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13)
이 3세는 악역입니다-312화(313/390)
312화.
* * *
“이런—!”
“3시 방향이다! 쏴라!”
“놓쳤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돌겠네.’
몬스터 포획이 늦어지고 있었다.
계획대로 흘렀더라면 진작에 포획된 몬스터를 데리고 동부로 향했을 텐데.
나는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벌써 5시.
곧 밤이 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잡으려는 몬스터는 ‘몽마’.
미디어에서 익히 나오는 그 악몽을 먹고 사는 몬스터와 비슷하다.
보통은 악마로 표현되지만, 이 세계의 몽마는 흑마형으로 날개까지 달렸지.
게다가 정확히 말하면 악몽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안 돼! 물러서라! 몽마의 안개에 들어가선 안……!”
“늦었습니다.”
내 곁에 붙어있던 후드의 기사가 말했다.
몽마의 안개에 감싸인 병사들이 해롱해롱한 표정으로 몽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 오랜만이야, 헤일리……. 나? 어어, 나야 잘 지내고 있지…… 어어, 갑자기 왜, 왜 이래. 아니, 나야 고마운데…….”
“행크? 자기? 세상에, 드디어 살을 빼는 데 성공했구나! 아아, 멋져. 복근이 마치 조각 같구나…….”
“어어, 왜 이러십니까! 저는 순결 맹세를 한 청년이라고요……! 안 돼요! 아, 안 되는데…… 안 되는…….”
나는 이마를 짚었다.
‘망했다.’
저 안개에 감싸이면 몽마가 이상형이나,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몽마는 이렇게 사람을 방심시켜서 살을 뜯어 먹고 피를 마신다고!’
난 등 뒤에서 하트를 뿅뿅 날리며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이미 이전에 당해버린 병사들이었다.
“젠장!”
나는 손수건으로 코를 막은 채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병사의 뒷덜미를 잡고 홱, 끌어당겼다.
“정신 차려, 제이미!”
“아, 아가씨…….”
‘정신을 차렸나?’
하기야 몽마와 대치한 지 벌써 두 시간째.
몽마도 지쳤을 테니, 안개의 효과가 약해졌을 수도 있다.
내 표정이 밝아지려던 찰나, 병사가 수줍은 얼굴로 몽마를 바라봤다.
“고, 곤란합니다. 저는 일개 병사이고, 당신은 고귀한 아가씨……. 아, 에릴로트. 당신은 왜 아스트라인가요.”
“…….”
나는 병사를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 사이로 던져버렸다.
후드를 쓴 자도 안개 속에서 병사들을 재빨리 빼냈다.
“보병은 이제 쓸만한 자가 남지 않았습니다. 후방 부대에 지원을 요청할까요.”
“안 돼, 어디 하나 상하지 않게 잡아야 한다고.”
몽마는 토벌이 어려운 몬스터는 아니었다.
안개는 원거리 공격엔 속수무책이니까.
‘온전한 채로 잡기는 웬만한 대형 몬스터만큼 어렵구나.’
생각을 하자.
어디 하나 부러지거나 다치지 않게 붙잡을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마를 붙잡고 있을 때였다.
“저기야!”
유세은, 아니, 달리아의 목소리였다.
쉭, 쉬쉭, 쉭!
몽마 주변으로 화살이 날아왔다.
땅에 박힌 화살에서 빛이 퍼져나가더니 곧 그물이 되어 몽마를 붙들었다.
“잡았다~!”
달리아가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그녀의 양옆엔 마시타브바들이, 뒤엔 그리미에의 군사들이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소리치자 달리아가 흥, 하며 턱을 치켜들었다.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잖아?”
“멍청한 짓 하지 말고 어서 그물을 풀어.”
“싫어, 내가 왜?”
“이 멍청아—!!”
소리치기 무섭게 파직, 파지직 소리와 함께 샛노란 빛을 내뿜던 그물이 적보라색으로 변했다.
“어? 뭐, 뭐야?”
“뭐긴 뭐야! 마력이 오염된 거지!”
“어?”
“내가 마법을 못 써서 안 쓴 줄 알—!”
“아가씨!”
후드를 쓴 자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젠장!’
나는 땅을 강하게 박차고 뒤로 도약했다.
마시타브바의 동생 또한 달리아를 공주님처럼 안아 들고 물러섰다.
마시타브바의 형이 말했다.
“마법사들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마력의 그물을 만든 자들의 몸에 핏줄이 징그럽게 움트고 있었다.
“라리사…….”
“칸트, 칸트, 칸트, 아, 나의 칸트……!”
몽마는 마력을 오염시켜서 사람을 홀린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짖은 이들이 나와 달리아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나의 라리사를…….”
