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29)
이 3세는 악역입니다-328화(329/390)
328화.
소스라치게 놀라서 손을 뗐다.
그러자마자 그리미에가 희번덕 눈을 뜨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때, 보여?”
“예?”
그리미에는 흠, 신음하곤 중얼거렸다.
“틀렸나. 라온트라의 황족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하던데.”
‘폭풍’으로 고대인의 나라가 멸망한 후, 첫 번째로 개국한 나라가 라온트라였다.
라온트라의 시황제가 바로 두 번째 쿠말.
즉, 고대인에 의해 ‘직접 만들어진’ 자들의 혈통이란 것이다.
벨트리는 굳은 얼굴로 성물을 바라보았다.
“이게 뭡니까.”
“고대인의 나라가 흥하던 시절에 사도 중 하나인 이노락스가 사용하던 성물이다.”
“이노락스……?”
“내 어머니는 이것을 통해 미래를 들으셨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무척 유감이야.”
모친에게서 이노락스의 영혼은 빼앗아 왔다.
하지만 이노락스의 모든 힘을 사용할 순 없었다.
빼앗아 온 자의 한계인 모양이었다.
‘아쉽게 됐군.’
그리미에는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두 번째 쿠말은 이노락스가 만든 인간이었지. 이노락스의 피와 살을 사용해 만든 그의 후손이라면 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
“그렇게 되었으니 가봐도 돼.”
“…….”
“이곳의 존재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건 말해주지 않아도 될 테고.”
그리미에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믿어도 되겠지? 우린 동료이니.”
“예.”
고개 숙여 인사한 벨트리는 동굴을 떠났다.
집으로 가기 위해 숲을 걸으며 생각했다.
‘동료라고? ……개소리!’
성물을 만졌을 때 느꼈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지금도 심장이 아플 정도로 뛰었다.
‘성물을 사용하면 몸에 엄청난 무리가 가는 거야.’
공작부인이 사용하던 성물이라면 그리미에도 위험성을 알고 있을 터.
‘그런데 그런 걸 내게 사용하게 하면서 동료라고?’
그 날 이후로 그리미에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내색 없이 그리미에를 살피기를 몇 개월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이복동생인 데이몬드와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집 앞에 닭과 말을 두고 간 게 도련님입니까?”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물었다.
데이몬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가볍게 대답했다.
“몰라.”
“모르긴. 그러지 말랬잖아요!”
얼마 전부터 데이몬드는 종종 집 앞에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두고 가곤 했다.
“너, 아스트라 도련님과 이 정도로 사이가 좋으냐?”
양부는 히죽거리며 그렇게 묻곤 했다.
도박에 돈을 탕진하고 ‘도련님께 잘 얘기해서 돈을 받아오라’며 채근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싫다고 했는데 왜 자꾸 이러세요.”
“그럼 일을 줄이든가.”
“뭐라고요?”
“너희 집에 돈 떨어질 때마다 네가 광산이며, 도박장에서 일을 하는데 그냥 두고 보라고?!”
“그게 그쪽과 무슨 상관이라고…….”
“이게! 친구가 그 정도는 도와줄 수도 있잖아!”
“누가 친구야!”
“……뭐?”
“내가 언제 그쪽과 친구 한다고 했어?!”
“…….”
“쓸데없는 도움은 사절이라고! 하지 말라는데 왜 자꾸 이러냔 말이야!”
“…….”
“나 사는 게 우스워 보여? 웃겨도 신경 꺼! 짜증 난다고, 지겨워 죽겠단 말이야!”
왜 도와줘.
왜 잘해줘.
난 그리미에의 명을 받아서 널 감시하는데.
나 살려고 네 일거수일투족을 고해바치는데.
‘왜 자꾸만 잘해주냐고…….’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굳어있는 데이몬드를 두고 집으로 달려갔다.
저 녀석이 잘해줄 때마다 자신이 더욱 더러워 보였다.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의 선의를 배신한 건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비교하게 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내가 쓰레기란 건.
리사나 황비, 오르카 가문, 그리미에와 다를 바 없는 최악의 사람인 건 알고 있다고…….
너나 미모사와 비교도 안 되는 끔찍한 인간인 건 잘 안단 말이야!
