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38)
이 3세는 악역입니다-337화(338/390)
337화.
쿠말이 슬쩍 펜을 놓았다.
[……혼자 하시게 두는 게 좋겠어.]일로테는 얼른 쿠말의 손을 잡았다.
[도와줘!] [숙제는 학습을 위한 겁니다. 스스로 하셔야 진정 필요한 것을 익히실 수 있고요.]일로테가 울상을 짓자, 다른 수호자들이 눈을 부릅떴다.
[숙제를 못 해서 또 손바닥을 맞는 걸 보실 겁니까?] [그래, 세 대나 맞으셨다고. 세 대!] [어, 엉망으로 하면 이번엔 네 대라고 하, 하셨는데…….]수호자들의 말에 쿠말은 일로테를 쳐다봤다.
일로테가 비 오는 날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눈썹을 착 늘어뜨렸다.
[……오늘만입니다.] [응, 응! 쿠말이 최고야!]마침, 궁인이 들어왔다.
탁자에 쿠키를 내려놓은 그녀는 보기 좋다는 듯 후후 웃었다.
그러곤 달리아에게 속삭였다.
[우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나가 있자꾸나.] […….] [달리아?] [아, 네…….]방을 나서 복도를 걷는 내내 달리아는 묘한 표정이었다.
궁인이 물었다.
[어찌 그러니?] [아녜요. 그냥…….] [음?] [그냥 좀 기분이 이상해서요.] [어째서?]달리아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는 오늘도 이베론 님께 잔뜩 혼이 났거든요.]‘이베론? 아아.’
이베론은 상궁(세일론의 궁) 시녀장의 노예였다.
즉, 상궁 시녀장에 의해 만들어진 자라는 것이다.
고대인들은 노예를 만들어 부관처럼 부리곤 했다.
궁인이 다시 물었다.
[혼이 났다고?] [네, 주무시는데 시끄럽게 걸어서…….] [허이고, 그이는 여즉 그러는구나. 상궁 시녀장님이 아시면 또 얼마나 훈계를 들으려고.]궁인이 달리아의 어깨를 토닥였다.
[신경 쓰지 마라. 이베론의 성격이 꼬였다는 건 너도 알지 않니. 상궁 시녀장께선 점잖으신데 어찌 그러나 몰라.] [앗, 아니에요! 혼이 나서 속상하진 않아요!] [하면?] [노예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잖아요?] [그렇지. 만든 사람이 귀족이면 노예의 계급도 높고, 만든 사람이 평민이면 노예의 신분도 낮으니. 그리고…….]궁인이 말끝을 흐리자, 달리아는 고개를 숙인 채 웅얼거렸다.
[저처럼 주인에게 버려진 자들은 제일 비천하고요…….]궁인은 애써 달리아를 위로했다.
[버려진 날 따님께서 주워주셨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그렇긴 하지만…….] [아아, 수호자들을 보니 신세가 처량했나 보구나.] […….] [하기야 수호자들도 버려진 노예들이었는데, 따님께서 주워 오셨지. 사자들께서 따님을 지키라 피와 살을 나눠주셔서 능력을 얻게 되었고.] […….] [수호자들은 이제 그 어떤 대귀족의 노예도 함부로 범접 못할 존재가 되었으니, 네 입장에선 부러울 만도 하겠다.]궁인이 다시 한 번 달리아의 어깨를 토닥였다.
[혹시 아니. 너도 따님께서 아끼는 아이이니 수호자가 될 수도.]후후 웃은 궁인이 [너무 꿈같은 이야기인가.] 하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멀찍이 있던 상급자가 소리쳤다.
[너희, 점심을 앞두고 그렇게 미적거리다간 남은 음식이 없을 거다!] [아이고! 어서 가자, 달리아!]궁인과 상급자가 헐레벌떡 사라졌다.
그러는 동안 달리아는 그늘이 짙게 진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고요한 그곳에서 달리아가 중얼거렸다.
