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20)
이 3세는 악역입니다-319화(320/390)
319화.
* * *
‘이게 아닌데.’
나는 눈을 반만 뜨고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는 세일론을 쳐다봤다.
목표는 세일론을 돌아오게 하는 것이었지만, 저렇게 화려하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난 슬쩍 고개를 돌렸다.
자국민이고, 타국 귀빈이고 모두 입을 떡 벌린 채 세일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비가 반갑지 않은—]‘쉿! 쉬잇!’
나는 황족·왕족·귀족 상층부에 크로노트 회의 정보가 얼마나 퍼졌는지 모른다.
세일론의 정보까지 풀려 있다면, 그가 내 수호성인 걸 들켜선 안 돼.
내가 메시아라고 공인하는 꼴이니까.
‘크로노트 회는 권력자들의 적. 그들의 메시아라면 나 또한 적이 될 수 있다.’
세일론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 틈에 난…….
“신이시여! 삿된 것들을 물리쳐 우리를 구원하소서!”
냅다 절했다.
“오오!”
“신이시여!”
“우리의 아버지, 삿된 것들을 물리치시어 인세의 종들을 구원하시옵고……!”
“오오오, 신이시여!”
됐다.
다들 신인 줄 아는구나.
나는 슬쩍 세일론을 올려다보았다.
“…….”
저 표정을 알고 있다.
고대의 내가 도박을 하겠다고 성을 몰래 빠져나갔다가, 미아보호소에서 연락했을 때.
저걸 죽여, 살려. —하던 그 표정.
‘살려줘요!’
나는 남들이 못 보게 가슴팍에 손을 숨기고 검지만 펼쳐서 계단 아래를 슉슉 가리켰다.
대충 황제에게서 몬스터만 떼어놓고 올라왔다.
‘처음부터 그리미에가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예상했어.’
그래서 난 여러 가지 성물을 가지고 제단에 올랐다.
그 중 하나가…….
‘네 살 때 내가 천년 묵은 백경나무에서 얻은 정화석.’
정화석은 저주를 정화시키는 특수한 광물이었다.
인공 마수는 저주의 결정체 같은 것이지.
저주를 통해 마수와 인간을 결합한 거니까.
‘정화석을 통해서 황제를 붙잡고 있는 촉수를 정화했어.’
하지만 인공마수들은 명받은 대로 다시 황제를 붙잡으려 했다.
그래서 다시 공격하지 못하게…….
‘옴브레에게 삼키게 해놨다고!’
황제는 기절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염병이다 뭐다 해서 육신과 정신이 모두 약해진 상태였는데.
‘그 상태로는 그림자 마물인 옴브레 안에서 오래 버틸 수 없어.’
그림자 몬스터의 내부는 부정적인 호르몬을 강력하게 불러일으킨다.
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하면 황제는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양손을 착, 모으고 세일론을 올려다봤다.
‘제발요. 제발.’
[하여간에…….]세일론은 쯧, 혀를 찼다.
그러나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몬스터와 전투 중인 그곳까지.
샤아아……!
잘린 촉수에서 새로 태어난 인공 마수들이 소름 끼치는 목울음을 터뜨렸다.
인공 마수 하나가 세일론을 향해 달려들었을 때였다.
[감히.]화아아악—!
세일론의 손에서 펼쳐진 마력이 기이한 형태의 문장이 되었다.
문장은 순식간에 그물로 형성되어 계단에 널리 퍼져있던 인공 마수들을 한꺼번에 붙잡았다.
“캬아악!”
“크아아아악—!”
“샤아……!”
인공 마수들이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곤 불에 탄 오징어처럼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몬스터의 형태가 점점 녹아들었다.
그 안에서 나타난 건 인간이었다.
흰자위가 새빨간 인간 말이다.
“주, 주, 주, 죽여, 주, 죽여. 주, 죽여. 주, 죽여.”
