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18)
이 3세는 악역입니다-317화(318/390)
317화.
달리아는 입을 벙긋거리다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그만 좀 해. 왜 우리 일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왜 그렇게 당황해? 네가 늘 하던 말이잖아.”
“무슨 소리를…….”
“걸핏하면 그랬지. 내가 조금만 네 심기를 상하게 하면 ‘언니가 잘못했어. 할머니한테 물어볼까? 아니면 아빠한테 같이 갈까?’ 말했어.”
“나는…… 난…….”
나는 달리아에게 바짝 가까이 갔다.
“두 사람은 언제나 네 편인 심판관이자 징벌자였어. 나는 네 가족이 만든 원 밖의 타인이었고.”
“…….”
“달리아, 난 아직까지 그리미에와 진짜 전쟁을 벌이고 싶지 않아.”
수호자를 빼앗기면 아무리 그리미에라 하더라도 궁지에 몰릴 터.
그리미에에겐 수호자가 아니더라도 엄청난 무기들이 많다.
그런 무기를 가진 자를 궁지에 몰아봐야 좋을 게 없었다.
“그러니까 제발 내가 수호자들을 빼앗게 하지 말아줘, 달리아.”
그렇게 말한 나는 뒤돌아 걸었다.
막 코너에 이른 무렵, 달리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 할 수 있으면 뺏어봐.”
고개를 돌리자, 달리아가 악에 찬 얼굴로 말했다.
“내가 이때까지 아무 것도 안 알아봤을까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크로노트 회!”
“……너.”
“전 대륙의 황족, 왕족, 귀족이 합심해 몰아낸 종교라지?”
달리아가 흥,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
“네가 빼앗는 즉시 폐하께 알릴 거야. 이 세계가 자랑하는 그 놈의 마경을 통해 알리는 것도 좋겠지.”
“…….”
“그러니까 너도 쉽게 메시아라고 못 나서는 것 아니야? 메시아가 되는 즉시, 전 세계의 적이 될 테니까.”
“네가 그걸 알린다면 수호자들은 다 죽게 될 거야. 넌 수호자들이 그렇게나 소중하다면서.”
“내 것이 아니라면 소중할 이유가 없잖아?”
달리아는 사뿐사뿐 다가와 생긋 미소 지었다.
“그래, 맞아. 언니가 메시아야.”
“…….”
“하지만 언니는 전 세계의 적이 되고 싶진 않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이 상태를 유지하자, 응?”
“…….”
“언니에게 필요 없는 사람들을 내가 돌봐주는 거야. 서로에게 이득이니까 그렇게 하는 거로 해.”
“그래.”
“드디어 말이 통하는구나. 다행—”
“그런데 너, 왜 그렇게 떠니?”
“……뭐?”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달리아에게 다가갔다.
“잘난 척, 내게도 방법이 없는 척 말하지만 사실은 두려워 죽겠지? 그렇게 근사한 사람들이 네 곁을 떠날까봐서.”
“…….”
“세상에 내가 특별한 사람인 게 알려지는 건 죽기보다 싫잖아.”
“…….”
“그래, 네 말이 맞아. 난 수호자가 필요하지 않아. 그런데…….”
난 달리아의 어깨를 툭, 쳤다.
“네가 자꾸 자극하면 목숨을 걸어볼까 싶어져.”
달리아가 흠칫, 밀려났다.
나는 그런 달리아를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세은아, 이제 알겠니? 아량을 베푸는 건 나야. 키가 내 손에 있으니까.”
“…….”
“이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못 죽이고 날 협박하는 걸 보니 넌 내 생각보다 더 멍청한 모양이야.”
“뭐, 뭐라고?!”
“그러니까 방법을 알려줄게. 네 소중한 수호자들을 빼앗기지 않을 방법 말이야.”
달리아가 흠칫했다.
난 달리아의 옷깃에 묻은 실밥을 떼어주며 속삭였다.
“그리미에의 인공마수 군단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와.”
“……!”