[수호자들이 아니에요. 내가 부러운 건…….]손마디가 희게 질릴 때까지 후드를 쥔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따님도 우리와 같은 만들어진 자잖아.]나는 달리아의 뒤에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게 시작이었구나.’
장면이 빠르게 지나갔다.
달리아는 그 날 외로 속내를 내보이는 일이 없었다.
언제나처럼 일로테를 만나면 반갑게 웃었고, 일하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어느 날이었다.
달리아는 일로테의 수업 시중을 들고 있었다.
미카엘을 포함한 세 명의 사자가 가르치고 있었는데, 일로테는 꾸중을 들었다.
[이 문제는 어제도 틀려서 가르쳐줬잖아. 하여간 기억력이 붕어만도 못한다니까.]검은 머리의 사자가 일로테의 뺨을 가볍게 꼬집고 흔들었다.
말은 퉁명스럽게 해도, 표정과 목소리에서 애정이 묻어났다.
[나라의 중심은 왕이라지 않았어. 자, 다시 적어.] [난 중심이 왕 같지 않은걸.] [뭐야? 이 콩알만 한 게 뭘 안다고……!] [나라의 중심이 왜 왕이에요? 백성이지.]사자들이 움찔, 일로테를 쳐다봤다.
일로테는 턱을 괴고 신이 나서 종알거렸다.
[있잖아요. 어느 세계에선 5년 주기로 투표를 해서 왕을 결정해요. 백성의 대표를 스스로 결정하는 거예요!] [또 함부로 가호를 썼구나.]미카엘이 미소 지으며 말하자, 일로테는 이히히 웃었다.
[저는요. 그게 옳다고 생각해요. 백성을 살피기 위해 왕이 있는 거니까.] [무지한 자들에게 결정권을 쥐여주면 결국 가장 약삭빠른 자가 왕이 될 것인데.]검은 머리의 사자가 말하자, 일로테가 고개를 저었다.
[백성이 무지한 건 귀족이 교육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쌀만 나눠줄 게 아니라 배울 기회, 정보 등을 나눠서……!]일로테의 눈은 이럴 때 반짝였다.
그리고 사자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 주었다.
수업이 끝난 후.
달리아는 다음 일을 하기 위해 상궁을 나섰다.
궁인은 몇 번이나 달리아를 주의시켰다.
[신실에서 제기를 닦은 후엔 곧장 나와야 한다. 응?] [네! 신실엔 위험한 물건들이 있으니까요. 오래 눌러앉으면 홀릴 수도 있잖아요.] [좋아, 잘 외웠구나. 영특해라.]달리아는 에헤헤 웃고서 신실로 향했다.
신실 안으로 들어온 그 애의 표정은 남의 앞에서와는 전혀 달랐다.
달리아는 짜증 섞인 얼굴로 테이블에 걸레를 내던졌다.
[웃겨. 배울 기회를 나누긴 무슨. 애초에 지능에 차이가 나는데 배울 기회가 있어 봐야 뭐해.]신경질적으로 테이블을 닦으며 달리아는 계속 구시렁거렸다.
[처음부터 지능을 검사해서 배울 기회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생각은 왜 못해?]먼지를 털면서도.
[사자님들도 그래. 한심한 소리에 호응이나 하시고.]제기를 닦으면서도.
[그렇게 오냐오냐하니까 그렇지 않아도 멍청한 애가 더 멍청해지는……!]신경질적으로 걸레를 내던졌다.
그 때.
챙—!
걸레에 맞은 은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짜증 나…….]달리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왜 가장 고귀한 자들의 피와 살을 나눠 받았으면서 그렇게 멍청한 거지?]말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덧셈도, 뺄셈도, 글을 읽는 것도 내가 더 잘해. 나는 일하면서 한 번도 혼난 적이 없다고.]양손에 얼굴을 묻은 달리아는 털썩 쪼그려 앉았다.
[그렇다면 나여도 되잖아…….]그때였다.
