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33)
이 3세는 악역입니다-332화(333/390)
332화.
나는 온몸을 거세게 흔들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강경책을……!”
소리치고 있는데, 마시타브바의 형이 다시 내 코 앞에 무언가 들이밀었다.
“강경책은 곤란하니, 실례하겠습니다.”
작은 병이었는데, 수호자들이 잽싸게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어? 이거 설마…….’
더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의식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 * *
깨어났을 땐 웬 침대 위였다.
나는 눈을 꽉 감은 채로 이를 악물었다.
여기가 어딘지 너무 알 것 같았으니까.
‘크로노트 회의 본부구만. 아니, 본지랬나?’
<장막>으로 고위 귀족들을 상대한 만큼 본부는 돈 냄새가 난다.
섬세한 문양이 세공된 흰 벽.
샹들리에엔 장미를 물고 나는 비둘기 모양의 유리 조각들이 달려 있다.
바닥은 무늬 하나 없이 희고 만질만질했다.
조명은 낮인 양 눈부시게 빛나는데 창문이 전혀 없었다.
느긋하게 감상하고 싶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방이었다.
……내가 묶여 있지만 않았다면.
나는 눈을 꽉 감은 채로 이를 악물었다.
“이거 빨리 풀어라.”
말하기 무섭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르모 공작의 목소리였다.
“저희야 물론 소중한 메시아를 묶어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해하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해주시겠습니까?”
“내가 왜 자해를 해!”
“저희에게 메시아의 건강과 안전만큼 간절한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니, 유리 조각이라도 들고 스스로 상처를 내겠다고 협박하신다면 너무나 잘 먹히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알았지?
나는 속으로 ‘에이씨’ 중얼거렸다.
물론 정말로 내 몸에 상처를 낼 마음은 쥐똥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저들을 협박하기 위해 유리 조각 정도는 들려고 했지.
“약속해주시겠습니까.”
“해! 한다고! 게다가 왜 나오지는 않고 말만 하는 거야?”
“저희 얼굴을 보기 싫어하실 것 같기에.”
“붙잡혀 오는 것도 끔찍하게 싫은데 그럼 보내주겠어?”
나는 씩씩거리며 몸을 버둥거렸다.
그건 곤란하다는 듯, 주변에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의 결계인가 뭔가로 모습만 감춰놨군.’
하여간 정말 수호자의 가호란 사기급이다.
내 앞에 가장 가까이 있던 건 황태후와 동년배인듯한 여자였다.
“아이구, 아기 손을 어찌 이리 꽉 묶어놨어.”
“꽉 묶지 않으면 금세 풀고 도망치시지.”
마시타브바 동생이 툴툴거리듯 말했다.
여자가 천천히 내게 손을 뻗었다.
“이리 오셔요. 할미가 풀어드릴게요.”
“…….”
내가 얌전해지자 여자는 후후 웃으며 주름진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리 착한 아이를 묶어놔서 어째.”
“…….”
내가 아무런 말도 못 하자, 헤라가 픽 웃으며 말했다.
“아브신 앞에서만 얌전한 거예요. 우리한테는 얼마나 독하게 구시는데?”
“이씨……!”
난 헤라를 향해서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아브신이라 불린 할머니가 내 등을 쓰다듬으며 수호자들에게 말했다.
“세상사는 다 인지상정이다. 그리 큰 죄를 짓고 금세 용서해주시길 바라?”
마시타브바 동생이 칫, 혀를 찼다.
“우리도 안다고.”
“아는데 어찌 이리 붙잡아 왔어.”
“하여간 잔소리는. 그만한 사정이 있으니까 그렇지.”
그러는 동안 마시타브바 형이 쟁반에 음식을 담아왔다.
음식은 걸쭉한 수프였다.
할머니는 쟁반에서 수저를 잡아선 내 손에 들려줬다.
“한 술이라도 드셔요. 말라서 금세라도 부러지겠네.”
“…….”
“자, 자, 속 달랜다고 생각하고, 응?”
“…….”
나는 수저를 들고서 할머니를 제외한 다른 수호자들을 죽일 듯 노려봤다.
‘일부러 이 할머니를 내게 붙여놓은 거지?!’
차마 화를 낼 수가 없다.
이 할머니는 황태후보다 더 작았다.
주름 쥔 손은 수저를 쥐는 것조차 어려울 것처럼 바들바들 떨렸다.
게다가…….
“아이구, 따님! 아이구, 아이구!”
“오지 마, 아브신! 오지 마, 나 그냥 도박장 가는 거야!”
