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22)
이 3세는 악역입니다-321화(322/390)
321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라버니들을 쳐다봤다.
“뭔데 그래.”
목소리가 낮아지자, 요슈아가 말했다.
“살바토레가 섭정 황자로 결정되었다.”
빌어먹을.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 * *
황궁.
나는 관료들로 가득한 대알현실에 입실했다.
단상 위 황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살바토레 황자였다.
“살바토레 황자님을 뵙습니다.”
황좌 바로 아래 오른편에 자리했던 황비가 인상을 찌푸렸다.
“레이디 아스트라는 예법을 모르는가. 섭정 황자께서 즉시 입궁을 명하였건만 어찌 이리 늦고……!”
황비가 원하는 ‘제대로 된 예’ 란 이런 것이다.
[황가에 무한한 광영을. 섭정을 뵙습니다.]살바토레를 ‘섭정 황자’가 아닌, 그냥 황자로 부른 것에 불쾌를 표하는 것이었다.
‘수가 훤하네.’
전국민이 성녀라 추앙하는 내 입에서 ‘섭정 황자’라는 말을 듣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얘기는 이렇게 퍼지겠지.
“성녀께서 살바토레 황자님을 섭정 황제로 인정하셨다네!”
“뭐야? 그럼 신께서 살바토레 황자를 선택하셨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여간에 영악하긴.’
황비는 기세등등했다.
섭정이 결정되었다는 건, 중앙탑(귀족들로 구성된 최고 의결기구)의 과반수가 살바토레를 지지한다는 것.
황제가 이대로 죽는다면, 섭정 중인 살바토레가 황위를 이을 것이다.
해서, 그녀는 벌써부터 황태후가 된 것처럼 구는 것이다.
늘 황태후의 자리이던 단상 바로 아래의 오른편을 차지하고서.
‘황태후 폐하께선…… 허이고.’
황태후는 황비의 옆도 아니고, 황비의 최측근들 뒤로 자리해있었다.
매우 굳은 얼굴로.
‘아무리 황태후 폐하께서 그간 황비의 권한을 빼앗았다고 해도 그렇지…….’
자리 배치부터가 뒷방 노인네로 만들겠다는 야심만만이다.
황비가 말했다.
“섭정 황자께 제대로 된 예를 취하게.”
난 속으로 웃었다.
‘뜻대로 해줄 것 같으냐?’
나는 눈썹만 까딱 올리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송구합니다. 섭정 황자에 대한 예를 배우지 못한 터라. 황비님께서 가르쳐주신다면 성심껏 배우겠습니다.”
“……!”
“……!!”
황비와 귀족들이 얼굴을 굳혔다.
‘원래 이런 건 눈치껏 해야 하는 거거든.’
황비가 직접 내게 ‘황제에게 하듯 내 아들을 대하여라!’라고 할 순 없다.
만에 하나라도 황제가 깨어났을 때 그 얘기를 듣는다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즉, 내 말은 이런 의미로 들릴 것이다.
‘아직 황제가 죽은 건 아니잖아?’
쿡.
황태후가 웃음을 터뜨리자 황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황비는 나를 매섭게 쏘아보며 이를 악물었다.
나는 뻔뻔한 표정으로 살바토레를 쳐다보았다.
“송구합니다. 황궁의 호출을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준비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해석하면 ‘섭정이 되자마자 멋대로 구네. 너는 절차라는 게 없냐?’ 라는 뜻이다.
황비가 울컥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살바토레 황자가 빙그레 웃었다.
“미안하군. 나라의 안정을 위해 화급을 다투는 일인 터라 배려치 못하였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뭐야, 왜 이래?’
살바토레 황자파의 귀족들은 자비로운 섭정의 모습에 흡족한 표정이었다.
살바토레 황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신과 소통할 수 있는 무월기의 제 중에 쓰러지시고, 나라 안팎으로 사특한 소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알고 있다.
황제는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소문이었다.
‘신에게 버림받은 황제를 치고 제국의 백성들을 구원하겠다’며 군사를 도모하는 자들이 생길 수도 있었다.
타국에서도 이걸 명분으로 치고 들어올 수도 있지.
내가 가만히 듣고 있으니, 황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해서, 섭정은 신에게 선택받은 성녀인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황족으로 맞아 사특한 소문을 다스릴 것이다.”
“무슨……!”
“그런…… 황자님!”
“……!!”
살바토레 황자파의 귀족들이 히죽거리는 반면, 반대파의 귀족들은 기함했다.
이 자리에 있던 할아버지와 아빠마저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리고…….
‘알렉시스.’
나는 황급히 그를 쳐다보았다.
황태후의 옆에 서 있던 알렉시스가 주먹을 꽉 말아쥐고 있었다.
난 이를 악물었다.
나를 아내로 맞으면 내 용은 물론, 아스트라마저 휘하에 둘 수 있었다.
알렉시스를 견제하기에 가장 완벽한 수단이지.
‘나로 알렉시스를 견제하겠다고? 저 비열한 놈이……!’
게다가 나라를 안정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니, 나로선 거절할 수 없는 말이다.
