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32)
이 3세는 악역입니다-331화(332/390)
331화.
황태후였다.
황태후는 드물게 진노한 얼굴로 이브론을 바라봤다.
“황후가 위독한 와중에 시녀장이 어찌 자리를 비웠을까.”
“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니.”
단호한 어투에 이브론의 어깨가 흠칫, 말렸다.
황태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읊조렸다.
“자네 외에도 상황을 설명할 자는 있네.”
기사들이 황태후의 뒤에서 누군가를 끌어냈다.
만나기로 했던 오셀리아 황비궁의 시녀였다.
이브론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폐하, 무슨 오해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우선 제 이야기를……!”
“그리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 옥사에서 하지. 추포해라!”
황태후의 노성이 울려 퍼지기 무섭게 기사들이 이브론을 제압했다.
* * *
이튿날.
나는 아침 일찍 황태후궁에 들었다.
조사로 자리를 비운 황태후 대신, 황태후 궁의 시녀가 지난밤의 상황을 설명했다.
“영애께서 말씀하신 대로 황후궁 뒤편에 은밀한 통로가 있었습니다.”
그랬다.
‘<열람>으로 봤지.’
그곳은 유사시 황후가 대피하기 위한 통로.
황후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시녀장들에게만 은밀히 전해지는 곳이다.
이브론 또한 시녀장이니 전임 시녀장으로부터 들었겠지.
‘그런 통로를 황후를 해하는 데에 이용해?’
시녀들은 치를 떨었다.
“이건 시녀에 대한 모독이에요! 입관 전에 하는 충성 맹세는 어디로 가고 감히 주인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시녀들은 파르르 떨며 지난밤의 일을 계속해서 설명했다.
“이브론과 황비궁의 시녀는 지하 옥사에서 고신당하는 중입니다.”
“모두 입을 열었나요?”
그때였다.
“두 사람 모두 그간의 일을 실토하였다.”
문이 열리고 황태후가 들어왔다.
황태후는 피로가 역력한 얼굴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고, 시녀들 또한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사람이 지독한 것은 일찍이 알고 있었으나, 이번 일은 너무나 과하구나.”
“폐하…….”
“돈과 권력이 탐난다고 어찌 사람을 그 세월 동안 의식을 잃게 만들 수 있단 말이냐.”
“역시 황후 폐하께선 잠들어 계셨던 것뿐인가요?”
“그래.”
여러 정치 사정으로 오셀리아 황비는 황후가 될 수 없었다.
새 황후가 들어오면 오셀리아는 황후의 인장을 빼앗겼을 터.
해서 계속 의식만 잃게 뒀다는 거구나.
‘미친 자 같으니.’
나와 황태후가 시선을 교환했다.
“이제 되었습니다.”
“그래, 국빈까지 있는 지금 오셀리아 황비의 죄가 드러나면 살바토레도 어찌할 수 없겠지.”
황태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살바토레다.”
“예.”
“살바토레가 있는 한 황비는 추후 언제라도 복권될 것이다.”
“그러니 살바토레 황자님을 치셔야 합니다.”
“……뭐라?”
황태후의 얼굴이 굳어졌다.
시녀들도 흠칫, 나를 쳐다봤다.
황태후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섭정 중인 황자다. 황제의 대리인을 치라는 건 반역하라는 뜻이다.”
“오셀리아 황비가 황후 폐하께 한 짓이 드러난 지금, 피차 황태후 폐하와 섭정 황자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
“결국 한 사람은 죽습니다. 그러니 이제 누가 먼저 치느냐의 문제예요.”
황태후가 손마디로 턱을 지그시 누르며 고뇌했다.
“시간이 필요하다. 결정을 내리면 서한을 보내마.”
“예.”
어차피 황태후는 살바토레를 치게 될 거야.
‘저 촉새가 그리미에에게 소식을 전할 거거든.’
황태후가 직접 임명한 황후궁 시녀장이 적이었다.
그럼 황태후궁엔 세작이 없을까?
‘아니지. 있겠지.’
그래서 난 이브론의 정체를 알아낸 후에도 <열람>으로 시녀들을 살폈다.
