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31)
이 3세는 악역입니다-330화(331/390)
330화.
“영애?”
내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자, 시녀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황후의 간호 총괄이라는 노시녀 또한 무슨 일이냐는 얼굴이었다.
기가 막힌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얼굴에 바짝 힘을 줬다.
[그렇지! 좋아!]황후의 수호성인 듯한 남자가 창틀 앞에서 환호하고 있었다.
창밖에선 원화군이 훈련 중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스포츠 방송을 관람하듯, 남자는 푹 빠져 있었다.
‘이상해.’
나는 황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수호성들을 관찰했다.
연결된 인간이 아프면 수호성들 또한 기운이 없었다.
인간이 죽은 뒤 ‘어둠’ 속에 다시 끌려가서, 아주 오랫동안 자신과 연결될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니까.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동동거리는 게 다반사다.
그런데 황후의 수호성은 매우 활기찼다.
[하여간에 저 놈, 농땡이를 피울 때부터 알아봤지. 어째 3분을 못 버티는구만.]감독이라도 된 양 쯧쯧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대체 뭐야.’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시녀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어 있었다.
‘여기서 수호성에게 말을 걸 순 없어.’
다들 내가 미친 줄로 알 거다.
그게 아니라도 내가 메시아의 힘을 가졌다는 걸 누군가 알아차릴 수도 있었다.
“영애,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으신지요.”
반듯한 인상의 갈색 머리 시녀가 물었다.
원화였던 난 그녀를 알고 있다.
늘 성실해서 눈길이 가는 사람이었으니까.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시다면 의사를 불러올까요?”
진저 오렌지색의 머리칼을 가진 곱슬머리의 작은 시녀가 기운차게 물었다.
이 애는 황후궁으로 날 안내했는데, 발랄하고 수다스러운 편인 귀여운 시녀였다.
이름까지 머리색과 꼭 같은 진저라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황후의 간호를 총괄하는 노시녀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도울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아닙니다. 단지 황후 폐하께서 눈을 뜨지 못하시는 것이 안타까운 나머지…….”
나는 얼른 속상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레나와 진저, 노시녀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수그렸다.
“황후로 입궁하시고 반년 만에 병을 얻어 이렇게 되셨다고 해요…….”
진저가 울상을 지으며 말하자, 레나가 그의 등을 토닥였다.
“하루빨리 일어나셔야 할 텐데.”
“응…….”
노시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은 분이셨습니다. 제가 진저, 레나와 같은 나이에 입궁하여 처음 모신 분이 황후 폐하십니다.”
“그러셨군요.”
“오셀리아 황비님께서 살바토레 황자님을 출산하신 후라 황비궁의 기세가 하늘에 닿을 지경이었지요.”
“예…….”
“하지만 기죽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매우 바른 분이셔서, 조그만 부정도 못 본 체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노시녀의 말을 듣는 척, 수호성을 살폈다.
원화군 훈련을 관람하느라 정신없던 수호성이 시녀들 쪽을 보고 흥, 콧방귀를 뀌었다.
[말은 잘하는군.]중얼거리면서.
‘누가? 누가 말을 잘한다는 거야?’
시녀들은 날 혼자 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렇겠지. 행여라도 이상이 생기면 다들 목이 온전하지 못할 테니.’
일단 돌아가야겠다.
황후와 비슷한 환자를 살펴본 후에 다시 황후궁에 찾아와야 뭔가를 알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나는 ‘황후궁의 무운을 빈다’는 말로 인사하고 궁을 떠났다.
곧장 희귀병을 앓는 자들이 지낸다는 병원으로 향했다.
내가 방문하자,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들이 헐레벌떡 뛰어나와 맞이했다.
“아이고, 영애님!”
원장은 몇 번이나 몸을 반으로 접을 기세로 인사했다.
“황후 폐하와 비슷한 상태의 귀족들이 입원 중이라지요. 폐하께 도움이 되기 위해 비슷한 환자들을 살피고 있어요.”
“예, 예. 어서 드십시오.”
나는 원장의 안내를 받아 환자들을 살폈다.
‘역시 다른 수호성들은 제정신이 아니야.’
오열하기도 하고, 새파랗게 질려 손톱을 물어뜯기도 한다.
‘황후의 수호성만 다른 반응인 게 아무래도 이상해.’
황후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굴지 않는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며칠 후, 난 황태후궁을 찾았다.
황태후의 어지러운 심기를 다독이려는 척, 대화하길 얼마쯤.
드디어 내가 원하는 화제가 나왔다.
“기어이 살바토레가 움직였단다. 황후의 인장을 황비에게 내어주라더구나.”
“안타까워요. 황후 폐하께서 깨어나신다면 상황이 달라질 텐데요. 그래서 말인데요, 폐하…….”
“그래.”
“황후 폐하의 정확한 병명이 뭔가요?”
황태후가 멈칫했다.
황족의 용태는 극비다.
나라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
‘대기업 회장님들이 괜히 병을 숨기는 게 아니지.’