[아가야.]기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리아는 흠칫 고개를 돌렸다.
[누, 누구…….] [이리 오려무나. 가까이 와서 목소리를 들려주련.]목소리는 달리아가 떨어뜨린 은잔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눈으로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결계가 쳐져 있었다.
달리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은잔을 쳐다봤다.
[보, 봉인수……?] [그렇지 않단다. 나는 최초의 존재가 아니야.] [최초의 존재?] [마수 말이다. 세일론 님께서 사자들과 함께 봉인한 사특한 마수들.] [다, 당신이 궁인들을 홀렸던 존재인 거죠?] [세상에, 미혹밖에 할 수 없는 자들과 나를 오인하다니. 서글프구나.]달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신은 누구인데요?] [나는 이노락스. 사자들과 한 뿌리에서 난 자.] [이, 이노락스라고요?!]이노락스는 우후후 웃으며 말했다.
[아이야, 너를 미혹하려는 것이 아니야. 난 그저 무료할 뿐이란다. 대화를 나눌 누군가가 필요해.] [그건…….] [나는 신께서 이 세상에 내려주신 세계수의 한 축. 지혜를 나누어주마.] […….] [대신 너는 나와 종종 이렇게 대화를 나눠주렴.] [시, 싫어요! 절대로 봉인된 자들과 대화를 나누지 말랬어요!]달리아가 황급히 신실을 달려 나갔다.
문 밖으로 달려 나갈 때까지 이노락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힘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오려무나, 아이야.]달리아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달리아가 고개를 내저었다.
[몰라, 나는 모르는 일이야.]그 일은 덮기로 한 달리아가 저 멀리 달려갔다.
그렇게 시간이 몇 주쯤 흘렀다.
달리아는 일로테의 드레스룸을 정리 중이었다.
[와…… 이건 새 것이네. 이 반지도 예쁘다.]일로테의 옷을 입고 머리핀이며 목걸이, 반지까지 착용했다.
[으으음, 예뻐!]달리아는 거울을 보며 홀로 연극하듯 떠들었다.
[세상에, 이제부터 저를 따님으로 삼으신다고요? 기쁘지만, 제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네에?! 제가 따님보다 뛰어나니 마음 쓸 것 없다고요? 어머, 미카엘 님. 너무 그렇게 말씀하지 마셔요. 따님도 열심히 했지만, 잘 안된걸요. 그건 지능의 문제니까……!]달리아가 후후 웃던 찰나.
[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리아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상궁 시녀장의 노예인 이베론이 매서운 표정으로 달리아를 쳐다봤다.
[이, 이베론 님, 이건……!]와장창!
급히 몸을 움직이다가 장신구함을 엎어버렸다.
이베론은 경악해서 달려왔다.
[이, 이걸 어째! 망가졌으면 난 주인님께 죽었다!] [이, 이베론 님…….]달리아는 희게 질려서 이베론을 붙잡았다.
이베론이 거칠게 달리아를 떠밀었다.
[이게 얼마나 귀한 것들인지 알기나 해?! 사자님들께서 따님께 선물한 것들이라고! 돈 주고도 못 사는 물건이란 말이다!]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꼴은 이게 다 뭐야! 이 정신 나간 것!] [이, 이베론 님—]이베론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장신구를 얼른 함에 담아서 일어났다.
달리아가 황급히 이베론을 쫓아갔다.
[이베론 님, 이베론 님!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그러니까 이건……!] [놔! 네가 겉으론 순종하는 척, 헛꿈을 꾸고 있다는 걸 주인님께 몽땅 알릴 테다!] [이, 이베론 님!] [으으, 저 멍청이 때문에 이게 무슨 짓이냐고. 서둘러 고쳐놓지 않으면 벼락을 맞을 텐데……!]이베론이 헐레벌떡 뛰어나갔다.
달리아는 덜덜 떨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떡해. 이제 어떻게 해. 이 일이 알려지면 난……!]사색이 된 달리아는 얼른 옷을 벗어놓고, 달려 나갔다.