“용서 못 해. 남편을 돌려줘—!”
달리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어, 어떻게 하지?”
하지만 마시타브바들은 침착한 표정이었다.
이런 일쯤은 예상했다는 듯이.
‘그렇겠지.’
이 세계의 몬스터에 관해서 잘 모르는 달리아가 이상한 작전을 세웠는데, 반대하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체 왜?’
달리아가 아랫입술을 꾹 물며 말했다.
“하지만…….”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다정한 얼굴로 달리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다정하신 분. 하지만 이미 마력이 오염된 이상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건 좀 그래.”
“당신의 군사들은 당신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면 기쁘게 목숨을 내어줄 자들입니다.”
달리아는 울먹이다가 눈을 꽉 감았다.
“알겠어. 하지만 나, 저들의 마음을 결코 잊지 않을 거야…….”
“훌륭하십니다.”
그러자 마시타브바의 형이 나섰다.
그가 허공을 움켜쥐자, 마력이 오염된 마법사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몽마 또한 마찬가지였다.
끼기기긱, 끼야아아아아—!!
성인 여성인 듯도 하고, 소년인 듯도 한 기묘한 비명이 숲에 널리 울려 퍼졌다.
‘설마 저것들이…….’
달리아는 어느새 땅으로 내려와 서서 기도하듯 손을 모으고 있었다.
몹시 슬프다는 듯 울먹이면서.
나는 달리아에게 달려가 손목을 거칠게 끌어당겼다.
“이 미친……!”
달리아와 마시타브바들은 처음부터 저 그물로 인해 마력이 오염될 줄 알고 있었던 거다.
알면서 마력의 그물을 만든 것이다.
저 마법사들과 몽마의 마력이 이어진 순간을 이용하려고.
마치 전선처럼 말이다.
‘마법사들을 공격하면 저들만 죽을 뿐, 몽마의 육체가 상하지 않을 테니까.’
“당장 공격을 중지해! 몽마 하나 잡으려고 사람을 둘씩이나 죽일 셈이야?!”
그때였다.
쾅!
마력의 응축원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가 나무를 무너뜨렸다.
나는 응축원을 내던진 마시타브바의 동생을 쳐다봤다.
동시에 내 뺨을 타고 뜨거운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
“경고했을 텐데. 감히 나의 아가씨께 언성을 높이지 말라고 말이야.”
달리아는 마시타브바 동생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러지 마. 그래도 내 사촌인 걸…….”
저 알맹이가 유세은이라고 생각하니, 속내가 너무나 잘 보인다.
어릴 때부터 저런 식인 애였다.
겉으론 내 걱정을 하듯 새아빠나, 할머니, 엄마를 말렸지만 속으론 행복해했다.
자신을 위해 이만큼이나 화를 내준다고 생각했으니까.
난 언제나 그런 ‘사랑의 증명’에 장기 말로 쓰이곤 했다.
달리아와 마시타브바들을 지그시 쳐다보며 소리쳤다.
“아스트라 백작군!”
슉, 슈슉.
주변에 데이몬드 관할령의 문양이 새겨진 갑주를 찬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군, 공격 준비.”
마시타브바들이 흠칫했다.
그 덕에 마법사들을 향한 마시타브바 형의 공격이 멈추었다.
달리아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나, 날 공격할 셈이야?”
“…….”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난 그래도 네가 사촌이라고 마시…… 아니, 내 호위를 멈춰주었는데!”
“그리미에 관할령의 군사가 적오기 계승령을 공격했다!”
“……!”
“물러나지 않는다면 전투다.”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입매를 비틀었다.
“우리 형제를 죽이려면 적어도 데이몬드 아스트라 정도는 데려와야 할 텐데.”
“염려하지 마. 소년병 한 마디에도 깨질 가호 따위에 우리 군사들이 당할 리 없으니까.”
“스스로를 과신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땐 뭐에 분노했더라? ‘너희 아가씨는 덜떨어졌다’였나? 아닌가? ‘달리아 아스트라는 에릴로트 아스트라보다 못하다’였나?”
“감히……!”
성큼성큼 걸어가 달리아의 앞에 섰다.
그리고…….
짝!
달리아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 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뺨을 잡았다.
“너, 너어…….”
“에릴로트 아스트라—!”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고함을 내질렀다.
매우 분노한 모양인지 푸른 안광이 살벌했다.
난 무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주인의 뺨 한 대만 때려도 깨질 가호 따위 두렵지 않거든.”
달리아는 모멸감에 파르르 떨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찢어 죽일 듯 노려본 그 애가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나를, 감히 나를…….”