“내려오셔요! 담장이 그리 높은데 떨어지면 어찌하려고!”
이 할머니는 진짜 고대의 아브신을 너무 닮았다.
“제 탓입니다. 제 죄예요! 아기,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요. 아이구, 사자님들!”
도박장에 갔다가 걸려서 오늘은 기어코 아빠들에게 회초리를 맞겠구나 하는 날엔 꼭 아브신이 끼어들었다.
작은 몸으로 날 끌어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를 보고, 아빠들은 한숨을 쉬며 물러나곤 했다.
내가 세상 전부였던 유모.
아브신 할머니는 그녀를 너무나 닮았다.
내가 어쩔 수 없이 수저를 들자 할머니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옳지, 착하기도 해라.”
“…….”
수호자들이 픽 웃었다.
“아브신 앞에선 천사시구만.”
덩치가 산만 하고, 산적 수염을 한 남자가 껄껄 웃었다.
“난 우르굴라요, 메시아. 당신의 검이자 방패지.”
“소개하라고 한 적 없거든?”
“하, 하, 하면 아, 안 됩니까? 저, 저도 이름을, 다, 다시 소개하고 싶은데…….”
기르타브가 우물쭈물 말했다.
나는 수저를 탕! 놓았다.
“이것들이 진짜……!”
“식사는 마저 하셔요, 네?”
“…….”
그러나 아브신이 다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저를 쥐여 준 바람에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수프를 반 정도 먹은 후, 쟁반을 밀어놨다.
할머니는 그제야 기쁜 얼굴로 물러났다.
“착하기도 해라.”
그렇게 말하면서.
그제야 수호자들이 다가왔다.
‘하나, 둘, 셋, 넷…… 열두 명?’
13수호자인데 하나가 부족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검은 더벅머리의 사내가 말했다.
“쿠말은 자리에 없습니다.”
나는 흠칫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았지?’
검은 더벅머리의 사내가 “아.” 하며 목을 매만졌다.
“지바안나입니다. 가호는 미래 예지로, 메시아께서 수호자들의 숫자를 묻는 미래를 보았습니다.”
“미래 예지?”
“그래서 말인데, 실례.”
검은 더벅머리 사내가 훅, 내게 다가왔다.
흠칫, 어깨를 좁혔는데 그가 잡은 것은 내 머리 위에 달려 있던 액자였다.
“몇 초 뒤에 떨어집니다.”
이제까지 앞머리가 긴 더벅머리라 얼굴이 잘 안 보였는데, 몸을 빠르게 움직이며 앞머리가 헝클어졌다.
날렵한 눈매에 밤바다 같은 짙은 남색의 눈.
‘진짜 잘생겼네.’
달리아가 왜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 안달이었는지 너무 잘 알겠다.
나만을 사랑하는 아름답고 강한 집단.
유세은이 어릴 때부터 바라던 상황이다.
나는 쯧, 혀를 차고서 말했다.
“알았으니까 좀 떨어질래?”
지바안나가 액자를 완전히 떼어내곤 내게서 멀어졌다.
그 사이로 누군가 나타났다.
“너는……!”
“반갑다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알게 되어서 아쉽다고 해야 할까요?”
그녀가 키득키득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현 남군원화 이사벨라 샤토브리앙이랍니다. 사명의 이름은 두브지요.”
내가 서군 원화였던 시절 중앙 원화인 실린의 사촌 동생이었다.
마시타브바 동생이 울컥 소리쳤다.
“네게 허락될 수 없는 이름이라고 했잖아!”
“쟤들은 꼭 저러더라. 전대 두브와 절친한 사이였대요. 농장의 노예였던 어린 수호자들을 데려와서 스승이 되어 주었다나?”
“농장?”
“우리가 박해받아서 한 차례 무너졌던 것은 아나요?”
“……그래.”
그때 그리미에가 크로노트회의 엄청난 정보들을 갖게 되었지.
이사벨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때 수호자들이 대거 죽고 세대교체가 되었어요.”
“아…….”
“원래는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이어졌었는데, 수호자의 령을 전할 시간조차 없었기에 수호자의 령이 급하게 가호가 없는 어린 영혼에게 붙은 거죠.”
“넌 부모님이 살아계시잖아? 넌 두브의 뭐였기에 수호자가 되었지?”
“뭐일 것 같아요?”
“설마 샤토브리앙 공작이나 실린이……!”
이사벨라가 키득키득 웃었다.
내가 미간을 좁히자, 그녀는 내 볼을 톡 건드렸다.
“그들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먼 친척 중에 두브가 있었어요.”