목적지는…….
‘신실이잖아.’
달리아는 허겁지겁 신실 안으로 들어와 은잔을 찾았다.
[이노락스 님! 이노락스 님!]은잔을 쥔 달리아가 황급히 말했다.
[지혜를 나눠준다고 하셨지요?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은잔에서 키득키득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무엇을 도와주면 될까.]달리아는 양손으로 잔을 꽉 그러쥐었다.
[구, 궁인 하나가 봐선 안 될 것을 봤어요. 상궁 시녀장의 노예인데, 그가 시녀장에게 고해바치면 큰일이 날 거예요.] [어머나, 곤란하게 되었구나.] [이, 이제 어쩌지요?] [간단하지.] [네?]우후후 웃은 이노락스가 속삭였다.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면 될 일이다.] [이, 이베론 님을 죽이라고요?] [그자의 이름인가 보지? 뭐, 됐어. 그래. 하지만 하나만 사라지게 해선 안 되지.] [하면…….] [시녀장도 함께 없애야 할 것이다. 노예가 사라지면 주인이 찾을 터이니.] [하, 하지만…….] [나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하는 법을 알고 있어.]이노락스는 달콤한 목소리로 잔악한 방법을 속삭였다.
달리아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시녀장님은 좋은 분이신데…….] [그게 뭐? 제 노예가 네 일을 속삭이면 더는 네게 좋은 분이 아닐 텐데.] […….]달리아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한참 침묵하던 그 애가 중얼거렸다.
[맞아요. 더는 내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래. 그렇다면.] [……필요 없어.]그날 밤, 시녀장과 이베론이 사라졌다.
달리아의 죄가 시작된 날이었다.
* * *
“저거 미친놈이잖아!”
발자크가 씩씩거렸다.
달리아는 이노락스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했다.
이노락스는 달리아에게 적을 없애고, 주변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달리아는 이노락스를 신처럼 신봉했다.
그 결과, 노예로서는 처음으로 주인의 보좌가 아니라 본인이 임관되었다.
[축하한다, 달리아.] [모두 라냐 님께서 도와주신 덕이에요! 저기, 그런데…….] [응?] [라냐 님의 노예 말이에요. 아무래도 바꾸시는 것이 낫겠어요.] [내 노예가? 어째서?] [돈을 훔치는 것 같더라고요.]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온갖 거짓말로 치워버렸다.
[미슬라 님, 저……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라냐 님께서 승급 심사에서 미슬라 님의 점수를 너무 낮게 주셔서…….] [뭐, 뭐라고?!] [그간 미슬라 님이 얼마나 라냐 님께 충성하셨어요? 이대로 입을 다무는 건 미슬라 님께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제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인물은 갈아치웠다.
평화로운 궁은 달리아의 주도로 파벌이 갈린 전쟁터가 되었다.
“야, 요슈아. 너는 뱀도 아니다.”
“시끄러워. 그보다 에릴로트를 찾아.”
“콘라드 님! 이쪽에도 없습니다!”
“대체 어디 계시는지…….”
에릴로트의 힘에 의해 고대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온 자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중에도 달리아는 으흠흠, 콧노래를 부르며 복도를 걸었다.
그때.
[달리아.] [어머, 따님! 시키실 일이 있으신가요? 노예들을 불러드릴게요.] [네게 할 말이 있어.] [저는 바빠서요. 귀족 의전을 맡았어요. 죄송해요?]그러며 지나치려는 달리아를 일로테가 붙잡았다.
[이제 그만해.] [……네?] [더는 궁에 분란을 만들지 말란 말이야.]달리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따님, 뭘 모르시는 모양인데 궁엔 분란 같은 건 없어요. 이전보다 훨씬 잘 굴러가는…….] [그만하라고 했어, 난.]달리아가 흥, 콧방귀를 뀌며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체는…….] [뭐라고?] [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일로테의 표정이 굳어졌다.