인공 마수는 명령어가 입력된 기계처럼 한 마디 말을 중얼거렸다.
‘날 쳐다봐?’
그렇구나.
황제가 죽으면 그 다음은 나를 공격하라고 명을 내렸던 거야.
첫 번째 목표였던 황제가 사라지자, 나를 노리는 것이다.
인공 마수의 촉수가 그물 사이로 튀어나와 나를 노렸다.
“원화!”
“제주—!”
“에릴로트……!”
피할 새도 없었다.
촉수가 막 내게 닿으려 한 순간.
쾅—!
커다란 굉음과 함께 촉수가 순식간에 분해되어 사라졌다.
‘아…….’
세일론의 힘이 느껴졌다.
그가 나를 지켜준 것이다.
[신의 힘이 닿지 않는 시간.]세일론이 느른히 인공 마수들을 바라보았다.
[이 시간의 왕은 나다.]그러자.
“응?”
“뭐, 뭐야?”
“무슨…….”
제단 아래의 몇몇 사람들이 흠칫, 제 몸을 쳐다보았다.
몇몇의 몸이 환히 빛났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기함했다.
그들의 몸에서 퍼져나오는 빛을 타고 나타난 건 익숙한 얼굴의 수호성들이었으니까.
‘고대의 사도들이야!’
즉, 고대의 나를 만들었던 아버지들이란 뜻이었다.
아빠의 마력을 타고 나타난 미카엘이 뚜벅뚜벅 계단을 올라왔다.
그가 걸어가는 곳마다 인공 마수들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게다가,
“아가씨…….”
“……!”
—잔느의 마력을 타고 나타난 건 긴 창을 든 다정한 인상의 사내였다.
“우와! 와아아—!”
“말이 좋으냐?”
“응! 말도 좋고, 창도 좋아. 이카로스 아빠가 가르쳐주니까 좋아!”
“그래, 귀여운 나의 아기야.”
이카로스.
“오늘은 또 어딜 다녀왔지.”
“저기요. 그게, 으음, 그러니까요…….”
“쉿, 개구멍은 저기다. 바키라가 오기 전에 들어가자꾸나.”
고대에 내게 언제나 무르던…….
“싫어! 아빠! 이카로스! 가지 마요. 가면 죽을 거예요. 기백이나 되는 드래곤이라고요. 신의 가호까지 받았는데, 아무리 사도라고 해도……!”
“아가.”
“가지 마요. 못 가! 못 가게 할 테야!”
“일로테!”
“……!”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있어.”
“……목숨보다 소중한 게 대체 뭔데요.”
“긍지와 빛, 믿음, 사랑, 희망, 기쁨…… 그 모든 것인 너다.”
나를 삶의 모든 것이라 말해주던 그.
나를 사랑하기에 세상 만물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강인한 나의 아버지.
‘이카로스…….’
이카로스의 눈이 닿는 곳의 촉수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내가 아주 잘 아는 힘.
잔느의 가호인 <파괴>.
가호를 없애는 힘이었다.
미카엘과 이카로스가 세일론의 등 뒤에 멈추어 섰다.
세일론이 인공마수를 바라보았다.
“캬아아아아아—!!”
본능적인 공포가 느껴질 정도로 끔찍한 비명이 제단에 울려 펴졌다.
그리고 마수는 희뿌연 빛무리가 되어 사라졌다.
[요즘 것들은 약해빠졌어.] [제발 제사장다운 품위를 지켜줄 수 없겠나.]이카로스가 인상을 찌푸리자, 세일론이 콧방귀를 뀌었다.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미카엘이 한숨을 내쉬었다.
[싸움은 그만해. 오랜만에 딸을 만나는 자리다.] […….]이카로스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정신없이 그를 쳐다봤다.
그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녀의 눈으로 지켜보았다.]“…….”
[숨으로 속삭였다.]“…….”
[품에 안아 성장을 느꼈단다.]“…….”