“그렇구나…….”
“두브가 죽기 전에 나를 찾아왔어요. 용을 토벌하러 가니 자신은 죽을 수도 있다고요. 자식이 없으니 내가 초대 두브의 혼을 담는 그릇이 되어달라고 했죠.”
“…….”
“난 승낙했어요. 엄청난 가호였거든요. 보실래요?”
이사벨라가 허공을 저었다.
콰과과과과과광—!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방이 쩌저적 갈라졌다.
“이사벨라 샤토브리앙!”
“본지를 무너뜨릴 셈이냐?!”
“감히 메시아의 앞에서……!”
수호자들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사벨라는 우후훗 웃을 뿐이었다.
“이런 엄청난 가호거든요. 수호자들의 가호 중에선 몇 없는 공격계고 두 번째로 강하다고요.”
“…….”
“안 받을 이유가 없었는데…… 받지 말 걸 그랬어.”
“……왜?”
“초대 두브의 영혼이 매일 같이 속삭여.”
“…….”
“당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지키고 싶은지…….”
“…….”
“미쳐버릴 것 같아. 아니, 이미 미쳤는지도 모르지.”
이사벨라가 침대 끝에 걸터앉아 내 목에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내 심장 소리가 들리나요?”
“…….”
“존재를 인지한 순간부터 당신밖에 안 보여.”
“좀 비켜줄래?”
“마치 자식처럼, 혹은 자매, 가장 절친한 친구, 그도 아니라면 짝사랑 같은 감정일지도 몰라.”
이사벨라가 양팔을 내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나를 사랑해줘요.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나야.”
“웃기고 있네.”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었다.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이사벨라의 목덜미를 잡고 휙, 끌어당겼다.
“무슨 짓이야!”
“헛소리 말고 꺼져. 향수 냄새에 내 메시아의 머리가 아프겠어.”
“내 메시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두브는 왜 너 같은 것한테……!”
“운 좋게 수호성을 받게 된 노예 새끼가 어딜 귀족 나리께 감히.”
“진짜 죽고 싶어?”
“너야말로 천박한 향이 내 메시아에게 묻기 전에 꺼져주겠어?”
“형!”
마시타브바의 동생이 가호를 발동하자는 듯 제 형을 불렀다.
나는 울컥 소리쳤다.
“그만 못해—!!”
고함이 쩌렁쩌렁 방에 울리자 수호자들이 입을 다물고 나를 쳐다봤다.
“싸울 거면 날 풀어주고 싸워!”
“그건 곤란합니다, 메시아.”
제르모 공작이 하하 웃었다.
“우리의 역할은 당신의 보호거든요.”
“보호?”
“당신께서 계획한 역모가 진행 중입니다.”
“……뭐?”
“잠들어 계신 동안 황태후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드디어!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시트를 꽉 비틀어 쥔 채 쳐다보자 제르모 공작이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아브신이 황후를 찾아갔었지요. 아브신의 능력은 치유. 자, 그럼 보실까요.”
그가 손날로 허공을 젓자 영상이 떠올랐다.
영상이 비추는 곳은 황제궁의 편전.
황태후를 비롯한 황족과 귀족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황좌에 앉은 것은…….
‘살바토레가 아니야?’
황후였다!
그녀가 초췌한 얼굴로 이마를 쥐고 있었다.
[회복을 감축드립니다, 폐하! 칼소이에 황가에 광영을!] [황가에 광영을!]귀족들이 일시에 소리쳤을 무렵, 살바토레와 오셀리아 황비가 뛰어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은 새파랬다.
황비가 말했다.
[화, 황후 폐하께서 어, 어떻게…….]시체처럼 파리한 그들의 뒤로 그리미에를 비롯한 그 휘하의 귀족들이 달려왔다.
그리미에가 말했다.
[진정 깨어나셨군요. ……신의 축복입니다, 황후 폐하.] [그리 축하해주니 이 마음이 흡족합니다. 한데 내가 잠들어있는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군요.]오셀리아 황비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무, 물론 그렇겠지요. 세월이 세월인 만큼. 제가 이제까지의 일을 설명하겠습니다.] [아니요. 이제까지의 일은 모후께 들었습니다. 내가 물은 것은 저 사내의 이름입니다.]그리미에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미에 아스트라입니다, 폐하. 아스트라 공작가의 장남으로—] [나는 공을 뭐라 불러야겠습니까?]작위를 묻는 것이다.
그리미에가 일순 침묵했다.
