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16)
이 3세는 악역입니다-315화(316/390)
315화.
* * *
밤이 늦었는데도 대녀의 정원엔 사람이 가득했다.
“안녕, 에릴로트. 아, 이름으로 불러도 될까?”
“중간부터 마경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 아쉬웠어요. 하지만 멋지던걸요. 의자매는 있나요?”
“너무해요. 저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단 말이에요, 언니.”
비쥬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어 나는 눈이 팽팽 돌 지경이었다.
‘가뜩이나 피곤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
나와 함께 대녀의 사저로 온 세바스티아 언니가 “자, 자.” 하며 비쥬들을 밀어냈다.
“에릴로트는 대녀님을 만나야 해요. 그리고 이 아인 제 의동생이니 탐내지 마세요.”
“어머, 자매가 한 명뿐이란 건 어느 곳의 규칙이야? 다 같이 다복하면 더 보기 좋지 않겠니?”
“죄송해요. 전 독점욕이 강해서. 어쨌든 물러나 주세요.”
비쥬들이 뚱한 얼굴로 자리를 비켜줬다.
난 한숨을 내쉬며 언니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언니.”
“소중한 의동생을 위한 일인데 이쯤이야.”
내가 비쥬들 사이를 걸어 나오자, 노신사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가 이 저택의 집사인 모양이었다.
“주인님께선 마구간에 계십니다. 가시지요. 안내하겠습니다.”
난 그를 따라 마구간으로 향했다.
비쥬들과 세바스티아가 뒤를 졸졸 쫓아왔다.
“왜 따라오세요?”
“그러는 너는?”
“저는 에릴로트의 의자매고, 몽마를 정화한 자예요. 현재 천마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요.”
“우리는 대녀님께서 선물 받으시는 장면을 보고 싶단다. 아주 기대하셨거든.”
나는 핼쑥한 얼굴로 어깨를 떨궜지만, 노신사는 하하 기분 좋게 웃을 뿐이었다.
‘대녀의 사저는 시끄러운 곳이네.’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나…… 아니, 모두가 함께 도착한 곳은 엄청나게 화려한 건물이었다.
과연 말 사랑으로 유명한 대녀의 마구간이었다.
대녀는 우리가 들어올 때까지 천마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인사할까. 아니면 방해하지 말고 기다리는 게 나을까.’
고민하던 중에 대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시절에 천마를 보았어.”
비쥬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천마? 천마를 보셨다고?”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비쥬들이 소곤소곤 떠들었으나, 대녀는 무감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부황께 말씀드리니 껄껄 웃곤 ‘꿈을 꾸었나 보구나’ 말씀하셨단다. 모후께선 처음 보는 무서운 얼굴로 다신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하셨지.”
천마는 신수라고 불린다.
신화 속에선 빼어난 능력을 지닌 소년에게 나타나 황제가 될 운명을 귀띔해주곤 했다.
‘대녀가 황제가 될 거란 예언이나 마찬가지였겠구나.’
해서 황제는 무시하고, 황후는 화를 낸 것일 터다.
비쥬들도 말뜻을 짐작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누구도 내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더구나. 환상을 본 거라며 날 무시했지.”
“…….”
“어린 마음엔 억울하고 화가 났으나, 자라고 보니 알겠더군. 그 무시와 분노는 나를 가르치려던 것임을.”
“…….”
“안 될 일에 애쓰지 말라던 게야. 황녀 따위가 황제가 될 일은 없다고, 감히 오라버니의 자리를 바라지 말라고……. 그렇게 나는 포기를 학습했다. 안 될 일은 처음부터 도전하지 않았지.”
“…….”
“너희에게 천마를 가져오라는 과제를 내주었음에도 속으론 괄시했단다.”
비쥬들은 흐린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그녀들 앞에 가만히 서서 대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녀가 천천히 나를 쳐다보았다.
주름진 얼굴에 묘한 회한이 깃들어 있었다.
“안 될 거야. 동제국 황자에게서 어찌 천마를 받아내려고. 난 늘 그렇듯 광대놀음이나 즐겨야지. ……그렇게 말이다.”
“예.”
“한데 어찌 그럴 수 있었느냐.”
“…….”