[역시 나의 긍지다. 실로 멋지게 자랐구나.]이카로스와 미카엘은 떨리는 눈으로 사도들을 바라보는 날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세일론도 픽 웃었다.
그때, 미카엘이 말했다.
두런두런 떠들던 수호성들이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 월식이 끝나고 있어.’
그들이 사라지기 직전 나는 황급히 달려갔다.
“우리 또 언제 봐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나오는 소리가 고작 저것이었다.
그리웠다고, 나를 그렇게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여전히 지켜주는 것이 가슴 아픈 동시에 감사하다고.
잔뜩 말하고 싶었는데 입술만 덜덜 떨릴 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미카엘과 이카로스는 아프게 웃었다.
그러나 세일론은…….
[이봐, 딸.]툭, 내 머리를 치고 말했다.
[언제나 곁에 있어. 영혼을 실체화하는 데에 오래 걸릴 뿐이지.]“그러면 내가 가호를 강화시키면……!”
[마력을 강화시킨다고 가호의 수준이 높아질 것 같으냐? 네 가호의 근원은 남과 다르———— 까——— 젠장! 말 좀 하자고————!]세일론이 하늘을 보며 버럭 소리친 동시에 수호성 모두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멍하니 세일론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신이 강림해서…….”
“그, 그래…… 신께서 몬스터를 없애주셨다…….”
“한데 왜 몇몇 사람들의 몸에서 빛이 난 거지?”
“축복 아니오?!”
“아니, 그럼 좀 골고루 주실 것이지. 아스트라 백작과 몇몇 사람들에게만…….”
“제주 때문인 게 아니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신을 불러낸 것이잖소!”
“서, 성녀……!”
“하면 그녀가……!”
왜 그렇게 말이 흐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들 말로 몇 가지는 알았다.
1. 세일론을 제외한 수호성(미카엘과 이카로스)은 저들 눈에 보이지 않았다.
2. 신이 제국을 구원한 것으로 보였다.
즉…….
난 제단 아래의 그리미에를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네 계획은 실패야, 쓰레기.’
이번에도 내가 이겼어.
이렇게 무월기의 제가 끝났다.
* * *
몇 시간 뒤.
그리미에 저택.
먼저 달리아를 급하게 돌려보낸 그리미에는 돌아올 줄을 몰랐다.
초조한 표정으로 손톱을 물어뜯던 달리아가 소리쳤다.
“레티시아! 레티시아!”
“예, 아가씨.”
“무월기 제가 끝난 지 얼마나 됐지?”
“세 시간입니다.”
“아빠는 왜 안 돌아오시지? 장막은?!”
“한 번 더 연락을 넣어볼까요.”
“서둘……!”
그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고, 굳은 얼굴의 그리미에가 들어왔다.
빠르게 걸어온 그가 달리아의 손목을 홱, 끌어당겼다.
“아, 아빠?”
“저택은 버린다. 크로노트 회의 공격이 있을 것이다.”
“뭐라고요?!”
달리아가 흠칫, 그리미에의 손목을 잡았다.
“어, 어떻게 된 건지 알려주세요. 장막이 우릴 왜 공격해요? 아, 아직 에릴로트가 메시아인 게 확정된 건 아니지 않나요? 그냥 신을 불러냈을 뿐인……!”
“신이 아니야!!”
달리아가 움찔 굳어졌고, 하인들이 황급히 고개를 수그렸다.
주인의 진노를 알아본 하인들이 자리를 피했다.
그리미에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건 에릴로트의 수호성이다. 메시아가 타고 태어나는 고대인의 혼.”
“그, 그럼…….”
그래서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혼이 나간 얼굴로 에릴로트를 향해 뛰어갔구나.
장막이 자신을 소름 끼치게 노려보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자, 장막에게 가볼래요. 설명할 거예요. 에릴로트는 메시아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달리아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내가 낫잖아요? 내가 메시아인 게 그쪽에도…….”
