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19)
이 3세는 악역입니다-318화(319/390)
318화.
새가 상공을 날자, 제단의 사방에 자리한 신관들이 손을 모으고 기도문을 외운다.
“일라 흐 게멘토 탈라 만…….”
“에네스로펠타 르멘…….”
내용은 이러했다.
삿된 것들은 가라.
신께서 우리를 보호하시니 우리 여기 두 손 모아 찬송하리라.
신께서 규율을 정하시매 타오르는 나의 눈이 자리한즉 낮이요, 고요한 나의 눈이 자리한즉 밤이로다.
그러나 아버지, 우리를 마음 깊이 사랑하니 숨으로 와 지킬 것이고 눈물로 와 지킬 것이며 온기로 와 지킬 것이다.
우리의 아버지, 만물을 돌보시어 소생케 하시니 감히 죽음의 경계에서 풀려난 자, 우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삿된 것들은 가라.
삿된 것들은 가라.
삿된 것들은…….
‘어?’
나는 신관들을 바라보았다.
‘이 기도문…….’
무월기마다 들었던 기도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어쩐지 다르게 다가왔다.
‘고대에서 들었으니까!’
고대 몬스터들과 드래곤들이 고대인을 공격하던 그 날.
‘만들어진 자’들이 손 모아 외던 것이 이 기도문이었다.
‘이상하잖아.’
무월기는 신과 소통하는 날.
그런데 어째서 삿된 것들은 가라 목놓아 소리치는 기도문을 읊지?
‘만약 삿된 것들이 몬스터들이었다면…… 그렇다면…….’
나는 흠칫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아는 대로 해석한다면 이러했다.
타오르는 눈은 태양.
고요한 눈은 달.
태양과 달이 없는 날은 신의 눈이 닿지 않는 날이란 것.
그렇다는 건…….
‘무월기는 신과 소통하는 날이 아니야!’
신의 눈이 닿지 않는 날.
신은 고대인의 혼을 금제하여 수호성으로 만들었다.
신의 눈이 닿지 않는다면…….
‘수호성이 풀려날 수도 있다는 거야!’
그렇구나.
그래서 그리미에가 날 제단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내가 여기서 고대인의 제사장, 즉 왕이었던 세일론을 현신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때였다.
신관장이 멍하니 생각 중이던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제주(祭主)?”
“아……. 죄송합니다. 긴장했어요.”
단장 밑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공작들이 내 긴장했다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신관장이 양손으로 검을 가리켰다.
“어서 검을.”
“예…….”
달이 완전히 가려지는 순간이 무월기의 절정이다.
그 순간, 황제는 제물을 죽여서 신에게 바칠 것이다.
나는 황제에게 검을 건네주는 역할이었다.
황제가 천천히 계단을 걸어 단상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10분인가. 10분 정도면 완전히 달이 가려진다.’
세일론은 신이 정한 규율을 어겨 사라졌다.
‘무월기, 그것도 신성이 가득 모인 이 제단이라면 그를 다시 불러올 수도 있어.’
황제가 계단 중앙에 마련된 제단으로 다가왔다.
이제 제물을 죽이고, 계단을 마저 올라 신께 바쳐야 한다.
“제주(祭主).”
“……예, 폐하.”
나는 두 손으로 공손히 검을 바쳤다.
황제가 검을 들자, 신관들이 거대한 상자를 옮겨왔다.
상자 안의 내용물은 알고 있다.
보통은 새끼 양을 바치지만, 이번 무월기엔 어린 백경 나무를 바치기로 했다.
전염병 사태 등으로 피를 많이 본 상황을 고려했던 것이다.
‘뭐, 동물은 아니지만 제물로는 신수(神樹)로 불리는 백경목도 나쁘지 않은…… 뭐지?’
이상했다.
신관들이 내려놓은 상자 안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마치 동물이 든 것처럼.
나는 신관들을 쳐다봤다.
