화하여 마력을 신성력으로 변환할 수 있다면 천마가 되겠지요.”
“하지만 에릴로트는 신성력이 없잖아. 정화할 수 있어?”
“본인은 못 합니다만, 절친한 자 중에 가능한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 셀레네 언니? 아니면 그 황군 출신이던 기사인가?”
“아뇨, 다른 자입니다.”
“누군데?”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눈을 사납게 빛내며 말했다.
“세바스티아 비페리. 가호는 <정화>.”
마력을 지닌 것들, 특히 오염된 마력의 몬스터를 정화시켜 먼지로 만든다.
에릴로트의 <마물 조련>과 상반되는 능력이었다.
마시타브바의 형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 장막에도 정화가 가능한 자가 있습니다. ‘재료’만 빼앗는다면 우리 쪽에서도 천마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가자!”
‘에릴로트가 데리고 있는 병사들은 별 거 아니었어.’
마시타브바들만 있으면 이길 수 있어.
달리아와 마시타브바들이 빠르게 이동했다.
승부의 마지막 전장으로!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