“당장 네 호위들을 데리고 돌아가.”
“마법사 때문에 사촌을 죽이려고 해? 할아버지가 아시면 널 가만두지 않으실……!”
“저 몽마는!”
“뭐?”
“저 몽마는 고작 누군가의 생일 선물일 뿐이야. 그런 것 때문에 사람을 죽여?”
“네가 언제부터 사람 목숨을 그렇게 아꼈어? 착한 사람인 척하지 마!”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없어!”
“그럼 대체 왜…….”
“사람을 죽여서 얻어낸 천마가 대녀님께 의미가 있을 것 같아?”
“…….”
“이 상황은 전부 중계되고 있어! 백성들은 아스트라의 가혹하고 이기적인 방식을 손가락질하고, 천마는 의미를 잃겠지!”
“…….”
“그런 경쟁을 한 우리가 무월기의 제단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
달리아는 움찔, 나를 쳐다봤다.
‘달리아는 몰라도 그리미에가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리 없어.’
사람이 죽는 순간, 경쟁은 퇴색된다.
손에 피를 묻히는 경쟁을 한 우리는 그 누구도 무월기 제단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
‘달리아가 못 올라가도 좋다는 거야. 내가 제단에 오르지만 않는다면!’
그러니까 저 마법사들은 결국 나를 막기 위해 죽는 것이었다.
“달리아, 제발 정신 좀 차려.”
“…….”
“그렇게 생각 없이 사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너…… 너어…….”
달리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비켜.”
“넌 왜 그렇게 날 미워해?”
“지난번에도 말했잖아. 미워하는 게 아니라, 네 헛짓거리를 막은 것뿐—”
“싫어하잖아!”
“제발 좀 비켜. 몽마를 잡아야 하니까.”
“얘기해! 그런 식으로 자꾸 날 무시하지 말란 말이야!”
달리아가 내 팔을 끌어당기던 찰나였다.
“아가씨!”
군사들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나와 달리아가 동시에 옆을 쳐다봤다.
몽마의 얼굴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와 있었다.
“어, 어어?”
달리아가 당황해서 허둥거렸다.
몽마가 콧김을 내뿜자 나와 달리아가 안개의 벽에 갇혔다.
나는 얼른 코를 막았다.
‘안개를 마셨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몽마는 젊은 여자의 피를 좋아하지.
피를 반대쪽으로 뿌리자.
몽마가 피에 정신을 못 차리는 틈에 달아나야겠다.
허리에 차고 있던 단도를 꺼냈다.
손바닥을 베어내려던 찰나였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았다.
[왜 그렇게 자신에게 상처를 내십니까.]“…….”
[어째서 당신은…….]“…….”
[걱정이 돼요.]“……이 말대가리가.”
[좋은 밤이죠, 영애. 빈센트 에드로페입니다.]빈센트였다.
첫 번째 삶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
바라만 봐도 가슴이 아리던 그 얼굴.
“놔. 이제 그따위 말에 안 속아, 이 말대가리야!”
나를 밀쳐내고 달리아를 향해 달려가던 뒷모습을 기억하니까.
그때 맹세했다.
좋아하지 않겠다고.
다시는 사랑 같은 건 하지 않을 거라고.
“그 놈으로 보이게 만든 건 실수였어.”
나는 빈센트의 목을 콱! 잡았다.
“잡았다, 이 말대가—”
츠즈즈즛.
마치 노이즈처럼 빈센트의 몸이 일렁이더니, 곧 발끝부터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그래. 네가 아니라면 아니야.]“이…….”
[그런데 나는 겁내지 마.]“…….”
[난 널 지키는 존재잖아.]내 양어깨를 잡은 사내가 고함을 내질렀다.
도저히 어찌할지 모르겠다는 듯, 제가 더 아프다는 듯.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는지 묻잖아!]‘알렉시스…….’
그였다.
온몸에 힘이 빠져버려서 툭, 손이 떨어지고 말았다.
‘아…….’
나는 몽마에게 홀린 사람을 이제서야 이해했다.
몽마는 현실과 꿈을 혼동시킨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다.
‘진짜면 어쩌지.’
내가 공격한 사람이 정말로 알렉시스면 어떻게 하지.
그 바보는 나라면 검이라도 맞아줄 텐데.
그런 사람이 내 인생에서 사라진다면…….
내가 알렉시스를 잃는다면…….
‘알렉시스’의 얼굴이 점점 내게 다가왔다.
쇄골께에 멈춰선 그가 입을 쩍 벌렸다.
십자 모양으로 벌어진 입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며, 내 목덜미를 노렸다.
“그런데 나는 겁내지 마.”
“난 널 지키는 존재잖아.”