신관들은 아무런 이상도 못 느끼는 듯했다.
“백경 나무가 든 게 맞나요?”
속삭이자 신관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제물이요. 백경 나무가 맞느냐고 물었어요.”
“무슨……. 오후에 제물을 변경하겠다는 말씀을 전하지 않으셨습니까.”
“……네?”
“역시 제물은 새끼 양인 쪽이 낫겠다고 하셔서 저희는…….”
뭐라고?
‘난 그런 명을 내린 적이 없어!’
흠칫,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미에가 소름 끼치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설마…….’
“폐하!”
내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제물 상자가 열렸다.
“키에에에에엑—!”
“컥!”
상자 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몬스터였다.
인간과 융합된 몬스터였다.
‘그리미에의 인공 마수!’
몬스터의 일렁이는 촉수가 황제의 목을 강하게 휘감았다.
“꺄아아아아아악!”
“폐하!”
“폐하—!”
“몬스터다!”
제단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제단 아래에 있던 백기사(황제 직속 기사단)들이 단숨에 뛰어 올라왔다.
가장 먼저 뛰어 올라온 건 백기사들의 대장 피에르였다.
그가 재빨리 황제의 목을 휘감은 촉수를 베어냈다.
그런데…….
“……!”
“……!!”
잘라낸 촉수에서 또 다른 몬스터가 태어났다.
“끄으으윽……!”
황제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금세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촉수를 베어내고, 또 베어내고, 다시 베어내도 촉수 속에서 몬스터들이 태어났다.
나는 그리미에를 노려보았다.
‘개자식!’
고대 몬스터 공허의 궁극기 ‘복제’를 이렇게 심어놨구나!
베고 또 베도 생체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궁수대!”
백기사 중 하나인 카진이 소리쳤다.
황제와 제주, 신관들의 호위를 위해 배치되었던 궁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살이 쏟아졌으나 소용이 없었다.
“흐, 흡수하잖아…….”
이건 절망의 능력인 흡수였다.
“케에에엑!”
화살을 맞은 인공 마수들이 몸 곳곳에 난 십(十)자형의 입을 쩍 벌리자, 화살이 맞을 때와 같은 속력으로 튕겨져 나왔다.
“컥!”
“커헉……!”
백기사 하나가 소리쳤다.
“마법사! 불로 태워버리는 수밖에……!”
“안 돼! 폐하를 함께 불태울 것이다!”
“뭣들 하는 것이야! 어서 폐하를……! 폐하!”
“오셀리아 궁!”
제단 위도, 아래도 아수라장이 되었다.
백기사들이 소리쳤다.
“신관들은 내려가시오!”
“제주께서도 어서!”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미에, 이 빌어먹을 놈이……!’
나를 제단에서 끌어 내리려고 몬스터로 황제를 공격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기야 제 정신으로 그따위 짓들을 할 리가 없지.’
백기사가 된 조윅이 소리쳤다.
“제주! 어서 내려가셔야 합니다!”
백기사들이 곧장 황제를 구해내지 못하니, 밑에서도 난리였다.
“제길! 폐하—!”
“폐하를 구해라!”
귀족들까지 움직인 것이다.
제단을 뛰어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거리형 가호를 가진 자들은 벌써 가호를 사용 중이었다.
나는 밑에서 가호를 시전하고 있는 귀족을 보고 흠칫했다.
‘비페리 공작!’
그의 가호는 <진원>.
지진을 일으키는 능력이었다.
“제단 째로 부수겠다. 크로노스 아스트라! 네 놈이 <중력 지배>로 폐하만을 허공에 띄워라!”
그리미에는 이 상황을 예견했는지 빙그레 웃고 있었다.
그의 팔을 끌어안은 달리아 또한 키득키득 웃었다.
그래서 난…….
“제주! 어서 내려가셔야 합니다!”
“비페리 공께서 가호를 시전하시기 전에……!”