“가장 고귀한 아이로 태어나, 오만하기 그지없던 젊은 날의 나 또한 못하던 일이야. 한데 너는 어찌 포기하지 않았지.”
나는 생긋 웃었다.
“아둔해서 그렇습니다.”
그 말에 대녀와 비쥬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바스티아 언니도 당황해서 살짝 내 손목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난 언니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낸 후, 대녀를 바라보았다.
“엎어져서 코가 깨지고, 넘어져 구르게 되더라도 남의 가르침보다 내 열망이 우선인 못된 성질머리를 가져서 그렇습니다.”
“너는…….”
“대녀님, 그렇게 사는 제가 한심하십니까?”
대녀가 후후, 실소를 흘렸다.
“아니.”
“하면요?”
“아주 멋지구나.”
나 또한 그녀를 마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어떤 사람들은 용기를 오기라 부르고, 꿈을 환상이라 말합니다. 열정을 아둔함이라 비난하기도 하며, 나아가는 자들을 바보라 부르지요.”
“…….”
“하지만 언제, 어느 때에나 그러한 바보들이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비쥬들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들이 굳은 듯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대녀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주름진 손이 내 뺨을 다정히 쓰다듬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배울 게 있다는 건 기쁜 일이구나.”
“황공합니다.”
“너는 내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이다.”
대녀가 노신사에게 눈짓했다.
노신사는 검은색의 박스를 들고 왔다.
대녀가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엔 고아한 빛을 간직한 루비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대녀님, 이건…….”
대녀가 내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며 말했다.
“암막의 대제가 당시 황후에게 선물 받았던 목걸이지. 우리의 루비가 되어주련?”
나는 드레스 자락을 잡고 무릎을 굽혔다.
“영광입니다.”
“하면 약조를 지켜야지. 무월기 제단에 올라가는 것은 너다. 콘스탄틴 칼소이에의 이름을 걸고 맹약을 지키겠다.”
“……!”
나는 고개를 수그렸다.
‘드디어.’
대녀는 약속을 지켰다.
반쪽 귀족이라는 나를 저어하는 황족들이 있었으나, 대녀가 찾아가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황족 투표는 만장일치.
그렇게 나의 제주(祭主)로서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 * *
며칠 후, 황궁.
“참석자 명단을 확인해주십시오!”
“이봐, 내가 급하다고! 여긴 서둘러 주문을 끝내야 한단 말이야! 영애, 제주(祭酒)를 납품 받을 상단을 골라주셔야……!”
“기다려요! 가봉 중인 게 안 보여요?!”
거의 전쟁이었다.
제주 선정이 늦어진 바람에 일이 엄청나게 밀려 있었다.
“참석자 명단 확인했어요! 라빌라르 변경백이 없네요!”
“좌석 배치입니다. 이대로 진행할까요!”
“앗, 좌석 배치는 이대론 곤란해요. 쿠에르보 백작가와 마딜로 후작가는 원수잖아요!”
“폐하의 연설지가 도착했습니다!”
“몇 분이나 나오죠? 연설 시간을 확인한 뒤에 식순을 결정하도록 해요! 잠깐, 제단 통제 인원이 이것밖에 안 된다고요?”
“전염병 사태로 인력 부족이……!”
“원화군에 지원을 받으세요!”
“이미 연락했으나, 중앙 원화가 공석인 터라 결정이 더딥니다! 국경 경비군을 불러들일까요!”
“영애, 이쪽 서류도 확인을……!”
“영애, 제에 참석하는 국빈 명단입니다! 한데 문제가……!”
“영애, 알리기오사의 귀빈들께선 종교적인 이유로 양고기를 드실 수 없는데, 만찬의 메뉴가……!”
‘살려주세요—!’
나는 황비도, 황태후도 아닌 터라 시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오직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더욱 바빴다.
황태후는 전염병 피해 지역에서 백성들을 돌보느라 바빠서, 그쪽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황비는…….
“영애! 황비님께서 편찮으신 관계로 참석이 힘들다는 말씀을 전해오셨습니다.”
“뭐라고요?!”
지원은커녕, 나에 대한 반감으로 번번이 일을 더 귀찮게 만들고 있었다.
‘이 사람이 진짜……!’
황후도 참석을 못 하는데, 황비까지 참석하지 않는다니.
“영애!”
“영애……!”
“영—!”