회사를 경영하는 데도 오너의 몸 상태가 중요하다.
상태가 나쁘면 곧장 주식이 곤두박질친다.
그런데 나라를 다스리는 황족의 몸 상태라면 오죽 비밀스럽겠는가.
희귀병에라도 걸렸다면 신이 나라를 버렸다고 난리일 것이다.
‘뭐, 황후는 십 년이 넘게 쓰러져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알려져야 했지만.’
그래도 정확한 병명은 밝히지 않았다.
황태후가 힐끗 시녀들을 쳐다봤다.
눈치 빠른 시녀들이 고개를 숙이고 우르르 방을 나섰다.
나와 단둘이 된 후에야 황태후는 입을 열었다.
“마독이다.”
“네?!”
마독?
카인로드와 그 모친이 앓았던 마독?!
“하지만 마독은……!”
내가 흠칫해서 말하자, 황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금술의 대가로 생기는 병이지.”
“황후 폐하께서 금술을 쓰신 건가요?”
“모르지. 다만 의사가 그리 진단했단다. ……제임스가 말이야.”
“제임스라면 알렉시스 황자님을 빼돌리고, 안나마리아 황비님의 사망에 일조한…….”
“그래, 그 자다. 그 일이 밝혀진 후 생각이 바뀌었지. 어쩌면 황후의 병명도 마독이 아닐지 모른다고.”
나와 황태후는 동시에 말했다.
“오셀리아 황비.”
“오셀리아 황비.”
그녀의 짓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황태후에게 바짝 붙어서 말했다.
“폐하, 사실은 제가 마독을 치료할 수 있어요.”
“뭐?”
황태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단 말이냐. 수백 년, 아니, 천년 가까이 아무도 해답을 내지 못한 것이 마독이야!”
“하지만 전 할 수 있어요.”
“……맙소사.”
황태후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마를 쥐었다.
“세상에 이런 귀인이 있을 수가 있나.”
그녀가 양손으로 내 뺨을 잡았다.
“아가야, 너는 진정 제국의 성녀로구나!”
“그애허 마힌데요. (그래서 말인데요.)”
볼이 눌려서 발음이 잔뜩 샌다.
황태후는 내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뺨을 비비곤 손을 놔주었다.
“그래.”
“일단 마독인지 확인부터 해야겠어요. 오늘도 황후궁에 가봐도 될까요?”
“오늘만 가능하겠니. 내일도 가능하단다.”
우후후 웃은 황태후는 정말로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상시 출입패를 주마.”
“혹시 독대도 가능할까요? 시녀들이 아무래도 불편해서요.”
“이브론(황후 간호 총괄 노시녀)과 레나, 진저가 수상하니?”
“폐하께서도 그 셋을 아시나요?”
“내가 직접 붙여준 아이들이니. 모두 성실하고 선량한 자들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하는 법이지.”
“아직 수상한 점은 없지만, 혹시 몰라서요.”
“그래, 필요하면 그들에게 내 이름을 대도 좋다.”
“감사해요, 폐하.”
나는 활짝 웃으며 황태후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즉시 황후궁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전과 달리 황후궁이 소란스러웠던 것이다.
“황궁의는 어찌 되었느냐! 레나!”
“황후궁 입구를 통과하였다고 합니다.”
“진저, 물수건을 가져와라. 열을 식혀야겠다!”
“예, 예!”
나는 황급히 물그릇과 수건을 가지고 황후의 침실로 달려가는 진저를 붙잡았다.
“황태후 폐하의 명으로 황후 폐하를 살피기 위해 왔습니다. 무슨 일인지요?”
“그게…… 아휴, 모르겠습니다. 어제부터 안색이 더 안 좋아지시더니 오늘은 발작까지 하시는 바람에!”
발작?
나는 깜짝 놀라 얼른 침실로 들어갔다.
황태후의 명으로 왔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시녀들은 날 막지 않았다.
이전만 해도 황후를 본 척도 않던 수호성이 새파랗게 질려서 그녀의 이름을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얼른 황후를 살폈다.
‘이 피부의 발진은 마독의 흔적이야.’
이전엔 이런 발진 같은 건 없었다.
‘즉, 이건…….’
난 시녀들을 돌아보았다.
노시녀와 레나, 진저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황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다녀간 이후 누군가 황후의 몸에 무슨 짓을 한 것이다.’
감시 없이 황후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저 셋뿐.
범인은 저들 중에 있었다.
황후의 수호성은 범인을 알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시녀들을 내보내고 물어볼 순 없어.’
내가 다녀간 이후 황후의 상태가 안 좋아졌다면, 범인으로 몰릴 소지가 다분하다.
나는 소리 없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까 봐?’
웃기는 소리.
수호성과 대화하지 못하더라도, 내겐 다른 능력이 있다.
“황태후 폐하께 상태를 알려야겠어요. 제가 전할 테니 세 분은 황후 폐하를 살펴주세요.”
“예…….”
나는 문밖으로 나와서 복도 구석으로 향했다.
통신석을 들었다.