……오히려 마음이 고요해졌다.
‘솔직히 놀랐어.’
설마 황제를 공격할 줄은 몰랐거든.
날 공격하거나, 제구에 헛짓거리를 할 줄 알았지.
나는 그리미에 부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 * *
‘뭐야, 웃는 거야?’
달리아가 울컥 인상을 찌푸렸다.
“아빠, 저게 지금 웃는 거예요?”
“…….”
“흥, 주관한 제가 이 난리가 났으니 미쳐버렸나 봐요.”
그리미에는 에릴로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 이노락스가 그리미에의 주변을 날아다니며 깔깔 웃었다.
[뭐, 좋은 수가 있는 걸지도 모르지.]그리미에는 이노락스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쏘아보지 마, 귀여운 그리미에. 모두 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잖니?]이노락스는 그리미에의 목을 끌어안고 우후훗 웃었다.
[나야 저 계집이 세일론 님을 불러내주면 좋겠지만, 얌전히 참고 있잖아?]“…….”
[그러니까 넌 약속을 지켜야 해. 계집의 육신은 네게 줄 테니, 영혼은 내 것이야. 저 영혼에 사슬로 연결된 세일론 님 또한…… 내 것이지.]“알고 있으니 닥쳐.”
“아, 아빠……?”
달리아가 깜짝 놀란 얼굴로 그리미에를 쳐다보았다.
“왜……. 제, 제가 뭐 불쾌하게 한 것이라도 있나요?”
“신경 쓰지 마라. 네게 한 말이 아니니.”
“하지만…….”
그때였다.
사람들을 헤집고 로브를 쓴 사내들이 다가왔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목소리를 바짝 낮춘 키가 큰 사내가 달리아를 품에 안고, 그리미에에게 소리쳤다.
“작은 마시타브바?”
달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수호자였다.
파빌과 우르굴라, 기르타브 등의 수호자들.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그리미에를 찢어 죽일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달리아 님께서 휘말릴 수도 있는데 이따위 짓을 해?”
“알지 않나. 저들은 내겐 온순하지. 결코 내 딸을 공격하지 못한다.”
“지독하게 오염된 것도 알고 있지! 달리아 님께 영향이 갔다간 결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마시타브바의 동생만이 아니었다.
언제나 화통하게 하하 웃던 우르굴라도, 소심해서 말도 못 걸던 기르타브까지 그리미에를 노려보았다.
“메시— 아니지, 달리아 님, 갑시다. 제가 호위하겠습니다.”
“가, 가세요. 소중한 다, 다, 달리아 님께서 여, 영향을 받게 두, 둘 수는…….”
지혜롭고 온화하던 파빌마저 그리미에에게 적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개화 중인 육신입니다. 오염된 마력을 받아들이면 어찌 될지 모르십니까.”
“당신들이 목숨 걸고 지킬 것을 알고 있었지.”
“그리미에 님……!”
귀빈들로 분장하여 숨어있던 다른 수호자들도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달리아 님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어찌 이런 짓을……!”
다들 분개하고 있을 때였다.
헤라와 마시타브바의 형이 그리미에를 노려보며 말했다.
“수호자들의 결정을 전달했을 텐데. 제는 이대로 속행시킨다고 말이야.”
“어째서 제를 중지시키셨는지 명확히 답변하셔야 할 겁니다.”
진짜 메시아를 가려낼 기회를 잃었다.
두 사람의 의심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노파의 모습으로 분장한 수호자 지바안나가 말했다.
“아이들아, 어서 달리아 님을 모시고 나오려무나.”
달리아가 소리쳤다.
“그, 그래! 어서 가자! 응?”
수호자들이 모두 모여 있는 상황.
이 자리에서 혹시라도 에릴로트가 진짜 메시아라는 게 밝혀지는 건 절대 안 돼.
‘아빠가 그래서 나를 데려왔구나.’