반대파의 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표정이 흐려졌다.
할아버지와 아빠의 눈빛이 매서웠다.
아빠의 아카데미 동기인 데본 숙부와 레오 탈로프가 황급히 두 사람을 말렸다.
황제를 대신하는 섭정을 치는 건 반역이었으니까.
살바토레 황자가 말했다.
“시급한 일이니 황족원에 이름을 올리고, 신관장으로부터 세례받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체하도록 하지.”
“…….”
“식은 나라가 안정된 후 성대하게 치르는 것으로 하겠다.”
“전—”
내가 막 목소리를 내려던 때였다.
“어찌 상대의 의사를 묻지 않으시고, 결혼과 같은 중차대한 일을 결정하십니까.”
누군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관료들 사이에 있는 사내에게로 향했다.
빈센트 에드로페.
에드로페 후작가의 맏이로, 최연소 황궁 서기관을 거쳐 21살의 어린 나이에 관료로 임명된 남자.
……첫 번째 삶에서 내가 사랑했던 사내였으나, 달리아를 사모했던 그 빈센트였다.
“에드로페 구민정(구민청을 감독하는 세 명의 최고 관리 중 하나)은 말씀을 삼가시게!”
“섭정 황자의 결혼이 어디 평범한 일인가! 다 뜻이 있는 일일세!”
“어찌 감히……!”
살바토레 파의 귀족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빈센트 에드로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오이스터 폭군 황제의 암흑기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 자가 감히……!”
“비페리 공작가의 권력을 탐한 폭군 황제가 비페리 공녀와 약탈혼을 벌였습니다.”
“감히 섭정 황자를 폭군에 비유하는 것인가—!”
“첸들론 2세 때에도, 유리오드나 황제 집권기에도, 펠로스톤 대공 섭정기에도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닥치지 못할까!”
“감히 섭정 황자를 우롱한 저 자를 끌어냅시다!”
“해서 펠로스톤 대공의 폭정을 물리치고 황위를 계승하신 위고 대제께서 젊은 귀족이 폭정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법규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대단하네.’
살바토레 황자파의 귀족들이 이 난리를 치는 와중에도 절대로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하여간에 저 대쪽 같은 성격이란…….
남몰래 혀를 내두르고 있던 찰나였다.
‘잠깐만. ……위고 대제의 법규?’
제국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1. 중앙탑에서 발의하고, 황제가 동의한 ‘국법’.
예외로 중앙탑 만장일치의 경우 황제의 동의 없이 제정된다.
만장일치는 제국 역사를 통틀어 세 건에 불과했으니,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
2. 황제가 독단적으로 만들 수 있는 ‘황제령’.
황제령을 어기게 되면 국법으로 처벌되기에, 국법 아래의 법으로 본다.
하지만 중앙탑 최고 원로 6인이 반대하면 법서에 올릴 수 없으므로,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위고 대제는 병적인 완벽주의자였지.’
얼마나 완벽을 추구하는지 황제령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었다고 했다.
그것도 중앙탑 최고 원로 6인이 반대할 수 없는 완벽한 명분을 만들어서.
하지만 위고 대제 시절에나 통용되는 법이었다.
워낙에 수가 많아서 다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거든.
그래서 현재로선 황제령은 ‘당대 황제가 만든 황제령만 따른다’는 게 관습이었는데…….
“위고 대제께서 이런 날을 위해 제정하신 황제령을 어기실 요량이십니까!”
“언제부터 선황들의 황제령을 따랐는가!”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지요!”
귀족들이 두 파로 갈라져서 버럭버럭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때, 살바토레가 탕! 황좌의 팔걸이를 내리쳤다.
“위고 대제의 황제령이 정확히 무엇인가.”
살바토레가 묻자, 빈센트가 대답했다.
“위고 대제께선…….”
요약하면 이러했다.
[첸들론 2세 시절.첸들론 황제의 억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황비가 된 엘리자베스 황비.
황비에겐 연인인 고날롱 공자가 있었다.
고날롱 공자는 엘리자베스 황비를 그리다 상사병으로 사망.
황비는 인세에서 못 이룬 사랑을 저승에서 기약하며 자살.]
위 이야기를 안타깝게 여긴 위고 대제께서 말씀하시길,
[입궁 황령을 받은 당사자가 나흘 안에 결혼한다면, 황령은 없었던 것으로 한다.]—고 하셨다.
살바토레 황자가 빙그레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황령인 결혼이 아니다. 그렇지 않나, 레이디 아스트라?”
“…….”
“섭정 황자는 나라의 안위를 위한 레이디 아스트라의 ‘자발적인 결단’을 바라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쏟아졌다.
그러던 찰나.
하하, 낮은 웃음소리가 제르모 공작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가 말했다.
“섭정 황자께서 위험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무엇이 말이지.”
“아스트라 백작 영애가 ‘자발적으로 거절’하는 순간, 나라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가 눈썹을 까딱 들어 올리며 말했다.
“섭정 황자마저 신에게 버려졌다…… 는 또 다른 사특한 소문이 퍼질 테니 말입니다.”