[그래, 아가야.]황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몰래 황후궁 북쪽 결계를 약화시켜 주세요. 용태가 급변했습니다. 급히 치료를 시작해야겠어요.”
그래, 치료.
황후궁의 썩은 곳을 도려내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었다.
[5분 후 결계를 해제하마.]“예.”
통신을 종료하고 5분.
회중시계로 정확히 시간을 확인한 나는 가호를 발동했다.
나의 가호 <열람>을!
진짜 답답해죽겠네!!!!!!!!! 황후가 쓰러져서 10년이 지났으면 빨리 황후를 갈아치워 놓았어야지!!!!!!!
┖내무부 수장이 10년 동안 공석이어도 멀쩡한 나라ㅋ
┖황후는 내무부 수장은 아니지 않음?
이 소설 주인공은 외모로만 다 해 먹네ㅋㅋㅋㅋㅋ 약혼녀 아니면 벌써 뒤졌음ㅋㅋㅋㅋㅋ
┖우리 알렉시스 잘생겨서 짱이거든요?
┖ㅋㅋㅋㅋㅋ
살바토레 미친놈이네
응원합니다
‘알렉시스로 주인공이 바뀌고 댓글이 엄청나게 적어졌어. 원하는 정보가 있을까?’
인상 찌푸리며 댓글을 살피던 중이었다.
와.. 진짜 미쳤네. 뒷돈 받은 거 황후한테 들켰다고 독 먹인 거임? 그리고 십 년이 넘게 챙겨주는 척 재워두다니.. 인간이냐?
‘찾았다.’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마력을 끊어냈다.
그리고 다시 황후의 침실로 향했다.
마침 황궁의들이 도착해있었다.
시녀들이 다급히 황후의 상태를 설명 중이었다.
“어서 살펴주십시오!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입니까!”
“분명 그전까지는 멀쩡하셨다고요!”
“상태가 심각해지신 건…… 저, 그게 아스트라 백작 영애께서 다녀가신 후에…….”
황궁의들은 다급히 황후를 살폈다.
그러는 동안 나는 한 시녀의 곁에 조용히 다가갔다.
“황후 폐하께서 바른 분이라고 하셨던가요.”
“예? 예, 그렇습니다.”
“부정을 결코 두고 보지 않으시는 분이라고도 하셨지요.”
“……예.”
나는 그 시녀를 보며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
황후가 건강하던 동안 들어온 시녀.
십 년이 넘도록 쓰러진 황후의 곁을 지킨…….
노시녀, 이브론을.
‘너구나.’
* * *
깊은 밤.
검은 후드를 깊게 뒤집어쓴 이브론이 황급히 황후궁을 나섰다.
달리는 동안에도 통신석이 쉴 새 없이 깜빡였다.
이브론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통신석을 들었다.
“당분간 연락을 조심하자고 했잖아.”
[그치만 누님~.]한참 연하인 연인이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고리대금업자가 저택까지 찾아왔는 걸.]“뭐? 그 자들이 감히……! 내가 황후궁의 시녀장이란 것을 모르는 거야?”
[알려줬지. 알려줬는데도 저 난리라고. 자꾸 이런 식으로 연락을 안 받으면 황궁 앞까지 찾아간다잖아.]황궁 앞까지 온다고?
‘안 돼!’
십 년간 철저히 지켜왔던 성실한 이미지가 무너진다.
황태후의 눈 밖에 날 터.
집안도 한미하고, 특별한 능력이 없는 자신이 황후궁의 총괄이 될 수 있던 건, 높은 충성심을 가진 성실한 자라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이브론 님. 오랜만입니다.]고리대금업자의 목소리였다.
[이렇게 계속 상환이 늦어지면 저희도 더 이상 도리가 없어요.]“한두 번 거래해? 너희 도박장에서 내가 쓴 돈이 얼마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희는 융통성이라는 것도 없어?”
[상환이 한두 번 늦어져야 융통성을 발휘하지요. 언제 갚으실 수 있습니까?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의 일부라도 받아야겠습니다.]“……기다려.”
[자꾸 그러시면…….]“기다리라니까! 곧 돈 나올 구멍이 있으니까.”
‘그 사람’에게서 돈을 받기로 한 날이 머지 않았다.
‘그 돈만 받으면 손 터는 것이다.’
지긋지긋한 시녀 생활은 청산하고, 다른 나라에서 유유자적 살아갈 것이다.
통신을 종료한 이브론이 눈을 빛냈다.
“그래,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무언가 눈치 챈 표정이었다.
이대로 계속 비비고 있다간 목이 날아갈 것이다.
이브론이 황급히 약속 장소로 달려가려던 참이었다.
“어딜 그렇게 열심히 가니.”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브론이 흠칫, 고개를 든 순간.
달칵.
달칵, 달칵.
달칵!
주변의 조명이 켜지는 소리와 함께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눈앞에 군사들이 나타났다.
그들 앞에 있는 것은…….
“어, 어찌…… 어찌 여기에……!”
이브론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