관할성 밑에만 숨겨놓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걸 만들 수 있는데, 지하에 숨겨놓을 정도로만 만들었을 사람이 아니지.’
달리아가 입을 뻐끔거렸다.
“아, 아빠가 그런 걸 알려줄 리 없잖아!”
“그러니까 몰래 움직여야겠지. 네가 인공마수를 탐낸다고 생각하면 그리미에의 성격에 너도 견제할 테니까.”
“내가 그런 짓을 할까봐?! 내가 왜 아빠에게 불리한 일을……!”
“해야 할 거야. 그래야 네가 수호자를 빼앗기지 않을 테니까.”
나는 달리아의 구겨진 옷깃을 탁탁, 털어서 펴주었다.
“부탁해, 달리아?”
“…….”
“난 정말 네 수호자들을 뺏고 싶지 않아.”
생긋 웃어주고서 다시 길을 떠났다.
내가 또 협박에 당할 줄 아냐.
네 협박엔 유혜민일 때 충분히 당했다.
지금도 그럴까봐?
‘까불고 있어.’
* * *
달리아는 사색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하녀들이 쪼르르 달려왔다.
그녀들의 양 손엔 화려한 드레스가 들려 있었다.
“보세요, 아가씨. 황비님께서 보내주셨어요. 어느 쪽이 마음에 드세요?”
“무월기의 제에 입고 오라셨어요. 역시 이쪽의 파란색 드레스가 예쁘지 않나요?”
달리아는 말없이 소파에 앉았다.
하녀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평소엔 이런 소식이라면 뛸 듯이 기뻐했는데, 오늘은 전혀 말이 없었다.
“아가씨? 이건 황족 담당 의상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시끄러워……!”
달리아가 버럭 소리치자, 하녀들이 움찔했다.
“아, 아가씨…….”
“시끄럽다고 하잖아! 정신 사나우니까 제발 좀 나가!”
하녀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우물쭈물 드레스를 내려놓고 방을 나섰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달리아의 전담 하녀인 레티시아가 물었다.
“저, 아가씨…….”
“…….”
“왜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으신지 여쭈어도 될까요?”
“…….”
“우리 아가씨께서 속상해 보이셔서 레티시아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레티시아…….”
달리아는 제 곁에 다가온 레티시아의 품에 안겨 훌쩍였다.
“넌 내 편이지?”
“그럼요.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레티시아가 부드럽게 달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달리아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빠한테 말하지 않을 거야?”
“물론이죠.”
“언니가…… 에릴로트가 내게 심한 짓을 시켰어.”
“네?”
“난 하기 싫은데…… 하지 않으면 소중한 것을 빼앗길 거야.”
“어떤 일인지 여쭈어도 되나요?”
“아빠의 비밀을 알아오랬어. 인공마수? 그런 게 있는 곳을 알고 싶대…….”
레티시아는 “흐음…….” 하고 신음했다.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듯 허공을 바라보던 그녀가 달리아에게 말했다.
“별 문제 없지 않을까요?”
“응?”
“주인님은 아가씨의 아버님이시잖아요? 무척이나 사랑하고 계시고요.”
“그렇긴 하지만…….”
“성품이 다정하시니 ‘실수로 인공마수가 있는 곳을 발설’해도 용서해주실 거예요. 가족이니까요.”
“그, 그래?”
“그럼요. 아! 그보다 좋은 소식이 있어요.”
“좋은 소식?”
“황비님께서 1구역 저택을 내어주신대요.”
“정말?! 와, 기뻐! 나, 사실은 여기가 엄청 별로였거든!”
레티시아는 다정히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전 저택을 옮길 준비를 해야 해서 가볼게요. 아, 혹시 인공 마수 건으로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레티시아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자, 달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와줄 거야?”
“당연하지요.”
“난 역시 레티시아 뿐이야!”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아이스티를 방으로 올려드릴게요. 너무 속상해하지 마셔요?”
“응!”
달리아를 달래준 레티시아가 방을 나섰다.
복도의 등이 깜빡거렸다.