양부모라는 인간들은 히죽거리며 말했다.
“말을 가져다준 건 역시 데이몬드 도련님이냐?”
“너, 그 댁 도련님과 그렇게 친하면 우리 벨라를 소개해주는 게 어떠니? 네게도 좋은 일이야. 벨라가 도련님의 짝이 되면 이제 우린 고생 끝이라고.”
싫다고 소리치다가 얻어맞았다.
온몸에 새파란 멍이 들어 욱신거리는 탓에 새벽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미모사…….’
훌쩍이던 찰나, 밖에서 묘한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하여 나가보니 문 앞에 웬 봉투가 놓여 있었다.
“네가 이렇게 잘 먹는 건 처음 보네. 맛있냐?”
“……이런 건 처음 먹어봐요.”
봉투 안엔 아스트라 성에서 데이몬드와 함께 먹은 머랭 쿠키가 잔뜩 들어있었다.
‘바보가…….’
그렇게 냉정하게 소리치면 오지 말 것이지.
잘못은 모두 내가 했는데.
봉투를 꾹 말아쥐고 고개를 돌렸다.
울타리 밖에 숨어있던 인영이 흠칫하더니, 얼른 달려갔다.
데이몬드였다.
“잠깐만.”
“오다가 주워서 네 집 앞에 버려준 거거든!”
“기다리라니까!”
데이몬드가 헐레벌떡 달려가는 방향엔 그리미에의 동굴이 있었다.
‘잘못하다가 동굴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그리미에가 그를 죽일 거야.
황급히 데이몬드를 쫓아갔다.
하지만 그 녀석은 발이 얼마나 빠른지, 동굴이 있는 산에 들어갔을 땐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동굴을 발견한 것 아닌가?’
불안함에 정신없이 동굴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동굴 앞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재빨리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그들은 자신이 있는 것을 모르고 무어라 떠들고 있었다.
“그리미에 님께선…….”
“그래, 그렇게…… 지난…… 정리해두면…….”
잘 들리지 않지만, 몸은 바짝 굳어졌다.
저들 중 한 사람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남자다.’
라온트라 황궁에서 미모사와 함께 살던 곳으로 쳐들어왔던 기사 중 하나.
“도망치세요, 궁주님!”
“이 계집이 감히……!”
“도망쳐, 어서!”
미모사가 허리를 끌어안고 겨우 막아두던 남자.
그런 미모사에게 검을 휘두른 그 남자.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리미에와 죽은 아스트라 공작부인이 내 협력자라고?’
협력자인 척한 것이다.
리사나 황비와 황후 모두에게 발을 걸치고, 그들 모두에게 도움을 준 것이다.
어느 쪽이 이기든 동맹을 맺을 수 있게.
리사나 황비에겐 군사를 지원해 라온트라 황궁을 장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황후에겐 딸인 벨트리를 빼돌려 주고.
‘……그렇게 미모사를 죽였어.’
남자들이 떠날 때까지 밤새 그곳에 숨어있었다.
해가 밝고 남자들이 떠난 후, 벨트리는 양 주먹을 땅에 내질렀다.
그리미에.
그리미에.
‘그리미에—!!’
작은 주먹이 피에 젖었으나 아픈 줄도 몰랐다.
단지 복수의 대상에 그의 이름이 추가되었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 뒤는 그리미에의 명을 따르는 척 데이몬드를 도왔다.
“뭐? 아카데미에 가라고?”
“혈족 교육을 따르지 않을 거라면 가세요.”
“싫어. 내가 왜!”
“그럼 계속 이렇게 시간만 보낼래?”
“웬 반말?”
“한량처럼 사는 게 네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거야?”
“…….”
“아카데미에 가.”
가서 네 편을 만들어.
그리미에가 네게 검을 겨눠도 도와줄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 너도 가.”
“평민인 내가 무슨…….”
“그 정도는 내가 해결해줄 테니까. 가. 아니면 나도 안 가.”
“…….”
함께 아카데미에 갔다.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다.
“규칙이란 건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강자가 함부로 힘을 휘둘러 약자를 핍박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야!”
머리는 굳었지만, 강인하고 현명한 데본 로체.