그렇게 알아낸 것이다.
저 금발 머리 시녀가 그리미에의 사람이란 걸.
‘이 소식이 그리미에의 귀에 들어가면 전쟁의 시작이다.’
난 남몰래 히죽 웃었다.
* * *
귀빈실.
벨로스터 궁주를 찾은 그리미에의 표정이 굳어졌다.
궁주는 연초를 비벼 끄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황태후 궁으로부터의 연락을 받았을 뿐입니다.”
“공의 표정이 그리 어두워질 일이라면 내 도움이 필요할 터인데. 자초지종을 알려주지 그래?”
“…….”
고민하던 그리미에가 입을 열었다.
“에릴로트가 황태후에게 반역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벨로스터 궁주가 테이블 아래로 치맛자락을 말아쥐었다.
‘이 애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패하기라도 하면 어찌 될지 모른다.’
그건 동제국의 적통 핏줄인 자신조차 구명해줄 수 없는 일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가뜩이나 용을 가진 데다,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아이.
역모를 일으켜 패한다면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터.
‘데이몬드, 이 자가 대체 아이를 어찌 교육한 것이야!’
어릴 때부터 싸움판이라면 그리 좋아하더니 딸에게마저……!
아니지.
데이몬드만 탓할 일이 아니었다.
호전적인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왜 하필 그런 것을 닮아서. 너는 평안하게 살아야 하는데.’
벨로스터는 입 안의 여린 살을 깨물었다.
이미 그리미에의 귀에까지 들어간 이상 도리는 없다.
‘이 싸움, 결코 져선 안 돼.’
벨로스터 궁주는 여상한 표정으로 물었다.
“칼소이에의 땅이 피로 물들겠군.”
“딸자식 걱정은 되지 않으십니까.”
“모정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공처럼 뱀 같은 자에게 아이를 맡겼겠나.”
“…….”
“내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뿐이야. 라온트라의 황위.”
“그러시겠지요.”
“황위를 위해 모진 세월을 견뎠어. 내 인생을 송두리째 걸었는데 딸자식의 인생이라고 걸지 못하겠는가?”
그리미에가 빙그레 웃었다.
“실로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해서 더욱 탐이 나는 군요. 어떻습니까, 진정 저와의 결혼엔 관심이 없으십니까? ……우린 좋은 파트너가 될 텐데요.”
“속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모를 파트너를 곁에 둘 순 없지.”
“서운하군요. 궁주께 속이는 것은 없습니다.”
“칼소이에의 귀족들을 어떻게 포섭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지.”
그리미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왜 그리 그것을 궁금해하십니까.”
“라온트라의 귀족들을 포섭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그 말에 그리미에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가 될 분께 그만한 도움을 못 드리겠습니까.”
“대체 무엇이기에 그러나.”
“가호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뭐?”
“가호만 한 재산은 없지요.”
가호 하나 잘 타고난 것으로 인생이 달라진다.
장정 백 명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 수 있는 공격계 가호.
돌을 금으로 만들 수 있는 특수계 가호.
병에 걸려 죽어가는 자식을 살릴 수 있는 신성계 가호.
그 특별한 힘을 탐내지 않는 자는 없었다.
“가호만 받고 돌아서는 자들도 있을 터인데.”
궁주가 굳은 얼굴로 묻자, 그리미에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해서 ‘가짜 뿌리’를 듬뿍 받게 했지요.”
“……!!”
축복의 땅.
그것은 사실 이세계로 향하는 통로였다.
축복의 땅을 이용한 목적지는 ‘신’과 ‘어둠’으로 나뉜다.
수호성들이 잠들어 있는 신의 영역인 신의 땅.
그리고 신이 고대 제국을 멸망시킨 ‘폭풍’들이 잠들어있는 어둠의 땅.
가짜 축복의 땅은 어둠으로 이르는 통로였다.
그 통로에서 새어 나오는 힘은 인간을 마물로 만든다.
그리미에는 그 힘을 이용하여 인공 마수를 만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가짜 축복을 받은 몸은 점점 변형되며 이지를 잃습니다. 오직 제 명을 수행하는 살육 인형이 되겠지요.”