나는 양손에 서류를 들고 소리쳤다.
“기다려요. 순서대로 보겠어요!”
살면서 이렇게 바쁜 적은 없었다.
의원의 선거 때도 이렇게 화장실 한 번 갈 틈이 없진 않았는데……!
그때였다.
“아가씨.”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콘라드가 빙그레 웃으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반가워하실 분을 모셔왔습니다.”
콘라드가 옆으로 물러서자, 보인 사람은…….
“미켈란—!”
“별고 없으셨는지요.”
미켈란이 언제나처럼 다정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얼른 그에게 달려갔다.
“어떻게 왔어? 아니, 언제 온 거야?”
“황도에 도착하자마자 아가씨를 뵙기 위해 왔습니다.”
“황궁엔 어떻게 왔고? 나는 출입 허가를 내린 기억이 없는데……!”
“알렉시스 황자님께서 사람을 보내주셨습니다.”
“어?”
미켈란과 콘라드가 내 귀에 속삭였다.
“한시바삐 아가씨를 도우라는 명이십니다.”
“황궁 보안부와 황태후 폐하의 허가까지 꼼꼼히 받아주셨지요.”
‘아…….’
나는 큼, 헛기침했다.
“뭐, 그, 고맙…… 네…….”
황자 교육으로 바쁠 텐데 신경 써주었구나.
나는 슬쩍 뺨을 문질렀다.
요새는 그 녀석만 떠올리면 자꾸 열이 오르는 것 같다.
콘라드는 순진한 표정으로 “피곤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나 미켈란은 뭔가 눈치 챈 사람처럼 쿡쿡 웃었다.
찔끔한 내가 휙! 고개를 돌리자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면 돕겠습니다.”
미켈란의 말에 콘라드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행정관들을 쳐다봤다.
“귀빈 관련 일은 제 쪽에 주십시오.”
두 사람이 투입되자, 내 앞이 한산해졌다.
인재가 많기로 유명한 아스트라에서도 공작의 최측근이었던 콘라드.
이름이 ‘일 잘하는 부하’라는 뜻인 관용어가 될 정도의 미켈란.
둘이 투입되니 일이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이 예쁜 사람들 같으니……!’
나는 산처럼 쌓인 서류를 뚝딱뚝딱 줄여나가는 두 사람을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켈란의 등에 철썩 달라붙어 말했다.
“너무 좋아.”
“하하, 영광입니다.”
“나 귀빈실에 다녀와도 될까. 씻고 싶어.”
“물론이죠.”
정말 너무 좋아!
난 홀가분한 기분으로 룰루랄라 방을 나섰다.
‘빨리 씻고 와서 금서관에 들려야지.’
크로노트 회의 정보는 엄하게 규제된다.
하지만 황궁 금서관이라면 그들의 정보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걷던 중이었다.
휙!
누군가 내 손목을 끌어당겼다.
그 탓에 나는 코너 안으로 쏙 끌려와서 벽을 등지고 누군가의 품에 갇혀버렸다.
“이게 무슨 짓…… 알렉시스?”
“그래.”
깜짝 놀라서 인지가 늦었다.
알렉시스가 엄청나게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쿵덕쿵덕 뛰었다.
“그, 뭐, 할 말…… 있으면 부르지…… 왜!”
민망해서 말이 늘어지다가 왜인지 끝에선 버럭, 큰소리가 나온다.
“그건 대체 무슨 말투야.”
“몰라!”
“어째서 화를 내고?”
“화낸 거 아니야. 일단 좀 비켜. 남들이 보면 어떻게 해? 이제 너랑 난 혼약자가 아니니까 이럴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고.”
“그럼 무슨 관계인데.”
“그건…….”
“모르겠어?”
“…….”
“난 알겠는데.”
“……어?”
알렉시스의 입꼬리가 짓궂은 각도로 올라갔다.
그가 내 이마에 툭, 제 이마를 대었다.
“뭐, 뭐, 뭐 하는 짓이야……!”
“이럴 수 있는 사이.”
“뭐, 뭐가 이럴 수 있는 사이야…….”
젠장,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난 널 사랑한다고 했고, 너도 날 좋아하니까.”
“내가 무슨!”
“몽마의 안개에 갇혔을 때 날 봤잖아.”