“네가 데본을 구했다면서? 그 녀석은 내 불알 친…… 아니, 소꿉친구다. 인사하마.”
화통하고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춘 레오 탈로프.
“……실험실 지켜줬냐? 고맙다는 인사는 안 한다. 대신 포션을 좀 나눠주지.”
정신 나간 마법 신봉자지만, 인간적인 카인로드 마딜로.
‘이들이라면 유사시에 데이몬드를 지켜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다가 흠칫했다.
데이몬드는 그리미에를 치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행동하는 건 마치…… 마치…….
“식사했냐?”
“왜.”
“또 쥐똥만큼 먹었겠지. 자.”
“…….”
수없이 부정했다.
그런데도.
“혼자 움직이지 말랬잖아! 뭐든 같이 하자고 했잖아!”
“…….”
“네가 다치면 돌아버리겠다고—!”
그의 목을 끌어당겼다.
입술이 맞붙던 순간을 기억한다.
커다래지던 눈도, 달아오르던 뺨도, 거칠던 숨결도.
“뭐, 뭐, 뭐야. 갑자기.”
“싫으면 피하지 그랬어.”
“……누가 싫다고 그랬어. 내가 남자 좋아한다고 어디 가서 말하면 죽는다. 난 그냥 너만 좋은 거야. 알겠어?”
“여자야.”
“뭐?”
“여자라고 나. 보여줘?”
셔츠의 단추를 푸르려하자 새빨개진 데이몬드가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소리쳤다.
“하,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했어!”
“농담이었어.”
“…….”
“하지 말랬으면서 왜 아쉬운 표정이야?”
“……내가 아쉬운 표정이었다고 어디 가서 말하면 죽는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와 함께하는 게 제일 즐거워.
계속 함께이고 싶어.
‘네가 사랑스러워.’
그로 인해 강해졌으나, 그로 인해 약해지기도 했다.
복수보다 그와 함께인 일상이 더 소중해졌으니까.
그러던 즈음, 라온트라에서 연락이 왔다.
“리사나 황비와 오르카 가문이 패했습니다. 우리의 승리입니다, 궁주님!”
황후의 서신도 함께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벨로스터, 건강하니.
오랜 전쟁이 끝나고 황제 폐하와 나는 황궁에 귀환하였단다.
이제 어지러운 나라를 정리하는 중이란다.
너는 그간 얼마나 고생이 심하였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사무친다.
이제 고생은 끝났다. 본국으로 돌아와 궁주로 복귀할 일만 남았구나.
더불어 네게 미안한 소식을 전한다.
우리는 리사나 황비와 오르카 가문을 처리하기 위하여 귀족들과 차기 황위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단다.
내게 친자가 없으니 그 어떤 가문이라도 차기 황제의 외가가 될 수 있을 터.
귀족들은 황위를 향한 야욕으로 우리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 결과 오르카 가문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르카 가문은 멸문하였으나, 여전히 귀족들의 영향력이 대단한 지금으로선 너를 적자라 공표할 수 없구나……(후략)…….
적자라 공표되지 않는 것이 억울하진 않았다.
단지 화가 치미는 것은…….
‘리사나 황비가 황궁을 칠 때 동조한 가문들이 남았어.’
그들은 전쟁 막바지에 황제로 편을 갈아탔다.
그리하여 살아남아 권력을 유지했다.
반란의 그날 황궁의 문을 열어준 카웨즈 황비의 세력.
제가 있는 곳으로 그리미에의 군사들을 안내한 아나스 황비 등.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끔찍한 자들이 남았다.
아카데미 동기들과 데이몬드에겐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본국으로 돌아왔다.
“궁주, 민간에 숨어살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얼마나 노고가 심하셨습니까…….”
아나스 황비는 뻔뻔한 표정으로 제 손을 잡았다.
“가라! 황제의 핏줄이 아직 살아있지 않으냐!”
성녀의 가면을 벗고 자신을 향해 소리치던 아나스 황비를 기억하고 있다.
흑요회의 품에 안겨 도망치던 자신을 보고 분에 못 이겨 미모사의 시체를 걷어차던 모습 또한.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결코 저들에게 황위를 넘겨주지 않으리라.
결심하고서 신변을 정리하기 위해 칼소이에 제국으로 돌아왔다.