그러자 그곳을 지나던 다른 하녀들이 투덜거렸다.
“저 등은 또 난리야. 바꿔도 의미가 없다니까.”
“집사님께 말씀 드려야겠…… 어머, 레티시아.”
레티시아가 하녀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예.”
“아가씨께서 난리라며?”
“뭐…… 밖에서 속상한 일이 있던 모양이에요.”
“네가 고생이 많아. 아가씨 관리가 어디 보통 일이니? 어디서 실수라도 하면 우리만 죽어나는데, 도통 조심하는 법이 없어서…….”
레티시아가 희미하게 웃자, 하녀들이 어깨를 두드렸다.
“힘들면 말해. 너희 자매와 내가 보통 사이도 아니고.”
“덕분에 아가씨 전담 하녀가 된 걸요. 애써야지요.”
“하여간 이 네즈 자매. 성실한 건 꼭 닮았다니까. 그래, 가보렴. ……아, 네 언니에게 통신이 왔더구나.”
“그렇지 않아도 편지를 쓰려던 참이에요.”
“그래.”
하녀들이 후후 웃으며 떠나자, 레티시아는 깜빡이는 전등을 쳐다보았다.
‘저 전등이 깜빡이는 건 소식을 전달하라는 신호니까.’
그날 밤, 레티시아는 저택 밖으로 향했다.
주변을 살핀 레티시아가 담으로 쌓인 벽돌 중 하나를 빼냈다.
그리고 품에 넣어온 편지를 꺼냈다.
[벨마 언니에게.바보를 꼬드겨 명을 따르게 했으니 염려하지 마.
형제들은 안전 가옥으로 가기 시작한 건지 궁금해.
아무리 우리 가족이 한꺼번에 사라지면 의심을 살 거라고 하지만, 진행이 너무 늦지 않아?
바보의 신경질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일하는 게 무척 힘들어.
어서 내가 안전 가옥으로 향할 차례가 오길 기도하고 있어.
큰오빠와 막내의 상태는 어때?
드디어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말까진 전해 들었어.
기쁜 일이야.
그리미에 관할령의 실험에서 실패작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가족 모두가 절망에 빠졌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역시 황야의 마법사가 돌봐주니 회복이 빠르네.
언니는 걱정하지만, 난 현재에 만족해.
그 분께서 언니를 휘하에 넣어주지 않았더라면 우리 가족은 여전히 시름하고 있었을 테니까.
역시 사람은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아야……(중략)…….
또 소식 전할게.]
레티시아는 씩 웃고서 편지를 담 사이에 놓은 후, 벽돌을 껴놓았다.
레티시아 네즈.
에릴로트가 세작으로 삼은 그리미에 관할성의 하녀, 벨마 네즈의 동생이었다.
* * *
무월기의 제 당일.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나는 황궁의 문양인 태양이 수놓아져 있는 로브를 걸치며 잔느를 쳐다봤다.
“벨마에게 소식이 왔다고?”
“예, 달리아가 아가씨의 명대로 움직이고 있답니다.”
“그래? 못하겠다고 뒤집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네.”
잔느는 쿡쿡 웃으며 로브의 주름을 펴주었다.
“그만큼 수호자들이 소중한 거겠지요.”
“맞아. ‘유세은’은 늘 그런 걸 꿈꿨거든. 근사한 남자들이 자신을 목숨보다 아끼는 그런 상황.”
“빼앗기고 싶지 않을 겁니다. 유세은이라면 결코.”
나는 잔느에게 내 정체를 알려주었다.
내 정체를 알아야 유사시에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나를 바라본 잔느가 말했다.
“아주 멋지십니다, 아가씨.”
“응, 고마워.”
“늘 기억하세요, 아가씨. 아가씨께선 제 기쁨이자, 행복이며, 자랑이란 사실을요.”
나는 잔느를 끌어안았다.
“나는 왜 잔느가 이렇게 좋을까?”
“저도 왜 아가씨께서 이처럼 소중한지 항상 궁금했어요.”