흠칫, 상대를 떠밀었다.
이제야 알렉시스가 아니라 말대가리가 보인다.
‘알렉시스가 날 공격할 리 없어!’
혼란한 와중에도 그것만큼은 결코 잊지 않는다.
냉수를 맞은 듯 정신이 되돌아왔다.
나는 몽마의 등에 뛰어올라 목을 끌어안았다.
그제야 안개 밖에서 군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여기 있어! 무사해!”
“오염되지 않으셨습니까!”
“응!”
행여나 몽마가 내 마력을 오염시키기 위해 ‘연결’되어 있을까 봐 공격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럼 내게도 공격의 영향이 갈 테니까.
달리아 쪽도 그런 이유로 공격하지 못했겠지.
나는 달리아를 쳐다봤다.
“말굽에 맞기 싫으면 어서—”
“화, 황자님께 무슨 짓이야!”
“…….”
“그 분은 이제 네 혼약자가 아니야! 황자님이란 말이야!”
“……정말 여러 가지로 사람 기가 막히게 만든다, 넌.”
나는 몽마에 매달린 채로 달리아를 안개 밖으로 뻥! 걷어찼다.
“아악!”
나뒹구는 달리아에게 달려가는 마시타브바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몽마는 거세게 저항했다.
“아아아아악!”
지난 비명과 달리 이번엔 성인 남성의 비명이었다.
알렉시스의 목소리다.
“그 바보는 검을 맞아도 그런 식으로 비명을 안 지르거든! 참는 데는 세계 제일이라고!”
나는 양 다리로 몽마를 단단히 붙잡은 채로 품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잠들어버려!”
카인로드 특제 주사약은 순식간에 몽마를 잠재웠다.
안개가 걷히며 사람들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군사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몽마를 쳐다봤다.
그들의 시선이 일시에 이동했다.
쓰러진 몽마의 앞에 위풍당당 서 있는 내게로.
“몽마를 잡았다! 동부로 이동한다!”
와아아아아아—!
우리 군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 * *
황궁.
서군 출신의 군사들은 알렉시스와 함께 마경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막 교대를 마치고 온 서군 출신 사내가 손바닥을 비볐다.
“안 그래도 승부가 엄청나게 궁금했는데, 동기를 잘 둔 덕에 근무 중에 관람하게 됐습니…….”
“닥쳐! 중요한 순간이야!”
서군 출신 리암이 버럭 소리치며 마른침을 삼켰다.
에릴로트와 달리아가 몽마의 안개에 삼켜진 상황이었다.
서군 출신들은 손에 땀을 쥐고 마경을 지켜봤다.
백기사, 카진이 굳은 얼굴로 알렉시스를 쳐다봤다.
“이대로 둬도 되는 겁니까. 지원을 보내야 하는 게 아닐는지요.”
“…….”
“황자님.”
알렉시스가 굳은 얼굴로 마경을 쳐다봤다.
그때였다.
“어어, 환상에서 풀려나셨나 본데!”
“말 위에 올라타셨다!”
에릴로트와 몽마가 대치했다.
그런 와중에 달리아인듯한 실루엣이 발을 동동 굴렀다.
[화, 황자님께 무슨 짓이야! 그 분은 이제 네 혼약자가 아니야! 황자님이란 말이야!]주변이 조용해졌다.
서군 상장군 출신, 쿠가 어색하게 웃었다.
“새로운 아스트라 영애께서 황자님께 호감이 있는 모양이군요.”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킬킬 웃었다.
“온 세상에 고백을 한 꼴이구만. 호사가들이 신이 났겠어.”
“리암.”
카진이 눈치를 줬지만, 리암은 으하하 웃을 뿐이었다.
다른 서군 출신들도 히죽히죽 웃으며 알렉시스를 쳐다봤다.
알렉시스는 미간을 좁혔다.
‘에릴로트가 몽마와 저렇게 붙어있는 한 안개 밖에서 지원하긴 어렵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검은 숲으로 갈 테니, 너희는 내 신호를 기다…….”
그때였다.
[그 바보는 검을 맞아도 그런 식으로 비명을 안 지르거든! 참는 데는 세계 제일이라고!]에릴로트의 목소리였다.
뿌리 박힌 듯 멈춰선 알렉시스가 멍하니 마경을 돌아보았다.
저 말이 누굴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여간 바보.”
“별일 아니었어.”
“아니긴! 하여간에 참는 데엔 세계 제일이야…… 사람 속상하게.”
“…….”
멍하니 마경을 바라보는 알렉시스에게 카진이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별일 아니야.”
단지 달려가 끌어안고 싶을 뿐이었으니까.
이 3세는 악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