수호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
오염된 마력의 몬스터가 있다면, 저들은 어떻게든 자신을 빼내려고 할 것이다.
에릴로트를 지켜볼 시간 따윈 없겠지.
에릴로트가 진짜 메시아라는 건 의혹일 뿐, 밝혀지지 않은 지금은 메시아의 빛과 함께 나타난 자신이 우선일 테니까.
헤라가 말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데려간다.”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울컥 소리쳤다.
“아직도 그 소리야?! 지금 완전히 달이 가려졌어. 그런데 별 반응이 없잖아!”
“무월은 지금 시작했어.”
“달리아 님이 우선이야.”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우리의 그 분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한 지켜야 해.”
“형까지……!”
달리아는 울컥 인상을 썼다.
‘뭐야, 진짜!’
그녀가 헤라와 마시타브바 형에게 말했다.
“서운하게 이럴 거야?”
“달리아 님, 이건—”
“내가 진짜야! 진짜가 여기 있는데 왜 가짜를 우선해?”
“저희는…….”
“두 사람은 그렇게 에릴로트가 좋아? 그럼 나는?”
헤라와 마시타브바 형이 입을 다물었다.
달리아는 뚝뚝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에릴로트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나, 여기 있고 싶지 않아.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래!”
“다, 다, 달리아 님…….”
“달리아 님!”
기르타브와 우르굴라가 크게 당황했다.
파빌이 한숨을 내쉬고 달리아에게 다가왔다.
“그런 속상한 말씀은 거두어주십시오. 이곳이 달리아 님의 세상이고, 우리 수호자들이 있는 곳이 달리아 님의 집입니다.”
“두 사람이 나 싫어하잖아!”
“그럴 리가요. 무엇보다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죽어버리면 되지!”
“……!”
“……!!”
수호자 모두가 뻣뻣하게 굳어졌다.
역시.
달리아는 흡족했다.
그녀가 헤라와 마시타브바 형을 울먹울먹 노려보았다.
“나, 죽어버릴까?”
“달리아 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아직 진짜 메시아일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 건 달리아였다.
에릴로트와 마찬가지로 메시아일 가능성이 있다면 결코 잃을 수 없는 존재다.
달리아가 흥,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이 날 싫어하면 난 여기 있을 가치가 없는걸.”
“싫어하지 않아요. 저희는 단지…….”
“싫어, 싫어! 듣기 싫어!”
“…….”
“나, 안전한 데로 데려다줘……. 응?”
마시타브바 동생이 한숨을 삼켰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싫어. 헤라도 가!”
수호자들이 헤라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헤라는 칫, 혀를 찼다.
“서두르시죠.”
그제야 달리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헤라와 마시타브바 형의 사이에서 한 쪽씩 팔짱을 꼈다.
헤라는 남은 손으로 달리아 모르게 통신석을 조작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지켜라.]통신석이 두어 번 진동했다.
명을 받든다는 의미였다.
수호자들에게 에워싸인 채로 달리아는 제단을 떠났다.
막 경계를 지났을 무렵이었다.
“와아아아아아—!”
“와아—!”
함성이 들려왔다.
‘뭐야?’
달리아는 그대로 굳어졌다.
수호자들이 등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멍하니 굳어졌다.
“헤, 헤라? 큰 마시타브바?”
대답이 없었다.
‘뭐야, 대체…….’
달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단상 위에 있는 것은…….
[드디어 만났구나.]“오래 걸렸어요, 정말.”
에릴로트가 눈부시게 빛나는 남자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내가 나가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헤라와 큰 마시타브바는 제 손마저 떨쳐낸 채로 멍해졌다.
달리아는 손을 뻗어서 제일 자신을 믿고 있는 사람을 흔들었다.
“작은 마시타브바. 저기……!”
“제사장…….”
“어?”
“세일론 님…….”
“자, 작은 마시타—”
“메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