살바토레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작위 수여는 내달 공훈 하사식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해서 현재는?] […….] [작위 없는 자가 어찌 국무를 돌보고 있는 거요, 황자.] [제 명으로—] [실로 아둔한 선택입니다!]황후가 고함을 내질렀다.
황족과 귀족들이 흠칫 입을 다물었다.
[형평성 없는 인사가 무엇을 낳는단 말입니까! 아니 되겠습니다. 황태자가 없는 지금, 국법대로 섭정은 내가 맡지요.] [폐하!]오셀리아 황비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십 년이 넘도록 누워계셨습니다. 국내외 상황을 전혀 모르는 폐하께서 어찌……!] [그리 만든 것이 누구인가.]황태후였다.
그녀가 앞에 나서 말하자, 오셀리아 황비가 흠칫했다.
[무슨 말씀을…….] [들여라!]황태후의 엄명에 기사들이 누군가를 끌고 왔다.
이브론과 황비궁의 시녀였다.
피범벅이 된 그녀들이 더듬더듬 진상을 설명했다.
그리미에와 살바토레의 얼굴이 점점 희멀게졌다.
[안나마리아를 죽이고, 일국의 황자를 도주케 했으며, 끝없이 살수를 보낸 데다 황후의 인장을 빼앗기 위해 천인공노한 짓까지 하였구나, 오셀리아.] [저는, 저, 저는……!] [살바토레가 네 악행을 도왔겠지.]살바토레가 소리쳤다.
[모후께서 독단으로 벌인 일입니다. 저는 결코……!] [누가 믿겠느냐? 네가 돕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느냐?] [도왔다는 증거도 없지요.] [그러니 증거가 필요하겠지.]그때였다.
무장한 알렉시스가 백기사들을 끌고 나타났다.
알렉시스가 무릎을 굽히자 황후가 말했다.
[섭정의 명이다. 알렉시스 칼소이에는 오셀리아 궁과 살바토레 궁을 이 잡듯 뒤져 이 일의 진상을 알아내라.] [명 받듭니다.]살바토레 측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일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아니, 살바토레를 엮으려는 거야.’
나는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쾌재를 내질렀다.
“신난다!”
제르모 공작이 말했다.
“이것이 사흘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뭐?”
사흘?
현재가 아니라?
“잠깐, 그럼……!”
“살바토레와 오셀리아 황비는 도주했지요.”
“그건 예상했던 바야. 이제 전쟁 시작이지. 그런데 왜 사흘이냐고!”
수호자들이 산뜻하게 말했다.
“일주일 동안 잠들어 계셨으니까요.”
“뭐?!”
“한참 전쟁 중입니다. 두 세력 모두 메시아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지요. 전쟁에 용을 이용할 생각이지요.”
“일주일…… 미쳤어?”
“염려하지 마십시오. 가족들에겐 연락해두었으니까요.”
그러자 헤라가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있는 건 무장한 우리 가족들이었다.
“나는 진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발자크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말했다.
“무슨 뜻이야?”
“이것들이 집에 안 보내준다고!”
수호자들이 또 한 번 산뜻하게 말했다.
“가족들께서 행여 다치기라도 하면 메시아께서 마음이 아프실 듯하여. 아, 공작님도 모시고 있습니다.”
이 미친 자들…….
나는 이마를 짚었다.
“요슈아, 상황 설명해줘.”
“황후, 황태후 세력과 살바토레 세력이 황궁 앞에서 대전투를 벌였어.”
“응.”
“우리도 황후 측을 돕기 위해 출전하려고 했는데 널 납치했으니 무사히 돌려받고 싶거든 조부님과 아버님, 그리고 우리 형제가 본지로 오라고 했어.”
“……그래서.”
“그리고 그대로 붙잡혔지. 네가 인질로 있어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는데…….”
“그랬는데?”
참다못한 발자크가 울컥 소리쳤다.
“저것들이 아버지 이름으로 살바토레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뭐라고 보냈는데……?”
“그리미에를 버리면 아스트라의 적오기 계승자를 얻을 수 있을 거라면서!”
“……답장은 왔어?”
제르모 공작이 편지를 들었다.
“살바토레의 답장입니다. 그리미에를 버리겠답니다.”
“……우린 살바토레를 도울 생각이 없는데?”
그러자 참모인듯한 파빌이 하하 웃었다.
“농담도. 정말 도울 리 없지요. 그리미에를 버린 순간, 우리는 황태후에게 합류하여 살바토레를 칠 겁니다.”
……음산한 일은 전문가라더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적일 땐 진짜 머리 아픈 놈들인데, 아군이니까 엄청나게 든든했다.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