“……!”
“그 바보는 검을 맞아도 그런 식으로 비명을 안 지르거든! 참는 데는 세계 제일이라고!”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그런…… 거 아니거든! 난……!”
빌어먹을, 목소리에 음 이탈이 나버렸다.
알렉시스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약 올라 죽겠네!’
“죽는다, 진짜…….”
“그래서 우린 언제 사귀는데?”
나는 펄쩍 뛰며 양손으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알렉시스가 내 손을 가볍게 잡고, 그대로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이제 내 얼굴은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너, 너, 너……!”
“나도 몽마의 안개에 갇히면 널 볼 거야.”
그의 눈이 진중해졌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알아.”
“너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해본 적도, 생각하지도 못한다는 것도 좀 알아라.”
“…….”
“제발.”
그때였다.
“헉!”
옆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무리의 사람들이 나와 알렉시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쳤어, 사람 오는 것도 모르고……!’
심지어 살바토레 황자와 기사들이었다.
기사 중엔 서군 출신인 카진, 조윅, 리암도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엔…….
“바쁘다더니 헛소문이었나 봐.”
달리아가 싸늘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내가 유혜민이란 것을 안 뒤로 완전히 날 적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여전히 소문에 관심이 많구나. 네 일에 더 관심을 가지면 좋을 텐데.”
“뭐야?!”
“나도 충고한 거야. 넌 충고를 좋아하잖아?”
“이……!”
“황궁엔 왜 왔니? 서로 웬만해선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황비님께서 초청하셨어! 같이 황제 폐하를 뵙자셔서 온 거야! 나는 뭐 좋은 줄 알아?”
‘황비가 초청해? 아아.’
알만했다.
내가 알렉시스의 편이 되면 아스트라 또한 딸려온다는 거다.
‘그러니 장남의 딸인 달리아를 살바토레의 짝으로 붙이려는 거구나.’
아스트라가 알렉시스의 편을 들지 못하도록.
달리아가 파르르 떨자, 살바토레 황자가 웃으며 나와 그 애 사이를 가로막았다.
“옛 혼약자 사이에 여전히 다정하군.”
그러자 이번엔 알렉시스가 입을 열었다.
“그쪽도 남의 일에 관심이 많군.”
“뭐, 아스트라 백작 영애의 일이니까요. ……형님.”
“네 관심은 필요 없어.”
알렉시스가 내 손을 잡았다.
“가자.”
“어? 아니, 그…… 예, 전하…….”
나는 얘가 이렇게 박력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나는 우물쭈물 알렉시스를 쫓아갔다.
막 살바토레 황자를 지나치던 그때였다.
황자가 다른 쪽 손목을 잡았다.
알렉시스의 얼굴이 살벌해졌다.
“놔.”
“곤란하군요.”
“정말 곤란한 게 뭔지 알려줘?”
살바토레 황자는 알렉시스를 무시하고 나를 쳐다봤다.
“모후와 부황께서 내 결혼을 결정짓기 전에 네가 내게 와줬으면 해.”
……뭐?
알렉시스와 내 표정이 굳었다.
달리아까지 딱딱해진 얼굴로 살바토레 황자를 쳐다봤다.
‘달리아도 오늘 황비가 초대한 이유를 알고 있던 모양이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쉰 후 입을 열었다.
“저는—”
그때, 살바토레 황자가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굽혔다.
손등에 입 맞춘 그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식으로 청혼하겠습니다, 레이디.”
“……!”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게 미쳤나……!’
내가 그를 떨쳐내려던 순간.
뻐어어억—!
알렉시스가 살바토레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황자님!”
살바토레의 호위들이 기겁했고, 다른 백기사들이 알렉시스를 뜯어말렸다.
알렉시스가 소리쳤다.
“황자의 정식 청혼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 않을 텐데!”
“내 것이 안 될 거라면 평생 결혼하지 말라는 의미지.”
살바토레 또한 주먹을 휘둘렀다.
난 꽥 소리쳤다.
“뭐야! 하지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알렉시스, 뭐해!”
맞을 바에야 때려라.
나는 백기사들을 떼어버렸다.
“여, 영애, 이러시면—!”
살바토레와 알렉시스가 날 사이에 두고 황궁을 구르며 싸웠다.
……개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