마침 기회가 좋았다.
전투가 있었기에 그곳에서 사망한 체한다면 깔끔하게 사라질 수 있었다.
그렇게 신변을 정리하고 라온트라의 황궁에서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소식을 들었다.
“데이몬드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저주에 당한 듯싶습니다.”
불현듯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네 가호를 좀 담아주겠어?”
“저주 같은 불순한 힘을 어찌 필요로 하시는지요.”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듯하여.”
‘내 힘이다.’
그리미에, 그 자가 내 힘으로 데이몬드를 사지에 몬 것이다!
어떤 정신으로 전장에 찾아갔는지 알 수 없었다.
데이몬드를 사경을 헤매게 만든 힘을 도로 가져오기 위해 그의 품에서 밤을 보냈다.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임신입니다, 궁주님. 어찌……!”
아이가 생겼다.
처음 느낀 감정은 혐오였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떠나보내며 오열하던 황후.
자식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검을 막아내던 미모사.
그들을 지켜보며 자란 자신에게 있어 아이는 방해물이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고단한 날엔 태동이 느껴졌다.
“이 바보가…….”
가만히 배를 끌어안고 있으면 기묘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세상에 단 둘인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살기 위해 먹던 음식을 까다롭게 챙겨 먹었다.
‘의사가 유난히 작다고 했으니까 몸에 좋은 육류와 채소를 챙겨줘야지.’
궁에 금술이 씐 마도구가 들어올 때면 적을 옭아맬 기회라고 여기던 자신이 바뀌었다.
“당장 치워! 태아에게 영향이 간다!”
그리고 다섯 달이 되었을 무렵.
신탁이 내려왔다.
[금사월에 태어난 붉은 눈을 가진 자, 육신을 희생하여 대륙을 구원할 것이다.]황족들은 축배를 들며 기뻐했으나, 벨트리의 온 몸엔 소름이 돋았다.
‘금사월이라면 아이가 태어날 즈음이다.’
만약 아이가 데이몬드를 닮은 적안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가 태어날 날이 가까울수록 겁이 났다.
‘너는 나처럼 살아선 안 돼.’
매일이 독과 비수의 전쟁인 이 황궁에서 태어나선 안 돼.
전쟁의 도구로 쓰여선 안 돼.
아스트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황비나, 귀족들이 보낸 살수와 전투를 수도 없이 치렀다.
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가호를 쓰고, 또 썼다.
겨우 추적을 피해 아스트라에 도착했을 땐 몸이 말이 아니었다.
도착한 나를 본 공작은 기막힌 얼굴이었다.
“너는 데이몬드 녀석의……!”
“벨로스터 라온트라. 당신의 장원에 몸을 숨기고 있던 라온트라의 황족이오.”
“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내 뱃속에 당신의 손주가 있소.”
“그게 무슨……!”
“신탁이 내려왔소. 이 아이가 육신을 희생할 구원자가 될 것이오.”
“…….”
“숨겨 길러 주시오. 아니, 그렇게 해주세요. 외면으로 보호하세요.”
“하지만…….”
“어째서 이 아이가 희생해야 합니까! 단지 태어났을 뿐인 아이가 왜요! 나처럼 살게 할 수 없어! 당신처럼 살게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주세요!”
“…….”
“제발, 공작님…….”
그렇게 아이가 태어났다.
품에 안은 순간, 느꼈다.
‘너구나.’
내 삶의 모든 고난은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구나.
에릴로트.
나의 에릴로트.
내 딸아.
* * *
“너만은 나처럼 살아선 안 돼.”
칼소이에 황궁의 국빈실에 있던 벨로스터 궁주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치맛자락을 꽉 말아쥔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 누구도 너를 건드릴 수 없으리라.
목숨 걸고 지킬 테니까.
라온트라의 검은 손에서도, 그리미에의 검은 손에서도.
그녀가 물었다.
“그리미에의 조직 안에 잠입하였느냐.”
묻자, 누군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궁주님을 완전히 신뢰한 덕에 무사히 잠입에 성공했습니다.”
“증거를 잡는 즉시 세상에 그의 민낯을 공표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너를 지키고 말 거야.
사랑스러운 나의 에릴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