“……대체 무엇을 위해 그런 짓을 하는가.”
“모든 것을 내 아래에 두기 위해.”
그리미에의 입가에 소름 끼치는 미소가 떠올랐다.
“하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결혼에 관해선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지요.”
몸을 일으킨 그리미에가 문을 나섰다.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후, 궁주는 후드를 입고 급히 방을 나섰다.
그녀가 향한 곳에선…….
“하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공께서 출자한 식당에서 식사만 하면 별일이 벌어지니 그렇지요. 솔직히 말해보십시오. 식당에서 귀족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어디 파는 게 아닙니까?”
“아이고, 이 사람. 또 망상병이 돋았군!”
“뭐, 식당을 그런 식으로 써먹을 수도 있겠군요.”
제르모 공작이 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궁을 나서고 있었다.
그가 흠칫, 뒤를 쳐다봤다.
“공?”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중요한 일정을 잊고 있었네요.”
귀족들에게 인사한 그가 코너를 돌아왔다.
귀족들과 멀리 떨어진 후, 제르모 공작이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직접 찾아오신 것을 보면 큰일인 듯싶은데요.”
그늘 속에서 몸을 드러낸 궁주가 말했다.
“가짜 축복의 영향을 없애려면 어찌해야 하지.”
“축복의 땅에 가짜가 있습니까?”
궁주가 재빨리 제르모 공작의 멱살을 잡았다.
“네가 크로노트 회의 심마흐라는 것을 안다.”
“…….”
“너희 수호자들이 내 주변을 살피고, 에릴로트에게 무언가 언질 줬다는 것도 알고 있어.”
“…….”
“너희들이 그리미에의 수작에 놀아나 어린 내 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도!”
“…….”
제르모 공작의 표정이 흐려졌다.
“하루에도 수없이 네 놈들을 찢어발기고 싶었어.”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분을 모시게 되면—.”
“너는 메시아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느냐?”
“수호성을 해방하고, 이 땅에 차별을 없앨…….”
“아니!”
벨로스터 궁주가 오열하듯 속삭였다.
“머지않을 미래에 나타날 폭풍의 제물이다.”
“……예? 고대인의 폭풍 말입니까.”
“그래, 신의 힘을 가진 몬스터 떼의 창궐!”
“……!”
“가짜 축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미친 인간들이 통로를 열어젖히는 통에 신의 결계가 약해졌어!”
“…….”
“비열한 신은 이때를 예감하고, 폭풍의 절반을 날려버린 제사장의 딸을 구속하지 않은 거야.”
“…….”
“해서 그 애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거라고. 다시 세상을 쓸어버릴 폭풍을 막으라고!”
제르모 공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럴 리…… 그럴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전대 수호자들에게서 들어온 이야기엔…….”
“없었겠지! 그건 쿠말에게만 계승되는 이야기이니.”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어!”
“나는 두 번째 쿠말이 세운 나라의 황족이다. 그리미에는 크로노트 회를 탄압하며 쿠말들에게 전승되는 일기를 가지고 있어.”
“…….”
“해서 안 것이다. 그 애가 폭풍을 잠재울 사명을 타고 태어난 것을.”
“…….”
“그래서 그 자가 에릴로트를 살려두는 것이야! 폭풍이 일어났을 때 잠재울 희생자로서!”
제르모 공작은 희게 질린 얼굴로 이마를 잡았다.
“나는…… 우리는…….”
우리가 무슨 짓을…….
벨로스터 궁주가 피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친 아이의 끝이 희생이라는 것을 너희는 알았느냐.”
“……그리 만들기 위해 애타게 메시아를 찾은 것이 아닙니다.”
“하면 지켜.”
“…….”
“죽을힘을 다해 지켜!”
“…….”
“제발 지켜줘…….”
벨로스터 궁주는 오열했다.
달리아가 에릴로트를 향해 날린 비수는 벨로스터에게 꽂혔다.
“그렇잖아? 유혜민일 때도 되바라져서 부모님이 싫어했지, 에릴로트일 때는 네 엄마까지 버리고 갔지.”