그때였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발자크가 열린 문 밖에서 삐딱하게 선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출발해야 하거든? 그만 떨어지지?”
우리를 서로를 꽉 끌어안고서 말했다.
“싫은데.”
“그러게요.”
발자크가 눈을 부라렸다.
“가족은 이쪽이거든?”
“가족만 소중한가, 뭐. 그치?”
“그쵸?”
발자크는 속이 뒤집어진다는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제야 나와 잔느는 키득키득 웃으며 떨어졌다.
황궁으로 가야할 시간이었다.
* * *
황궁.
제단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달리아는 흠칫, 뒤를 바라보았다.
에릴로트가 귀족들과 인사하며 제단으로 향하고 있었다.
달리아는 불안한 얼굴로 옷깃을 꽉 말아 쥐었다.
그러자 옆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는 눈이 많으니 표정을 관리해야지.”
“아빠…….”
“미소지어라. 미소는 저 자리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네가 아량을 베풀어 양보한 것으로 보이게 하거든.”
“하지만 너무 불안해요.”
달리아가 눈썹을 늘어뜨리며 그리미에의 옷깃을 잡았다.
그러곤 목소리를 바짝 낮추고 물었다.
“진짜 메시아는 에릴로트인 거죠? 이제 저도 안다고요.”
“달리아.”
“제사 때문에 심마흐…… 아니, 제르모 공작이 저 애가 메시아인 걸 알아보면 어떻게 해요?”
무월기의 제는 제국 전역에 중계된다.
다른 수호자들도 볼 텐데, 혹시나 수호성이 강림하게 되면…….
“그만.”
“……!”
달리아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언제나 다정했던 아빠라곤 믿을 수 없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아, 아빠…….”
“이번 무월은 길지 않다. 수호성이 현신하는 일은 없어.”
달리아는 흠칫, 그리미에에게서 손을 떼었다.
눈빛이 마치 살육자의 그것처럼 두려웠다.
그리미에는 희게 질린 딸에게 다시 미소 지었다.
“너는 걱정할 것 없다. 아비가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준비요?”
그리미에는 눈썹을 까딱 들어올렸다.
“오늘은 사상 최악의 무월기로 기록될 것이다.”
“에릴로트가 제주(祭主)인데, 그렇다면…….”
“신성을 의심받을 것이고, 결코 황자비가 되지 못하겠지.”
그제야 달리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즈음, 에릴로트가 막 부녀가 있는 자리에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백부님?”
“그래. 아주 근사하구나, 에릴로트.”
“덕분에요.”
“제가 무사히 끝나길 빈단다.”
결코 무사히 끝나게 두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에릴로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예. 할아버님께서 지켜보고 계시니 애쓸 생각입니다.”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다.”
“백부님께서 할아버님의 표정을 멀리서나마 보시고 제게 얘기해주셔야 해요?”
아스트라 공작의 자리는 그리미에 부녀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미에는 여전히 공작에게 용서받지 못하고, ‘아스트라 혈족’이 아닌 황비의 초청객으로 자리했다.
즉, 이건 그의 처지를 짚어주는 말이었다.
달리아가 울컥 인상을 썼다.
“그게 무슨 뜻이야, 언……!”
그리미에는 달리아를 한 팔로 가로막으며 에릴로트를 쳐다보았다.
“그러마. ……제가 무사히 끝난다면.”
에릴로트와 그리미에의 시선이 날카롭게 부딪쳤다.
* * *
제단에 오르기 전, 요슈아가 말했다.
“아무래도 그리미에가 무슨 수작을 벌인 것 같은데.”
“응, 그런 것 같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
이쪽도 가만히 있던 건 아니니까.
나는 아빠와 오라버니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제단에 올라갔다.
월식이 시작되었다.
뎅— 뎅— 뎅—!
제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나는 단상 위에 놓인 새장을 열었다.
새장 안에 있던 공작새가 하늘을 향해 비상하며 빛무리가 제단 주변에 펼쳐졌다.
“와아아아아—!”
무월기의 제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