“정신 차려!”
“……아빠.”
“그들의 눈빛을 보지 못했나.”
“…….”
“내가 그 순간 너를 즉시 이동시키지 않았더라면 넌 찢어발겨졌을 거야.”
“…….”
달리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졌다.
‘아냐, 그럴 리 없어.’
옆에 있던 마사도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응!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나를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들이잖아.]‘그래, 고작 이름뿐인 메시아가 뭐 그렇게 중요해?’
[대화하자. 얘기하면 들어줄 거야. 응?]‘그, 그래. 그러면…….’
그리미에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넌 즉시 아일라를 따라 이동해라. 크로노트 회가 모르는 곳으로 가야 해.”
아빠는 결코 장막을 만나게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나를 보호하시려는 거겠지. 혹시나 해서.’
“저기, 아빠는요?”
“난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 먼저 떠나있거라.”
“그럴게요. 바쁘실 텐데 먼저 가보세요. 아일라 언니를 따라서 조심히 갈게요.”
‘아일라 언니는 내게 무르지.’
틈을 봐서 살짝 장막에게 가봐야겠다.
아일라가 방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가시죠, 소중한 분.”
“네에…….”
달리아는 그리미에를 힐끔거리며 아일라를 따라갔다.
방문이 닫히자마자 그리미에는 테이블을 내리쳤다.
[아아, 근사하더구나. 너도 보았겠지, 귀여운 그리미에? 그 분의 아름다운 자태를 말이야.]이노락스가 후후후 웃었다.
“어떻게 된 건지 말해.”
[여전히 눈부신 가호였어. 너는 못 봤겠지만, 인공 마수를 없앤 건 사도들이란다. 그 긴 세월간 신에게 묶여있던 분이 어찌 그리…….]“말해—!”
분노의 찬 고함이 방을 울렸다.
몽롱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이노락스가 픽, 실소를 흘렸다.
[그래, 무엇이 그리 궁금할까.]“이번 무월기는 길지 않았어. 게다가 금술의 결계로 제단 위 모든 사람의 마력을 약화시켜놓은 상태였다.”
에릴로트의 마력도 평소의 3할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을 터.
“한데 어떻게 현신하게 한 것이냐.”
이노락스는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인간의 계산법이 반신(半神)에게도 먹히리라 생각한 거야?]“……무슨 소리지.”
[세일론님은 신의 첫 피조물. 반신(半神)이시지. 그런 혼이 고작 마력으로 움직이리라 생각하다니. 너도 결국 만들어진 것들처럼 멍청하구나.]“뭐……?”
[신은 모든 것으로 구성된다. 바람, 비, 빛, 어둠…… 믿음.]“애초에 무월기 제단에서라면 현신이 가능했다는 것이냐.”
[뭐, 그 계집애가 특별한 조건을 충족하기도 했지. 특이한 것을 갖고 있더구나. 아마도 너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인 듯한데.]이노락스가 우후훗 웃었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하지 않았어?”
[내가 왜? 오랜만에 세일론 님을 뵐 기회인데.]이노락스가 그리미에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보다, 알려줄까? 그 계집애가 더는 세일론 님의 힘을 쓸 수 없게하는 조건.]그리미에가 흠칫, 이노락스를 쳐다보았다.
* * *
‘빨리, 빨리!’
달리아는 힘껏 달렸다.
틈을 봐서 아일라를 떨쳐내고 뛰어갔다.
[수호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응, 개화한 뒤에 힘이 느껴지거든.’
분명 저쪽이다.
아스트라 백작저.
달리아는 황급히 코너를 돌았다.
아스트라 백작저의 철문이 보였다.
그 앞엔…….
“당신입니까.”
역시나 수호자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앞에 있는 것은 에릴로트였다.
에릴로트가 팔짱을 낀 상태로 희게 질린 수호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