“솔직한 말로 넌 이유 없는 무한한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잖아?”
“뭐, 엄마에게도 버려졌으니 그러는 게 이해는 간다만 좀 애처롭네.”
행복하게 지내라고 그랬어.
내가 너무 힘들어서, 수천 번을 죽으면 편할까 생각했기에.
너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그랬어.
삶의 이유가 권력 같은 알량한 게 아닌 너의 행복이길 바라서.
‘그게 너를 평생 옭아맬 사슬이 될 줄은 몰랐어…….’
차라리 내 손으로 키울 것을.
나라고, 백성이고, 존재의 이유고 뭐고 전부 버리고 그저 산에 들어가 너와 함께 살 것을.
내가 배곯는 삶이 싫어서 너도 싫을 줄 알았어.
배가 고파 울었던 어린 날이 끔찍하게 싫어서 너는 그렇게 살게 하기 싫었어.
추후에 권력자들이 너를 찾아서 희생시키려 할 때, 내가 널 지키지 못할까 봐 버렸어.
널 지킬 기반을 만드는 게 내 삶의 목표였어.
사랑하지 않아서 버린 게 아니야.
제르모 공작이 물었다.
“제가…… 우리가 어찌하면 됩니까.”
“에릴로트가 반역을 준비하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이번 일을 성공시켜라.”
“반역에 실패해 훗날 폭풍이 몰아쳤을 때 희생자로 선택되지 않도록.”
“그래.”
두 사람의 눈에 새파란 이채가 떠올랐다.
* * *
그날 밤.
알렉시스에게 내 계획을 알려준 난 마차 대기소로 향했다.
‘빨리 가서 할아버지를 설득해야지.’
멀리서 나를 기다리는 베티와 하이디가 보였다.
그 순간, 몸이 확 떠올랐다.
“뭐야!”
“좋은 밤입니다, 에릴로트 님.”
마시타브바의 동생이었다.
그가 나를 어깨에 둘러멘 것이다.
“미쳤어? 이거 안 놔?!”
“공주님 안기 자세가 편하십니까?”
“바닥에 내려놓으란 뜻이야!”
“그건 곤란합니다. 그리고 구의 결계 때문에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을 겁니다.”
“안 놔?! 놔! 놓으라고!”
“아이쿠, 이 아기는 힘이 세군.”
“죽을래?!”
꽥꽥 소리쳤으나,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아예 모습도 안 보이는 것 같았다.
‘수호자의 가호란 건 사기잖아!’
마시타브바가 성큼성큼 걸어간 곳엔 다른 수호자들이 있었다.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랬잖아!”
“에, 에, 에릴로트 님, 아, 아무리 소리쳐도 드, 들리지 않는데, 소, 소리는 그만 지르시는 것이…… 아, 아니, 저희는 목이 아프실까봐…….”
기르타브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아!” 하고 소리쳤다.
“아, 아브신이 치료해 줄 겁니다. 마, 마음껏 소리치십시오!”
“그래도 아픈 건 마찬가지잖아.”
헤라가 픽 웃으며 말하자, 기르타브는 “그, 그럼 어쩌지.” 하고 중얼거렸다.
“이것들이 진짜 미쳤나! 몬스터를 꺼낼까?!”
헤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황궁에서요? 반역을 시작하기도 전에 반역죄로 끌려가실 텐데.”
“이…….”
“저희는 좋습니다. 감옥에서 오붓하게 지내죠.”
“내가 왜 너희랑 오붓해!”
마시타브바의 형이 내 코 앞에 다가와서 말했다.
“본지로 모시겠습니다.”
“안 가.”
“가셔야 합니다. 반역 같은 음산한 짓은 저희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시잖습니까?”
수호자들이 나를 둘러메고 걷기 시작했다.
나는 꽥꽥 소리쳤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놔! 아이씨! 아빠! 알렉시스! 나 여기에 있어!”
“자꾸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면 이쪽도 방법이 있습니다.”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나는 어이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어쩔 건데?”
“고백할 겁니다.”
“진짜 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