‘뭐야? 저 사람이 왜 나를 도와주지?’
늘 타인을 웃는 낯으로 대하긴 하지만, 사실 속에 뱀이 우글거리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나야 잘됐긴 했는데…….’
살바토레의 표정이 이제야 굳어졌거든.
‘이제 그러면 황령을 내릴 수밖에 없으니까.’
나는 히죽 웃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래, 살바토레?
* * *
귀족들이 우르르 알현실을 나섰다.
살바토레 황자파는 그와의 회의를 위해, 반대파는 황태후를 쫓아갔다.
‘아마 황태후 폐하를 우두머리로 삼아서 알렉시스를 다시 섭정 황자로 도모하려는 거겠지.’
아빠가 내게 말했다.
“노인네…… 가 아니고, 아버님과 난 황태후와 대화를 나눠야 하니 너는 즉시 저택으로 돌아가 있어라.”
“네.”
“살바토레 황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긴급령을 내려두마.”
난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셔야 해요?”
“그래.”
할아버지와 아빠까지 떠나고 나는 마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사람이 없는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대체 왜 살바토레가 섭정 황자로 선택되었지?”
그렇게 세가 강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알렉시스에게 밀리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대체 왜…….
“그리미에입니다.”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흠칫, 고개를 돌렸다.
“제르모 공작님?”
“그리미에가 친황제파를 구워삶았지요.”
“…….”
“어떤 방법으로 그리했는지는 모릅니다. 저희는 그저 친황제파와의 대화의 장을 마련했을 뿐이니.”
“저희? ……그보다 말씀 낮추셔요.”
“어찌 말씀을 낮추겠습니까.”
제르모 공작은 피폐한 표정이었다.
나는 염려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혈색이 나쁘십니다. 어찌 이리 피곤해 보이시고…….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갚을 수 없는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대체 어째서 제게 공대를…….”
제르모 공작이 내 손을 잡았다.
“심마흐입니다.”
“……예?”
“당신을 지켜야 할 당신의 수호자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나의 메시아.”
“……!”
나는 순식간에 얼굴을 굳히고 그의 손을 탁! 쳐냈다.
“당신이 크로노트 회의 13 수호자 중 한 사람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메시아.”
나는 흠칫,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입 닥쳐요. 남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염려하지 마십시오.”
“무슨 소리예요?”
“수호자 구의 결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 누구도 이 안의 모습과 소리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다른 수호자 몇이 제르모 공작의 곁으로 다가왔다.
어제 저택 앞을 찾아온 사람 중에서 본 얼굴들이다.
“구입니다. 수호자 구. 제 결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의 영향을 받습니다.”
“황궁에도 결계를 펼쳐놨어? 대단도 하네. 제르모 공작이 도왔나 보지?”
“…….”
“아아, 그래서 그렇게 정보가 빨랐구나. 그렇기도 하겠네. 황궁에도 이런 결계를 깔아놨는데 다른 곳이라고 아닐까.”
“…….”
“혹시 아스트라 공작성에도 깔아놨어?”
대답을 못 하잖아.
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해서 나를 죽일 계획을 짤 수 있었겠구나.”
“메시아……!”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뒤돌아 걸었다.
구가 나를 향해 달려와 길을 가로막았다.
“안 비켜?”
“제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딱 달리아 취향의 얼굴이긴 하다.
푸른 기가 도는 흑발, 투명하리만큼 아름다운 하늘색의 눈동자, 흰 피부.
190센티에 가까운 키이나, 약간 마른 탓에 크게 덩치가 크다는 느낌은 없었다.
‘수호자들의 외모만 보면 딱 유세은이 어린 시절에 그리던 그 기사님들이네.’
지금 와선 별 의미 없는 생각이지만.
나는 시선만 높이해서 구를 쳐다봤다.
“들을 얘기 없다고 했잖아.”
“저희를 싫어하셔도 됩니다. 혐오하셔도 괜찮습니다. 제발 이번 일을 돕게 해주십시오.”
“뭘 도와? 아, 살바토레를 암살이라도 해주게?”
그러자 구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원하신다면.”
“……진짜 미쳤네.”
나는 구를 홱, 피해서 성큼성큼 걸었다.
제르모 공작과 구는 나를 쫓아오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아프게 신음할 뿐이었다
마차로 돌아왔을 땐, 웬 꽃다발이 있었다.
“이게 뭐야?”
묻자, 마차를 지키던 베티가 호들갑을 떨었다.
“웬 엄청나게 잘생긴 은발의 쌍둥이가 주고 갔어요!”
마시타브바로구만.
“진짜 잘생겼어요. 진짜…… 키도 이렇게 훌쩍 커서…….”
들꽃으로 만들어진 꽃다발이었다.
나는 휙, 베티에게 꽃다발을 던졌다.
“필요없으니까 가져.”
“정말요? 우와, 기뻐라!”
“그리고 내 말을 좀 전해주겠…… 어? 잠깐만.”
제르모 공작이 수호자였다면,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다른 수호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